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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회계의 선] 비영리 ‘소진’의 경제학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영업사원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돈을 벌어다 주는 노동은 곧바로 ‘가격’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의 무너진 구석을 메우고 생태계와 사람을 지키는 비영리 활동가들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처우는 대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문다. 왜 사회를 지키는 이들의 노동은 늘 헐값으로 평가될까. 이 불균형의 뿌리는 깊다. 자본주의의 출발점에서 아담 스미스 이후 형성된 고전경제학의 전통은 노동을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으로 구분해 왔다. 이후 경제는 오직 가격표가 붙은 물질적 성과에만 높은 점수를 매겨왔다. 시장은 “얼마나 사회에 필요한가”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한다. 그 결과 가치(Value)는 가격(Price)에 종속됐고, 예방·돌봄·회복처럼 ‘발생하지 않은 손실’은 숫자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 비영리 활동가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더해진다. 공익활동은 의미 있는 일이기에 낮은 보수를 감수해야 한다는 암묵적 기대가 작동한다. 사명감은 존중의 대상이 되기보다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국가의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사회적 가치는 개인의 희생으로 전가된다. 기부금은 오직 수혜자에게만 쓰여야 하며, 그 전달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사용되면 부도덕하다는 인식 역시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문제는 활동가만이 아니다. 비영리 세제와 회계는 영리법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전문가들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영리 부문과 비교하면 시장가에 한참 못 미치는 보수가 당연시된다. 결국 유능한 전문가들은 비영리를 떠나고, 현장은 갈수록 낙후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2017년과 2018년, 공익법인회계기준을 만들고 비영리 세제 개편을 심의하며 필자가 꿈꿨던 것은 ‘투명한 시스템’이었다.

다문화 혼인의 ‘첫 장면’, 호주·뉴질랜드는 달랐다

다문화 혼인은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다.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혼인 가운데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6%로, 혼인 10건 중 1건에 이른다. 다문화 이혼 역시 전체 이혼의 8.7%를 차지한다. 특히 결혼 5년 미만에 이혼하는 비율은 31.3%로, 한국인 간 혼인(15.3%)의 두 배에 가깝다. 문제는 이 수치가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 실패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다문화 혼인 가족의 초기 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단절은, 상당 부분 제도와 지원 구조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 이후 다문화 혼인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초기 정착 지원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4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비비빅(VVVIC)’은 2025년 9월 이민 선진국으로 꼽히는 호주 시드니와 뉴질랜드 해밀턴을 방문하여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기관들은 다문화 가족의 정착을 ‘개인의 적응’이 아니라, 관계와 환경을 함께 설계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바라보고 있었다. ◇ “정착은 이주여성 혼자의 몫이 아닙니다” 2002년에 설립된 뉴질랜드 해밀턴의 샤마(Shama Ethnic Women’s Trust, 이하 샤마)는 이주여성들이 주도해 만든 비영리단체다. 설립 초기에는 기존 이주여성 정착 프로그램이 실제 정착 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소규모 풀뿌리 조직에 가까웠다. 샤마는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보조금, 민간 재단과 개인 기부, 프로젝트 단위 펀딩 등을 통해 조직의 기반을 확장해 왔다. 사회서비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이주여성들의

[김성주 교수의 미국 필란트로피] ‘기부자 의도’를 제도화한 지라드 유언

미국의 사적 재단(private foundation)이 가능했던 조건은 ‘돈’이 아니라 ‘규칙’이었습니다. 앞선 편에서 다트머스 판결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정치의 손길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했고, 그 위에서 장기 설계가 가능해졌음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필란트로피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필란트로피는 조직과 자본, 그리고 ‘의도’가 함께 작동하는 장치입니다. 조직이 아무리 튼튼해도 기부자의 목적이 쉽게 흐려지거나 뒤집힌다면, 기부는 장기적 공익 설계가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로 남기 쉽습니다. 미국 필란트로피가 ‘기부자의 의도(donor intent)’를 제도적으로 다뤄 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건이 1844년 연방대법원 판결, 이른바 ‘스티븐 지라드 유언 소송(Stephen Girard Will Case)’입니다. 스티븐 지라드는 프랑스 출신 이민자이자 당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으로 꼽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사망 전 유언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필라델피아시에 기부하고, 가난한 고아를 위한 교육기관인 ‘지라드 칼리지(Girard College)’를 설립하도록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자선 기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논쟁은 ‘조건’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라드의 유언에는 “성직자는 학교 운영에 관여할 수 없고, 수혜 아동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종교와 교육의 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은 단순한 운영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부르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유언이 공개되자 지역사회와 종교 단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해당 조항이 종교의 의무를 침해하고 공공정책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시 말해 쟁점은 ‘기부를 했느냐’가 아니라 ‘기부자가 공익 목적 아래 어디까지 설계할 권리를 갖느냐’였습니다. 기부자가 공익을 위해 자산을 출연할 때, 그 목적과 운영 방식을

