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코로나19·전쟁·인종차별…위기가 바꾼 기부 지도

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3·끝>사회적 격변이 만든 새로운 자선의 지형도 세상이 흔들릴 때, 사람들의 지갑이 향한 곳도 달라졌다. 코로나19 병상과 우크라이나 국경, 인종차별 시위의 거리마다 자선의 물줄기가 흘렀다. 위기 속에서 ‘누구를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단체들이 미국 기부 지도를 다시 그렸다. 미국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가 발표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에 따르면, 지난 몇 년 사이 사회적 격변과 함께 급성장한 단체들이 눈에 띈다. 2018~2020년 평균 기부금 대비 2021~2023년 평균 기부금 증가폭이 가장 컸던 10개 단체는 ▲터널 투 타워스(504%) ▲UNCF(275%) ▲월드 센트럴 키친(209%) ▲마겐 다비드 아돔 미국 후원회(201%) ▲밀컨 연구소(155%) ▲반 안델 연구소(155%) ▲기브웰(143%) ▲마이클 제이 폭스 파킨슨병 연구재단(111%) ▲국제 기독교·유대인 협력기금(83%) ▲힐즈데일 대학(68%)이다. 9·11 테러 희생자와 군인·경찰 가족을 지원하는 ‘터널 투 타워스(Tunnel to Towers)’ 재단은 3년 사이 평균 기부금이 500% 넘게 늘며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9·11 테러 20주년을 계기로 “매달 11달러를 기부하자”는 메시지를 내건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배우 마크 월버그,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 등이 출연한 광고가 TV·유튜브·라디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송출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의 가족에게 무담보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2018년 1684만 달러였던 기부금은 2021년 2억560만 달러로 치솟았고, 이후 정기기부 모델이 자리 잡았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는 인종차별 해소와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기부가 늘었다. 흑인대학과 소수인종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데이터로 읽는 난민] 전세계 난민 3760만명, 한국 인정률은 1%대에 불과

데이터로 읽는 난민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을 뜻한다. 1951년 제정된 UN 난민협약에 따라 난민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2000년 12월 UN 총회는 6월 20일을 공식적인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로 지정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역기구인 아프리카단결기구(OAU, 現 아프리카연합)는 이전부터 6월 20일을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정해 기념해왔다. UN은 보다 많은 난민을 보호하고 전 세계가 난민과 연대하는 것을 독려하고자 이를 계승해 세계 난민의 날로 발전시켰다. 3760만명 UN 난민기구가 2024년 발표한 ‘2023년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은 3760만명에 달한다. 이는 UN 난민기구의 보호를 받는 난민과 UN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보호를 받는 난민의 수를 더한 것이다. 실향민(6830만명), 망명 신청자(690만명),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580만명)을 모두 더하면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은 1억1730만명이다. 전세계 난민의 수는 작년(3530만명)에 비해 6.5%나 늘어난 수치다. 난민의 수가 증가한 이유로는 2023년에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수단 내전이 꼽힌다. 멈추지 않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미얀마 군부-민주세력의 갈등도 꾸준히 난민을 만들고 있다. 1439명 2023년까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의 수는 1439명이다. 첫 난민 신청은 1994년에 있었다. 2023년 한 해 동안에는 101명이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난민의 지위를 얻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1994년부터 28년간 2613명이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은 아니지만, 생명의 위협이나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경우 한국에서 머물 자격을 받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독일 기차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난민정책 둘러싼 갈등으로 유럽 각국 분열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 이달초 네덜란드에서 난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립정부가 해체됐고, 난민 비용을 공동 부담하자는 내용의 EU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유엔난민기구에(UNHCR) 따르면, 지난해 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은 1240만명이다. 이 중 우크라이나 난민이 580만명으로 절반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독일과 폴란드다. 올해 3월 기준 독일은 103만4600명, 폴란드는 99만3800명을 보호 중이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반(反) 이민 정서’가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초기에는 난민에 대한 시선이 온정적이었지만, 겨울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난민을 도울 여력이 없다’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폴란드의 보수성향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받도록 하는 EU의 난민정책에 대해 오는 10월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신 이민·난민 협정’을 잠정 합의했다. 난민 신청자를 회원국 인구와 경제 규모에 따라 나눠 수용하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2800만원)의 기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달 초 폴란드와 헝가리가 공동성명 채택에 반대하면서 합의는 무산됐다. 폴란드 의회는 지난 6월 EU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폴란드가 다른 EU 회원국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재정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에서도 ‘반(反) 난민’ 구호를 외치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쿠투팔롱(Kutupalong) 캠프에 사는 로힝야족 난민들이 텐트 밖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UNHCR
