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밥값만 하자… 그렇게 버티다 보니 10년이네요”

[Cover Story] 1200만명 거쳐간 국내 최초 온라인 기부 플랫폼 10주년 맞은 ‘해피빈재단’ 권혁일 이사장 왜 공익은 불쌍해야 하나요? 우리도 자립할 수 있는데 “밥값 하려고 10년을 버텼네요. 그 밥값이 이렇게 크고, 길고, 힘들고, 괴로운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재단법인 해피빈’ 이야기를 들으러 권혁일(47) 이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밥값’ ‘숙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권혁일 이사장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의기투합한 네이버 창업 멤버이자 검색 엔진 개발자 출신이다. ‘부끄럼 많다’는 그가 인터뷰에 등장하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해피빈 때문이다.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2005년 7월 네이버가 출시한 국내 최초의 온라인 기부 플랫폼이다. 당장 모금이 필요한 공익 단체가 사연을 올리면 기부자가 그 사연을 보고 기부하는 1세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다. 해피빈을 통해 지난 10년간 온라인 기부를 경험한 사람이 12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 510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5500여곳의 공익 단체에 기부됐다. 그는 “지난주에 해피빈 10주년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제 궤도에 오른 것 같아 다들 박수쳤다”며 “그날 전 직원이 회식했는데 2차를 쐈다”고 웃었다. 척박한 온라인 기부 문화와 싸워온 그의 10년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인생 2막은 NGO에서 네이버 창업멤버로 시작, 2003년 직원 한 명과 함께 회사 내 사회공헌팀 만들어 ―검색 엔진을 개발한 공학도이자 창업 멤버였는데, 어떻게 네이버의 사회공헌을 담당하게 되었습니까. “네이버 창업 멤버로 6년을 보내고 당시 네이버재팬을 맡았어요. 지금보다 체중이 10㎏이나 덜 나갈 만큼 몸이 망가졌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이해 관계자 간 소통이 절실한 때

제1회 아시아 CSR 랭킹 총평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IGI 대표) CSR 활동을 통해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틀을 마련하려면 CSR 보고서 발간에 앞서 먼저 자사 CSR에 대한 외부의 객관적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세 영역의 총점에서 한국 기업들 간 점수 차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CSR 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다. 이는 많은 기업이 아직도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상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세 영역에서 중국·일본에 이어 전부 2등에 그쳤다. 개별 기업들이 CSR 활동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윤석 Inno CSR그룹 대표 아시아권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떠오른 만큼 각국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비교 분석해본 이번 아시아 CSR 랭킹의 의미는 매우 크다. 몇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친환경 정책 및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집중돼 있는 기존 한국 기업의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노사 문제, 공정 거래, 협력사 동반 성장을 비롯해 환경과 기업 지배구조 부분까지 거시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CSR 의사결정체(위원회 등)를 재정비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 사회의 니즈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④끝 탈북자·NGO 단체… ‘부적응자’ ‘배달부’ 아닌 좋은 파트너 될 수 있어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끝>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함께하는 소셜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아카데미 ‘청년 세상을 담다’의 비영리 명사 특강이 지난달 16일 막을 내렸다.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탈북자 청소년 대안 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4회)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권찬 부회장(5회). 이들은 특강을 통해 “올바른 비판은 올바른 이해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탈북 청소년들의 어머니로 살아온 조명숙 교감은 북한과 우리의 차이를 이해해야 그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 권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해외부문 부회장 “북한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을 할 줄 몰라요. 묻는 즉시 정치범으로 몰리니까요. 반면 수평적 관계에선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상대를 비판해야 살아남거든요. 생김새나 언어 때문에 우리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들보다 더 다른 사람들이 바로 탈북자입니다.” 조 교감은 북한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남한 사회 적응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탈북자들이 ‘부적응자’ ‘문제아’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조 교감은 “지금까지 탈북자들을 남한 시스템에 적응시키려고만 했다면, 이제는 적응을 넘어서 그들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영리 명사 특강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국내 NGO의 특성과 현실’을 주제로 강연한 권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해외부문 부회장은 NGO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어요. 기부를 해도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죠. 하지만 NGO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이웃집의 간격이 1㎞ 이상 떨어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구호 물품을 전달할 때 들어가는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성장 위해서는 선명한 미션·핵심기술 있어야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 조직 관련 콘퍼런스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거의 매번 나오는 질문이 있다. ‘작은 비영리 조직들이 처한 영세함’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최근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 ‘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s'(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관심이 많은데, 앞의 질문은 위대한 조직을 향해 가기 전 먼저 좋은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에 해당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먼저 ‘조직의 죽음’과 관련해서 조직 이론에서 정리하는 명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조직 이론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조건을 갖는 경우 조직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신생 조직이고, 둘째는 작은 조직인 경우다. 신생 조직은 안정화 시기까지 겪어 내야만 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조직 역량이 미비하기 때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 역시 자원과 시스템의 미약함으로 조직의 기본 역량이 낮아 생존의 길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리와 비영리 구분 없이 같이 생기는 것으로, 자연 현상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사회적 유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조직의 생존 가능성, 특히 신생의 작은 조직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중요하다. 비영리 조직에 대한 그간의 연구와 경험, 전문 서적들의 논의를 종합해

“원래 말썽쟁이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요?”

