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만난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 의원. 벽화마을의 작은 주택에 정 전 의원의 사무실이 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정치판 뒤흔들 청년 정치인 키웁니다”

[인터뷰] 정병국 청년정치학교 교장 “청년이 역량을 키워서 자기 능력으로 정치권에 진입할 기회를 주자고 만든 게 ‘청년정치학교’예요.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인에게 영합하지 않고 저항하면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보자는 거죠.” 지난 16대 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한 정병국(64)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현재 직함은 ‘청년정치학교 교장’이다. 청년정치학교는 지난 2017년 바른정당 창당 당시 정책연구소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더 많은 청년이 정치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이들의 정치계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지금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강의와 토론, 멘토링 기회 등을 제공한다. 누적 졸업생은 250명.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988년 서른 살 무렵 ‘청년 정치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고 보수 정당에서는 ‘원조 소장파’로 불리며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있는 정 전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고불고불한 골목을 지나 수십개의 계단을 오르자 낮은 철문을 둔 주택이 나왔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향과 조용한 음악이 흘렀다. 우리는 ‘정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카페 같다. “커피도 내려 마시고, 저녁에는 지인들과 간단히 술 한잔하기도 한다(웃음). 청년정치학교 수강생들도 와서 커피를 마시며 토론한다.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청년정치학교’ 이름이 재밌다. ‘정치’를 공부하는 건가?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가 망가진 가장 큰 요인은 ‘패거리 정치’다. 패거리 정치가 횡행하다 보니 청년이 정치권에 진입할

7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민간 자본으로 구성된 100억원대 기후 펀드를 통해 기후 테크 분야에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100억 기후 펀드로 초기 스타트업 키운다”

[인터뷰]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후 테크(Climate Tech·기후변화 대응 기술) 분야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첫 민간 펀드가 탄생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지난 8일 펀드 결성 총회를 열고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을 출범했다. 펀드 규모는 약 100억원. 벤처 2세대라고 하는 김강석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 박수정 줌인터넷 창업자 등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펀드 결성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창업 3년 이내의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기후 테크 펀드는 이번이 최초”라며 “농식품, 신재생에너지, 순환경제 등 크게 세 분야로 구분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왜 초기 스타트업인가? “벤처 투자금이 늘면서 투자 여력은 생겼는데, 상대적으로 투자받을 팀이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상황도 비슷하다. 여러 리포트에서 발견되는 지적이 기후 테크 시장의 재원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 세계 벤처캐피털(VC) 투자금 중 14% 정도가 기후 테크에 투입된다.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전기차, 수소차, 배터리 등 모빌리티 사업에 몰린다. 설립 초기의 기술 기업을 발굴해서 혁신 케이스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스크 부담이 크지 않은가? “초기에 이뤄지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 아무래도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 시기니까…. 정부 정책이나 제도와도 밀접하게 돌아간다. 특히 대기업과 국책 연구 기관에서도 기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만만찮다. 이처럼 리스크가 크다고 해도 사회적 임팩트가 아주 크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다. 성공했을 때 기대할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오늘(4월 12일)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4일 만난 김승환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이사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여성의 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에 40년 전 남들보다 앞서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재단을 설립했다”면서 “이제는 여성을 넘어, 남성, 성별 이슈 등 ‘여성의 삶’과 닿아 있는 다양한 이슈로 재단의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여성으로 일어선 기업이 여성을 돕는 방법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40주년 인터뷰] 김승환 이사장 아모레퍼시픽이 여성 복지 사업을 시작한 건 1982년이다. “여성의 힘으로 일어선 기업이니 여성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서성환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태평양복지회’가 설립됐다. 화장품을 만들던 회사는 여성의 삶과 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고생 장학금 지원, 생활비 지원 등 여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복지 사업을 펼쳐나갔다. 태평양복지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오늘(4월 12일)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4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만난 김승환(53)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이사장은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이 변하면서 복지 사업의 내용과 방법도 바뀌었지만 ‘여성의 삶과 꿈을 응원한다’는 대명제는 40년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교육 지원에서 공간 지원으로 ―민간 기업이 여성 이슈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는 게 40년 전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죠. “당시만 해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자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어요. 서성환 선대 회장님은 일찌감치 이런 문제들에 주목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남편을 잃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여성들을 위해 화장품 방문 판매 일자리를 만든 게 대표적이죠. 직원들에게 유니폼을 지급해 전문직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했고, 그 덕에 자녀들은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어요.” ―여성의 자립을 위해 시작한 방문 판매가 결과적으로 기업에 큰 수익을 가져다줬다고 들었어요. “방문 판매 제도는 국내 화장품업계 전체를 성장시켰습니다.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 위기 속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 최고의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방문 판매 덕분이었어요. 물론 초반에는 보수적인 인식 때문에 여성 판매원을 모집하는 일도 힘들었다고