“일주일마다 총성이 울린다”… 끝나지 않은 난민촌 이야기

미얀마·아프간·우크라 난민촌 장기화지원 축소, 생활고에 범죄 노출까지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일주일에 한명씩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인도적 지원을 위해 로힝야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는 이승지(28)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는 “매주 총기 사고로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며 “작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 콕스바자르 난민캠프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로힝야족 난민 커뮤니티 내 무장단체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외부 불법 통로로부터 총기를 들여오면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난사한다고 하더라고요. 방글라데시 당국도 긴급구호보다 치안 유지를 위한 군인 인력을 충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콕스바자르 난민촌에는 미얀마에서 탈출한 로힝야족 96만명이 머물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미얀마군의 집단 학살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다. 캠프 생활도 벌써 7년째. 기약 없는 하루를 보내던 난민들은 이제 ‘범죄와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지원을 줄였다. WFP는 난민 1인당 매달 12달러(약 1만5400원) 수준의 식량 바우처를 지원해왔는데, 이달부터 지원 규모를 8달러로(약 1만원) 대폭 삭감했다. 그윈 루이스 유엔상주조정관은 독일 뉴스통신 dpa와의 인터뷰에서 “자금 부족으로 로힝야 난민 지원 예산 5600만달러(약 730억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로힝야족처럼 전쟁·기후위기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억840명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전 세계 인구 74명당 1명 꼴이다. 더나은미래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난민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아디, UNHCR, 국제이주기구(IOM) 소속

8일(현지 시각)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州)가 카호우카 댐 파괴로 물에 잠겨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농업 생산량 회복에 20년 걸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으로 급감한 농산물 생산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각) 키이우 경제대학교(KSE)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자체 모델링 결과를 바탕으로 해바라기, 보리, 밀 생산량은 2040년에야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옥수수, 호밀, 귀리 생산량은 2050년은 돼야 회복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을 받기 전인 2021년, 연간 1억600만 톤에 달하는 곡물과 유지 종자를 수확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생산량은 6500만 톤까지 감소할 수 있다. ‘유럽의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확에 차질이 생기면서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직후 곡물 수출 창구 역할을 하던 항구들이 봉쇄되면서 세계 곡물 가격은 한 차례 급등했다. 지난 6일에는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붕괴로 인근 곡창지대가 물에 잠겨 전 세계 곡물가격이 들썩였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밀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 옥수수 가격은 2% 상승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이집트 난민 당사자인 무삽 다르위시(왼쪽) 보조감독과 이새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보지원담당관이 영화 '도도무'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닐 조지 감독은 두바이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간호사, 교사로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난민이 됐습니다. 난민은 어디서든 생길 수 있고,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삶도 전쟁으로 인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도도무’의 닐 조지 감독이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서 말했다. ‘도도무’는 폴란드 국경을 넘은 세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이야기다. 지난해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닐 조지 감독이 협업해 제작했다.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삶이 무너지던 첫 공습의 순간, 12시간 동안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피난의 여정 등을 난민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지난해 10월 폴란드에 방문해 이들을 직접 만났다. 난민이 트라우마를 견디며 그들을 환대해 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도 소개한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타지에서 마주치는 희망’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9일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는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학계, 외교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다큐멘터리 상영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닐 조지 감독은 “6년 전 난민에 관한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난민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왜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는지, 돕기 위해 나서지 않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지난해 전 세계 인권운동가 401명 피살… 남미서만 70% 발생