인성교육 키워드 5가지는? 이달 21일부터 세계 최초의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면 학교는 매년 인성교육계획을 수립·실시해야 한다. 인성교육 의무화의 첫 단추를 꿰기 전,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신원영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 선임연구원, 양혜진 서울신용산초등학교 교사, 전주은·조서영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강사(이상 ‘가나다’ 순) 등 학교 안팎의 교육 전문가 5인에게 인성 교육의 ‘키워드’를 물었다. ① 전문성_신외남 삼숭초등학교 교장 신외남(54) 삼숭초등학교 교장이 35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린 결론은 ‘문제아’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책임감과 배려심이 생길 거라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이라면서 “인성은 올바른 경험과 교육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학교 특성상 내부 인력은 교과 교육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키바코울루(핀란드의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늘 목이 마릅니다. 인성교육진흥법으로 이제는 아동권리 NGO 등 전문 단체가 개발한 좋은 프로그램을 학교로 도입할 기회가 많아졌죠. 학교 밖 인성 교육 전문가와의 협력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분명 긍정적인 시너지가 발생하리라 봅니다.” ② 실천_양혜진 신용산초등학교 교사 양혜진(32) 신용산초등학교 교사는 “도덕 시험 답안지가 아이의 인성을 말해주진 않는다”면서 인성 교육의 핵심을 ‘실천’으로 꼽았다. “교과서로 인성을 배우면 단순히 읽고 외우는 것에 그치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열쇠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더군요. 선생님인 제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었어요. 실수가 생기면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청소도 앞장서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흡수했습니다.” 양 교사는 또 학급에서 실시 중인 ‘굿네이버스 인성스쿨’ 과정 중

100원으로 시작된 행복… 앞으로도 쭉 나눠야죠

서촌에 문화공간 운영하는 서혁준 ‘브라더코’ 대표 “100원이 선물한 행복이죠.” 지난달 26일 만난 서혁준(35·사진) 브라더코(Brotherco) 대표는 35평 남짓한 공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힙합 바지를 만들던 스무 살 청년이 연매출 3억원, 13년차 의류 사업가로 성장하던 날. 그는 서울 종로구의 서촌 골목에 작은 문화 공간 ‘브라더코’를 오픈했다. 인디밴드의 공연, 신진 작가의 작품 전시,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 공익 단체 행사 등을 후원하는 공간 나눔을 시작한 것. 출입구부터 눈을 가리는 ‘시각 장애인 일일 체험 카페’, 국제 구호 단체 월드투게더의 창립 기념행사, 시각 장애인 사진전, 유니세프의 자선 기부 일일카페 등 이곳을 거쳐 간 ‘착한 프로젝트’는 그만큼 다양하다. 공간 한쪽엔 오락기를 설치해 사용료를 기부하고, 헌책을 가져오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의류 및 에코백도 제작한다.   “처음엔 전기세 부담으로 집에서 냉난방을 못하는 분들에게 공간을 오픈하는 ‘에누리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공간 전기세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절약 방법을 고민하다가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 최우수 사례로 뽑히는 행운도 얻었죠(웃음).” 서 대표는 2008년부터 판매된 옷 한 벌당 100원씩 기부하는 ‘100원의 행복 프로젝트’를 지속해왔다. 단체복 제작을 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졌고, 후원 규모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공간 나눔의 시발점이 됐다. 브라더코의 대관료는 3시간(최대 10명) 기준 5만~15만원. 공익 목적 행사나 공연의 경우 대관료는 단체가 원하는 만큼만 내도록 한다. 공간 대여 수익금의 10%는 컴패션, 세이브더칠드런 등을 통해 개도국 아동에게 기부된다. 서 대표가 회사 이름으로 후원하고

