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5000억 모금…기부자가 변화시킬 세상 설계도 그려 보여주죠”

‘국내 1호 고액펀드레이저’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한 기부자의 “보람 없다”는 말에 기부자 예우 문화 만들기로 결심 기부자의 돈이 어떻게 흘러 어떤 곳에 도움 주는지 알려야 끊임없이 나눈 대화, 일의 원동력 펀드레이저, 기부자와 교감 중요 고액기부가 단번에 결정되는 경우는 없다. 기부를 결심하더라도 돈이 어디에 쓰일지, 어떤 효과를 낼지,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등 기부자의 고민은 계속된다. ‘고액펀드레이저’는 기부자의 결심을 확신으로 바꾸고, 선뜻 내놓은 기부금의 쓰임을 설계한다. 황신애(46)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고액모금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을 개척한 ‘국내 1호 고액펀드레이저’다. 그는 모교인 한국외대의 모금 담당자를 시작으로 20년간 재단법인 서울대학교발전기금, 건국대학교, 월드비전 등을 거치면서 고액모금 전문가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마련된 모금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황신애 이사는 “고액펀드레이저를 흔히 ‘기부자에게 큰돈을 받아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돈을 받기 전에 반드시 먼저 줘야 하는 것이 있다”면서 “기부자가 변화시키고 싶은 세상의 ‘설계도’를 그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의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 ―설계도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가. “모금할 때 밑도 끝도 없이 ‘우리에게 기부하세요.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기부자에게 당신의 돈이 어떻게 흘러가 누가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자세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펀드레이저는 기부금으로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기부자로부터 위임받은 사람이다. 기부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기부에 따른 결과도 보고해야 한다.” ―대학의

블록체인은 어떻게 인도네시아 빈농의 삶을 바꿨을까

블록체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다 사회 혁신가(Social Entrepreneur)를 발굴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아쇼카는 지난 2017년 8월 미국 블록체인 사회적 기업 반큐의 함세 와파 대표를 새 펠로로 발표했다. 1982년부터 3500여 명의 펠로를 선정한 아쇼카가 처음으로 블록체인 전문가를 ‘체인지메이커’로 인정한 것이다. 블록체인이 ‘사회적 기술(Social Tech)’로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블록체인 덕분에 가난한 농부가 돈을 벌었고, 고국을 떠난 난민은 신분증명서를 받았다. 이 특별한 기술은 지구가 푸른 빛을 되찾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가난한 농부의 영양분이 되다 “인도네시아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하라(HARA)’라는 회사가 있죠. 하라는 가난한 농부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놀라운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제5회 국제쌀대회(IRC)가 열렸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버너 보겔스 아마존 부사장은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2015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업 하라를 주목했다. 하라는 인도네시아어로 영양분을 뜻한다. 농부들의 영양분이 되겠다는 의미다. 하라가 하는 일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도네시아 농업 환경을 살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농업국가다. 국민 46%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대부분 가난하다. 2017년 기준 농부의 월평균 임금은 177만루피아(약 15만원)로 전체 평균인 274만루피아(약 24만원)보다 35%나 낮았다. 극빈층의 78%가 농촌에 산다. 하라는 농촌 빈곤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금융 소외다. 농부가 은행에서 대출받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다. 신원이 불분명하고, 토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농부들은 연이율이 90%에 달하는

