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부
불확실성의 시대, 기부는 ‘사명’으로 답했다

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2> 불경기 속 혼합기부 증가…사명 뚜렷한 단체에 기부 몰린다 팬데믹과 경기 침체, 정부의 예산 삭감이 겹치며 미국 비영리단체들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후원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규모나 오래된 전통보다,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분명히 지키는 단체를 찾아 기부했다. 미국 비영리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가 2021~2023년 개인·재단·기업의 기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 100대 순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매체는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사명에 충실하고, 후원자에게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설득하는 황금률이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 “사명에 충실한 단체가 살아남는다” 기빙USA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개인 기부는 23% 늘었지만, 상위 기관들의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상위 100곳 중 절반 이하인 46곳만이 23%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18곳은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조직의 연혁이 아니라, 사명의 일관성이 생존을 좌우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랜드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29위)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낙태 관련 법이 강화되고 공공의료보험 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정치적 압박이 이어졌지만, “여성의 생식권과 건강권은 타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유지했다. 정부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음에도 같은 시기 개인 후원은 오히려 급증했다. 레오라 한서 모금 최고책임자는 “이런 시기에 침묵은 통하지 않는다”며 “사명을 회피하는 단체는 결국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병원(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2위)도 마찬가지다. ‘모든 아동에게 무상치료를 제공한다’는 단일 사명 아래, 치료 과정과 가족 이야기를

“삶의 신념을 다음 세대에”… 기아대책, ‘빛나는 유산’ 전시 연다

유산기부자 모임 창립 10주년 맞아 2~20일 흰물결갤러리서 전시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유산기부의 날(9월 13일)’을 앞두고 특별한 전시회를 연다. 오는 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초구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빛나는 유산,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기아대책 유산 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클럽’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슬로건은 “유산은 삶의 방향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선택입니다”로, 후원자들이 남기고자 한 신념과 나눔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취지다. 헤리티지클럽은 5000만 원 이상의 유산을 기아대책에 후원했거나 약정한 유산 기부자 모임이다. 2015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65명이 부동산·현금·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했다. 지난해 6일간 900여 명을 불러 모은 첫 전시에 이어, 올해는 기간을 18일로 늘렸다. 전시는 ▲빛나는 추억(가족) ▲빛나는 믿음(신념) ▲빛나는 성취(커리어) ▲빛나는 희망(기부)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후원자들이 편지·유품·사진 등을 통해 전하고 싶은 삶의 철학을 공유한다. 전시장에는 헤리티지클럽 1호 회원 설순희 후원자의 표구 작품, 올해 별세한 고(故) 서혜경 기대봉사단원의 작품, 아들을 위해 간직한 김신자 후원자의 배냇저고리, 기아대책 잠비아 사업 현장에서 가져온 성경책 등이 공개된다. 성우 배한성·서혜정 씨가 재능기부로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도 도입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은 “유산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과 신념이 다음 세대에 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나눔은 곧 삶의 철학이자 사랑의 실천’임을 더 많은 분이 공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영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기부 가로막는 제도, 사회문제 푸는 제도로 바꾸려면 [공익법인 NEXT]

[이슈&해법] 고액·유산 기부 막는 세제 장벽 기부금 공제 선택권·세액 거래 제도 등 실효적 개편 필요 기부 의지는 있지만 제도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액·유산기부와 관련해선 세제 개편 없이는 활성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3년 소득 수준별 기부율을 보면 월 소득 6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기부 참여율은 34.4%로 비교적 높았다. 하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2.6%p 감소했다. 중위 소득층(200만~600만 원) 기부율이 같은 기간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부 여력은 있지만 참여율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은 세제 설계의 한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지난 8일 사단법인 온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공동주최한한 ‘제2회 율촌-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초고액 기부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부자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중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기부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공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특히 한국에서 근로소득자는 세액공제만 가능하지만, 사업소득자는 기부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부금에 대해 선택형 공제를 허용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 추가 공제율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유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유산기부도 막는 ‘세금 리스크’ 기부세제 문제는 생애 마지막 기부인 유산기부로까지 이어진다. 관련 세법이 미비하거나, 기존 상속제도와 충돌해 실제 기부가 무산되거나 위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故) 황필상 박사의 사례다. 황 박사는 2002년 아주대학교에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난 2일 서울 명동 모리함 전시관에서 헤리티지클럽 10주년 전시회 오프닝 행사를 진행
기아대책 유산기부자 모임 ‘헤리티지클럽’ 10주년…기념 전시회 종로서 열려

