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토)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나쁜 차별과 건강한 구별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이번 학기 대학에서 강의하는 과목 중 ‘CSR과 사회혁신’이라는 수업이 있다.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실행계획까지 수립하는 것이 한 학기의 커리큘럼이다. 지난 3월 학기 초반에 학생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사회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때 학생들이 꼽은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여러 의견 중 가장 많이 나온 이슈가 ‘젠더갈등’이었다. 지난 5월, 조선일보와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는데, 이 중 20대 여성은 무려 82.5%가 갈등이 있다는 것에 동의했고 20대 남녀 평균도 79.8%에 달했다. 2018년에 확산한 미투운동과 n번방 사건 등은 젠더갈등을 촉발했고, 이대남과 이대녀 등의 용어는 젠더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4월 글로벌 온라인 전자상거래·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회사인 아마존은 직장 내 인종차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감사를 받기로 했다.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 조사 결과, 아마존에서 저임금 시간제 근로자 60% 이상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이지만 사무직·기술직은 18%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상원의원 6명이 아마존에 대해 연방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마존 직원 대부분이 창고에서 일하는데, 이들 중 임신하거나 장애가 있는 근로자를 회사가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물류·포장 업무를 맡은 직원의 경우, 정해진 시간과 할당량 때문에 화장실에 가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포기하고 있고 근로자 본인의 안전조치에 소홀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임을 지적했다.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의 주주인 솔로몬 차우(Solomon Chau)는 이번 6월에 회사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를 고소했다. 테슬라 내부에 흑인 근로자에 대한 광범위한 학대와 차별, 괴롭힘이 있고 한 공장에서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성희롱이 만연하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수백만 달러의 잠재적 위험에 노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 서로 다르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 사회는 이러한 차별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말한다. 반면 ‘차별’과 유사한 단어로 ‘구별’이 있다. 구별은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알고 구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차별과 달리 구별은 긍정적인 의미 또한 담고 있다. 사실 차별과 구별은 한 끗 차이다.

앞서 한국사회의 젠더갈등 주체였던 여성과 남성은 서로 구별되는 존재이다. 아마존의 창고직과 사무직도 구별할 수 있고, 임신하거나 장애가 있는 근로자도 그렇지 않은 근로자와 구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별은 반드시 필요하다. 창고직원은 그에 맞는 직무교육과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고, 임신한 직원 또한 유해한 작업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업무에 배치되어야 한다. 장애가 있는 직원의 경우도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를 배정받을 필요가 있다. 세상의 다양성은 구별로부터 시작된다. 구분되지 않고 모두가 같은 성질을 띠고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차별은 구별을 통해 인지한 다름에 대해 개선과 포용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이익을, 또는 불이익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옳지 않은 차별을 없애서 조직운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LG전자나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기업은 차별금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기업 내부뿐 아니라 공급망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도 마련하여 거래가 있는 이해관계자에게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회사의 차별금지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근로자가 괴롭힘이나 불법적인 차별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채용과정과 임금, 승진, 보상, 교육 기회 등의 고용 관행에 있어 인종, 피부색, 나이, 성별, 성적 성향, 민족성, 장애, 임신, 종교, 정치 성향, 조합원신분, 결혼 여부 등에 근거해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조직에서 차별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 1회 이상 차별금지 정책을 교육하고 교육한 이력을 기록하도록 정해 놓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색깔이 서로 구별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별될 뿐 배척하지 않고 서로 어울린다. 최근 서양의 여러 기업은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EI)’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고 있다. 건강한 구별을 통해 다양성을 찾고, 서로 다른 주체를 공정하게 대하며, 조직 안에서 서로서로 포용할 때 우리 조직과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미 보유한 차별금지 정책들이 사문화되지 않고 실제로 현장에서 지켜져서 그들의 사회책임경영과 지속가능경영에 힘을 보태길 기대한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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