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 간 마음 열리니 학교 팀워크 분위기 좋아져

청소년 교육 생태계를 바꿔라_’딱딱한 학교’가 달라졌어요 부천 부인중학교 학생·교사 간 교류 위해 학기 초 일주일 상담주간 행정시스템 ‘학년제’로 문제아 학생 돌봄 수월 경기도 부천 부인중학교 중앙문을 열면, 카페가 나온다. 각종 트로피와 홍보자료로 꾸며진 어두컴컴한 현관이 아니다. 원목나무가 깔린 바닥, 안락한 소파와 수다 떨기 좋은 탁자 대여섯 개, 아기자기하게 꾸민 모둠활동 자료들이 걸린 벽…. 카페 이름은 ‘다락(多樂) 카페’. 즐거움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학교 옥상은 또 어떨까. 스산하고 지저분하게 버려진 공간은 옥상텃밭이 됐다. 귀농운동본부 도시농부학교 졸업생을 텃밭강사로 모셔, 1년치 환경과목을 여기서 배웠다. 11월에는 배추를 수확해 김장김치까지 담았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도 텃밭동아리를 만들어 참여했다. 부인중학교는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 교사는 누구인가.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질문을 던진다는 건 답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인중학교 박은희 혁신부장은 “사회 전체가 경쟁과 불안 속에서 사니까 아이들이 많이 위태위태하다”며 “학교는 이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고, 배움은 즐거워야 하며, 아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모토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47명의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며 수업 혁신을 시도키로 했다. 3월 첫날 책상을 ‘ㄷ’자 모양으로 바꿔 모둠별 수업을 시도했다. 한 달에 한 번 수업을 완전히 개방했다. 수업 참관과 수업 촬영,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해 서로 수업 컨설팅을 했다. ‘아이들의 삶을 담은 자서전 쓰기’를 진행한 이윤정 국어교사는 “친구들이 쓴 자서전을 발표할 때 자기와 연관성을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① 청소년 교육, 생태계를 바꿔라 ―노원구, 지역 공동체가 나섰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청소년 체험활동 지원 아동청소년 실무자 네트워크로 청소년 창의 체험활동 도와줄 지역사회 자원 리스트 확보 노원구 3-벨트 프로젝트, 지역 3곳 활용해 도시 생태체험 아이들에게 환경의식 키워 “물이 깨끗하죠? 작년에 형, 오빠들이 만든 흙공을 하천에 넣어서 그래요.” “우리도 흙공 지금 던져요~”라며 아이들이 보채자 “안돼요. 흙공은 열흘간 숙성시켜야 물을 깨끗하게 해요”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지난 20일 서울시 노원구의 노원구청소년수련관(이하 수련관) 앞마당. 길게 늘어선 아이들 사이로 흙이 쏟아져 내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이 흙에 방금 만들어 본 유용미생물(EM) 발효액을 섞어 흙공을 만들 거예요.” 곽지연 에코 코치의 말에 아이들은 흙더미 속에 손을 담근다. 질펀한 모양새가 되자 한 아이는 “으악, 냄새나”라며 너스레를 떤다. 주물럭거리는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어 아이들은 근처 하천으로 자리를 옮겨 흙공이 하천 수질 개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배운다. 허정(12·용동초6)군은 “4학년 때부터 당현천에서 놀았는데, 내 손으로 직접 깨끗하게 할 수 있다니 기쁘고 보람차요”라고 했다. 이날 이뤄진 행사는 노원청소년수련관의 환경 체험 프로그램 ‘3-벨트 프로젝트(3-Belt Project)’다. 3-벨트 프로젝트는 수련관을 중심으로 도심 하천인 ‘당현천’, 속칭 ‘소각장’으로 불리는 자원 회수시설까지 지역의 3곳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도시 생태를 체험하며 환경의식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노원구의 초등 6년생부터 중 1년생까지 45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청소년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공동체가 나섰다. 이 중 단연 두각을 드러내는 곳이 서울 노원구다. 중심에 수련관이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진원 실장은 “지역사회 전문가들을 학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욕심을 덜어내고 ‘행복한 기자’가 되어보렵니다