4월 1~7일 ‘빛나는 유산, 삶의 이야기’ 전시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유산기부자 모임 ‘헤리티지클럽’ 창립 10주년을 맞아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는 4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중구 ‘모리함 전시관’에서 진행된다. 헤리티지클럽은 약 5000만원 이상의 유산을 기아대책에 기부했거나 약정한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201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60명의 후원자가 부동산, 현금, 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유산기부를 약정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빛나는 유산, 삶의 이야기’. 기아대책 측은 “후원자들이 남기고자 한 삶의 메시지를 나누고, 나눔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 구성은 ▲빛나는 추억(가족) ▲빛나는 믿음(신념) ▲빛나는 성취(커리어) ▲빛나는 희망(기부) 등 네 가지다. 전시장에는 후원자들이 남긴 일기장, 가족사진, 후원 아동과의 교류 기록 등 개인 소장품이 전시된다. 2일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는 특별 약정식과 함께 성우 배한성 씨의 명예 홍보대사 위촉식이 진행됐다. 배 씨는 “참 아름다운 습관인 나눔을 널리 알리고, 유산기부 문화 확산에 기쁘게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 지형은 이사장, 손봉호 명예 이사장, 2호 회원 주선용 후원자, 웰다잉문화운동 원혜영 대표 등이 참석해 축사와 커팅식을 함께했다. 최창남 회장은 “유산기부는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나눔의 시작”이라며 “이번 전시가 성숙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한 헤리티지클럽 후원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아대책은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활동도 이어갈 방침이다. 요양병원과 시니어타운을 대상으로 한 홍보,

(왼쪽부터)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과 사랑의열매 김병준 회장이 9일 중구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여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랑의열매-신한금융그룹, 유산기부 활성화 업무협약 체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김병준)와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9일 서울시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박의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그룹 그룹장과 김병준 사랑의열매 회장, 황인식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신탁을 통해 기부문화 정착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상속·증여 등의 니즈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 지난 4월부터 신탁라운지를 열고 유언대용신탁과 기부신탁 등 맞춤형 상담 및 종합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두 기관은 협약을 통해 유산기부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고, 유산기부 신탁이 복지 실현과 공공이익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신한금융은 고객 자산의 안전한 관리와 함께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사랑의열매 김병준 회장은 “오늘의 협약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들이 유산기부에 관심을 가지고 신탁이라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통해 보다 쉽게 유산기부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랑의열매도 개인의 뜻깊은 유산기부가 우리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환경과 생태계 DGI 2024’ 세미나에서 루스 샤피로 캡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한국은 아시아에서 공익활동 하기 좋은 나라일까?”

비영리 섹터의 환경과 생태계 DGI 2024 한국은 공익활동을 하기 좋은 나라일까? 비영리 조직이 일하기 좋은 환경 정도를 분석하는 지수인 ‘Doing Good Index(이하 DGI) 2024’의 결과가 발표됐다. 6월 28일 서울 용산구 아메리칸디플로머시하우스에서 ‘환경과 생태계 DGI 2024’ 세미나가 열렸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공익활동평가지수인 DGI의 2024년도 결과를 공유하고, 한국의 공익활동 환경의 발전 방향을 함께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비영리 조직 및 학계 관계자 70여 명이 함께하고, 영어-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DGI는 아시아 국가들이 얼마나 공익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인지 조사하고 비교하는 연구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소사이이어티 센터(Center for Asian Philanthropy and Society, 이하 캡스)가 격년으로 진행하며, 정부 규제, 세금 및 재정 정책, 정부 조달, 공익 생태계 총 4개 분야를 살펴본다. 이번 조사는 17개국의 2183개 사회공익단체(Social Delivery Organization·이하 SD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분석했다. DGI는 아시아의 많은 NGO가 실제로는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하여, NGO 대신 사회공익단체(SDO)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DGI는 각 국가가 공익활동을 수행하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평가하여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두 번째 그룹인 ‘Doing Better’에 속했다. 루스 샤피로 캡스 대표는 DGI의 목적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캡스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2030년까지 SDGs(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중 단 하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샤피로 대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많은 자선활동과 기업의 사회공헌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2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가온 대회의실에서 열린 ‘건강한 상속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왼쪽 세번째부터) 허탁 한국모금가협회 이사장,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소순무 한국후견협회장이 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가온
모금가·법률가·언론인 모여 건강한 상속문화 만든다

