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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주무시는데 깨워서 죄송합니다. 오늘 비 예보가 있어서 여기서 이렇게 주무시면 위험해요.” 아웃리치 상담원들이 지하철 환풍구 위에 누워 있는 노숙인에게 말을 걸고 있다. /주태민 청년기자
폭염 속 노숙인을 돌보는 사람들… ‘아웃리치 상담원’과의 동행

“용산 김OO 선생님 어제부터 센터에서 보호 중이고 다음 달에 일자리 연계할 거고요. 남대문 박OO 선생님 긴급주거지원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니 오늘 만나면 전달 부탁합니다.” 지난달 22일 오후 7시 20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의 희망지원센터에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직원 10명이 모였다. 이들은 노숙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아웃리치(Outreach) 상담원들이다. 아웃리치란, 대상자가 있을 법한 장소에 직접 찾아가는 사회복지 활동이다.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상담원들의 활동 지역은 서울역 광장, 서울역 근처 지하도, 용산역 주변, 숭례문 부근이다. 2인 1조로 나눠 순찰한다. 이날 약 30분의 회의가 끝나자 상담원들은 각자 노란 조끼를 입고 일사불란하게 활동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센터를 나섰다. 정상록(24) 상담원은 발을 다친 노숙인 오상훈(가명)씨를 떠올리고 구급약품을 챙겼다. “담당하는 지역에 따라 챙기는 물품이 다 달라요. 오늘은 간단한 응급처치가 필요한 노숙인 선생님이 계셔서 의약품을 챙겼어요.” 기자는 정상록·서한빛(23) 상담원과 한 팀을 이뤄 서울역 인근 아웃리치 활동에 동행했다. “날마다 건강 상태 체크해요” “약 드실 땐 술 마시면 안 된다니까요, 선생님.” “이거 물이에요, 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역 근처 육교 아래 텐트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술이 든 생수 페트병을 들고 있던 노숙인 최형수(가명)씨는 잔소리가 익숙한 듯 웃어넘겼다. 정 상담원이 추궁하자 최씨는 결국 “계속 참다가 오늘 딱 한 병 마셨다”고 실토했다. “간경화 진단받고 퇴원한 지 얼마 됐다고 또 술이에요.” 정 상담원은 걱정 묻은 잔소리를 이어 나갔다. 최씨에게 안 마시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다른 텐트로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제리백 매장에서 만난 박중열 제리백 대표는 “제리백의 상품과 운영에 대한 애정, 질투, 충고 무엇이든 좋으니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윤선 청년기자
“매일 물 긷는 우간다 아이들에게 꿈 담은 가방을 선물합니다”

[인터뷰] 박중열 제리백 대표 매일 10kg의 물통을 머리에 이고 흙길을 걷는 아이들이 있다. 그날 마실 물을 얻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손이 자유롭지 못해 자주 넘어지기도, 다치기도 한다. 차가 다니는 길이라 교통사고의 위험도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의 일상을 알게 된 박중열(43)씨는 생각했다. ‘어린이가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물을 나를 순 없을까?’ 박씨는 작은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제리캔을 담을 수 있는 가방 ‘제리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상품 이름과 회사명이 같다. 제리캔은 아프리카에서 물을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통이다. 물통을 담아 어깨에 멜 수 있는 배낭 제리백 덕분에 우간다 아이들의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반사판이 가방 앞면에 붙어 있어 운전자 눈에도 잘 띄게 됐다. 제리백에서는 판매용 가방과 기부용 가방을 제작한다. 소비자가 가방을 1개 구입하면 우간다 아이들에게도 가방 1개가 기부되는 ‘바이 원, 기브 원(BUY 1, GIVE 1)’ 방식이다. 제리백이 설립된 2014년부터 작년까지 우간다 아이들에게 전달된 제리백은 1만 3000여 개.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제리백 매장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우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디자인하다 -제리백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고. “디자인을 전공해 2009년까지 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며 늘 내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랐다. 2010년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서 신설한 ‘창의적 지속가능성’ 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포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겠구나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 제리백은 대학원 논문 주제를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원 청년기자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울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구구컬리지의 ‘99%를 위한 교육’