지난해 26개 국가에서 인권운동가 401명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70%는 남미 국가에서 발생했다. 가디언은 4일(현지 시각) 국제인권단체 ‘일선의 인권 운동가들(FLD)’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만 186명이 살해됐다. 우크라이나(50명), 멕시코(45명), 브라질(26명), 온두라스(17명)가 뒤를 이었다. 남미 국가들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인권운동가 피살 건수를 합치면 전체(401건)의 약 81%에 이른다. 피살의 표적이 된 인권운동가들은 주로 환경 보호와 원주민 권리를 옹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FLD에 따르면,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살해된 인권운동가 중 47%(88명)는 환경 혹은 원주민을 보호하자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콜롬비아 의회가 지난해 환경운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 ‘에스카수 협정’을 비준했지만, 환경과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2022년도 전 세계 인권운동가 피살 건수는 전년(358건) 대비 43건 증가했다. 올리브 무어 FLD 사무국장대행은 “2022년 처음으로 400명 이상의 인권운동가가 살해됐다”며 “인권운동가들이 활동하기에 중남미는 최악의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새로운 사각지대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인권운동가들과 연대하며 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식량안보, 시장 안정될 때 준비 시작해야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식량위기는 올들어 잦아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올해 2월 식량가격지수는 129.8포인트로 11개월 연속 하락했고, 2022년 최고점 대비 18.7% 감소했다. 이번 식량위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2020년 대비 32% 더 높지만 우리나라에서 식량위기는 이미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요즘은 식량위기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가 머쓱해진다. 양치기 소년처럼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식량위기는 대체로 10년 주기로 발생했다. 1974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식량위기가 있었고, 1980년에는 우리나라 쌀 생산량이 30% 이상 줄어드는 대흉작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다. 한동안 국지적인 식량위기만 발생하다 2016년 유럽의 가뭄에서 시작돼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다시 글로벌 규모의 식량위기로 번졌다. 특히 이때의 식량위기는 3~4년 동안 지속되면서 ‘재스민 혁명’을 촉발했고 중동의 여러 국가들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2021년부터 미국 중서부에 몰아닥친 사상 최악의 가뭄은 러우전쟁을 만나면서 다시 글로벌 규모의 식량위기로 발전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식량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2020년에는 비가 너무 오랫동안 내리면서 많은 국가에서 토마토 가격이 폭등했고, 올해는 남유럽의 한파와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겹치면서 유럽의 토마토 가격이 폭등했다. 여기에 비료 공급량 감소까지 더해졌다. 우리는 식량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기후변화와 러우전쟁으로 촉발된 식량위기는 한동안 위세를 떨칠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22년의 식량위기는 지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 식량위기 역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채소가격 폭등에서부터 글로벌 식량 공급망의 붕괴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 전쟁으로 환경도 파괴… 피해 규모 67조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환경 피해액이 500억달러(약 65조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디언은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환경부와 과학자, 변호사, 환경단체 등이 전쟁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전시 환경 파괴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시행된 건 역대 전쟁 중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독성 연기 발생, 오염된 강, 새까맣게 탄 나무 그루터기, 포탄 구덩이로 훼손된 자연 보전지역 등이 환경 피해 사례로 소개됐다. 일례로 주요 산업지대인 오데사, 도네츠크, 르비우에 있는 화학공장이 러시아 포격으로 파괴되면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 독성 화학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졌다. 우크라이나 환경부에 따르면 자연보호구역 160곳, 습지 16곳이 파괴 위험에 처했다. 동물 600종과 식물 880종은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1년간 폭발물 32만104개가 우크라이나 곳곳을 강타하면서다. 폭발의 충격으로 우크라이나 국토 약 17만4000㎢가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국토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환경 피해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514억 달러(약 66조8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전쟁은 탄소도 대량으로 뿜어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3300만t이 공기 중으로 방출됐으며 전후 재건 시 4870t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국제형사법정에 러시아를 생태계 파괴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지난 1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시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아파트가 파괴됐다. 건물 잔해 속에 인형이 남아있다. /UPI 연합뉴스
