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Cover Story] “SNS로 연결된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도 변화 위한 행동도 함께하죠”

[Cover Story] 新인류 ‘Z세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밀레니얼 세대를 뛰어넘는 신(新)인류 ‘Z 세대(Generation Z)’가 온다. Z세대는 1995년부터 2005년 사이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가 Z세대에 해당한다.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보다 어리지만 훨씬 더 강력하다. 밀레니얼이 TV 속 셀럽을 동경한다면, Z세대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속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열광한다. 환경이나 동물권을 위해 직접 시위 현장에 나서고, 여성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UN과 직접 소통하는 등 스스로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자처한다. 지난 16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Z세대 6인을 서울 광화문으로 불렀다. 동물권 분야 김은결(16), 환경 분야 임석훈(17), 교육 분야 전환희(17)·강도연(19), 청소년 참정권 분야 김성윤(18), 여성 인권 분야 양지혜(21)에게 ‘Z세대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왼쪽부터)강도연, 김은결, 전환희, 양지혜, 임석훈, 김성윤 등 ‘Z세대’ 6명이 만나 사회 참여 활동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사회 변화 위해 뭐라도 하자…당장 큰 변화는 기대 안 해

-학업을 병행하면서 활동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
김은결=초등학생 때부터 유기묘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사실 거기서 놀았던 거다.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 동물 학대 엄중 처벌 요구, 개·고양이 도살 금지 등 시위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부모님이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부모님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꾸준히 말하면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강도연=열여덟 살까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학교만 열심히 다녔다. 그러다 진저티프로젝트의 ‘고등학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청소년 교육에 대해 직접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로 여러 강연이나 토론회에도 초청됐다. 사실 그때 성적이 엄청 떨어졌다. 처음에는 응원하던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로. 부모님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끔 엄마가 ‘그땐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잘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소년의 사회 참여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나.
김은결=학교에서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야 한다고 교육하면서도 그걸 실천에 옮기면 바로 손가락질한다. ‘개·고양이 도살 금지 시위’를 한 적이 있었는데 시위 제목만 보고 욕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익숙해져서 지금은 괜찮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저마다 이유가 있으니까.

양지혜=청소년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폐쇄적이다. 2년 전 고등학교 다닐 때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다. 대자보를 붙이자 교감실로 호출을 당했다. 학생이 정치적인 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청소년들의 사회 참여 수준이 전문 활동가만큼이나 높고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뭔가?
양지혜=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또래 친구들이다. 당시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바뀌려면 도대체 뭘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 사회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문제인 ‘스쿨미투’ 활동을 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전국의 많은 여성 청소년이 학내 성폭력 경험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면서 유별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교육 문화 전반에 만연한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을 조직해 지난 11월 3일 학생의날에 맞춰 스쿨미투 집회를 광화문에서 열었다. 그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스쿨미투 집회를 다섯 차례 열었다. 무엇보다 고발자들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에 주력했다.

김성윤=지난해 ‘청소년 참정권 문제’가 이슈였다. 바로 우리의 문제였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인근 번화가에 자유발언대를 만들어 인식 개선 운동을 벌였다. 또 서울 광화문광장, 한강공원, 마로니에공원 등에서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한 고등학생으로 분장하고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투표권은 없지만 청소년도 사회 참여 의지가 강한 성숙한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한다고 느끼는지.
김성윤=당장 큰 변화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생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공감하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게 목적이다. 우선 친구들이 내가 하는 활동을 모두 알게 됐다. 또 행인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 활동을 지켜보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플래시몹을 할 때는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다가와서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겠다며 촬영해갔는데, 해외 어디선가 우리 활동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양지혜=스쿨미투처럼 피해자가 있는 사건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정부 차원의 빠른 답변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우연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는데, UN에 보고서를 보내면 한국 정부에 권고안이 내려질 수 있다는 거였다. 사흘 만에 ‘스쿨미투 보고서’를 뚝딱 만들어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제출했고, 이내 UN 측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경비 마련을 위해 진행한 소셜펀딩에는 5000여 명이 손을 보탰다. 덕분에 지난 2월 제네바 본부에 가서 한국의 스쿨미투에 대해 알렸고, UN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월 열린 사전 심의에서 ‘스쿨미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을 쟁점 질의 목록에 포함했다.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보다 먼저 응답한 셈이다. 정부는 오는 5월 개최되는 본심의에서 쟁점 질의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지난 16일 한자리에 모인 Z세대는 “사회 참여란 특별한 사람이 하는 별난 행동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항석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Z세대의 SNS 활용법…관심사 따라 이용하는 SNS도 달라

-Z세대를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른다. SNS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나?
전환희=어른들은 SNS라고 뭉뚱그려 얘기하는데 사실 애플리케이션마다 쓰임이 좀 다르다. 요새 일상은 인스타그램만 쓴다. 자료 검색도 네이버보다 유튜브를 쓰는 경우가 많다. 쉽게 정리돼 있고 관련 영상도 따라온다. 해외 자료도 금방 찾을 수 있는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자료도 많다.

강도연=맞는다. 페이스북 안 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비영리단체나 사회운동단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 전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러 들어가게 된다.

양지혜=젠더 이슈는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공유된다. SNS 플랫폼마다 공유되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에 관심사에 따라 이용하는 SNS도 달라지는 거다.

임석훈=최근 청소년 주도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등교 거부 시위’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이런 게 가능했던 것도 ‘SNS의 힘’이다. 이 시위에 관한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도 따로 있다. 지난 15일에 1차 시위가 있었고, 5월 24일에 두 번째 시위가 예정돼 있다. 시위 장소를 ‘earth’로 공지했는데,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우리들의 문법이다.

-기업들이 Z세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로서 제품 구입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임석훈=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투명한 제조 과정을 홍보하는 기업에 더 눈길이 간다. 특히 환경 분야에서는 얼마나 친환경적인 공정 과정을 거치는지가 중요하다. 아직 돈을 벌고 있진 않지만, 나중에 취업하게 되면 꼼꼼히 살피게 될 것 같다.

양지혜=텀블벅 같은 곳에 올라오는 리워드 제품을 보면서 물건의 필요성이나 가격, 성능만큼이나 취지도 함께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김성윤=평소에는 따지면서 돈을 쓰는데, 좋은 일에는 상대적으로 쉽게 쓰는 편인 것 같다. 우리 학교에 교내 사진 동아리가 있는데 매년 벚꽃 필 무렵이면 500원을 받고 사진을 찍고 인화까지 해준다. 첫해에는 별로 호응이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수익금을 기부한다고 홍보하니까 친구들이 마구 몰려들었다. 대박 났다.

-10년 후 어떤 어른이 돼 있을 것 같나?
강도연=직업군을 규정하기보다 그냥 공부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책보는 공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배워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양지혜=대학 갈 필요성을 못 느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로 나왔다. 어딜 가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대학에 안 갔냐’는 얘기다. 그런 질문이 사라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환희=머릿속에 떠오르는 한두 가지 이유로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얘기하긴 섣부른 것 같다.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이유가 필요하다. 10년 후에는 적어도 그 이유를 찾은 어른이 되고 싶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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