[인터뷰]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 “중·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아이들이 어떤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입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에 투자할 여유가 없죠. 이 친구들에게 엑셀을 가르쳐준 적이 있어요. 기초적인 내용만 알려줬는데도 이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내놓더라고요. 단순한 엑셀 교육이 아이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된 거죠.”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박용 구구컬리지 대표가 말했다. 구구컬리지는 ‘99%를 위한 교육’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모든 직원이 개발자 출신이라는 특성을 살려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해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한다.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IT기술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왜 99%라는 수치를 선정한 건가. “1%라고 하면 상위 1%를 떠올린다. 이들은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학습에 제약이 있는 나머지 99%를 위한 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이 수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유적인 표현이다. 사실은 100%, 모두가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구구컬리지 설립은 지난해에 했지만, 정확히는 2015년부터 이어져 온 사업이다. 삼성전자를 2014년에 그만두고 경기 성남에 있는 ‘일하는 학교’에서 학교 밖 청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한 친구에게 엑셀 사용법을 가르쳐줬다. 그 친구가 엑셀 기술을 재밌게 배우더니 얼마 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 삶에 대한 계획을 열정적으로 세우는

지난 2019년 5월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소셜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SOVAC) 2019’ 행사가 개최됐다. /SOVAC사무국 제공
사회적가치 민간 축제 ‘SOVAC’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내달 20일 개최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인 ‘소셜밸류커넥트(Social Value Connect·이하 SOVAC) 2022’가 오는 9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된다. SOVAC은 최태원 SK 회장의 제안으로 2019년 5월 출범한 국내 첫 사회적가치 민간 축제다.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첫해 행사에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공공기관·대기업 등 관계자 4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월례 행사로 치러져 오다 올해 3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다음달 20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 호텔에서 ‘성장을 위한 연결(Connect for Growth)’을 주제로 열린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기관, 공기업, 학계 등 100여 개 SOVAC 파트너가 참여한다. SOVAC 개막연설에는 전신 화상을 이겨내고 교수 겸 작가로 활동하는 이지선 한동대 교수, 청소년 환경교육 비영리재단을 운영하는 하지원 에코맘 대표, 콘텐츠로 도시를 바꾸는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등이 각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람과 단체, 지역 연결을 통해 이뤄내는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가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별도 세션도 진행된다. 세션은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속 가능 성장 모색 ▲비영리 생태계의 변화와 도전 ▲넷제로를 위한 기후 기술 생태계 구축 ▲어린이 사회안전망 구축 ▲데모데이(스타트업 홍보) 등 9개다. 특히 이번 SOVAC에서는 사회적기업 생태계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아산나눔재단, 함께일하는재단 등 공공과 민간 조직별로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지원·육성 프로그램을 알아볼 수 있는 사업박람회 콘셉트의 부스가 마련됐다. 동시에 투자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사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국내

가지 장어 초밥과 토마토 참치 초밥. 장어와 참치 모두 대체해산물이다. /Mimic Seafood 제공
새우 아닌 새우, 참치 아닌 참치… 대체해산물 시장이 온다

대체육에 이어 ‘대체해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단백질 전문 NPO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2020년 대체육 시장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8300억원)에 달했지만, 대체해산물 시장 규모는 1200만 달러(15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7월 식품기술자협회(IFT)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2023년 식품 트렌드로 대체해산물을 꼽았다. 2013년만해도 500만 달러에 그쳤던 대체해산물 투자액은 지난해 1억7500만 달러(약 2321억원)까지 증가했다.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도 2020년 99개, 2021년 120개로 늘었다. 해산물 소비는 육류 소비만큼이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해산물을 양식하면서 사용하는 항생제, 이후 배출되는 해양 폐기물이 바다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새우 양식장을 조성하면서 숲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계 해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50년에는 현재의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체해산물 산업이 주목 받는 이유다. 전 세계 32국에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해에만 에스토니아, 남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처음으로 대체 해산물 개발 업체가 등장했다. 대체해산물이 주목받으면서 각국의 음식문화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인구대비 세계 최대 해산물 소비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대체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CU, 이마트에서는 식물성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오뚜기도 지난 6월 처음으로 식물성 참치통조림을 출시했다. 올해 1월에는 대체육과 대체 참치를 생산하는 식물성 식품 전문기업 올가니카가 중국 국영기업 중신그룹의 시틱캐피탈로부터 430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대형 식품 판매업체들도 대체해산물을 생산해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네슬레는 2020년 회사의 첫 대체해산물 상품인 식물성 참치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식물성 새우를 선보였다. 유럽의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는 “시각장애인들과 만날 때마다 ‘말을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화를 통해 언어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만 해야 하나요?”… 시각장애 한국어 강사 100명 키운 사회적기업

