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실이 전쟁터가 됐다” 최근 5년간 분쟁 지역 학교 공격 3배 증가

나이지리아·수단서 학교 공격 확산…국제회의서 대응책 논의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5년간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학교를 겨냥한 공격이 약 790건(2020년)에서 2445건(2024년)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무력 분쟁 속에서도 교육을 보호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아동의 배움터가 오히려 전쟁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경고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5~2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5차 ‘안전한 학교 선언(Safe Schools Declaration)’ 국제회의를 앞두고 유엔(UN)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전했다. 단체는 인도적 위기의 확산으로 인해 아동의 ‘안전한 교육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고된 학교 공격은 교사·학생을 향한 살해와 납치, 학교 공습, 무장세력의 학교 점령, 교육시설 내 성폭력 등 점점 더 잔혹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121개국이 ‘안전한 학교 선언’에 서명했지만, 글로벌 교육보호연합(GCPEA)은 “학교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최근 300명 이상의 아동과 교직원이 한꺼번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케비(Kebbi)주 기숙학교에서도 20여 명의 여학생이 무장세력에 의해 끌려갔다. 분쟁이 장기화된 지역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수단은 지난해 4월 분쟁 발발 이후 학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학령기 아동 1700만 명 중 4분의 3이 교육 기회를 잃었다. 예멘에서는 3명 중 1명, 약 320만 명의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으며, 최소 2400개 학교가 파괴되거나 실향민 거처로 전용됐다. 예멘 타이즈 지역의 살마(16)는 “학교가 문을 닫은 뒤 어두운 지하실에서 칠판도 없이 돌 위에 앉아 공부해야 했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미세조류·농업 로봇·폐수 자원화…기후위기 넘어갈 3개 기술 나왔다

베트남서 만난 ‘기후테크’의 무대 <下> ‘넷제로 챌린지 2025’ 그랜드 파이널 수상 기업 3곳 베트남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기후 기술 대회 ‘넷제로 챌린지 2025’에서 우승팀이 지난 21일 호찌민시에서 발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혁신적인 기후 기술을 베트남에서 실증할 3개 스타트업에 총 2000억 베트남 동(한화 약 111억8000만원) 규모의 보조금 및 상금이 수여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지속가능 농업, 순환경제 등 기후위기 대응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는 60개국에서 700개가 넘는 기술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결선에 오른 9개 팀 중 ▲알카보 테크놀로지스(홍콩·재생 에너지 및 탄소 감축) ▲슈즈 애그테크(베트남·식량 시스템 및 지속 가능한 농업) ▲베트남 푸드(베트남·순환경제 및 폐기물 관리)가 각 트랙에서 최종 1위를 차지했다. ◇ 미세조류의 흡수 능력으로 배출가스 ‘자원’ 만든다 홍콩의 ‘알카보 테크놀로지스’는 미세조류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흡수해 새로운 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조류의 생물학적 흡수 능력을 활용해 배출가스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고배출 산업의 탄소 저감과 자원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알카보의 시스템은 배출가스를 조류 배양조로 보내 탄소를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조류 기반 방식은 생물학적 전환이기 때문에 기존 탄소포집(CCUS) 기술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운영 비용도 낮다. 제조업·발전소가 많은 베트남 산업 구조와도 잘 맞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알카보는 현재 베트남 폐수처리 시설에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넬슨 응(Nelson Ng) 대표는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조류 기반 전환 기술은