목욕탕 때밀이, 이혼전문 변호사, 성인전화방 상담원, 병원영안실 장례지도사(염습사).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씩 제가 직접 체험해본 후 르포 기사를 썼던 직업입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기업 CEO, 시민단체 대표, 교수, 연예인, 큐레이터, 경찰, 노숙자, 마약중독자…. 기자로 일하며 만나본 직업군입니다. 한국에는 1206개의 직업이 있다고 하는데, 10년가량 기자로 일하며 아마 수백 가지의 직업군을 만나보았을 겁니다. 겉으로 봤을 땐 별볼일 없지만 의외로 보람있고 수입도 좋은 직업도 있었고,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일 자체는 너무 지루하고 성취감이 없는 직업도 있었습니다. 직업마다 나름의 고충과 애환이 있다는 것만이 공통점이겠지요. 일간지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고충은 ‘시간’입니다. 매일 아침 독자의 문 앞에 신문을 갖다놓기 위해, 기자들은 전날 밤을 전쟁 치르듯 보냅니다. 개인적인 약속을 자주 펑크 내고, 가족과의 저녁 한 끼를 하기 힘들지요.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 기자라는 멋진 직업 뒤에 감춰진 그늘입니다. 지난 3년 반 동안 자의 반, 타의 반 ‘탈(脫)기자’로 살았습니다. 하루종일 전화 한 통 없네(상실감)→ 그래 잘 그만뒀어. 이제 편하게 살자(자기 위안)→ 음~ 이건 기사로 써도 좋겠네. 지금 기자 했더라면 잘할 텐데(긍정도 부정도 아닌 객관화). 딱 이 시점에 자의 반, 타의 반 기자로 돌아왔습니다. ‘넘치는 게 정보요, 발에 걸리는 게 기자인 이 정보과잉 시대에 나는 왜 숟가락을 하나 더 얹으려는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신문사 밖 세상을 구경하고 나니, 기자의 정체성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기사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년기자 시절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④기업사회공헌

임직원들 노력봉사에서 ‘재능나눔’ 등 진화 “2011년 기업사회공헌의 특징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확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영 대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던 사회공헌에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직원들의 끝전 나눔이나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서도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임태형 소장은 2012년에도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2012년의 기업사회공헌에 대한 화두를 ‘질적인 변화’라고 정리했다.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환경도 변화했습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베푸는 사회공헌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기업과 사회공헌의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임 소장이 꼽은 2012년의 기업사회공헌 키워드는 세 가지다. “우선 비사회복지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늘어날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업 사회공헌이 소외계층의 의식주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문화예술, 스포츠, 여행 등이 사회공헌의 프로그램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적인 부분에는 국가나 행정 당국이 이미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해야 할 몫은 따로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 임직원의 봉사활동도 과거와 같은 노력봉사에서 벗어나 재능나눔이나 프로보노 활동 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가진 우수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기업의 내부와 외부에서 이런 요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사회공헌에서 비사회복지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임 소장이 꼽은 두 번째 키워드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찾는 사회공헌’이다. 기업사회공헌의 대상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③장애