구포 개시장 철폐 이끈 동물단체들 “개 식용 종식은 동물 복지 새 출발점…농장·야생으로 관심 넓힐 것”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 인터뷰   초복(初伏)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국내 최대 규모 개시장인 부산 구포 가축시장이 완전히 문 닫았다. 여름만 되면 개 지육으로 보신(補身)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던 곳이다. 숱한 논란에도 60년 동안 맥을 이어왔지만 옛말이 됐다. 개 도축이 전면 중단됐고, 개 지육 판매 업소도 모두 철수했다. 2016년 경기 성남 모란 개시장 폐쇄에 이어 구포 가축시장까지 빗장을 잠그면서 ‘3대 개시장’ 가운데 대구 칠성 개시장 한 곳만 남았다.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와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는 구포 가축시장의 퇴장을 지켜보며 “한국 동물권 운동 역사에 기록될 뜻깊은 현장“이라는 논평을 냈다. 동자연과 카라는 지난 2년간 공무원, 정치인, 시장 상인들과 끈질기게 협상해 가축시장 철폐를 이끌었다.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모란 개시장 폐쇄 때와 다르게 대화의 장 안에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조희경(58) 동자연 대표, 전진경(55) 카라 상임이사와 만났다. 두 사람은 오랜 전우다. 각각 20년, 17년간 동물권 운동에 헌신하면서 뜻을 함께했다. 이날도 각자 몸담은 단체의 로고를 새긴 ‘전투복’을 나란히 입고 나왔다. 매년 100만 마리 도축…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조 대표는 각개전투하던 활동가들이 뭉쳐 동물학대방지연합을 결성한 1999년 동물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1년에는 동물자유연대를 세워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전 이사는 카라의 전신인 아름품의 2002년 창립 멤버다. 우리나라에서 동물권 운동이 태동한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김홍신 전 국회의원이 추진한 개식용 합법화를 무산시킨 1999년경 시작됐다고 보는

대학에 ‘사회혁신 DNA’를 심는다

[‘사회혁신가’ 키우는 대학들] 대학의 사회혁신 교육은 그간 석박사들의 영역이었다. 지난 2010년 성균관대에 개설된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MBA 과정’ 등이 잇따라 개설됐다. 햇수로 10년. 당시 500개 남짓했던 국내 사회적기업 수는 어느덧 2200개를 넘어서고,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든 이른바 ‘사회혁신가’도 우후죽순 등장했다. 그럼에도 대학의 사회혁신 교육은 ‘고급 코스’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변화의 신호탄은 지난해에 터졌다. 연세대는 교과목에 사회혁신 과제를 접목했고, 한양대는 아예 사회혁신 전공까지 개설했다. 캠퍼스의 주류인 학부생들은 즉각 반응했다. 이들은 지역복지회관 문을 두드려 할머니들의 인생을 ‘영상자서전’으로 남기고, 접이식 난방 텐트를 개발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네팔의 작은 마을에 가서 배설물을 비료로 전환할 수 있는 위생 화장실을 만들었고, 비료로 재배한 유기농 작물의 판로 전략까지 개척했다. 대학이 사회혁신가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이미 응답했다. 실패도 교육의 일부…사회혁신 아이디어에 평가보단 독려 연세대 고등교육혁신원은 지난해 출범 이후 다양한 사회혁신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전공과 무관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재학생, 휴학생, 대학원생, 타대생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사회혁신 과정은 크게 학점을 인정하는 ‘교과(curricular)’와 활동 중심의 ‘비교과(co-curricular)’로 나뉜다. 교과 과정은 ‘사회혁신역량 교과목’으로 개설된 수업을 들으면서 이뤄진다. 사회혁신역량 교과목은 기존 전공 수업에 사회혁신 과정을 접목한 수업을 말한다. 이를테면 건축공학과 ‘건축설계’라는 수업에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축물 설계를 과제로 넣고, 음악대학 전공필수인 ‘화성학’에서는 청소년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음악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식이다. 올 1학기에 진행된

모두를 위한 소송, 세상을 바꾸다…’임팩트소송’의 세계

공익 실현 위해 전략·기획된 ‘임팩트 소송’ 승패 떠나 재판 과정서 문제 해결되기도 긴 싸움 이어갈 원고 드문 게 ‘한계’ 공익 저변 확장…여러 분야와 접목 기대 지난 2016년 2월 시청각장애인 4명이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해달라”며 CJ CGV, 롯데쇼핑, 메가박스를 상대로 차별구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으로 화면 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을 제공하라는 게 이들의 청구 취지였다. 지난한 공방이 이어졌고, 22개월 만인 이듬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원고 승소. 법원이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피고는 1심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가 최종 승소할 경우 영화관 운영사들은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보장하는 시설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 ‘모두의 영화관 소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소송은 일반적인 민사 소송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개인 간의 권리관계를 다투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피해 그룹의 문제를 해결하고 법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공익 소송이다. 이처럼 소송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임팩트 소송(impact litigation)’이라 부른다.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된 소송이라는 점에서 ‘공익기획소송’이라고도 한다. “시청각장애인도 개봉일에 영화 보고 싶다” 임팩트 소송은 소외계층의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재판에서 승소하면 시정명령을 통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모두의 영화관 소송 역시 장애인 단체에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문제 제기해오던 장애인 영화관람권을 얻어내기 위해 시작된 싸움이다. 소송은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맨

