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 토스트 값, 제가 미리 냅니다” 파란 쪽지로 나눈 마음

미리내 가게 ‘토스트와 주먹밥’ ‘맡겨놓은 커피’에서 시작된 나눔운동… 미국·영국 이어 지난해 3월 국내서도 시작 타인 위해 미리 음식값 내는 기부운동 확대… 헌혈증·폐휴대폰 모아 소아암 환아 돕기도 ‘베이컨 치즈 토스트 1개, 미리 내고 갑니다.’ ‘1000원. 적은 돈이지만 보태고 싶어요. 맛있게 드세요.’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위치한 음식점 ‘토스트와 주먹밥’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쿠폰이 눈에 들어왔다. 100원, 1000원, 2만원 등 파란색 쿠폰에 적힌 금액은 천차만별이었다. 가게를 다녀간 수백 명의 메시지도 함께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간, 나눔의 흔적입니다.” 미리내 가게 홍은동 1호점인 ‘토스트와 주먹밥’ 사장 최정원(53)씨의 말이다. 2010년 명지대 인근에 토스트 가게를 연 그는 지난해부터 ‘미리내 가게’ 간판을 달았다. ‘미리내’란 돈을 미리 낸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음식·음료값을 지불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100여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맡겨놓은 커피(Suspended Coffee)’운동에서 출발했는데,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해 3월, 국내에도 미리내운동본부가 설립됐고 1년 6개월 만에 미리내 가게는 무려 320곳으로 확대됐다. 미리내운동본부를 카카오스토리에서 친구로 등록한 사람도 총 16만명에 달한다. 10평 남짓한 이 가게의 모든 테이블 위엔 메뉴판과 함께 미리내 운동 안내 책자가 놓여 있다. 벽엔 미리내 홍보 포스터, 신문 스크랩 등이 곳곳에 붙어 있다. 가게 앞에 놓인 미리내 간판엔 매일같이 미리 지불된 금액과 메뉴가 공개된다. 누구든지 와서 그만큼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최씨는 “얼굴·나이·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잘하는 유럽 CSV(공유가치 창출) 관심도 없어 한국만 유독 열광”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 인터뷰 CSV 좋은 사례 언급되는 네슬레 코코아 생산 과정 아동 문제 모른 척‘공유가치’ 내세우며 ‘책임’ 흐리는 셈막스앤스펜서, 全 제품을 유기농으로 아동 노동·최저 임금도 꼼꼼히 따져다수 韓 기업, 책임보다 수익 중시… 환경·노동 외면하면 언젠간 무너져 마틴 노이라이트(Martin Neureiter·사진) 오스트리아 빈 교수는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 제정 당시, 기업파트 좌장 역할을 맡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문가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기업과 정부 등에 CSR 컨설팅을 진행하는 CSR 컴퍼니(CSR Company)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CSR vs. CSV 대토론회: 사회책임과 공유가치창출의 혼동,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마틴 교수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선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가 마치 CSR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회자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기존의 CSR 부서를 CSV로 변경하기도 했다. CSV와 관련해서 세계적으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CSV에 관한 노이즈가 한국만큼 심한 곳은 없다. 유럽에선 CSV와 관련한 아무런 논의가 없다. 오히려 CSR 법제화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CSV’라는 이름을 앞세워놓고, 생산 과정은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CSV의 좋은 사례로 매번 언급되는 네슬레는, 코코아 생산 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던 코카콜라는 인도 공장에 ‘코카콜라 생산에 사용한 물과 같은 양을 지역사회로 환원하겠다’며 빗물 정수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청소년 문제 심각성 느낀다면, 가족치료·폭력예방 등 전문가부터 늘려야”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대 명예교수 “당장 맹장수술을 받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문의를 찾아가겠죠. 위기 청소년을 다루는 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굉장히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해요.” 리햐드 권더(65) 도르트문트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의 말이다. 리햐드 교수는 독일 내 위기 청소년 교육 전문가로, 독일의 ‘아동·청소년복지지원법’ 제정에 기여했으며 상주형교육시설 ‘하임(Heimerziehun ·우리나라 ‘쉼터’의 모델)’의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6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마련한 ‘2014년 독일 초청 학교폭력 분쟁조정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리햐드 교수를 만나 위기 청소년 문제를 함께 고민해봤다.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청소년과 독일 청소년을 비교해보면…. “한국 청소년들은 좋은 대학과 직업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고,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면 쉽게 좌절한다. 이 스트레스는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결과가 말해준다. 물론 독일에서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사회가 느끼는 심각성은 그리 크지 않다. 독일 청소년들은 외적인 성공보단 가족이나 친구 같은 부분에 행복의 기준을 두는 편이고 사회에 대한 믿음도 강한데, 이런 분위기가 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독일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예방과 시스템을 가장 중요시한다. 내가 사는 하겐(HAGEN)시는 학교에 경찰이 자주 드나든다. 사고가 나서 오는 경찰은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예방교육도 하면 서로 편해지고 긴밀해진다.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땐 학교·부모·청소년국(Jugendamt) ·경찰이 함께 움직이며, ‘교육상담”사회성 강화집단 프로그램”가족지원서비스”상주형교육시설(Heimerziehun)’ 등 청소년 복지지원 제도로 발 빠르게 연결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독일에선 어떤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① 비영리단체는 아직 ‘다윗’… ‘골리앗’ 넘으려면 협력으로 혁신해야

