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파트너십

소셜벤처들 간의 협업 활발 미션 공유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성공비결 “이전에는 다른 기업과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해양 쓰레기로 장신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1인 기업 ‘바다보석’ 우경선(48)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바다보석은 폐현수막을 이용해 패션 소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시글래스(파도에 마모돼 조약돌처럼 변한 유리쓰레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현재까지 약 8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색다른 재생 자원을 찾던 터치포굿에 바다보석은 안성맞춤인 파트너였다. 이뿐 아니다. 우경선 대표는 “터치포굿에 조언을 얻어, 최근 대규모로 납품할 수 있는 시글래스 상패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영리 기업이 사업적 성과 달성을 위해 맺었던 MOU와는 소통 방식부터 다르다” 말한다. 이들 사이에는 갑(甲)·을(乙)로 정의되는 상하 관계 대신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 아래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브링유어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그림으로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마리몬드’는 지난해 8월 컬래버레이션 텀블러를 첫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텀블러 400개는 한 달 만에 모두 판매됐다. 김영준(33) 브링유어컵 대표는 이들의 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서로의 미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꼽았다. “마리몬드는 할머님들의 디자인이 최대한 원형 그대로 반영되길 바랐어요. 인쇄지를 제품에 끼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지만 ‘컵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사람들의 텀블러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브링유어컵의 미션에는 맞지 않았죠. 하지만 서로의 미션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 2000여명, 업사이클링 아트로 ‘환경 예술가’ 되다

사회적기업 위누 ‘아트업 페스티벌’ 예술가·시민 함께하는 사회참여예술 폐플라스틱으로 예술 작품 제작 알록달록한 색깔의 페트병 꽃나무, 버려진 우산살과 천으로 만든 나비와 플라스틱 사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뒤편에 펼쳐진 ‘별천지’를 본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연히 가족 봄 소풍을 나왔다가 페트병으로 만든 정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숲 같기도 하고요. 이번 주말에 집에서 딸아이랑 같이 페트병 꽃이라도 만들어보려고요.”(김은형·39) 사회적 메시지가, 사람들의 참여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DDP에서 열린 제4회 ‘아트업 페스티벌’은 사회참여예술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증명했다. 사회적기업 ‘위누’ 주최로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30시간 동안 100여명의 예술가가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드는 축제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첫해 부서진 장난감, 이듬해 폐가전제품과 버려진 천에 이어 올해는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선정했다.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성동 도시관리공단과 RM화성이 페트병 1만 개를, 삼성카드가 폐카드 2만장을 제공했다. ◇예술가, 작업실 밖에서 사회적 역할에 눈뜨다 축제 내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관객을 이끌었던 비영리단체 ‘친구네옥상’은 아트업 페스티벌을 통해 난생처음 자신들의 작품에 폐자원을 활용했다. 한관희(37) 대표가 기획한 업사이클링 퍼레이드 ‘황금영혼’은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뒤 깨어난 영혼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찾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거리극이다. 배우들이 쓰는 인형탈을 청소기, 헤어 드라이기, 믹서, 카세트플레이어 등 박살 난 폐가전 제품으로 단 나흘 만에 만들었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저희에게 작품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 생각하게 했어요. 