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당극의 산 역사 ‘마당극패 우금치’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이 장(場), 저 장 만 장 중에 으뜸이라 ‘대전장’.” 지난달 21일 오후, 대전시 중구 중앙로에 위치한 ‘별별마당’ 1층에 들어서자 신나고 경쾌한 우리 가락 소리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였다. 북과 꽹과리 소리에 맞춰 15년 차 배우들이 우렁차면서도 한(恨)이 느껴질 정도로 깊이 있게 소리를 내니 건물 전체가 울렸다. 연습실은 실제 마당극이 펼쳐지는 장터 한복판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연습한 마당극 ‘별을 먹는 장돌뱅이’는 ‘마당극패, 우금치(이하 우금치)’가 만든 창작극으로, 오늘날 대형마트와 대비해 정겨웠던 재래시장을 재연하며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우금치가 풍물 소리와 전통 춤 등에 사회문제를 담아 만든 마당극은 지난 26년 간 100여 편이 넘는다. 대한민국 마당극에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10년 간 산 속 연습, 마당극 쇠퇴 위기 속 발휘된 단합의 힘 우금치가 처음 결성된 건 1990년, 충남대‧배재대 등 대전 지역 대학 내 탈춤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던 학생들 7명이 졸업 후 다시 뭉친 것이다. 창단 멤버인 이주행 우금치 운영위원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마당극은 농민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사회에 대한 불만들을 쏟아내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떠올렸다. “같이 모여 문제를 고민하고, 춤추고 소리 내면서 땀 흘려 연습하다보니 벌써 30년지기가 됐죠.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식구’죠(웃음).”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매번 연습실을 옮겨 다닐 때마다 악기를 두드리고 큰소리를 내는 것이 시끄럽다며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산속에 들어가 기숙사 등 연습촌(村)을 만들어 10여

장애 극복하고 기술력으로 지역 명물 빵 만드는 사회적기업 ‘한터’

“빵 만드는 게 정말 재밌어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지난달 22일, 이른 아침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빵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던 사회적기업 ‘한터’의 베이커리 작업장. 그곳에서 만난 장인미(30‧지적장애 2급)씨는 아침에 만든 크로와상, 단팥빵 등을 빠른 손놀림으로 능숙하게 포장하며 밝게 말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3시간가량 인미씨를 포함해 9명의 중증 장애인들과 두 명의 전문 제빵사가 만든 빵은 무려 20여종. 5년 이상 함께 손발을 맞춰온 덕분에 반죽하고 오븐에 굽는 것부터 포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인미씨 역시 올해 10년차 제빵사. “일을 하면서 동생에게 용돈 주는 재미도 알고, 꿈도 생겼죠. 부모님 해외여행도 보내드릴 거에요(웃음).” 장애인 직원들에게 제과제빵 교육을 하며 함께 일하는 제빵사 박선미씨는 “장애인들이 일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하나씩 천천히 가르쳐주면 충분히 자기의 몫을 다한다”고 말했다.  ◇10년 노하우와 정성 쌓여 재활시설에서 기업으로 탈바꿈 한 ‘한터’ 중증 장애인들이 빵과 참기름 등을 생산하는 ‘한터’는 2000년,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엔 수익보다 장애인들의 직업 적응 훈련과, 취업 상담 등을 돕는 재활시설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후 10년 간 전날 주문된 제품만 우리 밀과 당일 배달된 우유 등 신선한 재료로 생산‧배송하며 제품 신뢰도를 높였다. 장애인들도 한 달 간 손 씻기나 위생복 입기 같은 기초 교육부터 빵 반죽 등 기술적 부분은 물론 심리 치료까지 적응훈련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개별 평가를 통해 실력을 쌓아갔다. 이런 노하우들이 쌓이며 본격 사업을 시작,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장애인의 ‘두 발’이 되어드립니다