[더나은미래·동그라미재단 공동기획] ‘비영리 리더스쿨’ 지면 강의 ① “공익 분야의 전문성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 기관이나 영리 기업에 비해, 공익 분야에는 종사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은 비영리 중간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강화하고자 ‘비영리 리더 스쿨’을 기획했다. ‘비영리 리더 스쿨’ 2~5회차 강의 내용을 Q&A로 압축해 풀어본다. 상세내용은 공익 전문 온라인 저널 ‘더퍼스트(thefirstmedia.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주   -비영리단체 종사자가 꼭 기억해야 할 경영 트렌드는 무엇인가.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음에 주목하라. 정유 회사의 라이벌은 전기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고, 자양강장제의 라이벌은 커피가 될 수도 있다. 경쟁자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반대로 잠재적 시장에 내가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경쟁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무언가를 생각해내야 한다. 비영리단체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심리 싸움을 할 대상은 다름 아닌 후원자다.” -초경쟁 시대에 비영리단체는 어떤 전략을 시도할 수 있을까. “‘열린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각광받는 시대다. 모든 과제를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애쓰지 말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도 있다. 애플은 사용자 환경, 내부 디자인, 내부 설계 등 각각의 부분을 다른 업체들과 협력해 아이팟(ipod)을 개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아직 다윗에 불과한 비영리단체들이 거대한 골리앗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자원에만 눈을 두지 말고, 외부와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비영리단체에 미션과 비전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정말

