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지속가능한 개발, 변화의 현장③ 일자리 생기고 소득 늘어… 활기 되찾은 마을에 주민들 ‘활짝’

지속가능한 개발, 변화의 현장③ 네팔 ‘푸드 포 뉴 빌리지’ 사업 네팔 도티지역 오지마을 1년 내내 농사 짓지만 기술도 물도 부족해 식량 겨우 3개월치 생산 한국 새마을운동 닮은 ‘FFNV’ 2011년 시작 주민 조직 참여시켜 공공근로사업 운영 마을 시설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 도모하고 참여 주민에 수당 지급 부모가 여유 생기자 아이들 학교에서 공부 배움이 바꿀 미래 기대 “탕, 탕!” 도끼가 하늘로 솟구쳤다. 은색 날이 햇빛에 반짝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열 번 넘게 이어지자 바위가 ‘쩍’ 갈라졌다. 지난달 19일, 네팔에서 만난 산드르 바하드라(52)씨는 바위를 깨고 있었다. 이곳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36시간 걸리는, 해발 1500m 오지인 도티(Doti)지역 라다가다 마을. 그는 “계곡물을 끌어와 2㎞쯤 떨어진 우리 마을에서 쓸 관개수로를 만들고 있다”며 “비가 오면 길이 뒤엉켜 버리는데, 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이런 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바위를 깨 돌을 만들면, 여자들은 20분 동안 산길을 오르내리며 7~8㎏ 무게의 돌을 옮긴다. 마을 입구에서 30여분 걸어들어가자, 돌을 쌓아 만든 정사각형 모양의 저수탱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건기(乾期)에 대비해 물을 저장해놓는 곳이다. 3400ℓ가 담길 만큼 큼지막했다. 식수원인 계곡에서 저수탱크까지 이어지는 1.5㎞짜리 파이프라인은 이미 완공돼 있었다. 여기에서 마을 식수대(우물)까지 이어지는 1개뿐이던 수로도 4개로 늘렸다. 11일 동안 92가구가 공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저장탱크가 완성되면 550명 정도가 먹고 씻을 물을 쓸 수 있어요. 가뭄이 극심한 시기에도, 저장된 물을 농업용수로 쓸 수도 있고요. 농사도 잘될 것 같은데,

[Cover Story] 지속가능한 개발, 변화의 현장② 태양광 램프로 환해진 마을… 희망도 빛을 낸다

[Cover Story] 지속가능한 개발, 변화의 현장② 캄보디아 태양광 보급 사업 인구 80% 농어촌 거주… 등유로 불 밝히지만 2주치 식비 맞먹는 가격 안전·위생 위험도 높아 제대로 된 활용 어려워 굿네이버스 지원으로 태양광 램프 보급하고 솔라홈 구축 준비 완료 등유 구입 비용 줄어들고 아이들 저녁 공부 쉬워져 자유로운 저녁 활동이 주민들 생활 의욕 북돋아 향후 배터리 충전소 설치… 태양광 전문인력 양성 등 사업 범위도 확대하기로 바람이 불자, 물 위에 떠 있는 집 전체가 출렁였다. 바닥에 손을 짚으니 검은색 물이 스며들었다. 대나무로 엮인 바닥은 군데군데 벗겨졌고, 일부는 웅덩이처럼 파였다. 할톤(49)씨는 “돈이 없어서 집 수리를 제때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막내 썸썸낭(7)군이 라이터로 양초에 불을 붙였다. 촛농을 떨어뜨려 양초를 고정하는 모습이 익숙했다. 양초는 집을 밝히는 유일한 빛이다. 일할 때 쓰는 헤드램프(Head Lamp)가 있지만 집 안에서는 쓰지 않는다. 건전지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양초 불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캄보디아 바탐방 주(州)에 위치한 ‘꺼찌베앙(Kohchiveang)’ 수상가옥 지역.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Siem Reap)’에서 배를 타고 3시간여가 걸린다. ‘삽(Sap)’ 강을 따라 끝없이 드러나는 수상가옥은 관광객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다. 하지만 주민들의 삶은 처절하다. 분베잉(59) 꺼찌베앙 마을 대표는 “주민의 80%가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산란기 5개월 동안 낚시를 못해 다들 어렵게 산다”고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환경은 가난을 부채질한다. 분베잉 대표는 “집집마다 대부분 자동차 배터리나 등유를 사용해 불을 밝히는데, 너무 비싸다”고 했다.