10월에 인천세계장애대회… ‘도가니’ 더이상 없을 것 “2012년 장애계의 최대 키워드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에 인천에서 열리게 될 인천세계장애대회입니다. 장애계의 국제대회 3개가 인천에서 열리고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 ESCAP)의 정부간고위급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의 새로운 10년과 행동전략을 한국 정부가 주도해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조성민 대외전략 실장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UN ESCAP는 1993년부터 10년 주기로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의 10년을 선포해왔다. 1차는 중국이, 2차는 일본이 주도했고 2013년부터 2022년을 아우르는 3차는 한국이 주도해 선포하게 된다. “그리고 민간에서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재활협회(RI)대회가 개최됩니다. 80개국에서 1000여 개의 단체가 모여 UN의 장애인권리협약(UN CRPD)과 새천년개발계획(MDGs)의 실천을 위한 지구촌의 과제를 선정하고 이행방안을 논의합니다. 같은 시기에 UN ESCAP의 민간파트너로 활동해 온 아태지역장애포럼(APDF)은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53개 국가에서 민간회원과 비회원단체 장애인 500여명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10년에 관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장애연맹(DPI) 아태지역회의도 개최됩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국제대회의 한국개최는 인권, 빈곤, 국제협력 등의 문제를 한국의 장애계가 인지하고 동참해 장애 당사자가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올해 두 번째 키워드는 장애인지예산제도의 도입입니다.” 국내에서는 2006년에 국회를 통과한 ‘성인지예산’ 제도가 2008년부터 성인지예산안 작성지침으로 적용된 바가 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양성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찬가지로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 대한 평가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밝히는 장애인지적인 정책 및 예산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②저출산·고령화

출산율 세계 꼴지… 비정규직에도 ‘육아휴직’ 필요 “우리나라는 인구학적 특수성이 강한 나라입니다. 경제성장만큼이나 저출산, 고령화도 압축적으로 진행돼왔죠. 프랑스의 출산율이 1900년대 2.3명에서 현재 2명으로, 100년 동안 0.2명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6.5명까지 올라갔던 출산율이 20년 만에 2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 1.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죠. 그런 만큼 대비도 늦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적어도 5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와 보험을 정비한 반면, 우리는 지난 2006년에야 비로소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을 실시했으니까요.”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이삼식 실장은 그런 의미에서 2012년이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2012년은 총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 즉 노동층이 짊어질 부담을 말한다)가 가장 저점인 해입니다. 또한 노인인구가 정확히 12% 되는 해이기도 하죠.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1955년부터 1974년생)가 현재 노동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2012년은 사회적 부양 부담이 가장 적고 노동력 공급이 풍부한 시점입니다. 지금의 공급능력을 향후 20년간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히 준비한다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정부에서 실시한 보육 정책은 양적 체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실장은 “이젠 질적 체감도를 높일 때”라며 이를 위해 2012년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화두를 정리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각지대 해소’입니다. 육아휴직 범위는 공공 부문과 대기업 일부에 한정돼 있습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실업자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죠. 서구 사회는 자영업자든, 실업자든 심지어 학생까지도 아이를 낳으면 급여를 주고 육아 휴직을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①국제개발원조

주는 나라 된 한국… 나눠먹기式 ODA(공적개발원조사업) 고쳐야 “한국은 반세기 만에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압축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코이카(KOICA)만 해도 1991년 174억원에 불과하던 대외무상원조예산이 20년 만에 4990억원으로, 무려 30배 증가했죠. 2011년 개최된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HLF-4)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단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로 삼는 것에 대해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조한덕 기획예산실장은 2012년을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부산총회를 통해 국제사회 입지를 굳힌 데다가, 올해 ODA 사업 규모가 1조9000억원(전년 대비 2000억원 증가)으로 확대되면서 보다 규모 있고 체계적인 개발원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효율적인 국제개발협력원조를 위한 세 가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2012년 국제개발협력 원조의 최대 화두는 ‘ODA 분절화 극복’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총 32개 정부 부처를 비롯, 다양한 공여주체가 제각각 원조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ODA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없이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업무가 중복되고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계속됐죠. 결국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에 혼란이 생겼고,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0년 총리실 산하에 ODA 전담부서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신설하고, 통합적인 개발원조를 위해 국가지원전략(CPS, Country Partnership Stategy)을 수립하고 있다. 각 부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원국에 꼭 필요하고,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CPS 수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사업 계획부터 예산 수립까지 수원국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각 정부 부처도 충분한 협의를

