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간호사, 교사로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러시아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난민이 됐습니다. 난민은 어디서든 생길 수 있고, 누구든 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삶도 전쟁으로 인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도도무’의 닐 조지 감독이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서 말했다. ‘도도무’는 폴란드 국경을 넘은 세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이야기다. 지난해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닐 조지 감독이 협업해 제작했다.

이집트 난민 당사자인 무삽 다르위시(왼쪽) 보조감독과 이새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보지원담당관이 영화 '도도무'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닐 조지 감독은 두바이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이집트 난민 당사자인 무삽 다르위시(왼쪽) 보조감독과 이새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공보지원담당관이 영화 ‘도도무’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닐 조지 감독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삶이 무너지던 첫 공습의 순간, 12시간 동안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폴란드 국경을 넘은 피난의 여정 등을 난민 당사자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지난해 10월 폴란드에 방문해 이들을 직접 만났다. 난민이 트라우마를 견디며 그들을 환대해 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도 소개한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타지에서 마주치는 희망’이라는 주제로 오는 23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9일 영화제 개최 기념 상영회에는 난민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학계, 외교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다큐멘터리 상영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닐 조지 감독은 “6년 전 난민에 관한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난민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왜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는지, 돕기 위해 나서지 않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난민을 이해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난민에 대해 자발적으로 알아보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행동을 하도록 독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한 이집트 난민 당사자인 무삽 다르위시 보조감독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전쟁은 해악밖에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난민뿐 아니라 모두에게 평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영화 등 예술작품은 서로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강제 이주민 수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작년에 처음으로 1억명을 넘겼다”며 “(난민 삶을 다룬 영화가) 전쟁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 서로 도우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은 법과 제도뿐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벽에 부딪힌다”며 “한국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난민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이들과의 연대까지 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 한국에서도 난민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도도무’ 외에 ▲난민과 해외 입양인, 귀화자 등 고향을 떠난 이들의 소속감 부재를 다룬 ‘소속’ ▲한국에 사는 난민들의 이야기 ‘기록’ ▲이라크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이들의 희망이 담긴 ‘실향민’ ▲장애를 가진 국내 실향민의 삶을 다룬 ‘호다’ ▲예멘 난민들의 상황을 조명한 ‘안식처’ ▲레바논에 사는 시리아 난민 가족 이야기를 담은 ‘경계에서’ 등 7편의 영화가 공개된다.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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