[Cover Story]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⑪ “세계 지도자 되고 싶다면 약자 배려하는 세계 시민 돼야죠”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⑪…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 UN 중앙긴급대응기금서 구호 자금 배분 점검하고 평화와 인권 배우는 세계시민교육 캠프 운영 후원하겠다는 사람 많지만 그만큼 취소도 많이 해 돕는 게 왜 당연한 건지 알아야 제대로 나누는 것 “한국도 좋은 원조방식 논의해야 할 시기… 다른 나라와 정보교류 활발히 이뤄졌으면” “나일강은 절대 낭만적인 곳이 아닙니다. 보트를 타고 가다 보면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악어한테 잡아먹힌 짐승이 썩는 냄새예요. 하마 떼도 무서워요. 하마는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사람을 두 동강 내요. 가장 무서운 건 반군이죠. 밤이면 나일강 주변에서 우리가 타는 스피드 보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지금 우기(雨期)인데, 번개라도 치면 금속 보트에 탄 우리는 인간 바비큐가 될 각오를 해야 합니다.” ‘바람의 딸’ 한비야(54)씨는 발랄한 목소리로 남수단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는 지금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소속 남수단 긴급구호 총책임자다. ‘울지마 톤즈’의 고(故) 이태석 신부로 인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남수단은 40년 동안 내전을 치른 후 작년에 독립한 ‘한 살짜리 나라’다. 1000명 중 175명의 아이가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죽고, 북수단과의 국경지대에 묻힌 석유 때문에 여전히 무력충돌 위험도 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지만 가슴 뛰는 곳’이다. 특히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Central Emergency Response Fund) 자문위원이자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한씨에게, 이번 직책은 현장-정책-이론의 세 가지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특별함이 있다.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은 600억원의 자금을 긴급한 곳에 배분하는 기관이에요. 자문위원은 배분이 정확하게,

[Cover Story] 끈끈한 파트너십으로 56만명의 신생아에 나눔의 ‘온도’ 전했다

[Cover Story] GS샵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 5년 총정리 “작년에 처음으로 아파트 모임 엄마들과 털모자를 떠서 보내줬어요. 올해는 캠페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있다고 해서 아들과 함께 왔어요.” 박성희(45·주부)씨가 부직포 주머니에 털실을 챙겨 넣으며 말했다. 아들 선우준(13)군은 “엄마가 모자 뜨는 것을 보면서 그게 아프리카 신생아들을 살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올해는 뜨개질에도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YMCA에서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하 모자뜨기 캠페인)’의 시즌6 시작을 알리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저체온증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영유아를 살리기 위해 털모자를 떠서 보내주는 캠페인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참여형 기부’ 캠페인의 대표주자다. 지난 5년 동안 캠페인을 진행해온 GS샵(대표 허태수)과 국제구호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은, “그동안 발대식도 없이 시작했는데, 올해엔 첫 시작을 고객들과 함께 하겠다”며 자그마한 행사를 마련했다. GS샵 임직원 70명, GS샵 대학생봉사단 ‘리얼러브’ 100여명, 지난 시즌에 참여했던 고객 130여명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6인1조가 되어 뜨개질 바늘을 챙기고, 정기 후원서를 접고, 뜨개질 주머니를 완성해 ‘모자뜨기 키트’를 완성했다. 이날 제작된 7만개의 키트는 GS샵을 통해 22일부터 소비자를 만났다. 직접 키트 제작에 참여한 김광연 GS샵 상무(미디어홍보부문장)는 “SNS나 GS샵 사이트를 통해서만 알렸는데, 참석할 예정이었던 직원 수를 줄여야 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모여 온기도 나누고, 대화도 하면서 봉사를 하니까 더 뜻깊다”고 말했다. 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 부장은 “사실 모자 자체가 필요하다면

[Cover Story]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⑩… 한국 특수교육 일군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3代

‘장애인을 내 가족처럼…’ 3대째 실천하는 가족 맹아학교 기숙사에서 3대 모두 장애인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 조부는 대학과 특수학교, 아버지는 특수교육학과, 이총장은 K-PACE 설립 학생들 하고픈 일 있다면 잘 하도록 돕는 게 목표 철저한 신원조회로 자식처럼 장애인 보살필 특수교사 채용 미국 한국도 이런 변화 필요 사회복지시설이 전무하던 시절, 시각장애·청각장애·지체부자유·정신지체·정서장애 등 5개 특수학교를 한곳에 세운 사람이 있다. 국내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이 시작된 1988년보다 무려 32년 전에, 특수교육 지도자 양성을 시작한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도 있고, 국내 최초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 기관을 설립한 사람도 있다. 이름 석 자 뒤에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들. 한국의 특수교육을 이끈 네 사람, 아니 한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써 내려간 한 가문의 이야기다. “대학 캠퍼스 안에 이렇게 주차장이 많으면 장애인이 보행하기 힘들어요. 미국 대학들은 캠퍼스 안에 주차 공간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무단 주차를 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고,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어요. 아직 우리에겐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5일 만난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의 머릿속엔 온통 장애인 생각뿐이었다. 특수교육 역사관, 장애인 지원센터 등 대구대 곳곳을 소개하는 와중에도 그는 “장애인 전용 캠퍼스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든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사이버 강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등 장애인 복지와 교육 방향을 제시하느라 바빴다. ◇장애인과 함께 자란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5개 특수학교가