어느 날, 노숙인에게 집이 생겼다…’脫노숙’을 위한 2년의 실험

#1 어쩌다 노숙인 K에게 집이 생겼다.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과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싱크대가 있는 5평짜리 작은 원룸. K는 그곳을 ‘알토란 같은 내 집’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점잖은 말투. 서울 마천동 주택가의 한 건물에서 만난 K는 동네에서 오며 가며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술에 절어 거리를 전전하고 찬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K를 ‘노숙자’라고 불렀다. 2004년에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여섯. 노숙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꽤 전형적이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다니던 직장이 망했다. 치킨집도 차려보고 택시 운전도 해봤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괴로운 마음에 술과 도박에 빠졌고 이혼으로 이어졌다. 전세금 빼서 술 마시고, 월세도 밀리게 되자 거리로 나갔다. 영등포역 노숙인들과 술 먹고 어울려 다니다 보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모습이 돼 있었다. 대부분의 노숙인이 그렇듯 K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앓았다. 막노동을 하고 일당을 받아 술을 사 먹었다. 하루 소주 4~5병은 예사로 마셨다. 계속된 노숙 생활로 몸이 망가지면서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두 개 빠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치아를 모조리 잃어버리고 난 뒤에도 술을 끊지 못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80㎏이던 몸무게가 60㎏으로 줄었다. 노숙인 시설로 들어간 건 2006년. 7~8명이 한방에서 생활했다. 술은 철저히 통제됐다. 외출도 외박도 안 됐다. 시설 입소 노숙인들은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해 다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Cover Story] “일자리 문제의 해법은?”…청년이 묻고, ‘정책’이 답하다

[Cover Story]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청년 기자 특별 대담 2017년 대통령 취임 1호 업무 지시로 만들어진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를 기획·발굴하고 부처 간 일자리 정책을 조정·점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원장은 대통령. 실무는 이목희(66)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청년’이다. 더나은미래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정부와 청년이 만나 소통하는 특별한 대담의 장을 마련했다. 더나은미래가 올 초 자체 선발한 청년 기자 중 4명(고재민·김수아·정승훈·정해주)을 이목희 부위원장과 직접 만나게 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에서 진행된 대담은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120분가량 이어졌다. 청년 기자들은 취업의 문턱에서 피부로 느끼는 생각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이목희 부위원장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지적과 궁금증에 시원하게 답했다. “中企 기피할 곳 아냐… 강소기업 육성해 미스매치 해소할 것” 정해주=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출범한 지 2년이 됐는데, 정확한 역할과 권한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이목희=일자리위원회는 장관 11명 포함해서 민간위원까지 총 3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각 부처가 일자리 문제에 더 많은 정책을 발굴하게 하고, 부처별 협조를 원활하게 하는 게 저희 일이죠. 오는 2022년까지 4년간 민간 일자리 53만개 창출하는 게 일자리위원회의 목표입니다. 정승훈=청년들 입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건 수치보다 세부 정책입니다. 취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악용하는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금을 연봉에 합산해서 제시하는 기업이 있고, 초단시간 일자리인 ‘쪼개기 알바’도 성행합니다. 정부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청년들