황금영혼이 인간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적기업가들에게 매년 똑같은 7시간 교육 너무 실효성 없는 것 아닌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지 5년도 넘었다. 사업개발비를 지원받기 위해 들어야 하는 온라인 교육에선 아직도 ‘사회적기업이 뭔지, 어떤 유형이 있는지, 어떻게 인증을 받고, 어떤 지원제도가 있는지’를 얘기한다. 게다가 3년째 계속 같은 내용이다. 통계자료도 2012년에 멈춰있다. 매년 사회적기업가들이 똑같은 교육을 7시간 이상 들어야 하는 건 너무 실효성 없는 것 아닌가.” 한 사회적기업가의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2년 전부터 사업개발비를 지원받는 사회적기업에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을 의무화했다. 사회적기업의 부정 수급을 막고, 사회적기업가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교육을 듣는 ‘이러닝 과정’도 만들었다. 문제는 교육 내용.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되도록, 사회적기업의 원론에 대한 똑같은 내용을 교육받아야 한다. 사회적기업가 A씨는 “강의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식이지 그걸 듣고 앉아 있는 사회적기업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간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주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 분야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사회적기업가들도 인사노무, 회계경영 등 다양한 교육을 듣고 싶은 니즈(needs)는 충분히 있다”며 “민간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제휴를 통해, 프로그램 단위로 지정해서 수강을 장려하도록 한다면 훨씬 더 실효성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이러닝 교육 관련해선 심화, 전문과정이 개발 중에 있어 4월 말이나 5월쯤 올라갈 예정”이라면서 “상공회의소 등 민간이 다양한 경영 관련 교육들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적극 고민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사회적 경제가 낯설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공감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극심한 불균형… “어떻게 바로잡나” 민·관 대담 지난 3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이 2014년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기업 공공구매 실적을 발표했다. 정인수 서울시 사경센터 공공구매영업지원단 연구위원은 “서울시 구매에서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나 됐는데, 사회적기업 10곳 중 8곳이 서비스·용역 업체였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다.’더나은미래’는 ‘미스매치’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번 대담에는 송기호 서울시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장,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정진우 서울시 경제진흥실 사회적경제과장(이상 ‘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편집자 주 사회=’미스매치’ 얘기부터 해보자. 물품을 구매하는 관(官)의 사정이 궁금한데. 정진우 과장(이하 정)=지난해 서울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은 인쇄물이었다. 복사지, 화장지 등 일상용품은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등 행정 부담이 적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은 얘기가 달라진다. 웬만한 계약이 2000만원을 넘어 입찰을 거쳐야 한다.입찰을 하려면 평가방식이나 가점 등을 고려해 입찰 설계를 해야 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행정담당자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고려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철종 대표(이하 이)=일선 구매업무 담당관들은 아직 사회적경제가 낯설고 왜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감대가 공공기관 내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있지 못하다. 송기호 단장(이하 송)=공공구매 담당자는 늘 선례를 원한다. 첫 사례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공공에서 이전부터 장애인 시설 생산품이나 자활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했던 전력이 있다 보니 사회적경제의 물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신뢰와 이해도가 있는 상태인데, 서비스의 경우는 아직 탐색기다. 이 과정을 넘어서면 서비스 구매도

