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사회공헌의 파트너십

지난 11월말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주최한 ‘2020 서울사회공헌 우수 프로그램’ 시상식이 열렸다. 공공, 비영리, 민간 등 2개 이상의 기관이 협력해 수행한 사회공헌 활동으로만 참여를 제한한 것이 특징인데, 심사를 총괄한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우리가 해결하려는 것들이 큰 문제이고 많은 해결책이 필요한 만큼 반드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최근 사회공헌은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총평을 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사회공헌센터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관한 ‘제4회 사회공헌 파트너 매칭데이’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우수한 사회공헌 사업을 발굴해 공공, 민간기업과 비영리, 사회적경제 조직의 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올해는 ‘장애, 아동과 청소년, 환경’이라는 주제로 공모사업이 진행됐다. 이제 ‘사회공헌’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협력’과 ‘파트너십’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의 사회공헌은 정말 파트너십을 필요로 할까? 전 세계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자고 약속한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의 17개의 목표 중, 마지막 17번에 해당하는 것도 ‘파트너십’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과 다국적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연구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조상미∙권소일, 2016). 이 연구는 국내 기업과 국내에 소재한 다국적기업의 사회공헌 현황을 비교하고, 기업이 사회공헌을 하는 이유와 장애요인을 분석한 후, 결론에서는 기업 사회공헌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내에서 ‘다국적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다음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사회공헌과 관련한 ‘기업의 사회적

[Why ESG] ②투자자들에게 ESG는 ‘새로운 기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자 활동. 둘의 연계가 본격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주류 투자는 전통적으로 환경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고, 다만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라고 하는 것이 주변에서 일부 벌어지고 있었다. 주로 윤리적인 이유로 특정 산업이나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정도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주류 투자의 관행은 결국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들의 노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러던 2004년, 당시 UN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이 전 세계 주요 자산소유자(Asset Owner)들과 함께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산 소유자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Who Cares Wins’라는 문서를 작성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SG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킨 ‘Who Cares Wins’는 이듬해인 2005년 ‘UN 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PRI)’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도 있었지만, PRI는 지속적으로 확대됐고, 거래소 등 투자 사슬의 주요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투자 활동에 ESG를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2009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투자시장의 ESG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Sustainable Stock Exchange’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런 이니셔티브들의 등장에도 주류 투자에서의 ESG 통합은 느리게 진행됐다. 2015년 이후 기업의 ESG 성과와 재무 성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왔고, 투자자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ESG 요소들이 재무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증거들은 결국 투자활동의 주요 원칙인 ‘수탁자 책임’이라는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사실 ESG 논의 초장기에 많은 연기금 수탁자들이 “우리의 의무는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ESG

[아무튼 로컬] 규모의 경제 아닌 ‘범위의 경제’로… 로컬 기업의 새로운 경제 문법

강원도 강릉역 근처에서 50년 된 낡은 여인숙을 수리해 ‘위크엔더스’라는 숙박 공간을 운영하는 한귀리씨. 공식적으로 그의 사업체는 하나지만 제공하는 서비스를 보면 숙박 외에도 리트리트 프로그램, 로컬푸드와 음료, 요가와 명상, 소셜미디어 디자인 등 각각 별도 사업체로 꾸려갈 법한 일들이 줄잡아 네댓 가지다. 서울에서 잘나가는 방송국 피디로 일하던 그가 서핑과 요가에 매료돼 발리와 치앙마이, 그리고 강원도 동해안을 제집처럼 오가다 결국 회사를 팽개치고 공간 창업자로 강릉에 정착한 건 지난해 6월. ‘stay & more’를 표방하는 위크엔더스의 진가는 사실 ‘stay’보다는 ‘more’에 있다. 호텔이나 여관처럼 그저 잠자리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강릉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뭔가 색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손님들 역시 잠만 자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크엔더스에 짐을 풀고 리트리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은 강릉의 푸른 바다와 솔향기 가득한 숲에서 서핑과 요가, 명상을 함께하고 저녁에는 다른 여행자들과 루프톱 파티를 즐기며 아침에 일어나 강릉식 로컬 푸드로 해장을 한다. 한씨는 자신의 공간을 ‘커뮤니티 호스텔’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로컬 창업자들의 사업 모델은 한 업종에 특화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기존의 경영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로컬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연구 개발 및 판매 비용은 줄이는 대신 매출 효과는 극대화 하는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 원리가 더 잘 먹힌다. 세계화-산업화 시대에 제조업체들이 ‘단품종 대량생산’으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탈세계화-탈물질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후기 산업사회에선 ‘다품종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악마는 맨투맨과 롱패딩을 입는다