[Cover Story] 각개전투서 사회공헌 동맹으로…’착한 성과’ 위해 머리 맞대고 공부합니다

[Cover Story] 기업 CSR 담당자들의 자조모임 ‘CSR포럼’  한 달에 한 번 기업 사회공헌 분야를 담당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팀장들이 서울 모처의 강의실로 모여든다. 삼성·SK·현대 등 대기업부터 이제 막 CSR에 뛰어든 중소기업 담당자들까지 모두 한공간에 둘러앉아 CSR을 공부한다. 열심히 듣고, 받아 적고, 토론한 뒤 해산한다. 흔한 뒤풀이도 없는 심심한 모임이지만 6년째 이어지고 있다. CSR 담당자들의 자조모임 ‘CSR포럼(Forum)’ 얘기다. 지난 2014년 1월 설립된 CSR포럼은 각지에 흩어져 있던 기업 CSR 담당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공헌을 전문성 있게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순수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회원들은 매월 넷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정기 포럼에 참여해 CSR 관련 주제로 발표하고 의견을 나눈다. 현재 350여 개 기업, 54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됐을 정도로 성장했다. 김도영 CSR포럼 대표는 “사회공헌에 대한 고민을 넘어 기업이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대표 멤버 6인을 만났다. ◇기업 간 CSR 경쟁 무의미… 노하우 아낌없이 공유 ―CSR 담당자들이 모여서 CSR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다. 어떻게 시작된 모임인가? 김도영=원래 사회공헌팀은 기업 내부에서 주목받는 팀이 아니었다. 실무자들은 각개전투식으로 사회공헌이란 분야를 개척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서로의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담당자들에게 제안했다. ‘기업 안에서 외롭게 사회공헌하지 말고 밖에 모여서 같이 즐겁게 해보자’고. 첫 모임에 무려 60명이 모였다. 김상두 CSR스페셜리스트(한국암웨이)

[Cover Story] “SNS로 연결된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도 변화 위한 행동도 함께하죠”

[Cover Story] 新인류 ‘Z세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밀레니얼 세대를 뛰어넘는 신(新)인류 ‘Z 세대(Generation Z)’가 온다. Z세대는 1995년부터 2005년 사이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가 Z세대에 해당한다.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강력하다. 밀레니얼이 TV 속 셀럽을 동경한다면, Z세대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속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열광한다. 환경이나 동물권을 위해 직접 시위 현장에 나서고, 여성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UN과 직접 소통하는 등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자처한다. 지난 16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Z세대 6인을 서울 광화문으로 불렀다. 동물권 분야 김은결(16), 환경 분야 임석훈(17), 교육 분야 전환희(17)·강도연(19), 청소년 참정권 분야 김성윤(18), 여성 인권 분야 양지혜(21)에게 ‘Z세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사회 변화 위해 뭐라도 하자…당장 큰 변화는 기대 안 해 -학업을 병행하면서 활동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 김은결=초등학생 때부터 유기묘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사실 거기서 놀았던 거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 동물 학대 엄중 처벌 요구, 개·고양이 도살 금지 등 시위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부모님이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부모님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꾸준히 말하면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강도연=열여덟 살까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학교만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 진저티프로젝트의 ‘고등학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청소년 교육에 대해 직접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로 여러 강연이나 토론회에도 초청됐다. 사실 그때 성적이 엄청 떨어졌다. 처음에는 응원하던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로.

[Cover Story] 국경·인종 초월한 26억 Z세대… 모두의 미래 위해 ‘범지구적 연대’를 외치다

‘Z세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필란스로키즈(philanthrokids)’다. 필란스로피(philanthropy·자선)와 키즈(kids·아이들)의 합성어로 ‘공공의 선을 위해 행동하는 아이들’이란 뜻이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테러나 녹아내리는 남극 빙하를 ‘자기 일’로 여긴다. 가만히 있다간 우리 모두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절박함’, 사회를 향해 어떤 목소리든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Z세대를 필란스로키즈로 만들었다. Z세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2020년 26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인구(약76억명)의 약 34%를 차지하는 셈이다. Z세대가 사회 주류로 떠오르면서 이들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 제3 섹터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시민 활동가로서 이들을 주목한다. 더나은미래는 ‘세상을 바꿀(CHANGE) Z세대의 특징’을 Conscious(개념 있는), Hyperconnected(초<超>연결된), Advocative(옹호하는), Natively digital(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Global(국제적), Eco-friendly(친환경적) 등 여섯 가지로 정리해 분석했다. ◇“소신을 드러내는 것은 멋지고 당연한 일” Z세대는 SNS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 생각을 담은 글을 끊임없이 올린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어렵다면 관심 이슈를 다룬 게시물이라도 내 피드에 공유해야 직성이 풀린다. Z세대의 이런 ‘자기 표현’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강력하다. 전문가들은 “Z세대 사이에서는 온라인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게 ‘쿨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고 분석한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교육기관인 유쓰망고의 김하늬 대표는 “Z세대에겐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표출하는 것이 멋지고 개념 있는 행동으로 통한다”며 “이들이 음악 예능 ‘고등 래퍼’에 열광하는 것도 내가 믿고 생각하는 것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 또래 친구들 모습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남들에게 인정 받는 기쁨도 한몫한다.

