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공익 분야 나침반은?

“왜 공익 분야는 매번 사람이 없다고 하지? 공익 분야에도 ‘파워 100인’같은 기획특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나은미래’가 우리 사회를 이끄는 100대 공익법인 이사회 분석을 시작한 건 좀 단순한 이유였다. 공익 분야를 이끄는 인물지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 공익 생태계를 키우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기자들은 몇몇 장애물을 만났다. 우선 한국가이드스타로부터 100대 공익법인들의 이사회 자료를 받아보니,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이사진 명단만 공개돼있었다. 100곳에 모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익법인마다 정보공개의 수준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과 약력, 임기까지 모두 공개해놓고, 이사회 회의록까지 업데이트돼있으며, 이사회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된 공익법인은 가히 투명성에서 A+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 홈페이지에 이사진 명단 정도만 나와 있는 곳, 홈페이지엔 명단이 없었으나 ‘더나은미래’ 취재에 응해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한 곳도 있었다. 반면, 일부 공익법인에서는 “이사진의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이사진들이 모두 조용히 봉사를 원하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공익법인의 이사진은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다. 적게는 수십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집행하는 공익법인의 역할에 따라,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게다가 공익법인은 고유목적사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몇 년 전 미국 재단센터(Foundation Center)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사진 명단을 보여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홈페이지에는 이사진 명단과 약력은 물론,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모두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공익활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④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과 삶을 꾸려가는 것 그리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가… 우리는 현재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는 가족의 붕괴와 지역사회의 분화, 그리고 하나의 올바른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어떻게 유지해나갈지 걱정하고 있다.” – 로버트 라이시의 『부유한 노예』 중 일은 행복한 삶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마틴 셀리그만은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을 일, 사랑, 놀이라고 한다. 이 셋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이 셋으로 삶을 채우며 여기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그 중 ‘일’영역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터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이슈는 ‘일’의 과잉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되고 있는 가정과 자아성장, 여가에 대한 회복을 통해 균형점을 맞추려는 논의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삶의 영역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 자체의 의미와 본질을 제대로 아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드라마 미생의 김대리가 “일이 바로 나”라고 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떠나 어느 조직에서든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신경생리학자 아힘 바우어는 “우리는 일하는 동물(Animal laborans)인가, 일하는 인간(Homo laborans)인가”라고 묻는다. 인간이 의미를 상실한 채 일하고, 낮은 임금을 받거나 영혼 없는 기계가 되어가는 현 시대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② 채리티워터, 비영리 브랜딩의 힘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다. 애플과 애플이 아닌 것, 코카콜라와 코카콜라가 아닌 것, 제주도와 제주도가 아닌 곳, 난타와 난타가 아닌 공연, 달라이라마와 달라이라마가 아닌 사람, 그리고 당신과 당신이 아닌 사람을,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브랜딩이다. 다른 말로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그 본질이 여타 존재의 본질과 다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채리티워터와 다른 비영리단체가 다른 점은 ‘100% 모델’이다.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하자. 수수료로 3만원이 빠져나가고 97만원이 기부금 통장에 입금된다. 억울하긴 하지만,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다. 채리티워터는 3만원을 별도의 방법으로 메꾼 다음에, 기부자가 낸 100만원을 온전하게 깨끗한 물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이것이 ‘100% 모델’이며, 브랜딩이다. 참고로 채리티워터는 기부금 통장과 운영비 통장이 따로 있고, 단체의 운영비는 별도의 펀드레이징으로 충당한다. 왜 이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을까? 채리티워터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은 유흥과 마약에 찌든 클럽 매니저였다.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은 듯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를 타고 여러 곳을 다니며 의료 봉사를 하는 ‘머시 쉽(Mercy Ship)’에 참여하면서 간단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을 잃은 사람, 얼굴의 반을 덮는 종양으로 고통받는 소년, 무료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달을 걸어온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 후로 우연히 마을 우물을 파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웅덩이에서 쓰레기만 건져내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목격했다. 