1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만난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사무실 한쪽 벽에는 소속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최초 장애인 엔터社… “편견 없이 재능 펼치기를”

[인터뷰]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지난 13일 열린 2022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미국 배우조합상(SAG)’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CCA) 남우조연상’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청각장애인 배우로는 역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수상 기록이다. 이렇듯 해외에선 다양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 흐름에 따라 장애인 배우들의 입지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 방송·영화계에선 장애인 배우들이 설 자리는 좁기만 하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파라엔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0월에 설립된 국내 최초 장애인 전문 엔터다. 체육,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스타를 발굴·육성해 장애인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YTN 앵커 출신의 차해리 대표와 한민수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함께 설립했다. 지난해부터 5월부터 차 대표가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차해리 파라엔터 대표는 “전 세계 인구의 장애인은 15%”라며 “대중들이 미디어에서 15% 확률로 장애인을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활동 영역 넓힌다 파라엔터에는 23명의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소속돼 있다. 장애인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대중문화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아티스트까지 영입하며 종합엔터로 성장했다. 파라엔터는 방송, 공연, 창작활동 등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속 아티스트를 모델이나 배우로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차 대표는 “인지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 TV이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아티스트들은 파라엔터를 만나면서 대중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차 대표는 “한 아티스트에 대한 캐스팅 문의가

안드레아 부조르 루마니아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루마니아 국경 지대로 넘어오는 난민들을 돕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우크라 피란민의 절반은 아이들… 전쟁 트라우마 극복 도와야”

[인터뷰] 안드레아 부조르 루마니아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경을 넘는 피란민 행렬은 20일째 계속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분쟁 2주 만에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수는 200만명을 훌쩍 넘었다. 특히 루마니아로 넘어온 난민은 5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국경 최일선에서 맞이하는 사람은 NGO와 자원봉사자들이다. 지난 9일 화상 회의로 만난 안드레아 부조르(Andreea Bujor) 루마니아월드비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영하 날씨에 칼바람을 뚫고 피란민들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넘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 북부 시레트 지역에서 피란민을 지원하고 있다. 안드레아 본부장은 “다수의 NGO가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계속해서 유입되는 피란민과 갈 곳을 정하지 못해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모두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이 아직 멈추지 않으면서 구호활동에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8곳에서 100여 명의 루마니아월드비전 직원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인력과 구호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어린이 난민이 많다고 들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만 18~60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피란민 대부분은 여성과 아동이다. 이들은 남편, 아버지, 아들을 남겨두고 고향을 떠나야 했다. 주거 공간인 보호소와 식료품, 위생용품, 담요 등 필수 물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아동친화공간도 조성해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아동친화공간이 꼭 필요한가? “피란민의 절반이 아이들이다. 물질적인 구호 물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심리적으로 상담을 지원하는 일도 재난 상황에서는 필수다.” ―현장으로 온 첫날이 기억나는지? “러시아 침공 이틀 뒤인 26일에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인터뷰]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 “디지털혁신 NGO에 총 100만 달러 지원한다”