usaid, 미국 국제개발처, div /미국 농무부
트럼프 행정부서 폐지된 USAID 개발 조직, 민간 기부로 재출범

USAID 예산 삭감으로 폐지된 ‘개발 혁신 벤처’, 비영리 ‘DIV 펀드’로 재편 4800만 달러 모금…해외 원조 축소 속 드문 존속 사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산하에서 운영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예산 삭감으로 폐지됐던 ‘개발 혁신 벤처(DIV)’가 지난 5일, 민간 기부를 기반으로 독립 비영리기관으로 재출범했다. 해외 원조 축소 국면에서 정부 조직이 민간 필란트로피를 바탕으로 존속에 성공한 드문 사례다. AP통신에 따르면 DIV는 두 곳의 민간 기부처로부터 총 4800만 달러(한화 약 700억원)를 모금해 ‘DIV 펀드(DIV Fund)’라는 이름의 비영리기관을 새로 설립했다. 주요 기부처는 자선 기금 조성 및 자문 기관인 코이피션트 기빙(Coefficient Giving)이며, 나머지 한 곳은 익명으로 참여했다. DIV는 USAID 산하에서 저비용·고효율 개발 개입을 발굴·검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소규모로 시험한 뒤 효과가 입증되면 다른 USAID 부서나 국제기구, 각국 정부의 후속 투자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교육·보건·농업·기후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성과 기반 확산’ 모델을 적용해 왔다. 비영리로 전환한 DIV 펀드는 앞으로 연간 약 2500만 달러(한화 약 364억원) 규모의 지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USAID 시절 DIV가 운용하던 예산의 절반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 가운데 2000만 달러(한화 약 291억원)는 기존 수혜 기관에 이미 배분됐으며, 나머지 2800만 달러(한화 약 407억원)는 신규 사업 지원에 쓰인다. 올해는 공개 공모를 통해 새로운 지원 대상을 모집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정부효율부(DOGE)를 중심으로 USAID를 사실상 해체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영국 의학저널

아동·청소년 2명 중 1명 “유해콘텐츠 노출”…80%는 추천 알고리즘 경로

초록우산 이슈브리프 플랫폼 ‘사전 위험평가 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아동·청소년이 이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유해 콘텐츠 노출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고와 삭제 중심의 대응으로는 알고리즘을 통해 확산되는 유해 콘텐츠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록우산이 지난 10일 발간한 이슈브리프에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플랫폼 위험평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유해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플랫폼의 구조와 설계 자체에 있다는 주장이다. 초록우산이 지난해 말 만 14세 이상 중·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쇼트폼 플랫폼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의 53.4%가 이용 중 유해 콘텐츠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입 경로의 80.3%는 추천 알고리즘이었다. 이용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에 의해 유해 콘텐츠가 노출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노출된 유해 콘텐츠 유형을 보면 성 관련 콘텐츠가 42.7%로 가장 많았고, 섭식장애, 마약·도박, 자살·자해 관련 콘텐츠가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한 일탈 콘텐츠를 넘어, 아동·청소년의 안전과 정신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다. 초록우산은 가상 아동 계정을 활용한 실증 실험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만 14세로 설정된 계정에서 성 관련 게시물과 자살·자해를 암시하는 콘텐츠가 별도의 검색 없이 추천 피드에 노출됐고, 일부 콘텐츠는 대출 광고나 성인 웹툰 사이트로 연결됐다. 연령 설정만으로는 위험을 차단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유해