[Cover Story] “기도만으론 ‘밥’이 되지 않더군요…그래서 함께 잘 사는 길 찾아 40년을 보냈습니다”

[Cover Story]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맡은 ‘사회적경제의 대부’ 송경용 신부 천국 같은 대학 생활, 지옥 같던 삶의 현장 약자 위한 사회가치연대기금 1년간 준비 “신용 등급 아닌 사람을 보는 ‘인간적 금융’ 만들 것” 신(神)을 믿지 않는 소년이 있었다. 가난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어린 시절. 비쩍 마른 손으로 아이스케이크 장사, 호떡 장사, 신문팔이를 하며 어렵게 공부했다. 고단함보다 외로움이 커서 매일 울었다. 신이 있다면 이렇게 가혹할 리가 없었다. 스무 살이 되고도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했다. 낮에는 번듯한 건축학도로 대학 캠퍼스를 누볐지만, 밤에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룸살롱 웨이터로 일했다. 너무나 대조적인 두 개의 세상을 오가며 혼란은 더 깊어졌다. 서울 상계동 판자촌 야학에서 어린 노동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답답했던 가슴이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어 기뻤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헌신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는 새 입에서 기도가 새어나왔다. 스스로 ‘반(反)종교인’이라 칭하던 청년은 결국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송경용(59) 신부 이야기다. 판자촌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그는 기도만으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나아지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한 일이 ‘사회적경제’였다. 우리나라에 사회적경제의 개념조차 없던 1990년대 초, 노동자들을 불러모아 협동조합을 세우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성공회 사제인 그가 ‘사회적경제의 대부’로 불리게 된 이유다. 지난달 말에는 국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출범시켰다. 민간 기부와 출연, 출자를

[Cover Story] 기부 한파에도… 늘어나는 ‘통 큰 기부’

지난해 12월 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가 11년 만에 2000번째 회원을 맞았다(2019년 1월 기준 2025명).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명을 넘겼던 2015년 이후 불과 3년 만에 두 배로 규모가 커졌다. 10억원 이상 기부하면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운용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초고액 기부 모델 ‘한국형 기부자 조언 기금’도 지난해 2명이나 배출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세를 거듭해 2017년 26.8%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기부 참여가 줄어들고 있지만, 개인 고액 기부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고액 기부는 통상 개인이 내는 연간 기부금의 10~25배 되는 규모 또는 전체 모금 규모 상위에 있는 기부를 말한다. 국내 1인당 기부 금액이 120만원임을 감안할 때, 1000만원대부터는 고액 기부로 볼 수 있다. 더나은미래가 주요 비영리단체 1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액 기부자 모임을 운영 중인 8곳의 누적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고액 기부자 모임, 최근 5년 사이에 늘어 국내에서 고액 기부자 모임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2007년 12월 시작됐다. 홀트아동복지회가 2010년 1월 ‘탑리더스’를 선보이며 두 번째로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최근 5년간 비영리단체들이 앞다퉈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기 후원 1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시기를 앞두게 되면서, 단체들이 한발 앞서 이들의 사회 환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014년 기아대책과 푸르메재단이 각각 필란트로피클럽과 더미라클스를 론칭했고, 유니세프(아너스클럽), 굿네이버스(더네이버스클럽) 등이 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