[4개분야 전문가, 세가지 키워드로 제언] ‘더 나은미래’ 여는 2012년

①국제개발원조 ②저출산·고령화 ③장애 ④기업사회공헌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두 차례의 선거가 있다. 그리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통해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된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문제가 있다. 한편 경제위기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모두 굵직한 문제들이다. 이 모든 상황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방향과 폭을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의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더나은미래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범위 내에서 올 한 해 주요한 화두를 지니고 있는 4개의 분야를 선정해 각 분야의 현장전문가로부터 각각 3개의 키워드를 들었다. 현장과 정책, 이론에 모두 밝은 현장전문가들은 2012년에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차분히 설명해줬다. 첫 번째 분야는 국제개발원조다. 이 분야를 선정한 것은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세계개발원조총회(HLF-4)의 영향이 컸다. 세계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의 국제개발원조에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두 번째 분야는 저출산고령화다.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인구적 변화’다. 인구적 변화는 선거에서 복지와 일자리의 중요한 쟁점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복지를 강화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수준의 정책으로는 선거에서 주목을 끌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분야는 장애다. 세 번째 분야로 장애를 선정한 이유는 영화 ‘도가니’ 때문이다. 작년 한 해에 가장 대중적으로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장애인의 인권 실태다. 지난 2011년에는 복지가 ‘불쌍한 사람을

[한국의 혼을 찾아서③] 인터뷰_ 신국악단 ‘소리아’ 류문 프로듀서

“국악,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어야” “우리가 만든 新국악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질 때까지 내인생 모두 바칠 것” 미국 공영방송 PBS가 만들고 있는 한국 특집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s)’를 보면 해금, 대금, 가야금 등 한국 전통 악기를 사용한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왔던 국악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훨씬 빠르고 젊은 분위기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지난 2009년 미국 NBC 방송에 나갔던 독도 홍보영상에도 사용돼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번 PBS의 다큐멘터리와 NBC의 독도 홍보영상에 사용된 음악은 둘 다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신국악단 ‘소리아’의 음악이다. 소리아(SOREA)는 한국의 소리(Sound of Korea), 한국의 영혼(Soul of Korea)이라는 뜻으로 2005년에 결성됐다. 데뷔 직후인 2006년 국악 분야를 넘어 대중음악 분야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창작곡 ‘뷰티풀 코리아(Beautiful Korea)’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2006년 독일 펜페스트(Fan Fest) 공식 초청 독일 5개 도시 순회공연, 2009년 영국 템스페스티벌 공식 초청 특별공연, 2010년 프랑스 샹리브르페스티벌 공식 초청 특별공연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외치지만 막상 국민들은 외면해 왔던 국악으로 소리아가 국내외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소리아의 류문 프로듀서는 “음악은 특히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전 세계 청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보사노바, 탱고 등의 음악도 원래는 한 지역의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유럽 등의 유명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한국의 혼을 찾아서③] 전통문화, 잊혀지지 않게 다함께 즐겨요

LG U+ 후원, 복지시설·다문화 아이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경복궁 관람… 미니장구 제작체험 신국악단 ‘소리아’의 소녀시대 GEE 연주로 공연 시작 비보이 댄스와 상모돌리기도 함께 어울어져 신난 아이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오길 잘했어요” 연초록 새싹들이 푸르름을 발산하는 경복궁 주차장이 아이들의 설레이는 조잘거림으로 싱그러움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LG U+ 후원으로 진행된 ‘신국악단 소리아와 함께하는 전통문화체험교실’에 참여하는 성동구 생활지원가정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오늘 점심메뉴는 뭐예요?”, “밥은 언제 먹나요?” 등의 질문을 쉴새 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원도 원주의 3개 아동복지시설에서 온 아이들의 설렘 가득한 맑은 눈들은 광화문의 시내 전경과 경복궁 뒤편으로 보이는 청와대 등 인솔교사가 짚어주는 주위 경관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쁘게 움직였다. 경복궁에 들어선 아이들은 종로 시니어클럽 문화해설가의 안내로 우리 조상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담긴 바닥 돌, 지붕, 굴뚝 등 사소하게 지나쳤던 작은 부분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는 근정전의 용상(龍床)이었다. 임금님께서 앉으셨던 의자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출입이 제한된 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일제히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키가 작아 앞이 보이지 않았던 막내 6살 영하가 막 울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인솔교사가 재빨리 번쩍 들어 올려 주자 영하의 얼굴은 금세 환한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으로 사용되었던 수정전 앞에서 문화해설가 엄화자씨가 “세종대왕이 누구와 함께 한글을 만드셨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조용해진 가운데 “주변 신하요!”라는 한 아이의 재치 있는 대답에