대기업 제치고 공공 조달 시장 뚫은 사회적 기업 3곳… 비결은?

강동도시농부, 수산 축산 등 10여개 업체와 협력 구립 어린이집에 식자재 납품 3년째 한누리, 미화원 1명 퇴직 빈자리 어르신 2.5명 고용효과 10여명으로 시작 3년 새 60명으로 도우누리, 280명 고용한 돌봄 서비스 전문기업 3억여원 적자시설 맡아 2년 만에 흑자 전환 “처음 서류 꾸미고, 제안서 만들 땐 며칠 밤을 새웠죠. 구청에 가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느냐’며 몇 번씩 확인하기도 했고요. 농민들이 농사짓는 것 외에 뭘 알았겠어요(웃음).” 명승욱 강동도시농부 본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이젠 형식보다 품질을 더 신경 쓰려고 노력합니다.” 강동도시농부는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11월,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일대 농지에서 오이, 토마토, 고수(향채의 일종) 등을 키우던 농부 4명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어렵게 재배해도 대접받지 못하는 유기농산물 시장을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상황은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강동구 둔촌동에서 ‘로컬푸드’ 매장을 시작했지만 판매는 시원치 않았고, 가정으로 직접 배달하는 ‘꾸러미’ 사업도 부진하기만 했다. ◇강동도시농부, 구립 어린이집에 급식 식자재 납품 2012년 초,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접한 ‘강동구어린이집 급식 재료 공동구매 납품업체 선정사업’이 한줄기 희망이 됐다. 지역 내 80개 구립·서울형 어린이집에 급식 식재료를 납품할 업체 5곳을 선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입찰 한 달 전에 공고가 났어요. 냉장 차량이나 창고 등 시설은 물론 소독필증,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보험 관련 서류 등 빠짐없이 갖추려고 노력했죠.” 문제는 식자재 구성이었다. 명승욱 본부장은 “몇천명이 먹는 학교 급식은 채소·곡류·육류 등을 품목별로 납품할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사회적기업이 모르는 공공조달 시장의 7가지 비밀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비중 0.7%에 그쳐… 1점으로 당락가르는 가산점 잘 활용해야 지난 1월, 이주 여성과 취약 계층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가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시 여성플라자의 식당·연수실·웨딩 시설 위탁 운영권을 따냈다. 작년까지 대형 유통기업인 홈플러스㈜가 운영했던 시설이다. 올해 역시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했으나, 사회적기업이 이들을 제치고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사업 금액만 연 2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3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공공시장에 대해 아는 만큼, 꾸준히 준비하는 만큼 기회가 생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기업과 거래한 공공구매 비중은 0.7%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더나은미래’가 서울시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이 모르는 공공조달 시장의 7가지 비밀’을 파헤쳐 봤다. 편집자 주   1. 공공시장으로 들어가는 출입증 ‘직접생산확인증명’을 아시나요? “‘직접생산확인증명서’ 있는 회사 손들어보세요.” 지난달 27일 서울 은평구의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공공조달 시장수요 설명회’. 이 자리에 참석한 60여명의 사회적기업가 중 발표자의 질문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대여섯 정도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조달 시장은 공공이 요구하는 행정 절차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직접생산확인증명처럼 가장 기초적인 단계조차 모르는 사회적기업이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직접생산확인증명은 중소기업들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생산한다는 걸 확인해주는 절차로, 이 증명 없이는 우리나라의 공공시장 조달 체계인 ‘나라장터'(www.g2b.go.kr)에 등록할 수 없다. 직접생산확인증명서는 ‘공공구매종합정보망'(www.smpp.go.kr)에서 발급받으며 약 2주가 소요된다. 사업자등록증, 생산 정보 서류, 보유 면허증 등 서류 검사와 현장 실사가 병행되니,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2. ‘무조건

SK그룹, 사회적기업 가치 평가해 인센티브 제공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들의 가치와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SK그룹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나섰다. 지난 1일, SK그룹은 서울 종로에 있는 사회적기업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정부·사회적기업 관계자·SK그룹 경영진 등과 함께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 출범식을 열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란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비례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을 정리하며 옥중에서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래 설립된 국내 사회적기업 숫자는 3000여곳. 그러나 정부의 인건비·세제감면 혜택 등이 끊긴 이후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이 많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데다가, 충분한 수익을 내기엔 여건상 어려움이 많기 때문. 이에 SK그룹은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가치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사회적기업의 양적·질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취지에 공감한 35개 사회적기업이 1년간 인센티브 시뮬레이션에 동참키로 했다. 이들은 평가를 토대로 내년 4월 그에 따른 재무적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SK그룹은 참여 기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온라인 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성도 높일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사회성과 인센티브 시스템이 정착되면 사회적기업들이 생존 경쟁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집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창근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은 “기업의 성과와 발전은 미래를 짊어진 유능한 리더들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통해 사회적기업의 혁신과 변화가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현장으로 달려간 청년들, 소외계층 위한 기술 개발 나섰다