우크라 “러시아 침공으로 민간인 9000명 사망”… 다보스포럼서 관심 촉구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9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의 17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러시아 침략자들에 의해 어린이 453명을 포함한 민간인 900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만 8만건에 달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심판하기 위한 특별 국제 재판소 설립을 원하며, 러시아 정치 지도자들에게 파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단 한건의 고문, 살인 행위도 용서하지 않겠다”며 “모든 범죄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포럼 현장을 직접 방문해 특별연설을 했다. 그는 “지난 주말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동부 드니프로시의 9층 아파트가 붕괴했다”며 “이 사건으로 43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으로 하고 있는 일”이라며 “이는 비단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라, 인간으로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또 “공습으로 부상당한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의사가 사투를 벌이고 옆에서 부모는 울고 있는 모습, 지뢰 때문에 밭에 들어갈 수 없는 농부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호소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월드비전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 보고서. /월드비전
여성 난민에게 더 가혹한 겨울… 월드비전, ‘추위 속 난민’ 보고서 발간

들뜬 분위기의 연말이지만, 난민 여성 가구주와 이들 자녀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제 활동이 어려워 난방용품도, 식량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27일 중동과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가장의 취약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혹독한 추위 속의 난민(Out in the Cold)’을 최근 발간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가구주의 성별이 해당 가족의 취약성을 어떻게 약화시키는지 조사하기 위해 초점 집단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에서 타국으로 피란을 떠나거나, 해당 국가 안에서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실향민 여성 가구주를 대상으로 했다. 여성 세대주 가정은 생필품과 난방용품의 가격 상승, 사회적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엘리노어 몬비엇 월드비전 중동·동유럽 지역 총괄책임자는 “중동에서는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문화적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여성 가장이 소득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난민 캠프나 폐쇄된 지역사회에서는 상황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들은 가정에서의 의무를 다하고 경제활동까지 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여성이 가장 역할을 하는 가구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미성년 자녀들을 아동 노동과 조혼 위험으로 내모는가 하면 음식 소비도 줄이고 있다. 극심한 한파 속에서 식량과 난방용품 중 하나를 택해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도 점차 나빠진다.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실향민 여성은 “텐트가 낡아 전혀 단열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해에도 실향민 캠프에서 아동 10명이 추위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엘리노어 몬비엇 총괄책임자는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우리에게도 아리아드네의 실이 필요하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는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을 지나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리아드네 공주가 전해 준 실타래 덕분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현대는 정보전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 무차별 폭탄을 쏟아붓던 과거의 전쟁은 드론을 통해 정밀하게 관측하고 정확도 높은 유도무기를 사용하여 표적을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 국가의 군사력은 가지고 있는 무력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질에 달려있다는 게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위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는 게 느껴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세계 각지에서 기상재해가 빈발하면서 식량위기를 먼 미래라기보다 눈앞에 닥친 현실로 인식하는 듯하다. 강의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식량은 안전하냐’고 묻는다. 때로는 대안까지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는 있어도 대안까지 제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현상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대안은 실증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한다. 최근 농수축산물 무역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인 ‘트릿지(Tridge)’가 농업계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국내 농식품 분야 최초의 ‘유니콘’에 등극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낯설게 느껴진 이유는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국내 농업계와 접점이 거의 없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트릿지의 핵심 서비스는 농수축산물이 필요한 구매자에게 세계 여러 농업 현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연결해주는 ‘풀필먼트 솔루션’이다. 세계 각국의 농업과 무역에 대한 폭넓은 정보망과 전문인력이 뒷받침해줘야 가능한 사업모델이다. 트릿지는 수년에 걸쳐 국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