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토)
[월간 성수동]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시작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벤처 투자자들이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딱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일까?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산업의 시장성? 시장 내 경쟁상황? 물론 이 모든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을 앞두고서 가장 주의 깊게 살피고 또 고민하는 것은 뜻밖에도 창업자의 됨됨이다.

창업계에는 ‘될 사업도 안 될 창업자가 하면 망하고, 안 될 사업도 될 창업자가 하면 성공한다’는 류의 이야기가 흔히 떠돈다. 아주 희박한 성공 확률을 이겨내고 성과를 만드는 것은 역시나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 자체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처 투자자로서 인터뷰나 강연 요청에 응할 때 ‘어떤 사람들이 창업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창업자를 만나면서 확신하게 된 것은 자신을 더 새로운 경지로 이끌도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그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었다.

창업가들은 도무지 창업을 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기에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할 수 없는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해야 내가 행복한지를 아주 정확히 알아야만 창업에 뛰어들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했노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이내 자신이 이 일을 얼마나 지독히 사랑하는지를 깨닫는다. 그래서일까 창업가들이 자신을 충만히 믿고 아끼며 사랑하는 모습은 때때로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다.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가장 행복한지를 알고 또 그것을 직접 행하는 삶은 아주 많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책과 강연 등을 통해 도움을 얻고자 한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에 대한 결론은 거의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다.

소크라테스의 말로 잘 알려졌지만,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전의 입구에도 새겨져 있는 경구라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나를 대면하는 일만큼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나를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긍정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창업가 중에서도 유난히 소셜미션이 강한 창업가들을 만나면 수혜자나 고객들이 겪는 문제에 엄청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가 잦다. 자신의 개인적 삶을 돌보지 않고 회사와 혁신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창업가들도 많다. 이들을 보다 보면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들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이타적인 사람들과 깊고 오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내 깨닫게 된다. 실은 이기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누구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일을 해야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한 이들이라는 것을.

도덕경 13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이나 귀하게 여긴다면 천하를 줄 수 있고,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이나 아낀다면 천하를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서양의 격언만큼이나 자신을 세상보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능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동양의 통찰이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격언들이 창업과 창업을 통한 혁신을 꿈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순간의 혁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모두를 품고자 하는 큰 사랑이 필요한 법이다.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방탄소년단의 2018년 출시된 정규 3집은 ‘Love your self’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빌보드 차트를 휩쓴 이 시리즈 앨범 중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Love your self’라는 노래에도 다음과 같은 가사가 존재한다. “가장 필요한 나다운 일, 지금 날 위한 행보는 바로 날 위한 행동, 날 위한 태도, 그게 날 위한 행복, 두렵진 않아 그건 내 존재니까 Love myself.”

많은 창업가가 지난 한 해 나를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내 주변을,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견딜 수 없어서 노력해 왔던 순간들을.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혁신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였다는 사실을. 새해에도 더 많은 창업가가 스스로를 마주하고 힘껏 스스로를 사랑하길 바란다. 그리고 창업가들의 그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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