[Cover Story] ‘세계 여자아이의 날’ 인도 현지 르포

소녀들의 미소… “가난한 우리에게도 꿈은 있어요” 타라 쿠마리(16)양을 만난 것은 지난 14일 오전이었다. 곱고 수줍은 표정의 얼굴이 꺼칠꺼칠한 맨발과 대조적이었다. 5남매와 부모를 포함한 일곱 식구가 사는 곳은 어두컴컴한 단칸방 하나. 이곳 차가운 돌바닥에 때묻은 이불을 덮은 채,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염소똥을 치우고, 물을 긷고, 아침을 준비한 후 동생들 등교를 돕는다. 일곱 살 때부터 하던 일이라 익숙하다. 3개월 전부터 쿠마리양은 아침마다 30㎞ 떨어진 시내 공사현장으로 간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멘트나 모래, 벽돌 등을 짊어지고 나른다. 하루 8시간 꼬박 일해서 번 돈은 130루피(1루피=약 20원). 이 중 교통비 명목으로 30루피를 떼고 나면 100루피가 남는다. 너무 힘들어 이틀 걸러 하루꼴로 쉬어야 한다. 이렇게 번 돈은 한 달에 1500~2000루피로, 우리 돈 4만원쯤 된다. 이 돈이 일곱 식구의 생활비 전부다. 쿠마리양은 초등학교 1학년을 채 끝내지 못했다.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해야 했고, 염소 10마리를 돌봐야 해서”라고 답했다. “왜 공사장에서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는 “아빠가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3개월 동안 일을 못해서”라고 답했다. 그녀에겐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오빠가 있다. “오빠가 있지 않으냐”고 했더니, “오빠가 어떻게 공부를 그만두느냐”고 반문했다. ◇엄마 병간호 때문에, 집안일 돕느라 학교를 그만두는 여자아이들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의 라자흐스탄주 한 도시인 우다이푸르. 기자는 지난 13일과 14일, 이 지역 일대의 여자아이들을 잇따라 만났다. 국제아동후원단체

[Cover Story] ‘자립의 날개’ 달아주는 학교… 세상을 향해 飛上

미국 발달장애 직업교육 체험한 ‘장애청년드림팀’ 발달장애 청년 8인 선진 문화 체험 시카고행 미국 PACE 학생 2년간 청소부터 월급관리까지 혼자 생활하는 법 배워 25년간 85% 높은 취업률 주변의 도움만 바랐는데 미국 친구와 함께해 보니 홀로 살아볼 용기 생겨요 “Lots of work! Lots of fun!(일은 많지만, 너무 재미있어요!)” 파란 눈에 금발머리를 한 29살 조쉬(Josh·학습장애)씨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8명의 한국 발달장애청년들이 그의 주위를 둥그렇게 에워싸며 질문을 쏟아냈다. 조쉬씨는 어깨에 두른 초록색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또박또박 답변을 해나갔다. 그는 그렌브룩노스고등학교(Glenbrook North Highschool) 학생 식당에서 5년째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언어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성 장애 때문에, 식당일은 꿈도 못 꾸던 조쉬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주일에 3일, 하루 6시간씩 일하면서 시간당 9달러(최저임금은 7.25달러)를 버는 어엿한 요리사다. 그를 고용한 알폰소(Alfonso·46)씨는 조쉬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내셔널루이스대학(NLU)의 페이스(이하 PACE) 프로그램을 통해 조쉬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인턴십을 하는 1년 동안 성실하게, 또 맛있게 요리를 만드는 걸 보고 채용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워요.” 조쉬씨를 따라 조리기구도 만져보고, 음료수와 샌드위치들을 보기 좋게 진열하던 이시훈(24·지적장애1급)씨는 “나도 좋아하는 직업을 찾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지난 8월 27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그렌브룩노스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일일직원’ 체험 현장. 한국 발달장애청년 8명의 꿈을 찾는 도전이 시카고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대구대학교가 지난해 3월 평생교육원 산하에 설치한 발달장애인 고등교육기관(3년 과정), ‘케이페이스(이하 K-PACE)’의 2학년생들이다. K-PACE는 미국 내셔널루이스대학(NLU)이 1986년,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해 개발한 PACE 프로그램을 국내