개인적으로 ‘패션’은 내게 무척이나 험난한 영역이었다. 편하게 입는 것만 추구하던 내게 ‘전체적인 색상 톤은 통일하고 신발 같은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 ‘질 좋은 소재의 운동복으로 캐주얼하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을 연출하라’ 등의 조언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옷장을 갈아엎으며 진지하게 패션의 변화를 시도할 만큼 요즘 세상에서 ‘패션’이 갖는 위상은 전과 비교할 수 없다.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신상품과 새로운 브랜드들, 그리고 그걸 선도적으로 골라내 멋진 스타일로 보여주는 SNS의 인플루언서들, 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패션 커머스들은 ‘모두가 패션 리더’가 되는 유례없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렌드를 일 단위로 읽어내 생산-유통-판매에 반영하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성장과,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샤넬이나 LVMH 같은 기존 패션 왕국들의 끊임없는 변화는 ‘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본인을 위한 소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Z 제너레이션의 성향과 맞물려 2019년 전 세계 총 규모 6723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뱀이 독성이 강한 것처럼, 우리 모두를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패션 산업은 인류와 지구에 강력한 독성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인류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매년 930억 큐빅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담수 자원을 소모한다. UN인권위에서 최소한의 인권을 위해 인당 연간 20큐빅미터 정도 물이 필요하다고 했던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패션업의 수자원 소모만 조금 줄여도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11억명을 단숨에 구할 수 있는 셈이다. 패션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사회혁신발언대]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정기부금 추천 ‘적신호’

얼마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주무관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지정기부금 기간 만료로 재지정을 신청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받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부자들은 경비처리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조합은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부금을 돌려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관의 내용상 협동조합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지역사회 문제 해결, 사회서비스 사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성 요건으로 수입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만 요구한 것에 비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만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위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제4호), 그 밖에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제5호)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사업 유형 구분이 제5호로 돼 있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제5호 사업은 제1호~제3호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기 위한 규정이다. 제5호 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면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위 사업을 지정기부금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는 이렇게 경직돼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주무관청의 해석과 달리 법인세법시행령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제1호~제3호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신남방국가와 CSR 전략(下)

지난 칼럼에서 신남방 주요 4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성과 사회이슈에 대해 소개한 데 이어 하편에서는 동남아 4개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CSR 프로젝트와 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CSR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벌 기업인 도요타는 인도네시아에서 글로벌 CSR 3대 활동 영역인 환경, 교육, 교통안전과 공장 주변의 지역사회 개발 사업 등 4개 영역의 CSR 사업을 수십년간 추진 중이다. 특히 환경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Toyota Forest Program’의 일환으로 자바섬에 30만 그루의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Go Green Program’을 운영 중이다. 또 교육 분야에서는 1991년부터 ‘Toyota Technical Education Program’을 통해 직업학교 및 교육기관에 기술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기술자로 육성해 도요타에 취업할 기회를 주고 있다. 교통안전은 2007년부터 ‘Smart Driving Program’을 통해 안전운전 인식개선 교육을 꾸준하게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국가재난 발생 시 기부, 자원봉사, 살수차량 지원 등 인도네시아 1위의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바셀린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 유니레버 베트남은 1995년 설립됐다. ‘지속가능한 리빙 플랜’이라는 본사의 글로벌 CSR 전략과 방향성을 함께하는 베트남 특화 CSR 사업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특히 회사의 경영 목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러한 철학에 기반한 CSR 사업을 통해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베트남 국민 2500만명에게 공익적 혜택을 제공했다. 유니레버라는 기업의 핵심인 비누를 활용한 손 씻기 캠페인 ‘라이프부이(Lifebuoy)’, 물 부족 국가인 베트남의 문제 해결을 위해 빨래할 때 헹구는 물