사회공헌 가치 극대화? 사회적기업을 보면 그 답이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새로운 모색…’ 펴내 정부·지자체 지원금으로 만들어져 지역 저소득층 결식 아동들에게 나눠주던 도시락은, 맛과 영양, 판로를 개선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도시락으로 변모했다. 도시락 배달과 함께 저소득층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챙기는 건 덤이다(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적은 위탁료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도 시작됐다(행복한학교). 사무·청소용품, 부품 등 20만 가지의 물품을 받아 계열사 내에 공급하던 ‘유통’ 기업은 노하우는 남기고 방향을 틀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행복나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카이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도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에 답이 있다”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SK그룹에서 설립·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다. 지난 2009년, SK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노동부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자금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개발·지원해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발간한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2000여억원. SK그룹에서 매년 사회 공헌에 쏟아붓는 비용이다.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참여도 매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사회문제 해결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더 좋은 곳에 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는지 늘 고민이었다. 그 답을 ‘사회적기업’에서 찾았다.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건, 더욱 많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늘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가해자 처벌이 능사? 피해자 회복으로 사법 패러다임 바꿔야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원장 가해학생, 피해자 아닌 판사 앞에서 사죄 정작 책임 인정하고 뉘우칠 기회는 없어 피해자 “너 때문에 죽을만큼 힘들었다” 가해자 “하지 말았어야 할 일… 정말 미안” 처벌보다 회복에 중점 둬 만남의 장 마련 “같은 반 친구에게 1년 넘게 폭행을 당해오던 고등학생 친구가 있었어요. 맞은 친구는 집이 워낙 가난했고, 때린 친구는 잘사는 편이었어요. 자기 집으로까지 불러서 입 틀어막고 때리거나 담뱃불로 지지기도 하고, 밤마다 불러내서 폭행하기도 하고요. 맞은 친구는 워낙 오랫동안 피해에 젖어서 신고할 힘이 전혀 없는 상태였어요. 우연히 알게 된 다른 친구가 신고한 경우였는데, 피해자 아이는 무조건 ‘최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어요. 상담 치료도 시작됐지만, 그간 억눌렸던 게 분노로 표출되면서 벽에 머리를 찧거나 교사한테 심하게 반항하기 시작했어요. 가해자 부모는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가서 ‘돈을 줄 테니 합의해달라’고 요구했는데, 피해자 친구 아버지가 몰래 합의한답시고 돈 받았던 게 이 친구 내면 분노를 심화시켰어요.” 이재영(42)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원장은 2010년 가정법원에서 도입한 ‘소년 화해 권고 프로그램’을 통해 구형 전 단계에서 이 피해 학생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죽어도 가해자 안 만나겠으니 감방 보내라”는 학생을 설득했다고 한다. “가해자 친구가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고 네 마음이 풀릴 것 같으냐. 네가 그 친구 앞에서 용기를 내야 네 삶을 다시 정리해나갈 수 있을 거다. 정 용기가 안 나면 글로 적어 와도 된다”고 했다. 당일 피해 학생은 편지를 써 와서 앞에 나가 한

당신이 마신 커피 한잔 덕에… 네팔의 아이들은 학교로 향합니다

네팔 커피협동조합 사무국장 먼두 타파 마을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농부로 자녀들 학교 보내도록 커피 재배 가르쳐 17일 세계 빈곤퇴치의 날 맞아 현대홈쇼핑서 직접 재배한 커피 판매 “나마스떼~. 저는 네팔에서 온 커피 농부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반짝이는 연두색 전통 의상을 입은 먼두 타파(Mandu Thapa·29)씨가 현대홈쇼핑 생방송 촬영 무대에 올랐다. 나직한 말투가 스튜디오 안을 울렸다. 그녀는 “여러분이 드시는 커피 한 잔으로 네팔 농부의 자녀들이 학교에 가게 됐다”면서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이날 방송은 공정무역 재단법인인 아름다운커피와 현대홈쇼핑이 ‘세계 빈곤퇴치의날(10월 17일)’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공정무역커피 생산자가 홈쇼핑에 출연해 직접 제품을 판매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 그 덕분에 4만5000원 상당의 아름다운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은 1시간 만에 무려 623세트(2600만원 상당)가 판매됐다. “제가 재배한 커피를 한국 분들이 직접 드시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해요.” 방송을 마친 먼두 타파씨의 양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커피를 많이 판매한 것도 좋지만, 네팔 사람들의 삶에 커피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릴 수 있어서 흡족하다”고 했다. 먼두 타파씨는 네팔 북부 산간 지역에 위치한 신두팔촉 지역 최초의 커피 농부이자, 네팔에서 마을 최초로 커피협동조합을 구성한 청년 여성이다. “네팔의 커피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커피를 즐기는 소수의 부자들, 커피 맛도 모른 채 원두를 생산하는 농부들입니다. 저 역시 커피 맛도 몰랐고, 심지어 커피나무를 구별조차 못하는 농부였습니다.” 17세 때 결혼해 신두팔촉 마을에 오게 된