[인터뷰]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 “시각장애인이 안마사 같은 특정 직업으로만 내몰리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직접 만나 본 시각장애인들은 다재다능하고 잠재 역량도 높았거든요. 이 사람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답답했죠.” 사회적기업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다. 코리안앳유어도어에서 직접 강사 교육을 받고, 외국인에게 온라인으로 1대1 한국어 회화 수업을 진행한다.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교육을 받고 강사로 일하는 인원은 총 97명. 1년 만에 2배가 늘어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코리안앳유어도어 사무실에서 김현진(31) 대표를 만났다. -왜 장애인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굉장히 심했어요. 아토피 흉터가 잘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아픈 건 아픈 거고, 왜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무시당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래서 장애인 일자리에도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장애인은 일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회에 화가 났어요. 제가 직접 해결해보고 싶었죠. 대학생 때는 정신장애인도 바리스타로 함께 일하는 카페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으니 당사자 삶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나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가 없을까’ 고민을 시작했죠.” -다양한 장애군 중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에 집중한 이유는요? “다양한 장애에 대해 공부하는 스터디에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시각장애인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각장애인이 국내에 25만명 정도인데 90%가 중도 실명인 거예요.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회 경험을 쌓아도 시각장애를 얻으면 경력이

고대현 소이프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살면서 만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이프 제공
“자립준비청년의 ‘지속가능한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고대현 소이프 대표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은 ‘옮겨심기’예요. 작은 화분에 심었던 나무가 양분을 먹고 커지면 새로운 화분에 분 갈이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화분 안에 갇혀서는 성장할 수 없어요.” 고대현(40)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소이프’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이 지속가능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립준비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자립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소이프 사무실에서 고 대표를 만났다. -처음에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14년부터 보육원 봉사활동을 했어요. 보육원에 사는 친구들이랑 카메라를 들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진출사 봉사활동을 했죠. 자연스럽게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문득 이 친구들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그냥 방학 내내 시설 운동장에 앉아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 시간 동안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이었나요? “아이들이 찍었던 사진을 디자인 교육에 활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디자인 전공이거든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사진 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죠. 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됐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났는데, 매주 한두 번씩은 보게 됐어요.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중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인연을 이어갔죠. 그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기에 정책의 사각지대가 있더라고요.”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나요?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이사,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소속 발달장애인 A씨가 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베어베터
호텔리어부터 AI매니저까지… “발달장애인 직업, 산업 트렌드 따라 확장”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난 18일 종영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낸 배우들의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는 자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비틀었다는 호평을 받는다.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자폐인 변호사를 현실에서 찾아보긴 어렵지만, 비장애인과 함께 다양한 산업군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매니저’, 테마파크·놀이공원에서 근무하는 ‘캐스트’, 호텔 객실·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리어’까지.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공공·민간기관 지원을 바탕으로 산업 트렌드에 따라 넓혀가고 있다. 발달장애 직무 개발 위해 유망 산업 분석 1990년대만 해도 발달장애인은 우편 수발, 제품 포장 등 단순 업무만 맡았다. 마땅한 정규직 일자리도 없었다. 이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은 장애인의 고용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1994년부터 ‘직업영역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직업영역개발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공단이 개발한 직무만 50개에 이른다. 발달장애인 직무 개발은 유망 산업군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성장하는 산업군이나 앞으로 성장할 산업군 직무를 개발해 고용률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유은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영역개발부장은 “하나의 직무를 개발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특성과 산업 트렌드의 접점을 찾는데 집중한다”면서 “직업을 정하고 나면 해당 직업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 중 발달장애인이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들로 세분화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AI 엔진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데이터매니저’ 직무가 새롭게 개발됐다. 데이터매니저는 ▲데이터 레이블링(차·사람 등 자료에 이름 달기) ▲오류 데이터 검증 ▲자료 저장과 공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신재생에너지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지구 생존에 인간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삶을 살고 있을까? 최근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완성하는 비재무적 요소를 ESG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일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하는 기상이변 뉴스가 심상치 않다. 100년만의 기록적 폭우를 쏟아낸 한국, 유럽과 러시아는 최고기온을 갱신했고 영국과 독일, 중국의 일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녹아서 알프스산맥의 인기 탐방로인 몽블랑과 마터호른의 일부가 통제됐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2030년, 즉 8년 후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하기도 했다. 즉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알려져 있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쓰여진 ‘길가메시 서사시(Gilgamesh Epoth)’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2750년경에 실재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도시국가 중 하나인 우루크의 왕인 길가메시를 주인공으로 한 문학 작품이다. 이 서사시는 환경과 자연을 훼손해 문명이 멸망했다는 단서를 남겼다. 길가메시가 신들에게 반항하며 광대한 삼나무 숲을 벌채한 탓에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자라지 못해 살 던 곳을 떠나 바빌론과 아시리아로 피난해야 했다는 것이다. 마야(Maya) 문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고대 마야는 ‘보존의 우주론(A Cosmology of Conservation)’으로 불리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당시 마야인은 의식, 농사, 사냥, 삼림 관리, 사교 활동 등 일상 생활에서 지속가능한 관행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전통적인 마야 세계관은 인간이 그들이 공유하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호 책임을 지는 많은 부분, 즉 동물, 새, 나무,

