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은 메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어 적당히 쫄깃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슴슴한 국물에 올곧음을 잃지 않고 질긴 듯 무심하게 끊어지는 면발은 ‘내가 뭘 씹은 거지?’ 하는 의문이 들 때쯤 까칠한 식감이 혀를 감싸고 쌉쌀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더러 순 밀로 만들어 허무하게 끊어져 동치미 육수와 함께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냉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 기억 속의 냉면은 대체로 그러하다. 한국인의 냉면부심은 끝이 어딜지 모르게 치솟는다. 실향민의 음식에서 서민의 외식으로 그리고 청년의 부심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냉면 가격은 품위를 논할 수 있을 만큼 올랐다. 2016년 이미 전체 냉면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을 넘어섰고, 간편식 냉면 시장도 700억원에 달했다. 이와 함께 냉면계도 장인의 숨결이 넘실대던 낭만의 시대가 저물고 비정한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바뀌어 갔다. 오랜 세월 부모님과 함께했던 손맛과 가문의 비법은 자식 대에 이르러 레시피와 품질관리로 옷을 갈아입었다. 스타 셰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요리의 수준은 결국 식재료로 수렴한다.’ 평양냉면은 돌아서도 잊히지 않는 슴슴한 국물 맛으로 기억되지만, 가장 중요한 식재료는 메밀이다. 면발이 별볼일없으면 엠에스지 국물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게 이 세계의 냉정함이다. 냉면계도 오른 가격에 걸맞게 식재료 경쟁에 돌입한다. 그런데 주재료인 메밀은 국내 생산량이 소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2800톤의 수입 메밀 중 중국산이 70%를 넘어간다. 육수 경쟁이 막을 내릴 때쯤 냉면 업계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국산 메밀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러나 왜소한 메밀 시장은 종자, 농기계, 가공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