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해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장티푸스, 폐렴, 콜레라 등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지 못해서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료 지원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는 것이 더 근원적인 해법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 아이들에게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교육하고 손 씻기 운동을 했을 것이다. 광고대행사 ‘Y&R Cape Town’은 지역의 비영리단체 ‘블리키스도르프포호프(Blikkiesdorp4Hope)’와 함께 ‘Hope Soap’라는 새로운 비누를 제작했다. 투명 비누 안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심었다. 비누의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질병 발생은 70%, 호흡기 질환 감염은 75% 감소했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손을 씻게 했을까?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에는 어떤 원리가 있을까?”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비밀은 장난감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장난감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손을 씻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장난감이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효과는 유효했을 것이다. 마케팅은 이것을 ‘혜택(Benefit)’이라고 한다. 구매자, 수요자, 수혜자 등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을 일컫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는 쪽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런 성향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교환 이론(Exchange Theory)’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두 가지가 수반된다. 비용과 보상. 행동에 드는 비용보다 보상이 크면 행동을 하고, 낮으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환이론의 핵심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글을 보는 시간이라는 기회비용보다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거라는 판단을 한 후에 클릭하고

해충에 강한 목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도 무르지 않는 토마토, 영양소가 가득 담긴 비타민 쌀, 백신 유전자를 넣은 바나나까지. 유전자변형식품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재배 면적도 날로 증가해 현재는 전 세계 농지 10%에서 유전자변형작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새 우리 식탁을 장악한 유전자변형식품. 그런데 우리는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앞으로 2회에 걸쳐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농사꾼은 종자를 베고 죽을지언정 결코 먹어 없애지 않는다.” 1년 내내 힘들게 지은 농사의 끝은 수확한 곡식의 일부를 골라 이듬해에 파종할 종자를 남겨 두는 일입니다. 몇 천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훌륭한 종자를 선별해 왔고, 이 덕분에 우리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십 년 동안 현실은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오랜 세월 창고 한 켠을 차지했던 종자. 하지만 미국대법원은 생산자들에게 씨앗을 남기지 말라는 판결을 남겼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씨앗 전쟁 2013년, 75세 농사꾼 버넌 허 바우만씨는 미국의 다국적기업 몬산토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사건의 경위는 이러했습니다. 몬산토는 유전자변형 종자인 라운드업 레디 대두 종자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이 종자는 1996년에 개발된 이래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콩 농사를 짓는 미국 농가의 90%이상에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콩 농사를 짓는 바우만씨 역시 근처 대형 곡물 창고에서 라운드업 레디 대두 종자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농사를 마친 바우만씨는 다음해를 위해 대두 종자를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⑦]⋅⋅⋅희망을 만들어가는 여울돌 2014년 11월,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향한 곳은 엄마의 품이 아니었다. 링거와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단 채 아이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심실중격손을 동반한 폐동맥 폐쇄증’. 아이의 병명이었다. 심장에서 폐로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다. 엄마의 뱃속에서 심장이 고장 난 아이, ‘다온이’. 엎친 데 덮친 격, 출생 직후 이뤄진 정밀 검사에서 다온이는 ‘밀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진단까지 받았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다온이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다온이를 향한 수많은 이들이⋅도움이 손길을 내민 것. 11일만에 990만원이 모금됐다. 무려 1654명의 기부자들이 참여한 것. 다온이는 호흡과 음식의 섭취는 돕는 수술을 받았고, 꾸준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똑바로 눕는 것조차 어려웠던 다온이에겐 장애인용 특수 유모차와 보장구도 생겼다. 희망조차 없어 보였던 다온군에게 찾아온 작은 변화, 그 뒤에는 사단법인 ‘여울돌’이 있었다. ◇ 14년 간 30여 명 후원⋅⋅⋅희귀질환 아동 후원단체 여울돌 여울돌은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후원하는 단체다. 2002년12월 5일 설립 이후 총 30여명의 아동들이 여울돌과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현재 20명(해외 환아 1명 포함)의 아동들이 여울돌의 후원을 받고 있다. 박봉진 여울돌 대표는 단체명 ‘여울돌’의 뜻을 “여울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돌”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희귀질환 어린이들과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울돌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7살때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선천성 면역