알코올중독 이겨내고… 세상 위한 광고장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美사회적기업협회 케빈 린치 의장 잘나가는 ‘광고장이’로 21년을 살았다. 광고를 만드니 부와 명성이 따라왔다. 사회적 영향력?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두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됐다. 미국 사회적기업협회(Social Enterprise Alliance) 의장이자 CEO인 케빈 린치(Kevin Lynch·사진) 이야기다. 미국 사회적기업협회는 현재 15개 주, 17개 지부, 1100여명의 사회적기업 멤버가 소속되어 있는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지난 16일 사회적기업 월드포럼에서 만난 그는 “개인적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회적인 가치에 눈뜨게 됐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어떻게 하면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을지’ 돈 버는 일이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1980년 대학 졸업 직후 들어간 광고 회사에서 9년간 일하다 나와 내 광고 회사를 차렸는데, 약물 의존도가 점차 심해졌죠. 90년대 중반, 알코올과 마약중독이 바닥을 찍었어요. 동업했던 파트너들과도 깨졌고요. 우연한 계기로 미국에서 유명한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12가지 단계 원칙(Twelve Steps of Alcoholics Anonymous)’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습니다. 제 삶을 바꾼 계기가 됐죠.”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은 그에게 ‘내면적으로 일깨워지는 시간’었다고 한다. 산다는 게 뭔지,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뭔지, 삶의 의미에 대해 되짚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딜레마에 봉착했다. “광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자, 그 무엇보다 ‘해로운’ 산업으로 여겨졌어요. 사람들에게 광적으로 소비하라고 부추기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당시 내가 할 줄 아는 건 광고가 유일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광고 마케팅을, 뭔가 좋은 일을 하는 데 쓸 수 없을까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적벤처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들을

[희망 허브] 함께 나눌 동료 많아야 ‘공간의 기적’ 일어납니다

알렉스 힐만 ‘인디홀’ 대표 인터뷰 8년 전 함께 일하는 공동체 꿈꾸며 설립 월 정기회원권 판매… 1일 체험엔 30달러 게임·회화 작품 등 다양한 협업 이뤄져 “우리가 지금까지 성장해 온 이유는 공간보다 유대·신뢰 중시했기 때문”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인디홀(Indy Hall)’은 미국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공유 공간)의 ‘원조’다. 2006년 15명의 멤버로 처음 시작했는데, 매년 성장을 거듭해 현재 300명 이상의 멤버들이 이곳을 애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 숫자만 3000여개에 달하고, 국내에서도 최근 2~3년 새 10여곳이 문을 열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공간만 만들어 놓는다고 사람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늘어가는 공유 공간을 채울 사람과 콘텐츠가 없어 ‘텅 빈 공간’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청년허브 주최 콘퍼런스에 참여한 알렉스 힐만(Alex Hillman) 대표를 만나 지난 8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들었다. 인디홀을 초청한 코워킹 청년기업 ‘앤스페이스’는 역삼동 동그라미재단 공간을 코워킹 플레이스로 위탁 운영하는 ‘오픈콘텐츠랩(www.opencontentslab.org)’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편집자 주 ―’공유경제’가 트렌드도 아니었던 2006년도에 인디홀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외로워서였다. 2000년대 중반, 웹 개발자로 일하던 직장을 관두고 프리랜서로 전업했다. 근무 장소나 시간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테고,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상사도 없으니 능률이 훨씬 오를 거라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일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게 얼마나 아쉬운 일인지 깨달았다. 동료가 없으니 함께 맥주 한잔하며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고민할 수도 없고, 잘됐을 때 함께 기뻐할 수도 없었다. 꼭 ‘공간’을

세상 바꾸는 ‘연쇄창업가’가 꿈…딜라이트·우주 등 대박 신화 이어져

셰어하우스 브랜드 ‘우주’ 만든 김정헌 대학생 주거난 해소 위해 만든 공유주택 6개월 동안 16개 대학교 돌며 마케팅해 목표는 돈 버는 것보다 사회 문제 해결 쉬운 건 재미없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때, 신이 난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벌써 사회적기업만 두 번 창업한 김정헌(31·사진)씨 이야기다. 그가 공동창업한 ‘딜라이트’는 저가형 보청기 사업을 벌이는 소셜 벤처로 올해 매출 40억원을 바라본다. 지난해에 창업한 국내 첫 셰어하우스(sharehouse·공유주택) 브랜드 ‘우주’는 창업 1년 6개월 만에 15호점 셰어하우스까지 확대했다. 지난 8월, 김씨는 대학생 4명과 고군분투한 우주 창업기를 담은 책 ‘같이의 가치를 짓다'(유유출판)를 출간하더니, 돌연 우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셰어하우스 경쟁 업체가 30~40개가 생겼어요. TV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얼마 전 종영했던 드라마 ‘괜사(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요 배경도 셰어하우스였죠. 이젠 셰어하우스가 주거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전 일종의 ‘트리거(trigger·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달부터 김씨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 과정’ 전담 감독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나섰다. 김씨의 목표는 선발된 15개 기업을 6개월 동안 10%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다. “경기도 광역 전세버스가 문제잖아요. 서강대 학생들이 ‘눈뜨면 도착’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산이나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끼리 ‘전세버스를 같이 빌려 통학하자’는 일종의 승용차 함께 타기 서비스입니다. 공실률이 50%가 넘는 동네 독서실 자리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고, 폐이어폰을 기증받아 팔찌를 만드는 팀도