700개 기술 몰린 ‘넷제로 챌린지’…한국 식스티헤르츠 결선 첫 진출

베트남서 만난 ‘기후테크’의 무대 <上> 재생에너지·농업·순환경제 3개 분야서 결선 열려…현장 적용성·확장성 중심으로 기술 평가 기후재해가 일상으로 번져가는 동남아에서, 이를 줄일 기술적 해법을 찾기 위한 국제 경연이 열렸다. 지난 21일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넷제로 챌린지’ 그랜드 파이널 현장. 올해 대회에 60개국에서 700개 넘는 지원서가 몰릴 만큼 관심이 컸다.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과 정책, 기업 활동 전반을 뒤흔드는 가운데 기술의 실효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다. 베트남은 최근 몇 년 동안 폭우·홍수·산사태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달 중부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90명이 넘게 숨졌고, 베트남 국가통계청(GSO)은 올해 자연재해 사망·실종자가 279명, 피해액이 20억 달러(한화 약 2조9400억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지형적 취약성과 기후변화가 겹치면서 재해의 강도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기술은 더 늦출 수 없는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 ◇ 기후재해 늘어난 베트남…기술 기반 대응 필요성 부각 ‘넷제로 챌린지’는 베트남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재단이 호찌민시 개발연구소(HIDS)와 협력해 2022년부터 운영하는 글로벌 기후 기술 대회다. 산업·도시의 배출 저감, 지속 가능한 농업, 폐기물 관리 등 베트남이 당면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GS건설이 전략 파트너로 처음 참여했고, 아이비엣벤처스(AiViet Ventures)와 38M벤처스, 싱가포르 센브콥인더스트리스(Sembcorp Industries) 등이 투자 파트너로 합류했다. <더나은미래>는 공식 아웃리치 파트너로 현장을 취재했다. 결선에는 ▲재생에너지·탄소 감축 ▲식량 시스템·지속 가능한 농업 ▲순환경제·폐기물 관리 3개 분야에서 각각 3개

코로나19·전쟁·인종차별…위기가 바꾼 기부 지도

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3·끝>사회적 격변이 만든 새로운 자선의 지형도 세상이 흔들릴 때, 사람들의 지갑이 향한 곳도 달라졌다. 코로나19 병상과 우크라이나 국경, 인종차별 시위의 거리마다 자선의 물줄기가 흘렀다. 위기 속에서 ‘누구를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한 단체들이 미국 기부 지도를 다시 그렸다. 미국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가 발표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에 따르면, 지난 몇 년 사이 사회적 격변과 함께 급성장한 단체들이 눈에 띈다. 2018~2020년 평균 기부금 대비 2021~2023년 평균 기부금 증가폭이 가장 컸던 10개 단체는 ▲터널 투 타워스(504%) ▲UNCF(275%) ▲월드 센트럴 키친(209%) ▲마겐 다비드 아돔 미국 후원회(201%) ▲밀컨 연구소(155%) ▲반 안델 연구소(155%) ▲기브웰(143%) ▲마이클 제이 폭스 파킨슨병 연구재단(111%) ▲국제 기독교·유대인 협력기금(83%) ▲힐즈데일 대학(68%)이다. 9·11 테러 희생자와 군인·경찰 가족을 지원하는 ‘터널 투 타워스(Tunnel to Towers)’ 재단은 3년 사이 평균 기부금이 500% 넘게 늘며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9·11 테러 20주년을 계기로 “매달 11달러를 기부하자”는 메시지를 내건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배우 마크 월버그,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 등이 출연한 광고가 TV·유튜브·라디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송출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의 가족에게 무담보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2018년 1684만 달러였던 기부금은 2021년 2억560만 달러로 치솟았고, 이후 정기기부 모델이 자리 잡았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에는 인종차별 해소와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기부가 늘었다. 흑인대학과 소수인종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기부는 ‘사명’으로 답했다

