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임팩트 투자 다니엘 마드하반 대표
“호주 최고의 부자 1만 명의 재산을 내 손으로 관리했었죠.”
다니엘 마드하반(Daniel Madhavan ·37·사진) ‘호주 임팩트 투자(Impact In vesting Australia)’ 대표의 말이다. 다니엘 대표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주 최대 규모의 영리 투자은행 ‘제이비위어(JB Were)’에서 활동하며 최고경영자(CEO)까지 역임했던 투자·금융전문가다. 그런 그가 지난해 가을, 비영리섹터로 돌연 자리를 옮겼다. 1000만 호주달러(한화 약 85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사회적 투자단체 ‘호주 임팩트 투자’의 초대 대표를 맡은 것.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3일, 사회적기업주간행사의 하나인 국제포럼 참석 차 부산 벡스코(Bexco)를 방문한 다니엘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지난해 영리은행에서 비영리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이유였나.
“특별한 관심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인생 전반부엔 최선을 다해 돈을 벌고, 후반부엔 사회를 위해 쓰자’는 막연한 청사진 정도만 있었다. 그러던 중 ‘호주 젊은이들을 위한 재단(Foundation for Young Australians)’에서 우연히 프로보노(Pro bono·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무료로 제공)로 컨설팅을 하게 됐는데, 그때 만난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이 내 맘을 바꿔놓았다. 그들은 경제적인 성공과 사회공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한꺼번에 일구고 있더라. 큰 감명을 느꼈고, 그들을 지원하는 데 내 남은 인생을 쏟겠다고 마음먹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인 만큼,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이 가장 다르던가.
“처음 부임했을 때 기관 내 직원이 다섯 명밖에 없었다. 호주의 사회적 투자시장이 시작단계이다 보니 시스템과 매뉴얼, 인적자원, 재원 등 모든 면이 부족했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도 훨씬 복잡했다. 사회적 투자는 일반 투자에 ‘사회적 가치’라는 기준이 추가되기 때문에 의사결정·투자과정·사후관리 등도 훨씬 난해해진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사회적경제가 필수적인 변화이자 혁신이라는 마음도 강해졌다. 아직까진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융합이 보여주는 이익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투자 및 사업 모델이 발전하면 사회적경제가 소비자·임직원·지역사회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을 돕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가.
“기본적으론 영리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사회적 투자단체라고 해서 가치와 아이디어만 보고 판단하진 않는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첫째다. 우리는 초기단계가 아닌 중간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호주에 ‘굿스타트(Good Start)’라는 영·유아교육 전문 사회적기업이 있는데,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급성장하다가 무리한 확장으로 결국 큰 부채를 떠안고 위기에 처했었다. 우리는 호주 내 여러 사회적 투자자들과 합심해 이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5년 만에 투자금에 추가 이익까지 회수했고, 굿스타트는 전국 100여 개 지점을 둔 대규모의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사회적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투자 가치를 결정짓는 첫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한 사회적 미션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사업을 통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데이터화할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시스템을 다져놔야 한다. ”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