의료상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꿈을 잃은 시대 아직도 꿈꾼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오피스텔 123채를 사들인 홍만표 변호사, 대우조선해양에서 5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주역들을 보면서, 이들에게 1년만이라도 ‘더나은미래’ 섹션을 읽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는 돈에 미친, 돈밖에 모르는 권력층이 너무 많다. 자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준 국가, 사회, 환경까지 이런 모든 것들을 위해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자기자신, 가족, 아니면 당장의 물질적 편안함이라는 사익(私益)의 테두리를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다. 롯데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롯데장학재단 사태를 보면서, 공익재단이라고 이름을 내걸었던 기업재단까지 사익 추구를 위해 쓰이는 것이 통탄스럽다. 이런 1, 2세대 부모 밑에서 교육받고 자란 재벌가 3,4세들에게 ‘공익’이라는 개념이 생길리 만무하다. 근데 왜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는가. 왜 당연한 듯 여기고, 우리 아들딸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걸 가르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싶다. 우리 아이한테 언제까지 마크 저커버그, 빌게이츠 얘기만 해야 할까. 삼성, 현대차와 같은 재벌기업은 개인돈 대신 기업돈으로 기부하고, 수십억 연봉을 받는 전문경영인들은 ‘회장님도 안 하시는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기부를 하느냐’고 하고,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의 1년 기부총액이 10만원도 안 되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길 바랄 수가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할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익 섹션’이라고 하면, 베풀기만 하는 존재로 본다. 콘텐츠를 제대로 생산하려면 종이도 필요하고, 인쇄도 해야 하고, 기자도 필요하다. 이런 일을 잘해내기 위해선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프런티어’들에게 씨앗도 뿌리고, 물도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호모심파티쿠스의 비애, 활동가의 감정노동③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맘껏 감정표현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색만 내는 기부자, 단체에 아무런 기여 없이 이름만 달고 있는 이사진들, 시간 채우고 사진 찍으러 오는 자원봉사자들, 하청업체 취급하는 기업과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고집을 신념인 줄 알고 밀어 붙이는 리더와 자기 실속 딱딱 챙기는 얄미운 후배들에게 마구마구 질러 줄 수 있다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5가지 감정들은 주인공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한다.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까칠이가 나서고, 긴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는 기쁨이가 나선다. 하키 연습시간에는 상대팀에게 밀리지 않아야 하기에 버럭이의 활약이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에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다섯 감정은 모두 긴장한다. 그렇게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야간 당직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감정들은 숙면을 취한다. 머릿속 감정들은 아무거나 잘못 만졌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열띤 회의를 거쳐 기분을 컨트롤 하며 각별하게 관리한다. 영화는 “모든 감정에는 존재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집단 내에서 다섯 가지 감정들은 활성화되기보다 억제되는 경우가 많아 현대인의 감정 컨트롤 타워는 늘 빨간불이다.   최근 감정노동이 한국 사회 주요한 노동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이란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그의 저서 「관리된 마음(1983)」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직업적 필요에 따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세계 시민으로서 눈높이를 갖는 법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동안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 콘퍼런스’ 의미를 퇴색시킨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일까, 한국 언론일까. 100여개국에서 온 4000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비영리 포럼이 열린 첫째날 오전, 기자회견장에는 한국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진을 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스콧 칼린 공동위원장, 크리스티나 갈라크 유엔 DPI(공보부) 사무처장이 자리에 앉았다. 한국 언론의 첫 질문은 반기문 총장에게 향했다. “왜 UN 관련 일정이 적냐,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방문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어진 다음 질문은 이랬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 이후 3명 모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기서 기자회견은 끝났다. 행사장을 떠난 반 총장을 따라 기자들이 모조리 그곳을 떴다. 100명까지 이용 가능한 대형 기자실엔 오후 내내 적막감만 감돌았다. 3일 내내 현장을 취재한 매체는 ‘더나은미래’가 유일하다시피했고, 스콧 칼린 위원장을 정식 인터뷰한 매체도 우리뿐이었다. 스콧 칼린 위원장은 “왜 한국 기자들은 콘퍼런스에는 관심이 없느냐. 반기문 사무총장에만 관심이 있어 아쉬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후에 들려온 소식 또한 가관이었다. 콘퍼런스 마지막날, ‘경주 액션플랜’을 채택할 때 우리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넣으려고 엄청 노력했으나, 유엔 측에 의해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특정 나라의 개념을 글로벌 액션플랜 안에 넣을 수 없다”는 게 유엔 측의 입장이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세계 GDP 순위 11위이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시스템은 아직도 초고속 성장시대에 머물러있다는 자괴감은 지나친 걸까. 100명의 기자가 똑같이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하루하루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②