[Why ESG] ①ESG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CSR은 기업이 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갖는 기대가 다르고, 사회 속에서 기업이 책임으로 인지하는 것도 변화한다. CSR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가 매우 역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의미가 이전 같지는 않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들에 대해 관리하는 것은 이미 기업 경영 활동의 당연한 고려사항이 됐다. 그리고 2015년 9월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합의하면서,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가 ESG 성과 공시와 관련된 법규들을 제정하고 있고, 회계법인들과 비즈니스 스쿨에서 ESG와 관련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환경·사회적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을 CSR이라고 한다면, ESG는 기업이 CSR로 관리해야 하는 영역을 일컫는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많은 평가 기관들이 기업의 CSR 성과를 가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락(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올해 벽두에 블랙락이 투자하는 기업의 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ESG 성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렸다. 그리고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부장의 CSR 스토리] 신남방국가와 CSR 전략(上)

신남방국가는 아세안 10개국(6억 4000만명)과 인도(13억명)를 아우르는 인구 20억명 규모의 초대형 신흥시장이다. 인구 수로는 중국을 뛰어넘는다. 신남방국가의 평균 연령은 30세 정도로, 매우 젊고 역동적인 지역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6%의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차세대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으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1월 9일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신남방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를 이루자는 이른바 ‘3P’를 핵심으로 하는 개념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수준을 높여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부합해 코이카는 지난해 5월 코이카의 ODA 비전 발표에서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ODA 규모를 매년 20% 이상 확대하고 국내외 파트너와의 연계·협업을 강화해 통합적, 효과적, 효율적 OD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등교육, 농촌개발, ICT, 도시개발, 교통 등 5개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남방국가는 지난 30년간 일본과 화교 자본의 영향력을 크게 받은 곳이었다. 한국은 신남방국가에 대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 영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신남방국가의 특성과 사회문제, 그리고 이런 신남방 국가의 CSR 사례와 전략 대해 상·하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신남방국가 중 인도네시아(2억 7000만명), 베트남(9600만명), 필리핀(1억1000만명), 태국(6700만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중견 국가다. 4개 국가의 인구는 5억 4000만명에 달하며 그 규모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정치·역사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였고 베트남은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지였다. 필리핀은 스페인, 미국, 일본의 식민지였다. 오직 태국만 유일하게 식민지의 경험이 없다. 종교적으로도 인도네시아는 이슬람(87%), 베트남은 무교(81%), 필리핀은 가톨릭(81%),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영감들과의 휴식

사회를 바꾼다는 것. 참 무겁고 거창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혁신’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업(業)으로 삼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장작으로 삼아 불을 지펴 밝은 빛을 만드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내는 밝은 빛 아래에 감춰진 고독의 그림자를 느낄 때가 있었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듯한 고립감, 노력해도 안될 것 같은 무력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여러 감정으로 지쳐가는 혁신가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한 인간으로서 갖는 재충전의 시간일 것이다. ‘인스파이어드’는 매년 전국 각지에 있는 100명의 사회혁신가들을 제주로 초청해 2박 3일 동안 영감과 휴식의 시공간을 제공하는 행사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사회혁신가들이 스스로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또 그런 서로 마주하며 연대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그 원동력이었다. 씨프로그램과 루트임팩트, 소풍, 씨닷이 함께하는 인스파이어드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언컨퍼런스다. 언컨퍼런스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연사가 청중에게 일방적으로 강연을 하는 기존의 콘퍼런스를 뒤집는다는 뜻의 단어다. 언컨퍼런스에서는 모두가 호스트이며 동시에 참가자다. 이 행사에서는 누구나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인스파이어드에서는 서로를 ‘영감(靈感)’이라고 지칭한다. 혁신가로서 지고 있던 짐을 모두 벗어 던지고 온전히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영감으로서 서로를 마주하자는 약속이자 문화다. 2020년의 인스파이어드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최초로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카카오임팩트재단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작되자마자 우려는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온라인 회의