[Cover Story] 빌게이츠재단은 백신 개발, 코카콜라는 유통… 기업과 NGO ‘전략적 同志’가 돼라

[Cover Story]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콘퍼런스서 본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 “빈곤·교육문제, 기업과 NGO 홀로 해결 불가능… 협업 점점 늘어날 것”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54) 마케팅본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의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콘퍼런스(GCPC·Global Corporate Partnership Conference)’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30개 회원국이 모여 최근 기업과 NGO가 어떻게 협업하는지 모델 사례를 공유하는,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의 학습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개 사업장, 159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97년 역사의 NGO다. 기업들의 후원금만 1700억원(2014년)으로, 영국 내에서 모금액 기준 2위 단체다. 이 때문에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기업 사회공헌의 흐름, 세계 각국의 이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재작년에는 유니레버 부사장이 ‘공급망(value chain) 측면에서 원료 공급부터 생산, 판매 소비 전 과정에서 어떻게 CSR 활동이 전개되는지’를 발표했다고 한다. NGO가 여는 콘퍼런스에 글로벌 기업 부사장이 직접 나와 사례 발표를 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글로벌 NGO에선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6조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쓰고도, NGO로부터 “갑질하는 기업” “NGO가 사회공헌 하도급 업체냐”라며 비판받는 한국 기업의 ‘파트너십 문화’에 주는 시사점은 없을까(2014년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기준, 주요 기업은 2조8000억원, 기업재단은 3조2000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썼다). 지난 2일 최혜정 본부장을 만났다. 이어 리타 지로티(Rita Girotti) 세이브더칠드런의 글로벌기업파트너십 그룹(GCPG·Global Corporate Partnership Group) 대표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

[희망 허브] 한 잔 두 잔 함께 나눌수록, 편견은 줄어들고 삶의 향기 더해집니다

정신장애인 직업 재활 성공 모델… 카페 ‘히즈빈스’ 바리스타 54% 이상은 정신장애인… 동기부여·실습 등 7단계 거쳐 채용 직원 1명당 7명의 전문가 상담과 지지 덕분에 평균 근속 기간 3년“포항서 7호점 열 정도로 성장… 소외된 이웃 돕는 구조 이어갈 것” 2009년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 중앙도서관에 자그마한 커피숍 하나가 들어섰다. 학생들은 첫날부터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줄을 섰다. 바리스타 3명은 손님을 하루 평균 300여명 맞느라 분초를 다퉜다. 90개에 달하는 음료 메뉴를 1분 내로 뚝딱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학생들은 “여기 커피 맛을 한번 보면 다른 곳에 못 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로부터 6년. 월 최고 매출로 4000만원을 찍을 만큼 인정받은 ‘커피 맛’은 포항에서만 7호점을 오픈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비단 ‘맛’뿐만 아니다.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연구진은 10평 남짓한 카페를 직접 찾아 장애인 고용 시스템을 벤치마킹해갔고, 미국정신재활협회는 직원들의 변화된 모습을 소식지에 자세히 소개했다. 전문 바리스타의 절반 이상이 정신장애인 커피숍, 카페 ‘히즈빈스’ 이야기다. 히즈빈스 직원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3년 이상이다. 6개월 이상 근속하는 정신장애인이 30%에 불과한 데 반해 놀라운 수치다. 게다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다른 장애인 카페와 달리 최대 1년 이상 전문 교육을 통해 정식 바리스타로 고용된다. 10평으로 시작한 커피 전문점이 전 세계 정신장애인의 직업 재활 성공 모델로 인정받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 그 중심엔 청년 임정택(32)이 있었다. 25세 청년의 ‘맨땅 헤딩’… 삶을 바꾼 정신장애인과의 만남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매장

[더나은미래 논단] 아동학대처벌법, 처벌보다 가족 지원 서비스가 우선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년 시도별 아동학대 현황(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 건수는 1만27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1만 건을 넘은 것이다. 2013년의 6796건을 기준으로 보면 1년 사이에 거의 50%가 늘어난 수치다. ‘아동학대 보호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표현이 어색지 않을 정도다. 사실 2014년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되고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에 관련된 사항들이 개정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과 공적 개입이 대폭 강화된 해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아동학대는 전년 대비 거의 50%가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학대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법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동학대의 84%는 가정에서 일어나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82%에 달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이 까다롭고 어려운 이유는 바로 아동을 돌보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부모가 학대 행위자라는 딜레마에 있다. 아동복지의 첫째 원칙은 안전하고 영속적인 가정이 아동에게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아동은 학대와 방임이 없는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원칙 간에 충돌이 있을 때 국가와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문제다. 아동학대를 ‘엄벌’한다는 차원에서 무조건 부모를 사법처리하고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 보호한다면 성장에 가장 이상적일 수 있는 가정을 아동으로부터 박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어서는 아동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 이 두 원칙의 긴장관계를 조화로운 균형의 관계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동보호 체계의 과제다. ‘처벌’과 ‘가족지원 서비스’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품 NGO’ 만드는 게 꿈… 투명성·사명감이 핵심