기업의 한 이사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세요?” 이사님은 말씀하셨다. “저는 워크(work)밸런스만 맞춥니다.” 그렇다.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나 현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조직에서 일과 삶의 균형 찾으려거든 승진할 생각 하지 말라고. 해외 유명 만화 사이트 ‘도그하우스 다이어리’가 나라별 특징을 담은 세계지도(What Each Country Leads the World in)에서 한국은 일 중독자를 의미하는 ‘워커홀릭’이라고 표기하였다. 워커홀릭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워커홀릭이다. 명망 있는 공익활동가들 중에 기업임원 못지않은 워커홀릭들도 많이 봤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6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평균 1,776시간을 크게 웃돌았으며,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34위를 차지했다(Business Watch, 2014.07.25.). 열심히 일하는데 근무시간은 길고 수면시간은 짧아 노동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힘든 걸 참으며 하루 종일 공부하고 일하는 이유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한국사회에서 유독 먹방이 먹히는 이유는 삼시세끼 먹고 살려고 일하는데, 정작 일하느라 한 끼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라고 할 수 있다. 유발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기원전 9000년경 채집이 아닌 정착을 통한 농경사회가 인간의 삶의 방식을 크게 개선시켰으나 더 나은 삶을 위한 일련의 개선은 농부들에게 더 많은 노동과 불안을 안겨 주었다고 말한다. 수확량이 증가하자 출생률이 증가하고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해지자 더

[비영리활동가의 일과 삶의 균형] 행복한 활동가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①

“세계를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 소크라테스(Socrates) NGO/NPO에서 일하는 활동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머리에 빨간띠를 두르고 정경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격한 투사(?),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바로잡는 정의의 사도(?),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한 관심과 정성으로 돌보는 천사(?). 최근에는 깔끔한 오피스룩을 한 비즈니스맨 같은 활동가들도 많이 보인다. 활동가가 투사, 사도, 천사, 비즈니스맨 무엇으로 보이든 그들의 공통점은 너무 “고단하다”는 것이다. 자신과 조직의 사명에 매료되어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 활동가를 좀처럼 만나볼 수 없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좋은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는 활동가들이 왜 행복하지 못한가. 가장 큰 이유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직무 과부하”의 문제일 것이다. 조직의 규모와 상관없이 인력, 시간, 자원이 충분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은 인적, 물적자원이 더욱 제한적이어서 활동가의 업무량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직무소진(Job Burnout)은 높아져만 간다. 직무소진은 ‘대인관계 접촉이 잦은 직무들에서 직무수행자가 장시간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됨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을 의미한다. 직무소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직무 과부하가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대한민국은 유치원생부터 수험생, 군인,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다. 심지어 월화수목금금금, 월월월월월월월이라는 단어가 위키에서 검색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인 맥킨지가 국내 기업 100개사 및 임직원 4만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는 글로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해였나. 한 사회복지기관 팀장과 저녁을 먹다가 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직을 4대째 세습하려고 해서, 내부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했다. 초대 회장은 희생과 열정으로 사업을 키웠지만, 이후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을 독차지하는 ‘복지사업’이 된 경우도 많다. ‘공익(公益)’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사익(私益)’을 취하는 사례도 있다. 기부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명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친인척 명의 빌딩에서 대관료, 임대료, 식음료비 등을 받아 잇속을 챙기기도 하고, 외부 거래처와 짜고 물품 비용을 부풀린 후 차익을 되돌려받는다. 조직 구성원의 내부 고발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의 ‘비영리 영역’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 혹은 직업 영역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좋은 일 하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겠다’ 혹은 ‘남의 돈 기부받아, 아무렇게나 쓰는 거 아냐’ 하는 이분법적 인식만 존재한다. 단적인 사례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는 나라다. 선진국에선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데 규제를 하는 게 아니라, 법인 설립 이후에 기부금을 투명하게 잘 썼는지를 규제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국세청으로부터 면세 혜택이 박탈된 비영리법인이 30만개에 달한다. 자정 작용 없고, 외부 감시도 없는 이 비영리 생태계에선, 진짜 선의(善義)를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가짜’는 가고, ‘진짜’가 대접받는 공익 생태계를 오늘도 꿈꾼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① ‘빈곤 포르노’의 마케팅 심리학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마케팅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초점이 있다. 경쟁사에서 구매하던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우리 브랜드에서 구매하게 하고, 한 가지만 구매하는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켜 두 개, 세 개 구매하도록 변화시킨다. 