헬프카 협동조합 장애인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2007년, 부인을 따라 시작했던 중증장애 활동 보조가 그의 삶을 바꿨다. 2014년,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헬프카 협동조합’을 시작한 이득우(63·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중증장애를 지닌 분들을 보조하면서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휠체어 타는 분들에게는 이동하는 일이 여간 큰 일이 아니더라고요. 전동 휠체어는 일반 자동차에 들어갈 수도 없어요. 그래서 보통 일반 휠체어로 옮겨서 차에 태워서 학교나 사무실로 이동한 다음에 그곳에 비치해 둔 전동휠체어로 다시 옮겨드려야 했고요. 번거로운데다 쉽사리 이동하기 힘들었죠.”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기 위한 여러 대안이 있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장애인 분들 위해서 저상버스가 많이 보급됐지만 당사자들은 거의 쓰지 않아요. 장애인 한 분 타려면 버스가 멈춘 다음에, 리프트가 내려오고 기사가 안전벨트까지 채워드려야 하는데, 다른 승객들이 기다리면서 시선이 집중되는 시간이 불편한 거죠. 노선이나 운영 대수가 많지도 않고요.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도 한계가 많아요. 하루 전날, 오전 8시에 다음날 타고 싶은 시간을 미리 예약 해야 하는데, 급한 경우엔 쓸 수도 없어요. 예약 하기도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고요. 차량 보유 수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몇 분 안에 마감이 되거든요.” 크기가 큰 전동휠체어는 일반 택시나 버스에 실을 수도 없었다. 사고가 난 이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장애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들도 사각지대였다.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예약할 수 없기 때문. 저녁 10시 이후로는

교육 격차 해소? 대학생들이 직접 나섭니다

미담장학회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대학을 일찍 갔어요. 새내기때부터 과외를 많이 해봤는데, 부조리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학비 때문에 과외를 했는데, 저의 돈벌이가 누군가에겐 불평등한 기회를 조장하고 있을 수 있겠구나᠁ 돈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누구나’요.” 21살 한 청년의 ‘오기’는 매년 5000명의 청소년이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카이스트 전자전자공학과에 재학중이던 장능인(27)씨는 2007년, 모교를 중심으로 대학생 자원봉사 그룹을 구성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만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09년에는 카이스트 미담장학회를 설립, 미담봉사단을 발족했다. 다른 멘토링이나 공부방과의 차별점은 바로 학생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사실 대학에서 뭘 가르치는지도 모르고, 입시 면접 때 처음 가보잖아요. ‘상아탑’이라며 멀게만 느껴지는데, 문턱을 낮추는데 의의가 있었어요.” 미담장학회 대학생 멘토들은 주말을 활용해, 대학교 강의실을 대여해 대전 지역 중·고등학생 멘티들에게 수학, 과학, 영어 수업을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미담장학회’. 학생들 스스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2010년에는 대전시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되면서, 조직으로서의 모습이 점차 정비됐다. 무료 교육 봉사와 동시에, 대전 시내 각 학교와 ‘방과후 학교’ 사업을 벌이면서 조직 운영비를 마련하는 전략을 세웠다. 미담장학회의 이사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장능인씨는 “미담장학회는 인력이 필요한 학교에 대학생 명예교사를 파견하고, 인건비의 20%를 미담장학회에 기부하게 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방과 후 학교, 진로 캠프 등 교육 관련 다양한 공익 사업을 펼치던 미담장학회는 2013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까지 받았다. 4년 전만해도 상근 인력 1명으로

‘전기차 택시회사’에서 ‘수제맥주’까지…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이 궁금하신가요?

전체 인구 1600만명, 1인당 GDP 세계 13위. ‘작지만 강한’ 네덜란드의 사회적기업들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아레나’에서 열린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알아보기’ 행사에서 만난 스테판(Stefan Panhuijsen·사진)에게 네덜란드 사회적기업의 현주소를 물었다. 스테판은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협의체 조직인 ‘소셜 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Social Enterprise NL)‘의 정책 및 리서치 담당자다. (하이브아레나는 ‘기술을 통해 사회 내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다.)  -네덜란드의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어떤가. “걸음마 단계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 사회적기업 논의의 ‘블랙홀’이라 불렸다. 사회적기업 관련한 제도나 정책이 전무했다. EU에서 수년간 사회적기업에 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진 것과는 달랐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때 법·제도적 장벽도 높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2년 ‘소셜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Social Enterprise NL)’가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사회적기업에게는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한다. 동시에 정부를 대상으로 법이나 정책 개정을 요구하고, 사회적기업가와 임팩트 투자자를 연결하고, 생태계 전반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한다. 언론 홍보도 한다. 현재 네덜란드 내 300여곳의 사회적기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가입한 사회적기업으로부터 받는 회비나 재단 후원금, 행사 참가비 등으로 운영한다. 정부 지원금은 전혀 받지 않는다.” -‘소셜 엔터프라이즈 네덜란드’가 설립된 지 올해로 4년째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난해 중순, 네덜란드의 사회고용부 산하 사회경제위원회(Social and Economic Council)에서는 지역정부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EU내  ‘블랙홀’이라 불렸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수도 암스테르담을 비롯, 여러 지역정부에서