기아대책 유원식 회장 인터뷰 “출근 첫날, 첫마디가 ‘웃으면 안 됩니까?’였습니다. 직원들 얼굴이 하나같이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허허실실’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유원식(57·사진) 기아대책 6대 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장실은 작은 방으로 옮겨졌고, 식물 한 포기 없던 사무실 구석구석에 나무가 놓였다. 복도와 계단 곳곳에는 간사 자녀들이 그린 그림 액자가 여럿 걸렸다. 1981년 삼성전자 입사 후 HP PSG그룹장,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이사, 한국오라클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12년 CEO’ 경력을 자랑해온 그가 돌연 자신의 이력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립 25년 사상 최초로 선임된 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 회장이 그리는 기아대책의 미래를 들었다. ―취임 후 지난 두 달간 어떻게 지냈나. 전문 경영인에서 비영리단체 회장으로 변신한 소회가 궁금하다. “‘감사’와 ‘행복’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사람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인생의 전반전은 잘하는 일(기업 경영)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페스탈로치(1746~1827·스위스 교육학자)를 존경하고, 커서 보육원 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소년이었다. 인생의 후반전을 맞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무척 감사하다. 기아대책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행복이다. 직원 중에는 이전 직장의 연봉 절반만 받고 온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사명감과 동기가 강하다. 이사진이 ‘직원들은 간사가 아닌 천사’란 말을 할 정도다.” ―기아대책은 지난 1년간 회장 선임에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4년 동안 회장을 맡아온 고(故) 정정섭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②③ 일주일에 6시간만 일하는 세상? 창의력·공감 능력으로 바꿀 수 있어

[청세담 비영리 명사 특강] (2)(3) 최근 공익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미디어’와 ‘공간’이다. 미디어의 발달은 공익의 키워드인 ‘소통’의 과정을 뿌리부터 바꿔놓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된 지금, 대중에게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더 큰 책임감과 고민을 요구한다. 공간의 개념 역시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단순한 장소의 개념이었다면, 젊은 체인지메이커들에게 공간은 일과 삶의 터전이자 자신이 속한 ‘공동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더나은미래·현대해상이 함께하는 공익 저널리스트 및 소셜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아카데미 ‘청년 세상을 담다’ 명사 초청 특강 2~3회는 비영리 IT 지원을 이끌고 있는 방대욱(49) 다음세대재단 대표와 체인지메이커들의 공간 공동체를 구성, 새로운 실험에 나선 정경선(29) 루트임팩트 대표의 강의로 꾸려졌다. 편집자 주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다음세대재단은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를 무조건 ‘탈락’시킵니다. 성적 자체를 아예 쓰지 말라고 하죠. 이미 ‘왓슨(인공지능 컴퓨터)’이 1초에 1000만권을 읽고 분석하는 시대입니다. 외운 것이 많은 사람은 더 이상 필요가 없죠. 우리는 컴퓨터를 뛰어넘는 ‘사람’을 원합니다.” 방대욱 대표의 파격 발언에 강연을 듣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왓슨은 2011년 인간과의 퀴즈쇼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컴퓨터다. 인간의 언어를 분석해 축적된 데이터에서 완벽한 정답을 찾아내는 이 컴퓨터를 뛰어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는 ‘창의성’과 ‘공감’을 키워드로 꼽았다.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입니다. 우리에겐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10년 후 빈부 격차가 없는 사회’ ‘1주일에 6시간 일하고도 행복한 세상’….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② 한 명의 수술로 두 명을 살리는 기부의 힘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기쁜 기부, 해피플’ 캠페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해피플’ 2호 이동열 원장 10년간 형편 어려운 학생에게 무료 수술… 수술비의 1% 기부, 직원도 급여 나눔 실천 “7년 전인데 아직도 벅차요. 무려 15장의 손 편지를 보내온 여대생이 있었어요. ‘원장님이 해주신 것처럼 저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나 같은 (어려운)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원장님을 찾아뵙겠다’고 하더군요. 내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만드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죠.” 부산 서면에 있는 하이뷰안과 이동열(46) 원장은 올해 개업 10주년을 맞았다. 그와 함께 ‘사랑의 1%’을 한 지도 정확히 10년째다. 그가 아이디어를 낸 이 나눔 사업은 크고 작은 모든 수술비의 1%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다. 2006년 개원 후 첫 수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개원을 하면서 기부도 무조건 함께 시작했죠. 주위를 보니 ‘여유가 생기면 기부해야지’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더라고요. 당시 수술 기계 대출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개원할 때 하지 않았으면 아마 이것저것 재다 저 역시 아직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기부금 실천만이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안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무료 수술을 시작한 지도 10년이 다 됐다. 처음에는 모교인 동아대 후배 6명에게 해주던 것이 한 해 두 해 요청이 늘면서 현재는 부산·경남 지역 6개 대학교 50여명의 학생을 무료로 수술해준다. “왜 자꾸 무료 수술을 늘리느냐”고 반대하던 직원 40명은 올해 개원 10년차를 맞아 이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