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수)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코카콜라엔 있고, 스타벅스엔 없는 것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가 부담하는 취급수수료.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이 제도 덕에 동네마트나 편의점에서 팔린 음료수 공병의 90% 이상이 생산 공장으로 되돌아온다. 공병을 세척, 소독, 재활용하여 자원 낭비를 막는다. 국내에서 소주, 맥주, 청량음료 제조사들은 한 병당 약 30원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이 돈을 재원으로 소비자가 상점에 빈 병을 반환하도록 촉진하고, 도소매 상점들은 수거센터의 역할을 하도록 계도하고 있다.

한국에서 음료회사 13곳이 연간 납부하는 취급수수료 규모는 2800억원 정도다. 제도 시행 초에는 혼란도 있었지만, 2016년부터는 병 음료 출고량 대비 회수비율이 95.2%나 된다고 하니 작은 수수료의 위력이 엄청나다.

그런데 어지간한 병 음료보다 더 비싼 값으로 판매되는 커피가 담긴 일회용 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2002년 자발적 협약에 근거해 처음 시행되었다가 2008년 폐지, 그리고 2018년 경기수도권 쓰레기 대란으로 다시 한번 도입이 논의되어, 마침내 오는 6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국은 지난 2년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여 추진의 근거를 마련했다. IT 강국답게 온라인으로 원스톱 관리가 가능한 앱을 개발하고, 지난 제도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반납처를 구매처에 상관없이 반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거리에 무단으로 투기 되던 일회용 컵이 사라지고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60% 이상을 줄일 수 있다. 하와이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한 첫해에만 해안가에 무단투기 되던 일회용 컵의 50%가 회수되었다.

한국은 보증금제도의 점진적 안착을 위해 우선 100개 이상의 식음매장을 운영하는 기업 또는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시작한다. 소규모 독립카페라도 참여를 원한다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 설계 초기에는 보증금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가맹점에만 고객이 몰리는 거 아니냐며, 작은 카페 사장님들의 고민도 있었다. 편의점은 이 제도에 참여하고 싶지만, 편의점에 공급되고 있는 컵에 이미 취급수수료가 붙어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손님이 한번이라도 더 방문할 기회를 빼앗겼다고 안타까워하는 적극적인 점주들도 있다.

그런데 실행을 한 달여 앞두고 우리가 기다리던 이 제도는 좌초되었다. 컵을 생산해 가맹점에 판매하여 이익을 챙기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뒷짐을 지고, 영세한 점주들에게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품이 들어가는 일들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거쳤고, 손실보상금 논의도 지지부진해서 잔뜩 화가 난 소상공인들은 그 화살을 정부에 돌리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서둘러 12월로 그 시행을 유예시켰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가맹점주들의 참여와 그에 따른 보상이 꼭 필요하다. 점주들은 보증금이 기록된 바코드 스티커를 구매해서 컵에 붙이고, 컵을 반납하는 고객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며, 컵을 수거할때까지 비좁은 매장 내에 잘 보관해야 한다.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할 것이 아니다. 점주들에게 컵을 파는 본사에서 컵에 바코드를 붙여서 출고시키면 될 일이다. 컵을 만드는 인쇄공장에서 붙여도 된다. 또는 모든 가맹점의 컵을 표준화하여, 컵 자체에 바코드 인쇄를 해도 된다. 자동화할 방법은 많다. 법령의 세부 지침으로는 “본사가 바코드를 일괄 구매해서 공급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곳은 맥도날드가 유일하다는 후문이다.

2021년 재활용이 안 되는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표시하는 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업계는 기후시민들의 ‘화장품 어택’을 받았다. 화장품을 만드는 본사 로비에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들을 집어던진 것이다. 당황스런 사건이었으나 이 일을 통해 화장품 업계는 재질의 변경과 수거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회용 쓰레기 양산의 주범인 ‘배달의민족’도 젓가락, 일회용티슈 등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기본 값으로 해놓음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했다. 아주 작은 실천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의미가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은 필연이다. 지난 2년간 간담회만 300여 차례를 하고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모든 일을 가맹점주에게 떠미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태도에 분노한다. 또 이 일을 인기몰이로 활용해 제도를 유예시킨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지킬 것이다. 화장품 용기는 예쁘기라도 했지, 프랜차이즈 본사 로비에서 음료 찌꺼기가 썩어가는 더러운 일회용 컵을 보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길 촉구한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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