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2> 불경기 속 혼합기부 증가…사명 뚜렷한 단체에 기부 몰린다 팬데믹과 경기 침체, 정부의 예산 삭감이 겹치며 미국 비영리단체들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후원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규모나 오래된 전통보다, 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분명히 지키는 단체를 찾아 기부했다. 미국 비영리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가 2021~2023년 개인·재단·기업의 기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 100대 순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매체는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사명에 충실하고, 후원자에게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설득하는 황금률이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 “사명에 충실한 단체가 살아남는다” 기빙USA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개인 기부는 23% 늘었지만, 상위 기관들의 증가율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상위 100곳 중 절반 이하인 46곳만이 23%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18곳은 오히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조직의 연혁이 아니라, 사명의 일관성이 생존을 좌우했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랜드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29위)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낙태 관련 법이 강화되고 공공의료보험 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정치적 압박이 이어졌지만, “여성의 생식권과 건강권은 타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유지했다. 정부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음에도 같은 시기 개인 후원은 오히려 급증했다. 레오라 한서 모금 최고책임자는 “이런 시기에 침묵은 통하지 않는다”며 “사명을 회피하는 단체는 결국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병원(St. Jude Children’s Research Hospital·2위)도 마찬가지다. ‘모든 아동에게 무상치료를 제공한다’는 단일 사명 아래, 치료 과정과 가족 이야기를

팬데믹 이후, 기부의 축이 달라졌다

변화하는 미국의 기부 생태계 <1> 유나이티드웨이 23% 급감, 사마리탄스퍼스·컴패션 등 ‘현장형 단체’ 두 자릿수 성장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기부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Chronicle of Philanthropy)는 지난 7일(현지시각) 2021~2023년 개인·재단·기업 기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America’s Favorite Charities)’ 100곳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단체별 순위뿐 아니라, 팬데믹 이후 5년간의 기부 흐름과 정치·경제·문화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전통적 대형 기관의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재난·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 중심의 단체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자선단체’ TOP10 2021~2023년 평균 모금액을 기준으로 한 상위 10개 단체는 ▲유나이티드웨이(1위)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 병원(2위) ▲구세군(3위) ▲YMCA(4위) ▲컴패션 인터내셔널(5위) ▲미국 소년소녀클럽(6위) ▲해비타트포휴머니티(7위) ▲스텝업포스튜던츠(8위) ▲미국 적십자(9위) ▲사마리탄스퍼스(10위) 순이다. 순위권에는 100년 넘은 전통 단체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웨이, 구세군, YMCA, 미국소년소녀클럽, 미국 적십자 등은 모두 19세기에 설립돼 미국 시민사회의 근간을 형성한 기관들이다. 반면 2000년 설립된 ‘스텝업포스튜던츠(Step Up for Students)’는 교육 장학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 단체로, 10위권 중 유일한 2000년대 설립 기관이다. 특히 코로나19와 전쟁, 기후 위기 등 복합적 위기가 기부 흐름을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역사와 전국적 네트워크를 지닌 유나이티드웨이(1위)는 ‘직장 내 모금’ 기반이 약화되며 2018~2020년 평균 대비 모금액이 23% 급감했다. 반면, 사마리탄스퍼스(10위)·컴패션인터내셔널(5위) 등 재난 대응 및 빈곤 지역 지원 등 현장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단체들은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뉴욕에서 열린 제80회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연대 복원 외친 유엔총회…‘다자 협력’이 해법으로 [글로벌 이슈]

시진핑 “2035년 온실가스 10% 감축”… 구테흐스 “과학·경제 모두 대응 요구”이재명 대통령, 다자주의 협력 통한 글로벌 해법 강조 제80차 유엔총회가 9월 23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기후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기극”이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반면 세계 정상들과 유엔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성 가치를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의 탄소 감축 정책은 경제를 해쳤고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가 경쟁력을 위협한다”며 “유엔과 다수의 기후 전망은 틀렸고, 잘못된 예측으로 각국이 재산과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 탈퇴를 통보하고 석유·가스·석탄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 기후 대응은 과학적·경제적 요구…중국은 온실가스 7~10% 줄인다 트럼프의 발언 다음 날 열린 ‘UN 기후 정상회의’에서 세계 100여개국은 새로운 행동 계획을 내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상 연설을 통해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 대비 7~10% 줄이고, 비화석연료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를 2020년 대비 6배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은 “녹색·저탄소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개발도상국에는 재정·기술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상 전날 트럼프 발언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또 녹색 기술과 산업 협력을 강화해 고품질 녹색 제품이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를 시장의 주류로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기후