‘원스톱 굿레거시’ 사업 업무 협약 건강한 상속문화 확산을 위한 ‘원스톱 굿레거시(One-stop Good Legacy)’ 사업이 시작된다. 원스톱 굿레거시는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률·세무·금융 상담부터 유산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후견 관련 업무 지원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는 통합 상속 솔루션이다. 한국모금가협회, 법무법인 가온,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한국후견협회는 지난 20일 원스톱 굿레거시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상속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가족의 불화와 분쟁을 줄이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상속문화를 정착시키기는 일에 4개 기관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가족 구성원들이 재산 상속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이른바 ‘좋은 물림’을 이뤄내기 위해 시작됐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생전에 죽음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문화 탓에 부모나 자녀가 유산에 대해 편안하게 말하지 못한다”며 “상속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유산기부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상속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관계’의 문제”라며 “올바른 상속 문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유산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사회로 흘러가게 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약을 맺은 4개 기관은 각각 역할을 나눠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모금가협회는 분쟁없는 상속과 유산기부를 위한 상담과 교육 등을 지원한다. 법무법인 가온은 상속과 유산기부 관련된 법률과 세금 관련 상담을 맡는다. 더나은미래는 상속문화 정착와 유산기부 확산을 위한 미디어 캠페인을 담당한다. 한국후원협회는 피상속인과 상속인을 위한 후견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좋은 의도로 유산기부를 결심해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유산기부 후원자 모임 ‘그린레거시클럽’에 이름을 올린 권유진(왼쪽)씨와 김지혜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보험금부터 조의금까지… 이웃 위해 남깁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창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웠을 때 급식비를 지원받았고, 사회에서 도움받은 게 많았거든요. 마음의 빚 같은 게 있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직장이 생기면 이번에는 내가 다른 아이들을 도와야 할 차례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지혜(29)씨는 올 초 종신보험금 5000만원의 수익자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으로 변경했다. 그렇게 재단의 유산기부 후원자 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Green Legacy Club)’의 46호 기부자가 됐다. 김씨 이후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가 잇따르면서 그린레거시클럽은 출범 3년 만에 후원자가 55명으로 늘었다. 김씨는 유산기부를 결심하고 일곱 살 터울 남동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보험금을 기부하려다 보니까 부모님보다는 동생에게 먼저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속 깊은 친구라 덤덤하게 기부 의지를 그대로 존중해줬다”고 말했다. 기부 사실을 가족 외에는 알리지 않았다. 주변에 권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월급을 모아 여행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삶의 만족을 찾잖아요. 저는 기부를 통해 즐거움을 느껴요. 강요할 수도 권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들의 유산기부가 늘고 있다. 그간 자산가들이 고액 현금이나 부동산을 내놓는 방식에서 직장인들이 보유 주식이나 종신보험 수익금, 조의금 등을 기부하는 것으로 형태도 다양해졌다. 소방관인 권유진(34)씨는 지난해 8월 유산기부로 주식 계좌를 통해 1억원의 후원금을 약정했다. 그린레거시클럽 36호 후원자다. 권씨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며 “혹시라도 어떤 사고를 당하면 유산의 일부나마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년 시절

기부 의지, 사후에도 유지되려면?

[유산기부 Q&A] 유산기부가 또 하나의 기부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자선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모금단체들은 유산기부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법무법인과 시중은행은 법적 절차나 회계상 문제를 돕기 위한 자문에 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산기부에도 가족 구성 형태나 나이, 건강상태, 재산 규모 등 기부자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기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유산기부에 대한 궁금증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질의응답 형태로 풀었다. Q. 유산기부는 전 재산을 기부해야 하나? A. 전혀 아니다. 유산기부는 사후 남을 재산의 일부나 전부를 정해 계획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재산을 기부 서약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가족에게 일부 재산을 남기고 나머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사례가 많다. 보험상품의 수익자를 자선단체로 지정하는 유산기부에서도 보험금 수익자를 2인 이상으로 지정해 전액이 아닌 일부를 기부할 수 있다. Q. 보유 자산이라면 어떤 것도 기부할 수 있나? A. 기부 대상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미술품, 귀금속 등 어느 것도 기부할 수 있다. 다만 농지(農地)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만 소유할 수 있다’는 농지법 제6조에 따라 자선단체에서 기부받을 수 없다. 주식의 경우에는 5% 이내의 주식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Q.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기부하고 싶은데 사망할 때까지 지낼 수 있나? A. 드문 경우지만 공익재단에서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고 기부자에게 임차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다만 현행법상 기부 후에 기부자가 단체로부터 일정한 수익을 받는