[Cover Story] 희망봉사단, 인도네시아 해외봉사 가다

마음으로 가까워진 거리… 금세 ‘지구촌 친구’가 됐다 희망편지 수상아동 10명 인도네시아 봉사 여행 아궁이·찌그러진 냄비 차가운 시멘트 방바닥 그들의 생활 속으로… 한국에서 준비해 온 인도네시아 노래 부르고 또래 현지 아이들은 전통 춤으로 고마움 전해 하나 된 ‘문화교류의 밤’ “아, 눈 매워.” 마침내 하얀 연기가 어두컴컴한 부엌에 피어올랐다. 나뭇가지를 손에 꼭 쥔 기범(8)이가 잿빛 바닥에 엎드려 아궁이 속을 확인한다. “붙었어요”라고 말하는 기범이를 압둘(10)이 조심스럽게 일으킨다. 두 사람 손목에 연결된 종이 팔찌가 끊어질까 봐서다.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불붙이기’를 성공하고 집을 구경했다. 방금 불을 붙인 아궁이 위로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있을 뿐, 다른 요리도구는 보이지 않는다. 마른 장작만 덩그러니 쌓여 있다. 학부모 지현숙(40)씨는 “여기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라며 안타까운 듯 읊조린다. 그때 검은 닭 한 마리가 부엌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얇은 나무문 하나를 두고 부엌은 숲과 바로 연결돼 있다. 집주인 이야(47)씨가 일행을 방으로 안내했다. 압둘은 손이 부자연스러운 기범의 신발을 벗겨준다. 방바닥은 시멘트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방은 두 개다. “여기서 11명이나 산대요” 기범이가 신기한 듯 말한다. 기범 일행은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되돌아왔다. 5개조 중 가장 먼저다. 손목의 종이 팔찌도 끊어지지 않았다. 기범이는 “줄이 안 끊어져서 기분이 좋다”며 “우린 너무 쉽게 요리를 하는데, 매일 저렇게 나무를 하고, 불을 붙이면 힘들 것 같아요”라고 했다. 친구와 서로 손을 묶고 그들의 방식으로

[Cover Story] 히트 제조 디자이너, 나눔을 히트시키다

카이스트 사회공헌디자인연구소 배상민 교수 세계 디자인 무대서 최연소 교수로 이름날려 코닥 디지털카메라 등 만든 제품마다 ‘인기’ ‘접는 MP3 플레이어’ 애플 ‘아이팟’ 제치고 획기적 디자인으로 찬사 소비자, 포장 푼 뒤에야 나눔상품인지 알게 돼…그만큼 제품 질에 승부 8년째 수익금 전액 기부 저소득층 교육지원 쓰여 “살기좋은 마을 선물하러 이번엔 아프리카로 떠나요” 동양인 최초로 27세에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의 최연소 교수로 강단에 선 디자이너가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제품은 항상 ‘대박’이었다. 코닥의 디지털카메라가 그랬고, 3M의 포스트잇 패키징이 그러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그의 제품은 곧장 기업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코카콜라·샤넬·가네보·랄프로렌·골드만삭스·JP모건 등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앞다퉈 제품과 기업 로고(CI) 디자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5년 13년간의 화려했던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돌연 귀국, 카이스트(KAIST)에 ‘사회공헌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사회공헌디자인(Philanthropy Design)’ 개념을 만든 그는 기부 상품을 기획·디자인해,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8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궁금했다. 미국의 성공한 디자이너로 꼽히던 그가 ‘기부 상품’과 ‘사회공헌디자인’에 열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오후, 카이스트에서 배상민(40) 교수를 만났다. “상업 디자인을 하면서 ‘아름다운 폐품(廢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선 소비자가 첫눈에 매력을 느껴 구입하도록 만들고, 6개월이 지나면 싫증을 느끼도록 제품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디자이너라고 하죠. 제가 디자인한 상품이 광고에 나오고, 상을 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디자인이 사람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 문제를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⑧ 시민사회… 비영리단체 성공 노하우