똑같은 원리로 손을 씻지 않는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감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 ‘오승훈의 공익마케팅’은 마케팅이 어떻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으로 우리는 어떻게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이 아이를 위해 1달러만 기부하세요.  가냘픈 팔, 유난히 동그랗고 큰 눈, 흑백의 무표정은 모금 광고의 전형이다. 오랫동안 모금 광고를 해오면서 쌓인 일종의 노하우일 것이다.  최근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까지 하면서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것을 ‘빈곤의 포르노(Poverty Porn)’라고 일컫는다. 외국의 한 방송사는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자 어린 소녀에게 썩은 물을 마시게 하고, 어느 NGO는 아동 노동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수심이 깊은 강물에 베트남 아이들을 수차례 빠뜨렸다 건지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일부의 사례지만, 비난만 할 수도 없다. 구호단체들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금액이 줄어들고, 짧은 시간에 촬영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는 왜 저런 사진에 더 안타까워하고, 기부를 더 많이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마케팅의 근간에는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이 있다. 둘의 차이는 인간이 선택과 판단을 하는데 얼마나 합리적인가에 있다.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고 가정한다. 행동경제학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나은미래 프렌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0년 가까이 위기 청소년 공동체를 이끌어온 ‘세상을 품은 아이들’ 명성진 대표님이 최근 책(세상을 품은 아이들) 출간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좋아요’와 응원 댓글을 달았는데, 대표님이 이런 답글을 올렸습니다. “감사드려요. 더나은미래가 저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주셨죠”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2013년의 저희 지면 인터뷰가 대표님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였겠구나 싶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기뻤습니다. ‘더나은미래’가 창간 6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쯤 되면 쉬엄쉬엄 여유도 부려야 하건만, 아직도 종종거리며 사는 걸 생각하면 좀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에도 축복이 있다는 우리 취재원들의 이야기처럼, 신기하게도 요즘 더나은미래엔 좋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많습니다. 4월 말 어느 저녁에는 매출 100억원대 중견기업을 일군 회장님이 저희를 응원하고 싶다며 팀 전체 저녁을 사주셨습니다. 2000년대부터 기부에 뜻을 품고 직접 ‘펀드 레이징(모금)’ 기획까지 하는 분인데, ‘더나은미래’ 열독자라고 하셨습니다. 크로스백 지퍼를 열더니, 지난 호 지면을 꺼내셨습니다. 선진국 기부 관련 기사 아이디어와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심리도 이야기해주시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희들에게 종종 막걸리를 사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더나은미래 팬’을 자처하는 한 교수님은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위한 조언을 직접 설계해주시기도 하고, 나눔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신 국내 최고의 경영대학원 교수님은 틈날 때마다 언론사 경영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기업 사회공헌팀과 비영리단체의 많은 이해관계자분 또한 ‘더나은미래 프렌즈’로서 진정성 어린 조언을 해줍니다. 배는 고픈데, 또 한편 배가 부릅니다. 어떻게 우리 사회의 공익 분야 지평을 키워낼지 아직 막막하지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콘텐츠의 시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콘텐츠의 시대는 가고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 수년 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국내 언론사 중 톱이라는 조선일보 기자들조차 ‘포털의 뉴스 편집자보다 못한 신세’라고 자조적으로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IT 비즈니스의 원리는 이랬습니다. “일단 사람을 많이 모아라. 비즈니스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네이버, 카카오톡을 봐라.” 이런 마당에 좋은 콘텐츠를 우직하게 만드는 건 마치 중세시대 성 안에만 머물러 있던 수도승 취급받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구글), 페이스북 등 소위 사람들을 모으는 플랫폼들이 많아지면서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해져서일까요. 이용자를 오래 붙들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찾는 플랫폼 기업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많이 부족합니다. 뉴스만 봐도 기존 언론 매체는 비슷비슷한 팩트 보도가 많아 차별점이 부족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매체의 경우 보도자료 베끼기 수준을 넘기는 기사를 찾기 힘들지요. 블로그는 순수성을 상실해, 블로거의 글이 진짜인지 마케팅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제법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콘텐츠 제작자는 소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립니다. ‘양띵(YD)’이라는 아프리카TV BJ이자 유튜브 콘텐츠 창작자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장래 희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제 딸은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강력한 팬이기도 합니다. 콘텐츠 하나만 잘 만들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더나은미래’ 또한 요즘 여러 곳에서 콘텐츠 제휴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6년째 공익 콘텐츠만 꾸준히 내고 있으니, 희소성을 인정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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