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임
돌봄보다 서류가 먼저… 탁상 행정에 밀려난 아이들

문턱 높아진 지역아동센터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김정우(가명·8)군은 오후 2시쯤 학교를 마치면, 혼자 운동장을 배회한다. 작년엔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났지만 올봄 이후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여섯 살 난 여동생을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하원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동생을 찾은 후, 저녁 9시까지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린다. 남매가 안쓰럽지만 엄마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야간 근무를 자청하고 있다. 따로 사는 아빠는 최근 생활비마저 끊어버렸다.  엄마는 야간근무를 늘리면서 김군을 따라 동생도 지역아동센터에 등록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올해부터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기준이 초~중학교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동생을 보낼 만한 야간 어린이집을 찾아봐도 주변에는 없었다. 결국 정우는 동생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가는 대신 몇 시간씩 길거리를 헤매기로 했다. 최근까지 정우를 돌봤던 안양시 A지역아동센터장은 “조건에 맞지 않으니 도움이 필요한 남매 사이를 떨어뜨려 놓으라는 게 무슨 돌봄 제도인지 모르겠다”면서 “변경된 기준 때문에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거리를 헤매게 됐다”고 전했다. ◇돌봄 필요해도 소득·나이기준 맞춰야…더 어려워진 돌봄 서비스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 기준이 강화되면서 피해를 보는 아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1월 말 배포된 보건복지부의 새 지침에 따르면, 올해부터 센터에 신규 등록하는 아동은 ▲소득(중위소득 100% 이하,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39만원) ▲연령(초~중학교 중심, 농어촌인 경우 미취학 아동 포함) ▲돌봄의 필요성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작년과 비교해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별도의 연령기준 없이, 우선보호아동(기초생활수급가정 및 차상위계층가정

아동보호 10년… 성과와 과제_부모 양육 교육, 체계적 시스템 구축 절실

학대 80% 이상이 가정에서… 방임·정서학대 발견 어려워 우리나라가 국가적 차원에서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해 가능했다. 이후 전국 광역시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해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전개해왔다. 지난 10년간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전국 광역시·도에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이루어졌다. 2000년에 17개소에 불과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해 45개소에 이른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 접수된 건수는 7만4684건이며, 이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 건수는 5만5243 건에 이른다. 2001년에 4133건이었던 신고건수가 2010년 9199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신고건수가 9199건이라고 해도 실제 아동학대 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보호기관이 증설되면서 신고건수가 늘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외부에서 의심이 가더라도 신고를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제 아동학대 건수는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의 주된 유형은 ‘방임’과 ‘정서학대’이다. 2010년의 경우 방임이 34%, 정서학대가 35.1%, 신체학대가 25.8%, 성학대가 4.7%, 유기가 0.4%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김기해 과장은 “대부분 한 아이에게 가해지는 학대행위는 방임과 정서학대, 신체학대 등이 중복되어 있다”고 말했다. 학대를 당하는 아동은 거짓말·가출·학교 부적응·주의산만·낮은 자아존중감 등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매년 아동학대의 행위자 중 80% 이상이 부모라는 사실이다. 또한 아동학대의 발생장소도 80% 이상이 가정이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윤혜미 교수는 “아동학대의 현장이 주로 가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가지거나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한다고 하더라도 남의 가족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Cover story] 영·유아학대 현장을 가다_폭행만큼 무서운 ‘방임’… 멍들어가는 아이들

집안 전체에 쓰레기 뒹굴고 묵은 오줌냄새 어린이집 간식시간 전까진 아침밥 못 먹어 아토피 있는 아이 얼굴 물티슈로 닦아 문이 열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집안 분위기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집안 전체에 오래 묵은 오줌냄새가 배어 있었다. 며칠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집처럼 쓰레기와 잡동사니들이 뒹굴었다. 아침 10시 30분. 다섯 살, 네 살, 세 살의 세 아이가 있는 집이지만 음식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엄마는 방금 잠에서 깼다고 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밥을 굶었다. “큰애 유치원과 둘째, 셋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10시 30분 정도에 간식을 주기 때문에 아침밥을 따로 먹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싱크대엔 중국집에서 배달이 온 것으로 보이는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아직 국물이 남아 있었고 주위로 벌레가 모여들었다. 세 살 막내가 뛰어다니다 유리문에 부딪히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벽이나 바닥엔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을 법한 것들이 붙어 있지 않았다. “막내 얼굴이 새카맣다”는 얘기를 듣자 엄마는 근처에 있는 물티슈를 꺼내 아이의 얼굴을 박박 문질렀다. 아토피가 있다는 아이는 물티슈에 얼굴을 맡겨 놓고 눈은 다른 곳을 봤다. 그 사이에도 첫째와 둘째는 뛰어다니고 싸우고 울기를 반복했다. 엄마가 조용히 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눈을 부라렸다. 엄마는 지난 4월 아이들을 ‘방임’하고 ‘폭행’했다는 이유로 영유아학대 가해행위자로 신고를 당했다. 가난은 이 작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일들의 원인이다. 엄마는 “첫째를 가질 때만 해도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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