미국 사회 이끈 비영리단체 12곳… ‘협력’이 성공 비결 지도자·현장전문가 대상, 4년에 걸쳐 심층분석 미국에는 현재 180만개 이상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해마다 3만개의 비영리단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예산 규모는 1000조원이 넘는다(한국 비영리단체 예산 총액은 1조41억원, 2010년 한국개발복지 NPO총람). 최근 15년 동안 비영리단체의 성장 속도는 미국 전체 경제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쇼카 책임경영자이자 시드재단 이사인 레슬리 크러치필드(Leslie R. Crutchfield)는 듀크 대학의 사회적기업진흥센터와 함께 2008년부터 4년에 걸쳐 비영리단체 지도자 2790명과 현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의 6가지 공통된 습관을 밝혀냈다. 이 내용을 담은 책 ‘선을 위한 힘'(소동)을 발간한 레슬리 크러치필드는 ‘더나은미래’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들이 성공한 비결은 큰 규모의 예산도, 현란한 마케팅 능력도, 완벽한 경영 노하우 때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영리단체마다 각각의 비전과 사업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성과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긴 어렵다. 예산 규모나 재무 정보로는 비영리단체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을 뿐 그 단체의 영향력이나 성과 자체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단체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 수, 미국 또는 전 세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킨 성과,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력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산출한 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롤 모델로 채택한 곳을 선정했다. 전국의

[Cover Story] 지리산 종주 35.7㎞… 한걸음마다 지구촌 이웃에 희망이 쌓여요

11년간 꾸준히 이어온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 1㎞당 일정 후원금 지원 학생들 토론·투표 거쳐 나눔 실천할 곳 직접 골라 “이번엔 방글라데시에 직업교육훈련 도울래요” 도시락 모임·멘토 운영 선후배 간 벽도 허물어 “학교 폭력? 저흰 몰라요”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았어요. 눈앞에 수백개의 계단이 나타날 때마다 한숨이 계속 나왔죠. 오르락내리락, 하루에만 지리산 봉우리 4개를 넘는 강행군이었으니까요. 3박 4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눈물도 나왔어요. 천왕봉 정상은 왜 그리도 멀리 있는지, 만약 저 혼자였다면 절대 완주하지 못했을 거예요.” 윤이레(16)양이 지난 5월의 지리산 종주를 떠올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오르던 지리산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땀으로 범벅이 돼버린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잊고, 침상에 머리를 닿자마자 곯아떨어질 정도로 피곤하고 험난한 일정이었지만, 막상 천왕봉 정상에 오르고 나니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단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독수리기독학교(이하 독수리학교)’가 2002년 개교 이래, 지난 11년 동안 꾸준히 시행해 온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5월, 독수리학교를 다니는 저학년(중학교 1~3학년) 학생들이 떠나는 연례 교육 행사다. 학년별로 3명씩 총 9명이 한 팀을 이뤄 지리산을 오르게 된다. 대안학교인 독수리학교 저학년 학생 수는 95명. 선후배가 골고루 조합된 총 10개의 팀은 2개월 전부터 지리산 종주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나눔 교육’이 가장 먼저다.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여 지구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개발도상국의

[Cover Story]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②CEO 눈치보며 오락가락… 뿌리 못 내리는 사회공헌

기업 사회공헌 현실과 대안 ② 홍보 효과 따져보고 사회적 분위기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꿔 일부 기업은 기부금을 쌈짓돈 쓰듯 스위스UBS은행 지속·전략적 공헌으로 불량도시를 예술도시로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홈리스(homeless·노숙인) 월드컵’이 열렸다. 총 10개의 노숙인 축구팀에서 1, 2차 선발전을 통해 실력 있는 8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그러나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홈리스 월드컵’ 한국팀 관계자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항공료, 약 열흘간의 체류비 등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사회 공헌에 적극적이거나 스포츠 복지에 관심이 많은 기업에 후원을 부탁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후원을 받지 못한 채 한국팀 관계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한국팀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출전한 선수들 유니폼에 삼성, 현대, 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 로고가 붙어 있었기 때문. 한 외국인 선수 유니폼엔 무려 6곳의 한국 기업 로고가 붙어 있었다. 한국팀 관계자는 “만약 ‘홈리스 월드컵’ 지원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한국 노숙인을 먼저 돕지 않았겠는가”라면서 진정성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해 사회 공헌에 신경 쓰는 기업의 풍토를 지적했다. ◇CEO 바뀌면 사회 공헌 테마도 바뀐다 ‘더나은미래’가 시가총액 50대 기업의 최근 5년간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이 CEO가 바뀌면 사회 공헌 프로그램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너 없는 금융권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10년 넘게 유지해온 여성 가장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2011년 CEO가 바뀐 이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