유한킴벌리, ‘가장 존경받는 기업’ 23년 연속 TOP7

13년 연속 생활용품 산업 1위 기록…사회·이미지·고객가치 고평가 유한킴벌리가 ‘2026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올스타 7위에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23년 연속 TOP 7을 유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TOP 10을 한 번도 벗어나지 않은 기업은 유한킴벌리를 포함해 유한양행,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4곳뿐이다. 산업별 평가에서는 13년 연속 생활용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했으며, 산업계 종사자와 전문가, 소비자가 평가에 참여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가치, 이미지가치, 고객가치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생리대·미용티슈 등 위생·생활용품을 생산하며 관련 시장 형성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 왔다. 윤리경영과 환경경영, 사회공헌을 주요 경영 기조로 삼고 있으며, 일부 제품군에서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환경·사회 활동은 1984년 시작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국·공유림을 포함해 지금까지 58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꾸었으며, 탄소중립 숲 조성, 멸종위기종 보호, 산불 훼손지 복구 등 기후 대응 활동을 지속해 왔다. 이 캠페인의 해외 사례로는 몽골 사막화 지역에 조성된 ‘몽골 유한킴벌리숲’이 있다. 대규모 산불 이후 황폐화된 지역을 대상으로 장기간 조림 사업을 진행해 숲 복원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40년 이상 이어진 해당 캠페인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 전략으로 작동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유한킴벌리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 제품 비중을 매출의 9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축(2019년 대비), 산림인증 펄프 사용 확대, 포장재

탈북민 목소리 직접 듣는다…희망친구 기아대책, 영화 ‘신의 악단’ 특별상영회

후원자·시민 200여 명 참석…토크콘서트 통해 당사자 삶과 경험 나눠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북한 주민의 삶을 조명하고 탈북민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난 9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신의 악단’ 특별상영회를 열고, 북한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상영과 탈북민 당사자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상영회에는 북한사업 후원자와 사전 신청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감독과 주요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으며, 상영 이후에는 ‘탈북민 당사자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탈북민 유튜버 강은정 씨의 진행으로 탈북민 신학생 정유나 씨 등 탈북민 당사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북한에서의 일상과 탈북 이후의 삶, 신앙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1994년 민간 최초로 대북 지원을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북한 안팎의 주민들과 국내에 정착한 탈북배경주민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특별상영회 역시 북한 주민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탈북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진행됐다.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은 “북한은 종종 멀고 낯선 대상으로 인식되지만, 그 안에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 특별상영회가 북한을 이념이나 이슈가 아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기아대책은 앞으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회복을 위한 지원을

금융산업공익재단, 청년 주도 ‘산업단지 현장개선’ 프로젝트 추진

충남대 산학협력단과 협약… 대전 산업단지 10개 기업 대상 1.55억 원 투입 금융산업공익재단은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과 9일 ‘산업단지 현장개선 사업: 청년 일터 디자인랩’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제2회 금융산업공익재단 사업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프로젝트로, 대전 지역 산업단지에서 청년들이 직접 현장을 탐방하고 문제를 발굴해 개선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1억55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1년간 지역 청년 약 150명이 산업단지 내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와 문제 발굴에 참여한다. 사업은 ▲산업단지 현장 탐방 및 문제 발굴 ▲문제 정의 워크숍 및 아이디어톤 ▲파일럿 실행 프로젝트 ▲성과 공유 및 확산의 4단계로 추진된다. 이 가운데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과제를 바탕으로 실제 개선을 추진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는 청년 30여 명과 5개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이 산업단지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개선 과정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산업 현장의 구조와 근무환경을 이해하고, 산업단지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완 금융산업공익재단 이사장은 “대전 산업단지는 지역 고용을 뒷받침해 온 중요한 기반”이라며 “청년의 시각에서 산업단지 일터를 새롭게 조명하고 기업과 함께 근무환경 개선을 추진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비영리 회계의 선] 반쪽짜리 투명성, 미완성된 비영리 회계기준

우리나라 비영리 세제는 70년의 역사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비영리 회계기준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연표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비영리법인의 법적 형태와 설립 근거에 따라 서로 다른 회계규칙을 개별적으로 마련해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1966년 제정),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대학 적용, 1981년 제정),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1988년 제정),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병원급 적용, 2003년 제정),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규칙(2007년 제정),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2018년 제정) 등이 그 예다. 즉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 특정 유형의 비영리법인에는 각자의 회계규칙이 존재했지만, 민법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회계기준은 오랫동안 마련되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은 2003년 ‘비영리조직의 재무제표 작성과 표시 지침서’를 발표했고, 2017년에는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을 제정했다. 다만 이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기준에 머물렀고, 국내 실무와 괴리가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공익법인회계기준의 제정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2017년 봄쯤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익법인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비영리법인 업무를 수행해 온 회계사로서 반가움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비영리법인 업무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들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공인회계사가 조직의 재무상태와 운영 성과를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화된 회계기준이 부재했던 구조적 문제였다. 각 법인이 관행과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가 서로 비교 가능할 리 없었고, 회계 정보의

AI가 넘은 선…미성년자 SNS 전면 규제로 번진 ‘그록 쇼크’ [글로벌 이슈]