보호종료아동 잇달아 극단 선택… “의지할 사람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근 광주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심리·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호종료아동이 세상을 등진 이유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지난 24일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했다”는 유서를 남긴 A(19)씨는 광주 한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앞서 18일에는 광주의 한 대학 건물 뒤편 바닥에서 B(1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50%(1552명)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경제·사회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7월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만 18세까지였던 보호기간을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500만원 이상으로 권고됐던 지자체의 자립정착금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심리·정서적 지원의 공백이다. 마미나 사단법인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 후원팀장은 “보호종료아동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면서 “어려움이 있는 자립준비청년과 상담을 진행하고 지원하는 전담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보호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전담인력은 전국에 120명뿐이다. 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설을 나온 청년은 1만2256명에 달한다. 마 팀장은 “전담 인력 1명당 100명 이상의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꼴”이라면서 “이마저도 양육시설은 전담요원 배치 의무 시설이지만, 그룹홈은 권고 대상 시설에 그쳐 전담요원이 배치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담 인력의 근무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동물학대 범죄 구속기소율 0.1%... 절반 이상은 벌금형
동물학대 범죄 구속기소율 0.1%… 절반 이상은 벌금형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으로 구속기소된 피고인은 전체의 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송기헌(원주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 4211명이다. 이 가운데 구속기소된 피의자는 4명뿐이다. 전체 피의자 중 세 명에 한명 꼴인 32.5%는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고, 절반에 가까운 1965명은 기소되지 않았다. 정식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전체의 2.9%인 122명에 그쳤다. 그 중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5.5%에 불과한데, 절반 이상인 59.6%의 피고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 행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판사의 재량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해진다.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판결을 보면 최대 벌금액은 1800만원, 최소 20만원으로 비교적 가벼운 선고에 그쳤다. 여론에선 동물 학대 범죄를 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80여명에게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던 이른바 ‘동물학대 고어전문방’의 피의자는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올해 3월 고양이 30마리 이상을 학대·살해한 ‘제2의 고어전문방’이 등장했다. “제1의 고어방 처벌이 약했기 때문에 제2의 고어방이 생긴 것”이라며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5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송기헌 의원은 “동물권과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처벌은 변화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양형 기준 마련과 엄중한 처벌을 통해 동물 학대 범죄가 중대한 범죄임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더나미 책꽂이] ‘전염병의 지리학’ ‘인간도 짐승도 아닌’ ‘차별 없는 병원’

전염병의 지리학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코로나19…. 전염병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인류를 덮쳤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도 전염병의 방패로 쓰이지는 못했다. 인간은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저자는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살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질병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확산했는지, 왜 지역마다 피해 규모가 다른지 등을 추적하다 보면 질병 이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백신불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구 비율은 32.5%(약 1930만명)에 불과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67.9%(2억2400만명), 86.3%(약 4470만명)였다. 저자는 “전염병은 생물학적 질병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면서 “사회경제적인 구조, 문화적 편견 등이 전염병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리적 연결망과 불평등 지도를 고려해야지만 전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다. 박선미 지음, 갈라파고스, 1만8000원, 372쪽 인간도 짐승도 아닌 페미니즘 시각으로 동물권을 탐구한다면? 이 책은 페미니즘과 동물 옹호가 교차하는 지점, 즉 성(性)차별과 종(種)차별의 교차점에서 여성과 동물을 대하는 혐오와 차별의 문화를 분석한다. 특히 페미니즘 윤리, 철학, 신학의 관점 등 다양한 틀을 활용해 어떻게 여성과 동물이 착취당하게 됐는지를 짚는다.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논의하는 데 흥미롭고 풍부한 시각적 재현, 일화 등을 사용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페미니스트로서 오랜 기간 이론 연구, 정치 활동을 이어온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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