올해 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트워크(AVPN) 한국대표부는 구글에서 자선활동과 사회혁신을 담당하는 ‘구글닷오알지(Google.org)’의 지원을 받아 100만 달러(약 12억원) 규모의 ‘디지털혁신기금(Digital Transformation Fund)’을 조성했다. 기금을 통해 디지털혁신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할 비영리단체 5곳을 선발, 기관당 최소 1억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VPN은 아시아 최대 임팩트투자자·사회혁신기관 네트워크다. 다양한 국가와 시장 간 긴밀한 연계를 바탕으로 총 18개 국가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선 사업 기회 발굴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종현 AVPN한국대표부 총괄대표는 “디지털혁신기금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구직자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디지털전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관별 큰 규모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 지원이면 상당한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한국의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이들의 경제 회복과 미래성장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기금은 AVPN과 MYSC가 함께 운영하고 구직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에 사용될 예정이다.” -혁신기술을 지원 대상자를 구직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으로 정한 이유는? “코로나19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삶의 방식을 디지털로 바꿔놨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구직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을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가속화는 전통 소상공인 영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지만, 현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15.4%에 불과하다. 구직자들도 디지털 기초역량 부족으로 노동시장 진입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노멀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 실질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은

비건 인플루언서 '초식마녀' 박지혜씨가 비건 감베리 크레마 파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비건 감베리 파스타는 콘낄리에면, 마늘, 두유, 비건 새우 등으로 조리됐다. /'초식마녀' 유튜브 영상 캡쳐
비건 문턱 낮춘 ‘초식마녀’… 냉장고 속 재료 활용한 레시피만 200개

브로콜리 스테이크, 레몬 커리 파스타, 루꼴라 두부당근 김밥…. 이름도 생소한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비건 요리라는 것이다. 박지혜(35)씨는 이 같은 비건 레시피를 개발하고 SNS와 유튜브에 공유한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브이로그로 전하기도 한다. 그의 닉네임은 ‘초식마녀’다. 박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초식마녀 Tasty Vegan Life’의 구독자는 1만8500명, 누적 조회수는 100만뷰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2만6100명에 이른다. 지난 3일 화상회의로 만난 박씨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건 레시피를 하나둘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3년 지났다”라며 “그간 개발한 비건 레시피만 200개 정도 된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비건 레시피 박씨의 비건 레시피는 문턱이 낮다. 일례로 브로콜리 스테이크의 조리법은 크게 3단계다. 먼저 통브로콜리를 15분 정도 식초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낸 후 감자와 함께 물에 삶는다. 감자와 브로콜리가 다 익으면 올리브유 혹은 식물성 버터를 두른 팬에 버섯과 함께 볶는다. 마무리로 접시에 보기 좋게 담으면 끝이다. “제 요리 스타일은 ‘냉부'(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느낌이에요. 즉흥적으로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보고 어떻게 조합해야 맛있을지 고민해요. 장을 볼 때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에 영감을 얻기도 해요.” 그의 주방 냉장고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식자재는 애호박과 표고버섯, 토마토다. 계절을 타지 않고 여러 재료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박씨는 “흔한 재료로도 충분히 비건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비거니즘을 실천한다고 해서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도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공익법센터 어필 구성원들. 이들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수여한 ‘제10회 변호사 대상’ 상패를 들어보이며 웃었다. (왼쪽부터)이일・김세진・정신영・전수연 변호사, 윤근휴 행정팀장.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난민 혐오와 싸운 10년… “어필의 문은 늘 열려 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피부색과 종교, 국적, 언어, 나이도 제각각이다. 그간의 사연도 현재 처한 상황도 갖가지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은 국경을 넘어 한국땅을 밟은 난민이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어필의 여정은 ‘외길’이었어요.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당장 필요한 법률적인 지원을 제공해왔어요. 가끔 ‘내가 지금 하는 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우리의 가치를 꾸준히 고집했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어필 사무실에서 만난 정신영 변호사가 말했다. 그는 어필 설립 첫 해인 2011년부터 지금까지 난민을 향한 혐오와 싸우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다국적 기업의 인권 침해를 감시한다. 특히 한국에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을 제정하는데 기여했고, 2016년에는 난민에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어필에 도움받은 난민과 이주민들은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어필은 지난달 10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수여하는 ‘제10회 변호사 대상’ 단체 부문을 받았다. 亞 최초 난민법 제정 10년, 어필의 10년 국내에 이주민·난민을 전담하는 변호사 단체는 어필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드물다. 어필의 시작은 2011년. 난민법 제정 준비로 분주하던 시기다. 당시만 해도 전업 공익변호사도 손에 꼽았다. 개별적으로 공익 활동하는 변호사는 있었지만, 조직적으로 이주민·난민을 전담하는 단체는 없었다. 그해 1월 어필을 설립한 김종철 변호사는 2005년 사법연수원에서 난민 지원단체 봉사활동을 하다 만난 난민들의 얘기에 매료돼 그들을 법률적으로