이큐브랩, ⅛로 압축하는 쓰레기통 출시…루미르, ‘촛불램프’로 필리핀 환경 바꿔 샤디아, 현지인 셀프 촬영하는 앱 제작 “신촌이나 홍대, 이태원 같은 곳에 한밤중에 가보세요. 항상 쓰레기통이 넘쳐나죠. 처음엔 그저 ‘누군가 꾹꾹 밟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권순범(27) 이큐브랩 대표의 말이다. 2011년 설립된 이큐브랩은 “우리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해결해보자”며 뭉친 소셜벤처 기업이다. 첫 작품은 태양열을 이용한 쓰레기통 ‘클린큐브’. 사회적기업 컨설팅 동아리에서 만난 이들 4명이 뭉쳐 6개월간 공을 들였다. 태양광 배터리와 모터를 활용, 500㎏의 힘으로 쓰레기를 위에서 눌러 압축해줘 최대 8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권 대표는 “처음 작동시켰을 때는 삐그덕 소리를 내며 곧 폭발할 것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했다. ◇직접 현장 뛰어보니 새로운 문제 보여… ‘이큐브랩’ 권순범 대표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생각만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큐브랩. 하지만 첫 시제품 평가를 위해 환경미화원들을 따라 나섰던 현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깨달았다.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달을 따라다녔어요. 넘쳐나는 쓰레기통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분들의 업무 강도가 더 심각하더라고요. 쓰레기 관리가 구닥다리 방식이라는 것도 실감했고요.” 권 대표에 따르면, 북유럽 등의 선진국 쓰레기 처리 산업은 연간 8% 성장을 거두고 있는 거대 시장이다. 일찍이 대규모 민영화가 이뤄진 덕분이다. 환경미화원들의 대우도 일반 대기업 회사원과 비슷할 정도. 우리나라 사정은 다르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초기, 불법 쓰레기 투기가 늘면서 정부에서 공공 쓰레기통 수를 20%로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 커피·한약재 먹인 지렁이로 유기농 비료 만듭니다”

친환경 농업에 도전한 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 대표 화려한 스펙과 IT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청년 사회적기업·소셜벤처 업계에 ‘지렁이에 미친 친환경 비료 회사’를 만드는 이색 청년이 있다.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30·사진) 대표다. 사단법인 스파크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초청해 전문가 패널과 참가한 청중이 함께 대담을 나누는 ‘스파크포럼’을 마련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는 화제가 됐다. 경영학과 출신의 이색 농업 도전기가 궁금해 직접 경기도 용인의 제조 공장을 찾아갔다.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t)이 넘을 거예요.” 박건태 대표가 공장 한편에 놓인 길쭉한 나무 상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게 지렁이 집이거든요. 저에게는 장사 밑천이고요.(웃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완장리 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공장이다. 그런데 비료 공장 특유의 악취가 없었다. 660㎡(200평) 규모의 공장 안은 쌉싸름한 커피 향과 은은한 한약 내음이 감돌았다. 동네 주민들이 “퇴비 냄새 못 맡았는데, 우리 마을에 퇴비 공장이 있었냐”고 반문할 정도. 공장 분위기만큼 깨끗한 게 여기서 만들어지는 퇴비 제품이다. “2011년 유럽 전역을 휩쓸고 30여 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바이러스가 있었는데, 원인이 오염된 퇴비에서 자란 오이로 지목됐죠. 가축의 변을 이용한 퇴비에는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대장균이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렁이는 달라요. 소화 과정에서 유해균을 분해하죠. 지렁이가 커피 찌꺼기와 한약 찌꺼기를 먹으면 친환경 비료 ‘분변토(지렁이 배설물을 이용해 만드는 자연 발생적 천연비료)’를 만들어 냅니다. 인도어로 ‘순환’이라는 뜻을 가진 ‘삼사라’가 첫 발을 내디딘

예술이 어렵다고요? 우리가 문턱 낮추겠습니다

예술가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대표 3인… 순수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다 안테나… 지역 예술가와 주민 소통 ㈜스플… 설치미술을 일상 속으로 에이컴퍼니… 예술가 작품 유통 지원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3249억원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14년 미술시장실태조사). 화랑 4곳 중 1곳(26.2%)이 1년간 단 한 작품도 판매하지 못했다. 경직된 국내 미술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예술과 대중 사이에 교감 기회를 주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예술가들과 함께 풀어가는 나태흠(39) ‘안테나’ 대표, 설치미술을 활용해 공간 디자인 사업을 펼치는 심소라(39) ‘㈜스플’ 대표, 공정유통 시스템 구축으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정지연(38) ‘에이컴퍼니’ 대표가 그들이다.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세 곳 모두 ‘순수예술’을 다루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각 기업이 느끼는 국내 예술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떤 미션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 들려달라. 정지연(이하 정)=국내 미술 전공자 대부분은 입시 미술 강사가 된다. 아르바이트 급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등 별도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재능을 취미로 삼는 경우도 많다. 작가층은 점점 좁아지고 미술관들도 해외 작품 대관전을 주로 하게 됐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미술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한 결과, 2011년 작품 유통과 예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http://www.acompany.asia) ‘를 만들게 됐다. 심소라(이하 심)=나 역시 설치미술 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하며 후배들이 다른 일로 돈 벌어 작품 만들고, 또다시 돈을 들여 작품을 폐기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어떻게 하면 작품