英 민관협력 현장을 가다 <下·끝> 3000만명. 지난해 영국에서 활동한 자원봉사자 숫자다. 우리나라의 8배(374만6577명)다. 이들이 지난 1년간 활동한 자원봉사 시간은 20억 시간.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76조원(500억파운드)에 달한다. 전 국민의 45%가 자원봉사를 하는 나라, 영국. 최신 동향을 듣기 위해 런던에서 만난 제임스 뱅크스(James Banks) GLV(자원봉사협의회·Greater London Volunteering) 대표는 “지금 영국의 자원봉사계는 격변기”라며 입을 열었다. GLV는 1만4000개 지역 비영리단체(이하 NPO), 시민 9만명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중간 지원 조직이다. 처음엔 영국 32개 지역에 있는 자원봉사센터 관리자들의 모임으로 출발, 21년간 NPO를 대상으로 자원봉사 역량 강화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을 담당해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위해 3년간 5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발굴하고 훈련을 담당한 대표 기관이기도 하다. 제임스 대표는 “최근 2년간 영국 정부가 자원봉사 관련 예산을 절반가량 삭감하면서, 자원봉사단체와 NPO 전반이 침체기”라면서 “지원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원봉사 서비스의 질에 전처럼 신경 쓰지 못하는 분위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정부(OCS·제3섹터청)가 주도적으로 자원봉사 법안, 기금, 프로젝트를 직접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제3섹터청이 1년 6개월 전 런던에 세운 자원봉사 지원센터 ‘볼런티어링 매터스(Volunteering Matters·전 서비스 볼런티어)’를 예로 들며 “정부 주도형 자원봉사 사업이 많아지면서 비영리 민간 중간 지원 조직에 좀처럼 기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영국 제3섹터청(OCS)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의무 법안을 준비 중이다. 1년에 최소 3~7일까지 유급휴가를 쓰고 자원봉사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또한 비행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이동카드(Travel Card)를 뺏고, 자원봉사를 4시간 이상 할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 제때 끼니를 떼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요즘에도 영양실조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맬서스의 말처럼 식량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아서 일까요? 하지만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는 전혀 다른 답을 내 놓았습니다.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매년 생산되는 식량 40억 톤, 그 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무려 13억 톤에 달합니다. 이는 3.2km의 너비에 2,400m 높이의 산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입니다. 높다고 하는 백두산이 해발 2,744m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일과 채소의 45%, 해산물의 35%, 곡물의 30%, 유제품의 20%, 고기의 20%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많게는 생산량의 절반에 가깝게, 적게는 1/5의 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버려지는지 알아볼까요? 위 그림은 지역 별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적게는 125kg에서 많게는 295kg까지, 엄청난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활 수준에 따라 버려지는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풍요롭지 않은 나라에서 식량의 절대치는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버려집니다. 보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의 손에 닫기도 전에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100대 공익법인들의 이사회 자료를 받아보니,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이사진 명단만 공개돼있었다. 100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법인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과 약력, 임기까지 모두 공개해놓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업데이트돼있으며, 이사회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공익법인은 가히 투명성에서 A+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 정도만 나와 있는 곳, 홈페이지엔 명단이 없었으나 ‘더나은미래’ 취재에 응해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곳도 있었다. 반면, 일부 공익법인에서는 “이사진의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이사진들이 모두 조용히 봉사를 원하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공익법인의 이사진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는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몇 년 전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사진 명단을 보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페이지에는 이사진 명단과 약력은 물론,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더나은 선택… ⑤워터파크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워터파크도 최대 성수기를 맞았다. ‘가볼 만한’ 워터파크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휴가를 앞둔 독자들을 위해 더나은미래가 더나은선택 4번째 시리즈로 ‘워터파크편’을 준비했다. 비교 대상은 입장객 기준 국내 1위 워터파크인 오션월드(대명레저산업)와 2위인 캐리비안베이(삼성물산)다. 주선영 기자=재미와 가격도 중요하지만, 나라면 두 곳 중 물이 얼마나 깨끗할지 궁금할 것 같다. 두 곳의 친환경 및 안전 정도를 점검하려고 모든 자료를 뒤져봤다. 캐리비안베이의 경우 CSR 보고서를 통해 물 사용량이나 탄소배출량은 물론이고 에너지 사용량까지 꼼꼼히 기록, 공개하고 있다. 반면 오션월드는? 일단 정식 보고서가 없고, 대명레저산업에 직접 관련 정보 공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소비자는 투명한 기업을 신뢰한다. 권보람 기자=형만 한 아우가 없는 걸까. 올해 개장 20주년을 맞은 캐리비안베이는 자체 개설한 호암호수를 주요 취수원으로 활용하고, 지하로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폐기물 소각열로 온수를 만들어 쓰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환경 영역에 투자를 한 점이 눈에 띈다. 환경정보공개시스템 공시(2014년)를 살펴봐도 대명리조트의 폐기물 재활용 비율(85%)은 삼성물산(91%)에 비해 6%p 뒤진다. 용수 재활용 비율이나마 3%p 앞서는 것을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적어도 기업의 환경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올여름 어떤 워터파크에 갈지는 너무나 명확한 것 같다. 김경하 기자=두 곳 모두 오너 이슈로 이미지를 깎였다. 대명그룹의 경우 예전부터 오너가(家)가 측근들로 이사회를 장악해 회사를 마음대로 운영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명그룹은 1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박춘희 대명그룹

미국 모금 전문가 줄리아 워커 인터뷰 “이사 한 명 한 명이 모금가로 활동하도록 판을 설계해야 한다. 단체의 성공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국의 모금 전문가 줄리아 워커(Julia Walker·사진)의 말이다. 줄리아 워커는 미국 비영리단체에서 25년 이상 비영리 이사회 교육 및 거액 모금을 설계·실행해 왔다. 이사회 교육은 그녀의 전문 분야다. 미국에서 비영리 이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오는 22일, 주한 미국 대사관과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모금의 필수요소, 이사회 모금과 거액 모금’ 강연을 앞두고 있는 그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선 비영리단체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 큰 합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비영리 이사회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단체의 거액 모금 컨설팅을 할 때, 모금 과정에 이사회가 참여하도록 만드는 걸 중시한다. 잘 짜인 비영리 이사회는 비영리단체 성공의 핵심이다. 비영리단체는 자금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필요하다. 이사회는 지식이나 영감을 제공할 수도 있고, 각계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위상을 활용해 기부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사회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한국에선 이사회 한번 개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비영리단체들도 많다. 모금에 이사를 참여시키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 “단체 활동을 한 번 설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러 단계에 걸쳐 촘촘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한 미국 사립대를 대상으로 모금 컨설팅을 했다. 건물 증축, 기기 구입에 드는 기금을 모금하고자 했다. 우리는 초기 단계부터 이사진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켰다. 14명의 이사를 포함, 다른 기금 캠페인에 참여했던 변호사, 동문 기업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