[사회혁신발언대] 바이든 당선과 한국의 그린 전환

지난 2014년 5월, 백악관이 주최한 회의에 D3(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가 초청받은 적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열린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전력 접근성 확대를 목적으로 개최한 ‘Power Afr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린에너지 창업가와 임팩트투자자들을 파트너로 초청한 자리였다. 당시 우리는 탄자니아, 케냐 등에서 태양광 파이낸싱 플랫폼을 운영하는 선펀더(Sunfunder)를 포함해 아프리카 지역에서 3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의에는 아프리카 지역 신재생에너지 회사들, 코슬라벤처스 등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임팩트투자기관들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반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Office of Social Innovation and Civic Participation)을 두고 사회문제 해결에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청 임팩트투자 예산을 만들었고, 퇴직연기금 운용에 있어 ESG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관련 법을 정비했다. 또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고, Power Africa 프로젝트 등 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설 수 있게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만든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 사무국을 폐지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탈퇴하며 문명국가로서 리더십을 저버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민간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 책임 투자를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사회·환경 가치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며,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올 상반기 ESG투자 펀드(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방식) 자금 유입은 20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유입 규모인 214억 달러에 근접했다. ESG 투자 분야로 자금이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고기가 사라진 미래

한국 맛집 탐방가들의 포스트에 언젠가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한우 오마카세’. 고급 스시집처럼 한우의 각종 특수 부위들을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순서에 맞춰 서빙하는 초고급 고깃집이다. 저녁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문전성시인 걸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할 수 있겠다. 한우 오마카세는 일부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기 무한 리필 뷔페들이 호황이고, 아이돌이 곱창을 먹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한때 전국 곱창집이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고기테리언’ 전성시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5년 한국인은 1인당 평균 6.72㎏의 소고기와 14.75㎏의 돼지고기, 5.98㎏의 닭고기를 먹었는데, 23년 후인 2018년에는 평균 12.7㎏의 소고기와 27㎏의 돼지고기, 14.1㎏의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의 식성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고기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사료 재배부터 육류 가공까지)의 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의 14.5%에 해당하며, 이는 에너지 섹터 다음으로 막대한 배출량이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소를 키우거나,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밀림을 불태우고 있고 이는 기후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기 위해서 도입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 고안한 밀집 사육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사를 막기 위해 남용되는 항생제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의 우려를 낳는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인재상’ 대신 ‘조직상’을 생각하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정말 일이 될까?’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재택 근무도 어느덧 일상화되고, 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거나 제도로 정착시킨 회사들이 하나둘 늘었다. 우리 회사도 거주지나 업무 성격에 따라 시행하던 단시간·재택 근무를 전격 도입했다. 구성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 모두 높아진 것 같다”며 만족했다. 그러나 이런 꽃놀이도 잠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내가 만난 한 소셜벤처 대표 A는 “처음에는 재택 근무가 직원들을 위한 혜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땐 소통도 편하고 속도도 빨랐는데 재택 근무를 시작하니 쉽지 않더라”며 초반의 고생을 털어놨다. 중간 지원 조직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B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집이 비좁거나 도저히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직원에게까지 재택 근무를 강제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직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면 소통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요하는 비대면 소통에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의 양은 같거나 되레 늘어났는데 맥락에 대한 이해나 상호작용 없이 진행된 업무 결과에 좌절해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 극성일 때 입사한 어느 신입 직원은 동료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극도의 고립감과 피로감을 느꼈는지 한 달도 안 돼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일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선 ‘곡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