인권실사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인권 리스크 대응, 한국 기업의 전략은?

9월 5일, 서울시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옥스팜과 임팩트온이 ESG 컨퍼런스 ‘비즈니스 인권 리스크 대응을 위한 도전과 과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인권 실사 흐름을 공유하고, 국내 기업의 대응 방향을 함께 고민했다. 지난 7월 유럽연합이 기업에 인권과 환경 실사를 강제하는 공급망 실사 지침(CSDDD)를 발효하며 인권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컨퍼런스는 비즈니스 인권 리스크의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옥스팜과 임팩트온이 함께 주최했다. 200명이 넘는 기업, 비영리, 연구 관계자가 참여해 페럼홀을 가득 채웠다. ◇ 핵심은 현장에서 듣고 변화를 만드는 것 루스 음랑가 옥스팜 영국 민관부분 총괄은 한국 기업이 이해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 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는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세계 벤치마킹 얼라이언스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44%가 인권 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기업 활동의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는 기업은 2%에 불과하다. 음랑가 총괄은 “한국 기업은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며 근로 환경을 살펴보는 대신 컴플라이언스, 즉 규칙에 의존하며 하향식 인권 정책을 세운다”며 “기업이 인권 정책을 실천하려면 당사자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옥스팜이 글로벌 슈퍼마켓 기업의 인권 정책과 관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한 ‘비하인드 더 바코드(Behinds the Barcodes)’ 캠페인의 성과도 함께 공유됐다. 일례로 테스코(Tesco)는 2018년에 공급망 인권 점수가 평균이 23점이었지만, 2022년에는 이를 61점까지 끌어올렸다. 음랑가 총괄은 “고위 임원의 지지를 얻어 공급망 내 인권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기업과 사회] 인권실사에 대한 네 가지 오해

첫 번째 오해 : 조사 또는 감사?인권실사는 ‘Human Rights Due Diligence’를 번역한 말이다. 나는 ‘실사’라는 번역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권실사를 조사(investigation)나 감사(audit)로 오해하게 한다. ‘Due Diligence’는 직역하면 ‘적절한 성실성’이다. 미국 법률 사전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신중한 보통의 사람에게 적절하게 기대되고 일반적으로 행사되는 신중함, 행동 또는 성실성의 척도’라고 풀이한다. 일반적인 사람(선량한 관리자)이라면 기울일 주의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라고 한다. 인권실사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 Human Rights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이하 UNGPs)에서 나온 말이다. UNGPs는 기업이 인권존중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서약하며 ▲인권실사를 하고 ▲구제 절차 제공을 요구한다. 이 중 인권실사는 기업 활동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식별, 방지, 완화하고 인권에 대한 영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는 일련의 절차다. 인권존중을 위해 이 정도의 주의의무는 기울여야 한다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두 번째 오해 :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UNGPs가 만들어지기 전 국제사회는 ‘기업과 인권’에 대하여 많은 논의를 했다.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가 크게 문제됐기 때문이다. 처음 나온 것은 ‘유엔 기업인권규범 초안’이었다. 이 규범은 다국적기업에 국제법적 인권의무를 부과하고, 여러 집행장치를 마련했다. 40여 개에 달하는 국제인권법규를 기업이 준수하도록 했다. 인권규범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독립적인 외부 모니터링과 검증을 받도록 하며, 다른 경제주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인권규범을 포함하도록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국제 인권조약 중 기업에 직접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사국에 의무를 부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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