전력, 전기, 전력망. /Unsplash
전력망 확충, 왜 모두 ‘에너지 고속도로’에 주목하나

한국, 산업 거점–재생에너지 연결하는 초고압 전력망 추진 EU, 러시아 의존 줄이며 병목 해소 위해 ‘하이웨이’ 이재명 정부가 국가 차원의 전력망 확충을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본격화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국 산업 거점과 재생에너지 생산지를 초고압 송전망으로 잇는 대규모 전력망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반도체·배터리 등 전력 다소비 첨단산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간 인프라다. 말 그대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인공지능(AI)과 함께 에너지 고속도로를 국가 미래 전략의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 7월 에너지 고속도로 추진단을 설치했고, 오는 26일부터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시행된다. 사실상 국가 차원의 전력망 대전환에 시동이 걸린 셈이다. ◇ 러시아 의존 줄이며 ‘에너지 섬’ 해소 나서는 유럽 유럽연합(EU)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EU 집행위는 역내 전력망 병목을 풀고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하이웨이(Energy Highways)’ 구상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연례 국정연설에서 “외레순 해협에서 시칠리아 해협까지 8개 병목 지점을 확인했다”며 “이를 해소해 유럽 시민에게 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EU는 회원국 간 전력망 격차가 심각하다. 독일·네덜란드는 디지털 전력망과 저장 시설에 투자했지만, 폴란드·불가리아·체코 등은 노후 인프라로 정전에 취약하다.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EU 본토와 연결률이 2% 수준에 불과해 ‘에너지 섬’으로 남아 있고, 지난 4월 이베리아 전역 정전 사태가 그 위험성을 드러냈다. ◇ 가격 안정·안보 위한

“SMR이 해법” 빌 게이츠…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나

차세대 원전 SMR 세계 화두로 부상…韓도 가능성 부각 英·佛은 원전 확대, 獨은 재생 집중…日·中도 제각각 해법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소형모듈원자로(이하 SMR)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차세대 원전 건설에 관심이 많고, 국내 기업들의 개발 역량이 크다”고 강조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부각했다. 이는 게이츠 이사장이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 증가에 SMR이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화답이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으로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소형 원자로다.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수동 안전장치를 갖춰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는 평가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TerraPower)를 직접 설립해 SMR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 원전 보유국으로, 현재 26GW 규모의 원자로 26기를 가동 중이다. 올해 상반기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8.7% 늘어난 반면 석탄 발전은 16% 줄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 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脫석탄 해법 갈라진 유럽…佛은 원전, 獨은 재생 탈탄소 시대, 각국은 원전을 붙잡을까, 버릴까. 영국은 2024년 9월 마지막 석탄발전소 ‘랫클리프 온 소어’를 폐쇄해 G7 가운데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베트남서 ‘넷제로 챌린지 2025’ 열린다…기후 혁신 스타트업 격전