엄소희 대표는 르완다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돕는 레스토랑 '키자미테이블'을 운영한 지 3년 만에 경영권을 현지 청년들에게 이양했다. '키자미(kijamii)'는 아프리카 남동부에서 사용하는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사회적인(social)'이라는 뜻이다. /키자미테이블 제공
“‘취업난’ 르완다 청년들, 3년 만에 사장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엄소희 키자미테이블 대표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레스토랑 ‘키자미테이블’은 올해부터 현지 청년들의 손으로 운영된다. 엄소희(39) 키자미테이블 대표가 르완다 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18년 9월 매장을 연 지 3년 만이다. 엄 대표가 고용했던 직원 8명은 지난해 12월 현지에 독립 법인을 설립하고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았다. 엄 대표는 르완다 매장을 ‘청년 독립매장 1호’라고 표현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장의 존폐를 고민해왔는데, 직원들이 본래 목표였던 독립 운영에 나서면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된 건 아니다. 최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미래도 불투명하지만, 현지 직원들은 다시 매장 문을 열었다. 3개월간 르완다 법인 설립을 돕고 한국으로 돌아온 엄소희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굳이 독립의 길을 결정한 건 직원들의 강한 의지 덕분”이라며 “귀국 후에도 직원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안부를 나누는데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우리는 느리지만 매일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표면적인 비즈니스 구조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키자미테이블의 업무 중 절반은 직업 훈련에 집중돼 있어요.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훈련은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진로 이해, 분야 이해, 업무 이해 등을 포함해요. 사업보고서에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지만요.” 엄소희 대표의 르완다 청년 자립 프로젝트는 10년 전 해외봉사 시절 만난 또래 청년들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르완다 청년들의 관심사는 취업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청년 실업이 문제지만 그래도 채용 시장이 돌아가고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그런데 르완다의 경우 돌파구가 없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현지 청년들에게 직무

2013년 설립된 에버영코리아는 시니어를 고용하는 'IT 기업'이다. 직원 평균 나이는 64.9세. 지난 11일 만난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직원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면서 고민이 늘고 있다"면서 "직원의 체력과 상황에 맞게 업무 강도와 시간을 줄여가며 전 생애에 걸쳐 오래 일하게 하는 방법을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직원 평균 나이 64.9세… ‘시니어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회사

[이상한 사장님]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 ‘정년 100세’를 공표한 IT 기업이 있다. 직원 평균 나이는 64.9세. ‘에버영코리아’는 시니어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다. 서울 종로구 신축빌딩 6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는 백발(白髮)의 직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본다. 인터넷상의 부적절한 정보와 콘텐츠를 모니터링해 삭제하고 이용자들이 최적화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튜닝하는 일이다. 직원 280여명은 대부분 60~70대 고령자다. 평균 근속 연수는 6년 2개월. 2013년 법인 설립 후 이듬해 첫 공채를 진행했는데 그때 뽑은 30명 중에 25명이 여전히 근속 중이다. ‘단기 알바’ 성격의 시니어 일자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지난 11일 만난 정은성(61)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처음 회사를 만들 때는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시니어 직원들이 IT 업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우려와 달리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매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정은성 대표는 “우리 사회가 노인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시니어 일자리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서류-필기-실기-면접… 격식 갖춰 뽑는 이유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시니어계의 삼성’으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근무 환경도 좋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게 소문이 나서 채용 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높은 편이에요. 80대 1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시니어들에겐 ‘삼성’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실제로 삼성전자에서 퇴직하고 오신 분도 있고요(웃음).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전혀 안 봅니다. 나이, 학력, 성 차별을 없애자는 게 회사를 시작한 이유였으니까요.” ―스펙을 안 보면 어떤 기준으로