미성년자 성적 이미지 생성 논란에 프랑스는 15세 미만 사용 금지 법제화 영국·스페인·그리스도 잇따라 입법 검토, 규제 논의 급물살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의 챗봇 그록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생성·확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각국에서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는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고, 영국과 스페인, 그리스 등도 잇따라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논란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월 사이, xAI의 챗봇 그록이 여성과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묘사한 이미지를 대량 생성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X는 사진 게시물에 ‘이미지 편집’ 기능을 추가해, 원본 게시자의 동의 없이도 텍스트 명령만으로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 속 인물의 노출 수위를 높인 이미지가 만들어져 확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 미성년자 이미지까지 동의 없이 편집한 그록, ‘보호장치 실패’ 인정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는 2025년 12월 29일부터 2026년 1월 8일까지, 그록이 아동 성착취물 2만3000장을 포함해 약 300만 장의 성적 이미지를 생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분당 약 190장의 이미지가 생성된 셈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xAI는 지난 1월 2일 시스템상 허점을 공식 인정하며 “일부 요청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최소 복장(비키니·속옷 등 신체 노출이 많은 옷차림) 이미지를 생성해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1월 14일에는 이미지 편집 기능을 제한하고, 이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노출이 심한 인물 이미지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김성주 교수의 미국 필란트로피] ‘비영리의 독립’을 만든 다트머스 판결

미국의 필란트로피를 떠받친 바닥은 ‘자발성’만이 아니었습니다. 자발성이 사회의 시스템으로 굳어지려면, 그 시스템을 흔들지 못하게 붙잡아 주는 법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미국 비영리 섹터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다면, 결국 “민간이 공공의 빈틈을 메워 왔다”는 역사만큼이나 ‘민간이 스스로 설 수 있게 만든 제도’가 함께 답이 됩니다. 그 제도 전환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가장 자주 호명되는 사건이 1819년 연방대법원 판결, ‘다트머스 대학 대 우드워드(Dartmouth College vs. Woodward)’입니다. 당시 미국의 자선·교육기관이 처음부터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주에서는 자선단체나 교육기관을 설립할 때 주 정부가 임명한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하도록 요구하기도 했고, 이를 통해 비영리 조직 운영에 직·간접 영향을 행사했습니다. 공익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민간 조직이 곧장 행정의 보완물처럼 다뤄질 여지가 있었던 셈입니다. 오늘 한국의 공익법인과 비영리 조직이 자주 부딪히는 ‘행정의 그림자’가, 미국 초기에도 전혀 낯선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다트머스 사건은 뉴햄프셔 주 정부가 다트머스 대학의 설립 헌장을 변경해 사립대학을 공립대학으로 전환하려 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대학 측은 주 정부의 조치가 미국 헌법의 계약조항(Contract Clause)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단순했습니다. “대학 설립 헌장은 공공 목적의 허가장인가, 아니면 사적 계약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다트머스 대학의 설립 헌장이 사적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주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의 의미는 한 대학의 지위를 지켜준 수준을 넘어섭니다. ‘사적 법인’이 정치권력의 변덕으로부터 보호받는 헌법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데에 방점이

[김성주 교수의 미국 필란트로피] 미국 재단의 뿌리는 ‘자발성’에 있다

드디어 한국에서도 기부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사적 재단(Private Foundation)’이 제도와 담론의 언어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한국에 개인 명의의 재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수성가한 독지가나 기업가가 자신의 자산을 출연해 장학재단 등을 세운 전통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다만 ‘개인의 이름’을 재단 명칭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좀처럼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선행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유교적 정서, 개인의 이름을 공공선과 직접 연결할 때 생기는 거리감이 한데 얽혀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현대차정몽구재단과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K-필란트로피 이니셔티브 포럼’과 미국 레거시 재단(legacy foundation) 사례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재단과 개인재단, 특히 기업가가 설립한 재단의 정체성과 역할을 두고 “무엇을 닮고 무엇을 달리할 것인가”를 공개적으로 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입니다. 다만 맹목적인 벤치마킹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재단의 ‘규모’나 ‘성공 사례’를 먼저 가져오면, 정작 그 재단이 성립한 토대를 놓치기 쉽습니다. 미국식 사적 재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시민사회와 비영리 섹터가 어떤 역사적·제도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정확히 짚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 작업 없이 미국 모델을 가져오면, 한국에서 ‘재단’이라는 단어가 다시 혼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필자가 과거 한국 비영리 섹터의 규모와 범위를 미국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을 때, 개념적·제도적 비교가 가장 어려웠던 조직 유형이 ‘재단(財團)’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재단’이라는 이름을 단 비영리 조직이 많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개별 법률에 근거해 설립·운영되고, 지배구조와 규율 체계도 제각각입니다. 미국에서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