스코틀랜드 외딴 지역에 사회적 기업이 밀집한 비밀

스코틀랜드의 북부와 섬 지역(Highlands and Islands, 스코틀랜드 북부의 고지대와 3개의 섬지역을 이르는 지명)은 외진 곳에 위치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스코틀랜드 전체 인구의 10%도 채 거주하지 않는 이 지역에, 사회적 기업의 22%가 밀집해있다. 이 이유를 알기 위해 본지는 인버네스지역의 기반을 둔 자문회사 하이세즈(HISEZ·Highlands and Islands Social Enterprise Zone,하이랜드와 섬지역 사회적 기업 존)의 폴리 체프먼(Polly Chapman)과 브라이언 위버(Brian Weaver)씨를 인터뷰했다.  Q. 하이랜드와 섬 지역 생활의 특별한 점이 있는가? A. 이 지역은 인구가 희박해서 경제적,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다. 환경적으로는 척박한 토양의 산과 바다 협만으로 단절된 해안지대로 인해 주택공급, 고용, 여행 등에 제약이 있다. 자원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물론 생산된 전기를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전송하는 어려움은 해결해야한다. 사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마을이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것은 가족과 지역 사회 의존성이 커진다는 것이고, 매우 강한 유대감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지역들이 취약하다. 하지만 그 취약점 때문에 민간 영역과 사회적 영역에서 이익보다 사회적 임팩트를 더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Q. 사회적 기업들이 이 지역에 밀집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가 문제의 자구책을 찾아야만 했다. 만약 마을에 자폐아가 단 한 명 뿐이라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이 극소수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런 필요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 사회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숫자·돈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의 진정성

지난달 22일,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Google.org)’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필자를 포함한 국내 비영리 현장 전문가 5명과 함께였다. 그녀는 구글의 자선활동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구글닷오알지는 교육, 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매년 1억달러(11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지?’ 궁금했는데, 2시간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됐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미팅’이라는 것을. 그녀는 다음 날 있을 구글 임팩트챌린지(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젝트) 결승을 위해 내한했는데, 자신들의 사회공헌을 설명하고, 외부 평판도 물어보며, 국내 상황에 맞는 발전 방향은 없는지 등이 자유롭게 공유됐다. “예전에는 비영리단체의 오버헤드(Overhead·운영비)에 상한선을 뒀는데, 하다보니 단체마다 상황이 다른 걸 알게 되면서 그런 상한선을 없앴다. 2~3년 주기로 선정된 비영리단체를 모니터링해서 성과가 좋은 곳은 재투자를 한다.” 놀란 건, 다음 날 구글 결승전에서였다. 원래 구글은 결승 진출 10개 프로젝트 중 4개 팀에 5억원의 상금과 1년의 멘토링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 대해서도 2억5000만원의 깜짝 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글 사회공헌이 흥행을 거두고 삼성도 100억원 규모의 혁신적 사회공헌 공모 방식을 시도하자, 기업 사회공헌 관계자들 또한 궁금함이 많은 모양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사회공헌 공모 방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한 번쯤은 다 시도한다. 근데 왜 구글이 화제가 됐을까.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잘 봐야 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초기에 1~2년 공모전을 한 후 이 중

