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수)

사회적기업,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파트너십

소셜벤처들 간의 협업 활발 미션 공유하는 동반자적 관계가 성공비결

브링유어컵과 마리몬드가 공동 출시한 텀블러 ‘브링유어 플라워’. /브링유어컵 제공
브링유어컵과 마리몬드가 공동 출시한 텀블러 ‘브링유어 플라워’. /브링유어컵 제공

“이전에는 다른 기업과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해양 쓰레기로 장신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1인 기업 ‘바다보석’ 우경선(48)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바다보석은 폐현수막을 이용해 패션 소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시글래스(파도에 마모돼 조약돌처럼 변한 유리쓰레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현재까지 약 8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색다른 재생 자원을 찾던 터치포굿에 바다보석은 안성맞춤인 파트너였다.

이뿐 아니다. 우경선 대표는 “터치포굿에 조언을 얻어, 최근 대규모로 납품할 수 있는 시글래스 상패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간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영리 기업이 사업적 성과 달성을 위해 맺었던 MOU와는 소통 방식부터 다르다” 말한다. 이들 사이에는 갑(甲)·을(乙)로 정의되는 상하 관계 대신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 아래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 ‘브링유어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그림으로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마리몬드’는 지난해 8월 컬래버레이션 텀블러를 첫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텀블러 400개는 한 달 만에 모두 판매됐다.

김영준(33) 브링유어컵 대표는 이들의 협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서로의 미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꼽았다. “마리몬드는 할머님들의 디자인이 최대한 원형 그대로 반영되길 바랐어요. 인쇄지를 제품에 끼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지만 ‘컵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사람들의 텀블러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브링유어컵의 미션에는 맞지 않았죠. 하지만 서로의 미션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그 결과 텀블러에 패턴을 인쇄한 특수지를 끼워 할머님들의 그림을 그대로 구현하는 한편, 컵 상단에 색상과 글자를 넣어 제품 자체의 매력도 살린 텀블러가 완성됐습니다. 시중 제품들과는 다른 디자인이었어요. 당연히 소비자 반응도 뜨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로젝트성 협업을 넘어 시스템 차원에서 결합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소셜벤처 ‘와디즈’는 이달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와 배송제휴 협약을 맺었다. 펀딩프로젝트 개설자들이 후원자에게 보상품을 발송할 때, 두손컴퍼니를 배송사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소셜펀딩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수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두손컴퍼니가 누구보다 적격한 파트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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