재생에너지·농업·순환경제 3대 분야 공모, 9월 1일까지 접수 더나은미래, 공식 아웃리치 파트너로 대회 소식·결선 현장 취재 베트남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 재단이 ‘넷제로 챌린지 2025’를 개최한다. 호찌민시 개발연구소(HIDS)와 손잡고 3년째 이어지는 이번 대회는 베트남의 시급한 기후 문제를 해결할 혁신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글로벌 경연 무대다. 올해 대회는 ▲재생 에너지·탄소 감축 ▲식량 시스템·지속 가능한 농업 ▲순환 경제·폐기물 관리 등 3개 분야에서 진행된다. 산업·건물의 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화, 식량 안보와 재해 대응, 플라스틱·전자 폐기물 처리 등 현지와 맞닿은 과제를 겨룬다. 먼저 ‘재생에너지·탄소 감축’ 분야에서는 산업과 건물에서 나오는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효율 향상을 앞당길 기술과 사업 모델을 찾는다. ‘식량 시스템·지속 가능한 농업’ 분야는 생산량을 늘리면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해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해법, 자연재해를 예측·감지해 대응력을 높이는 아이디어가 대상이다. ‘순환경제·폐기물 관리’ 분야에서는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고 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특히 플라스틱·전자·유기성 폐기물처럼 베트남이 당면한 현안을 풀어낼 솔루션을 모은다. 칸 트란(Khanh Tran) 터치스톤파트너스 파트너는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초기 단계의 기후 기술은 큰 임팩트를 낼 잠재력이 있지만, 긴 개발 기간과 불확실한 상용화 과정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에 기후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창업자들이 전통적 벤처투자의 즉각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혁신을 시험할 수 있도록 보조금 기반 지원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참가 신청은 9월 1일까지 받으며, 10월 초 결선 진출자가 발표된다. 이후 한 달간 코칭을 거쳐 11월 말 ‘그랜드

이재명 정부, 기후·에너지 전략 꺼냈다…세계는 어디까지 왔나

국정기획위 5개년 계획 발표…RE100·생명안전법 등 8개 과제 담아 EU는 법제화·호주는 투자제도·인도는 조기 달성…日·中도 속도전 합류 이재명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국정 목표로 공식화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제시했다. 핵심 추진 전략 가운데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포함됐다. 전체 123개 국정과제 중 8개가 기후·환경 분야와 직접 연결된다.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통한 RE100 달성’,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기후재난 피해 최소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해왔다. 환경부의 기후대응 업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전담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과제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정이라는 절차적 허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올해 하반기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전담 부처의 조속한 확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유럽은 법으로, 호주는 투자제도로…각국의 ‘탈탄소 전환’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경제·사회 전략의 중심에 두는 흐름은 이미 세계적 조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2일 기후법 개정안을 내고 204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순배출을 90% 줄이겠다는 중간 목표를 제안했다. 기존의 2030년 55%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더해 산업계와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탄소 흡수·저장 기술을 허용하고 국제 배출권을 최대 3%포인트까지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플라스틱. /Unsplash
“플라스틱 생산 줄일 것인가”… 유엔 협약, 14일 제네바서 최종 담판

9개월 전 부산 회의서 무산된 ‘전체 생애주기’ 규제 재정·기술 지원 놓고도 선진국·개도국 갈등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추진해온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오는 1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마지막 담판을 벌인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1)에서 합의에 실패한 지 9개월 만이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는 2024년 말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을 채택,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을 근절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협약 초안에는 ‘디자인·생산·폐기’ 전 단계를 규제하는 ‘전체 생애주기’ 관리 원칙이 포함됐다. 하지만 부산 회의에서는 생산 감축 여부, 유해 화학물질 규제 범위, 생애주기 관리 도입을 둘러싸고 각국이 첨예하게 맞서 문안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이번 제네바 회의(INC-5.2)의 최대 쟁점도 바로 ‘전체 생애주기’ 규제다. 미국은 개막 직후 협약 문구에서 해당 표현을 삭제하자는 제안을 공식 제출했다. 생산 규제를 반대하고, 대신 재활용·디자인 개선·폐기물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이다. 이는 석유·석유화학 업계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이란도 생산 단계 규제에 반대한다. 반면 유럽연합(EU), 소규모 도서국, 아프리카연합 등 100여 개국은 생산 총량 제한과 유해 첨가물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개발도상국 재정·기술 지원 문제도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도서국·아프리카연합 등은 협약 이행을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재정 지원과 기술 이전을 선진국에 요구한다. 폐기물 관리·재활용 인프라 구축 자금뿐 아니라 기술·노하우 공유, 지식재산권(IPR) 장벽 완화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은 자발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