새로 태어나는 폐가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

SR센터(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 현장 “무게를 측정하겠습니다. 차량번호 불러주세요. 차량용 저울 위에 커다란 화물트럭이 한 대씩 올라갔다. 트럭에는 분해된 유가물들이 잔뜩 실려 있었다. “다해서 85톤(t)이요.” 무게 측정이 끝나고 유가물 단가(單價)에 따른 계산서를 발행, 정산한 뒤 트럭들은 출발했다. 작업장 안에선 10여명의 사람들이 가전제품 나사를 하나씩 풀어가며 분해 중이었다. 작업장 뒤편엔 분해가 끝난 폐가전들이 큰 자루 안에 종류별로 담겨있었다. 바로 옆 작업장에서는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났다. “전자제품을 분해할때 쓰이는 에어스크류 드라이버 소리” 라고 했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의 현장 모습이다. ◇ 폐전자제품의 재활용···가장 먼저 거치는 곳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제품 생산·소비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늘자 가전제품 폐기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폐가전제품의 구체적인 처리 방법이 대한 제도적 기반이 전무했다. 많은 이들이 기존 제품들을 근처 고물상에 팔거나 아무 곳에나 버리곤 했다. 고물상은 이렇게 버려진 전자제품을 임의로 분해, 유가(有價)금속들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폐가전제품에는 납, 수은 등 각종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처리 과정이 없으면 중금속 중독이나 심각한 환경오염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인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폐전자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관련 인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폐전자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폐전기전자제품을 환경적으로 처리하고, 금속자원을 국내에서 회수하기 위해 SR센터(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9년 7월에 조례를 개정, 소형폐가전 배출수수료를 전면 폐지한 서울시는 소형폐가전들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12월 서울 성동구에 총 연면적 2,257㎡규모의 SR센터(Seoul Resource

이색 3色 직업세계 탐방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그들이 사는 세상’ 11,440개. 우리나라에 있는 직업의 숫자다(2014년 말 기준, 한국직업사전). 13~29세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순위는 국가기관이며, 그 뒤를 공기업과 대기업이 잇는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이 직업 상실의 시대를 만들었다. 대다수가 ‘헬조선’을 외치는 지금, 오히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직업을 택한 청년들, ‘그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를 담아봤다. ◇ 예술 생태계 개선을 지원하는 외식·문화기업, ‘키노빈스(KINOBEANS)’ 커피(Coffee), 음식(Food), 그리고 문화(Culture).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세 가지의 연결고리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서강대학교 아루페관에는 ‘누구나 마음껏 마시고 먹고 노는’ 세상을 꿈꾸는 세 남자가 있다. 이근욱 대표(33), 이병현 커뮤니케이션 총괄(30), 그리고 백경렬 테크니컬 엔지니어(42)다. 예술 생태계 개선을 지원하는 특별한 기업 ‘키노빈스’는 이들의 손으로 굴러간다. ‘키노빈스’는 독일어로 ‘영화’를 뜻하는 키노(kino)와 커피콩을 의미하는 빈스(beans)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다. 커피로 얻은 수익의 10%를 영화 생태계 개선에 사용하는 수익 모델이 키노빈스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세 사람의 꿈이 같았던 건 아니다. 이근욱 대표는 한때 배우를 꿈꿨고, 백경렬 엔지니어는 음반 회사부터 공사현장, 영화 음향까지 거치지 않은 일이 없다. 이병현 총괄은 유명 광고 회사에 합격한 상태였음에도, 하루 동안 고민을 마치고 키노빈스에 합류했다.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먹고 마시는 것이 준비돼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키노빈스의 커피는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자매의 드라마 <센스8>의 한국 촬영분에 케이터링 업체로 지정되며 할리우드에서도 훌륭한 맛을 인정받았다.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163억 매출, 비결은 정직과 기다림”