[Cover Story] 탈북자의 진짜 ‘홀로서기’ 저희가 힘껏 돕겠습니다

탈북 청년, 최초로 사회혁신기업을 만들다 탈북자 사회혁신기업 ‘요벨’ 박요셉 대표   박요셉(33)씨는 탈북 청년이다. 열여덟 살의 나이에 고향인 함경북도를 떠나 스물세 살에야 남한 땅에 첫발을 디뎠다. 5년여 동안 혈혈단신으로 중국을 떠돌며 양치기, 호텔 매니저, 공사판 노동자 등 어지간한 일을 다 겪었다. 20대 청년이 생각하기에 ‘남쪽 동네’에 정착하는 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같은 문화권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인데 뭐가 힘들까 싶었다. “아니었어요. 막상 와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외래어가 많이 섞여 말이 안 통해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전혀 다른 문화였어요. 마음의 상처도 크고, 가족도 그리웠어요.” 상상하지도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북민을 보는 시선이었다. 얼마나 배고팠는지, 얼마나 가난했는지, 국경은 어떻게 넘었는지, 죽을 뻔한 고비는 없었는지…. 어딜 가나 23년 인생, 가장 끔찍한 순간의 기억들만 후벼 파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으로 쳐다보는 연민의 눈빛들도 불편했다. “5년 가까이 유학생들이랑만 소통하고 지냈어요. 대학에서도 외국인 친구들 하고만 어울리고, 교회도 외국인 교회로 다니고요. 영어는 입도 뻥긋 못하고 A. B. C 배워나갈 때였는데, 외국 친구들이랑은 사전 찾아 단어 하나만 보여줘도 서로 말이 통해 낄낄거렸어요. 그 안에선 저를 ‘탈북자’가 아닌 그냥 제 자신으로 봐주더라고요. 어릴 적 놀던 얘기, 소소한 일상, 보고 싶은 가족들 얘기 같은 걸 하면서요. 한국 사회 내에서 제 나름의 ‘제3의 공간’을 만든 거죠. 안 그랬으면 자존감이 많이 꺾였을 텐데, 다행이었죠.” ◇그가 남한 땅에서 살아남은 법 남한 땅을 밟은 지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적기업 성장모델 육성이 절실할 때

1년 반 전, 미국 대사관 주최로 릭 오브리(Rick Aubry) 스탠퍼드 경영학과 교수와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사회적기업의 성공 요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화상 강연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릭 오브리는 1986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루비콘 프로그램스를 이끈 CEO였다. 이 강연에서 그는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회문제의 크기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거의 지역(local)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규모의 갭(gap)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Scale up·영향력을 확대하고,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 혁신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또한 이를 위해 전국적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뉴 파운드리 벤처스’라는 플랫폼을 창립하기도 하였다. 지금 1년 반 전의 강연을 새삼 언급하는 이유는 미국 사회적기업의 파이어니어였던 릭 오브리가 강조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적기업 육성에서 매우 중대하고도 시급한 주제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적기업은 빠르게 외연을 확장해왔다. 1300여개 인증 사회적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3000여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인증이나 지정을 받지 않고 다양한 사회혁신적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청년 소셜 벤처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고용 규모나 사회서비스 제공 정도로 보았을 때는 그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은 육성 초기 단계여서 그렇다 할 수 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을까?’ 질문해본다. 나의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