[한국의 혼을 찾아서②] “궁중음식은 ‘맛과 멋’이 있는 우리의 식문화”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 무형문화재회관서 궁중음식 전시… ‘조선왕조의궤’ 속 잔치 장면 재현 궁중잔치 음식·식문화 알리고 의궤 가치도 알릴 수 있을 것 봄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 창덕궁 서편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골목 끝에 있는 (사)궁중음식연구원 안마당 장독대에는 된장·고추장이 익어가고 있었다. 연구원은 중요무형문화재 38호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한복려씨가 궁중음식의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이사장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주방상궁이었던 고(故) 한희순 상궁과 한 상궁에게 궁중음식을 전수받은 어머니 고(故) 황혜성 선생에 이은 3대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이다. 아담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한옥 건물인 궁중음식연구원 안채에서 만난 한 이사장은 고운 한복을 입고 기자를 맞았다. 한 이사장은 궁중음식의 가치를 단순히 ‘맛있는 먹거리’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식문화’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한다’는 말 대신 ‘음식한다’고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요리’가 일본식 단어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단순히 ‘조리법’과 같은 기능적 측면으로만 이해하게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면서 몇 가지 궁중음식이 유행하고 한식세계화 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레시피(조리법)만 익힌다고 음식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거든요. 궁중음식에는 충효 사상을 바탕으로 음식을 궁에 ‘올리고’, 백성을 사랑하는 왕이 궁중음식을 ‘내리는’, ‘올림과 내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봐야 ‘문화재’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거죠. 궁중음식을 ‘맛’뿐 아니라 ‘멋’으로 이해해야 세계인들에게도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궁중음식의 ‘멋’을 알리고 싶은 한복려 이사장은 오는 29~30일 서울 삼성동 무형문화재회관에서 궁중음식 ‘전시’를 연다. 단순히 음식을 해서 맛을 보이는

[한국의 혼을 찾아서] 위기의 무형문화재

생활고… 전수자가 없다 고령화… 맥 끊길 위기 한국에는 114개 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있으며 이 종목의 기능을 보유한 기능 ‘보유자’ 184명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음악·무용·연극 등 예능 분야와 공예기술·요리의 기능 분야와 같이 일정한 형태가 없는 ‘무형문화재’ 가운데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국가가 인정한 문화재로 ‘인간문화재’라고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를 옛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한 사람들로 ‘한국의 얼이자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문화재 전승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문화재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체 인간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고, 네 명 중 한 명만이 65세 미만이다. 상대적으로 전승이 어려워 문화재청이 지정한 전승 장려 종목 28개 중 4개 종목은 인간문화재인 기능 보유자가 없으며, 10개 종목은 이들의 대를 이을 전수교육 조교가 없다. 특히 베를 짜는 베틀의 일부분인 ‘바디’를 만드는 중요무형문화재 88호 바디장의 경우 기능 보유자도, 전수교육 조교도 없는 실정이다. 인간문화재 전승이 어려운 이유로 전문가들은 인간문화재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흡수되지 못하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것’으로 치부되는 현실을 꼽았다. 사단법인 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박성찬 기획실장은 “정부가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전승지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작품을 향유하고 구매하는 ‘시장’이 생기지 않으면 중요무형문화재의 위기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인간문화재에게 월 100만~130만원, 인간문화재의 대를 잇는 전수교육 조교에게는 월 70만원의 전승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인간문화재가 작품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전승지원금은 생계유지비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