지난 12일 만난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는 "지금까지 지역의 소농들이 도시의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었다"며 "도시곳간이 이들을 연결해 농부들에게는 합리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겐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도시 소비자·시골 생산자, ‘반찬 편집 숍’서 연결되죠”

[인터뷰] 민요한 도시곳간 대표 “각지의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품질이 뛰어나지만 유통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요. 반찬 브랜드를 통해 도시 소비자들과 시골의 생산자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민요한(25) 대표는 지역의 소농에게서 직접 받아 온 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도시곳간’을 운영한다. 숙련된 셰프들이 반찬을 만든다는 점도 특별하다. 매장엔 ‘농부의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신선한 식재료와 농부들이 만든 다양한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갖추고 있다. 도시곳간은 지난 2019년 6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도시곳간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생산자에게 안정적 판로를, 소비자에게는 좋은 먹거리와 농산물을 공급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창업 첫해 월 10만명에 육박하는 고객을 모았고, 전국에 매장이 14개나 생겼다. 창업 3년 차인 지난해 연 매출은 100억원에 이른다. 반찬 가게 고정관념 깨는 ‘반찬 편집 숍’ 12일 방문한 도시곳간 매장은 우드톤 인테리어에 은은한 조명이 어울리면서 트렌디한 카페 느낌이 물씬 났다. 단순한 반찬 가게가 아닌 반찬 편집 숍이라는 말에 수긍이 갔다. 민요한 대표는 “상권을 분석해 각 매장 특성에 맞는 인테리어와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며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요리계의 하버드라고 하는 미국 뉴욕의 CIA 요리학교 출신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슐랭가이드 스타 식당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유학파 셰프가 창업을, 그것도 사업 아이템을 반찬으로 정한 이유는 우연한 계기 때문이다. “병역 문제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늘 지나던 시장 반찬 가게에서 손님들이 검은 봉지에 넣어달라고 하는 말이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복의 크기와 강도에 집착하지 않고 만족의 빈도를 높일 수 있는 사람이 진화적 관점에서도 강자”라고 했다.
행복, 얼마나 자주 느끼고 계신가요?

[신년 인터뷰]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김경일(52)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의 하루 일정은 빠듯했다. 낮 12시 30분. 약속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분당으로 이동해 연달아 회의 2개를 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여러 대중 강연을 통해 ‘스타 교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에 강연이 올라오면 조회 수 10만회 정도는 쉽게 넘기고, 50분짜리 긴 강연도 100만회를 넘긴다. 심리학의 문턱을 낮춘 그의 강연에는 늘 ‘행복론’이 담겨있다. 새해를 닷새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게임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김경일 교수를 만났다. “행복의 빈도를 높여라”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확신을 가져라”고 주문하는 그에게 행복의 조건을 들어 봤다. 잘 선택한다는 것 ―지금 행복하십니까? “3시간 전에 행복했고요. 내일 오후 5시에는 행복할 거예요. 이게 제 답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 건 ‘지금 기온이 몇 도야?’라고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상황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본인만의 ‘행복 전략’이 있습니까? “적당히 근시안적으로 살아요. 번아웃이 올 정도로 일하면서 일정 중간에 친구와 막창을 먹는 약속을 끼워넣는다거나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시간도 따로 만들어두는 거죠. 연료를 주입해야 다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요.” ―행복은 어쩌면 잘된 선택의 결과가 아닐까요?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건 나머지를 버린다는 뜻입니다. 무언가를 좋아서 하는 선택 같지만 사실은 싫어하는 걸 제외한 걸 선택하는 거예요.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나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결정이 쉽고 빠릅니다.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