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테이드 “항공권 기금은 지속가능한 혁신 재원”
한국은 2025년부터 국제질병퇴치지금 중단
프랑스와 케냐, 바베이도스 등 8개국이 항공권에 소액의 기여금을 부과하는 국제 연합 ‘항공권 연대기금 연합(Air Levy Coalition)’을 출범시켰다. 연합은 7월 2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4차 유엔 개발 재정 정상회의(FfD4)에서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참여국은 프랑스, 스페인, 케냐, 바베이도스, 앤티가바부다, 베냉,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등이다. 연합은 프리미엄 항공권에 소액의 기여금을 부과해 기후 변화 대응, 감염병 예방,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항공권 연대기금은 출국 항공권에 추가로 부과되는 공항세 형태로 마련된다. 각국 법률에 따라 시행되며, 항공사는 목적지와 좌석 등급에 따라 금액을 차등 적용한다. 징수한 금액은 국가 당국에 정기적으로 보고된다. 항공 부문이 탄소 배출의 주범이자 세계화의 대표적 수혜 산업인 만큼, 국제 사회 문제 해결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항공권 연대기금은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뉴욕선언문’을 통해 국제적 합의 아래 제안됐다. 프랑스는 이듬해인 2006년 세계 최초로 해당 제도를 도입해 HIV/AIDS, 결핵, 말라리아 퇴치 재원으로 활용해왔다. 이후 기금 규모는 점차 확대돼 현재는 국제기구 ‘유니테이드(Unitaid)’ 전체 예산의 3분의 2 이상이 해당 기금으로 충당된다.
유니테이드는 연대기금을 활용해 HIV/AIDS, 말라리아, 결핵 치료제의 접근성을 넓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의료용 산소 공급 인프라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는 보조금, 양허성 대출, 수요 보증을 결합한 혼합 금융 모델을 통해 액체산소 생산량을 세 배로 늘리고, 가격은 최대 27%까지 낮추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방식은 해당 국가들의 보건 안보 역량 강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마리솔 투렌 유니테이드 이사회 의장은 “항공권 연대기금 연합은 혁신적 재정이 실질적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유니테이드는 연대 부담금이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고, 이제 더 많은 파트너들이 이 모델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5년 COP30을 앞두고 추가 참여를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세계화의 수혜자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항공권 연대기금은 20년 전부터 프랑스가 주도한 이니셔티브로, 이제 더 많은 국가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2007년부터 국제선 항공권당 1000원을 부과하는 ‘국제질병퇴치기금’을 운용해왔으나, 정부의 부담금 폐지 방침에 따라 지난해를 끝으로 중단됐다. 해당 기금은 2022년 558억원, 2023년 398억원이 적립됐고, AIDS, 말라리아, 결핵 퇴치 등 국제 보건 사업에 활용돼 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