계육가공업체 에이스푸드 윤준현 대표 인터뷰 “직원의 9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1년 5개월 정도 아이템을 연구했어요. 먹거리가 미래 산업으로 주목 받던 때라 마늘, 양파, 돼지, 닭 등 웬만한 사업장은 다 다녀봤죠. 상품의 무게, 지속가능성, 시장수요 유통구조 등 다이어그램을 그려놓고 하나씩 지워나갔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게 닭이더라고요. 팔에 힘이 약한 장애인이 다루기에 크기나 무게도 적당하고, 사시사철 먹는 음식에다 보존 기간이 짧아 수요도 유지되고…. 그래서 만든 게 이 회사(에이스푸드)입니다.”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에이스푸드는 2006년 설립된 닭고기 가공업체다. 200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회사를 세운 윤준현(53) 대표는 설립 당시 장애인 고용률 90%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창업 10년이 지난 현재, 52명의 직원 가운데 35명이 장애인으로 채워졌다.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70%에 달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매출은 163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평균 매출액인 12억300만원(사회적기업진흥원, 2014)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설립 이래로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거래 업체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고 기존 업체의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어요. 거래처에 신뢰를 주니 우리 쪽으로 거래를 늘려 준거죠. 그러니 거래처를 공격적으로 늘리지 않아도 매출 상승이 가능했어요. 신뢰가 없었으면 진작 망했겠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일반 기업보다 배는 힘든 일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장애인이 만든 식품은 위생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거래가 중단된 적도 있다.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윤 대표는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썼다. 영업 초기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HACCP 인증을 취득해 거래처에 제품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마음으로”…사회적기업 지드림 김희경 대표

지통제조업체 ‘지드림(G-DREAM)’ 김희경 대표 인터뷰 “혹시 제가 죽더라도 우리 아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의 마음이죠.” 2011년 남양주에 세워진 사회적기업 지드림(G-DREAM). 창업자인 김희경(59) 대표는 10년 넘게 운영하던 보청기 판매업체를 정리하고, 난생처음 지통(紙筒∙원통 모양의 종이상자)공장을 인수해 사회적기업을 세웠다. 10명의 직원 중 2명은 중증 발달장애인, 6명은 55세 이상의 고령자로 구성됐다. 주요상품은 건강식품과 화장품을 담는 종이상자로 근로자의 80%이상이 취약계층이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표가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큰아들 정우(가명∙36)씨 때문이다. 1급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정우씨는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 엄마의 손길을 요구했다. 정우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가정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정우씨가 학교에 있었을 시간까지 포함해, 김 대표는 하루 24시간을 꼼짝없이 큰아들에게 쏟아야만 했다. 사회성을 기를만한 창구가 완전히 막혀버린 정우씨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갔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됐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정우가 하루종일 집에 있게 되면서 제 모든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렸죠.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것은 엄청난 체력과 인내가 필요해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들이 ‘버겁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부모인 저도 돌볼 수 없는 아이를, 둘째에게 맡길 수는 없잖아요. 제가 책임지지 못하면 결국 거주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건

태국, 사회적 기업들이 꽃 피우다

태국에서 사회적 기업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불평등이 늘어가면서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와 경제 성장을 위한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늘고 있다. 태국에서 현대 사회적 기업의 움직임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콕에 위치한 레스토랑 양배추와 콘돔(Cabbages and Condoms)사가 수익금을 성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데 사용했었다. 또 다른 개척자는 도이텅(DoiTung)으로, 1989년 ‘메파렁파운데이션 언더 로얄 페트로네지(Mae Fah Luang Foundation Under Royal Patronage)’에 의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로 태국 북부지역 도이텅(Doi Tung) 지역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성장했다. 그 기간에 황금의 삼각지대(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역)에 속해 있는 이 지역은 극심한 빈곤, 아편 재배와 중독, 무기 밀매매와 인신매매 등으로 황폐화 됐었다. 사회적 기업은 최상품의 커피, 직물, 수공예품, 가구, 여행 상품 등을 개발하며 고용과 임금을 증대시켰고 지역 경제의 재건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IKEA에 납품 계약까지 이뤄냈다. 사회적 기업의 국제적인 성장의 힘입어 태국 정부는 2010년, 국가 부문 기관인 태국 사회적 기업 사무소 TSEO(The Thai Social Enterprise Office)의 설립을 후원했다. 그 이래로 사회적기업촉진법률을 제정해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기업에 세금 경감과 사회적 투자에 감세 혜택을 주고 있다. 태국은 체인지 퓨전(Change Fusion), 아쇼카 태국, NISE Corp(NISE Corporation)과 같은 사회적 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량 강화기관(Capacity Builder)의 본거지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투자, 후원하는 것의 관심을 늘리고 있다. 주요한 요인은 태국 증권거래소 덕분인데, 사회공헌 방법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