부자나 고령자만 유산기부? 2030세대 동참 늘었다

[확산하는 유산기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그린레거시클럽 운영현재 55명 기부 약속 전 재산 기부는 ‘오해’부동산·주식·미술품 등다양한 자산 기부 가능 아버지는 몰랐다. 딸이 마흔셋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지, 또 유산을 사회에 환원할 마음을 먹었는지도. 지난 2019년 9월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던 강준원씨에게 수원시 공무원과 비영리단체 관계자가 찾아왔다. 외동딸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과 함께 고인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딸 강성윤씨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재산은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라는 14자의 유언이 남겨져 있었다. 유일한 가족이자 상속자인 아버지는 “모든 건 내 뜻이 아니고 내 딸이 그렇게 하기로 했으면 하는 거다”라며 동의했다. 유산 기부로 내놓은 사망보험금과 증권, 예금 일부는 총 4억4000만원이었다. 그의 유산은 지역아동센터 6곳과 그룹홈 1곳의 시설환경개선, 지역 아동들의 의료비와 보육비로 쓰였다. 아버지는 딸의 기부금에 대한 결과 보고를 받고 자신도 유산 9000여 만원을 기부했다. 이듬해 아버지는 딸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그렇게 부녀(父女)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유산기부자 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유산 기부 진입 문턱을 낮추고 국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그린레거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산 기부를 약속한 기부자는 55명. 올해만 13명이 가입했다. 부자 혹은 고령자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유산 기부가 최근 확장되고 있다. 마땅한 자산을 형성하지 못한 2030세대도 보험 수익자를 자선단체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동참하는 추세다. 특히 상속 재산의 일부만 사후 기부하도록 약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선단체에 유산 기부 절차 문의도 늘고 있다. 유산 기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2030세대는 보험 기부 많아 유산 기부

기부 선진국 영국, 유산기부 모금만 年 5조 규모라는데…

‘레거시10 캠페인’ 통해 문화 정착유산 10% 기부, 상속세 10% 감면 기부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선 유산 기부가 대표적인 기부 유형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국내 사정과 달리 매년 기부 현황을 집계하고 향후 모금 규모까지 예측한다. 유산 기부 전문 연구단체 ‘레거시 포어사이트(Legacy Foresight)’에 따르면, 영국의 유산 기부 규모는 1990년 기준 8억 파운드(약 1조2800억원)에서 2020년 30억 파운드(약 4조8200억원)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평균 성장률은 4.5% 수준이다. 유산 기부 건수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7만5000건에서 약 50% 증가한 11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유산 기부 규모는 지난 30년간 두 배 정도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향후 10년 전망은 더 밝다. 레거시 포어사이트는 베이비붐 세대의 기부 동향과 자산 가격 변화 등을 분석해 2030년 한 해 동안 영국 자선단체에서 총 14만6000건의 유산 기부 서약을 통해 50억 파운드(약 8조400억원)를 모금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영국에서 유산 기부로 모금 활동을 벌이는 자선단체는 1만 곳이 넘는다. 영국 자선단체협의회인 ‘리멤버 채리티(Remember a Charity)’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유산 기부가 전체 모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로 집계됐다. 자선단체 대표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약 65%가 유산 기부를 단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자선단체의 30%는 한 해 재정의 약 30%를 유산 기부로 마련했다고 응답했고, 재정의 절반 이상을 유산 기부로 마련한 단체도 11%로 조사됐다. 비영리

지난 21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가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 대회의실에서 '유산기부 법률자문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황영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김앤장, ‘유산기부 문화 확산’ 업무협약 체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국내 유산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와 ‘유산기부 법률자문’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협약식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에서 진행됐다. 이번 협약은 2019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가 체결한 유산기부에 대한 법률 자문 업무협약의 연장으로 이뤄졌다. 2019년 업무협약 체결 이후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유산기부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자문을 비롯해 적법한 후원금 처리를 위한 다양한 법률상담을 무상으로 재단에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연고 후원자의 후원금 처리 등으로 법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업무협약은 2024년 10월 20일까지 2년 동안 유효하다. 재단과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이 기간 동안 점차 다양해지는 유산기부 후원자의 뜻이 법적 절차에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재단의 유산기부 절차를 정교화하고, 국내 유산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목영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숭고한 유산기부 의지를 어린이를 위한 희망찬 미래로 이어가는 일에 함께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앞으로도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경험, 재능을 십분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유산기부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의 한 가지 방법”이라며 “우리 사회에 나눔문화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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