어떻게 하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답을 찾는 과정이 ‘평화교육’

사회적기업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유엔평화대학 동문인 문아영·전세현씨 일진·왕따… 일상 속 폭력에 노출된 세상 인형극·상황극으로 함께 문제 해결 나서 학생·교사 등 상반기만 4500여명 만나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에서 청소년 대상 세계시민 교육을 진행했는데, 참석하는 아이들이 이른바 우수 학생이에요. 장래 희망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반기문 총장이었어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고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종종 무심코 ‘일본 놈들을 다 죽여 버려야 한다’ ‘북한은 그냥 너무 싫다, 폭파해야 한다’는 말들을 내뱉는데, 섬뜩하더라고요. 아프리카의 가난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면서 세계 시민이 된 듯 느끼는 아이들이 정작 자기 반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한텐 공감을 못 하고 그 누구보다 잔인하게 따돌리는 것을 보고 아이러니를 느꼈어요. 이 아이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하기엔 공부가 더 필요했어요.” 전세현(30)씨가 코스타리카유엔평화대학교(UPEACE)에서 ‘평화 교육’을 전공하게 된 이유다. 그곳에서 전씨는 동료 문아영(31)씨를 만났다. 무작정 임용고시를 보는 대신 평생을 두고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공부하러 온 문씨였다. 한국에 평화교육 프로젝트 단체를 만들고 싶으니 함께 해달라.” 졸업을 앞둔 문씨는 전씨에게 제안을 담은 편지를 썼다.성공회대에서 평화학을 강의하는 이대훈 교수에게도 같은 편지가 전달됐다. 같은 마음이 한데 모아져, 2012년 8월 ‘평화 교육 프로젝트 모모’의 사무국은 그렇게 꾸려졌다. 막연하게 디딘 첫걸음이었지만, 2013년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3기에 선정되면서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꿈꿔오던 일들을 맘껏 벌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타스틱평화교육 1기 워크숍’ 국제개발협력에서 치른 갈등과 평화 감수성을 다룬 ‘모모평화대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Cover Story] 선착순 달리기에 내몰린 아이들… 지금 필요한 건 성찰과 쉼

덴마크 국제시민대학 쇠렌 교장에게 덴마크식 교육을 묻다 나이도 국적도 다른 학생 62명이 모여 공동체 생활하기·다른 문화 이해하기 등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배우고 싶은 것 공부 한국선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여백’ 너무 적어 경쟁보다 관계 맺기… 성적보다 ‘나’를 배워 다양한 삶의 기회 마련해줘야 퀴즈 하나. 2년 연속 UN 발행 ‘세계행복보고서’ 국가별 행복지수 1위, 나치 독일 치하 유럽에서 유일하게 유대인을 내치지 않은 나라, 평균 투표율 80%에 달하는 나라는? 정답은 ‘덴마크’다. 이 나라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교육이다. 덴마크에는 170년 역사를 지닌, 생각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학교가 65곳이나 된다. 93년의 역사를 지닌 ‘국제시민대학'(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은 가장 대표적인 시민학교 중 하나다. 1921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망가진 세계에 다른 나라와 문화를 가진 사람이 모여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지난달 26일,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에서 기획한 ‘제6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참가를 위해 방한한 쇠렌 라우비에르(Soren Launbjerg) 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한마디로 자유로운 배움의 공간입니다.” ‘학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는 질문에 쇠렌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는 현재 30개국, 6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청춘도, 영국에서 날아온 76세 노부인도 여기선 모두가 학생이다. 무용과 사진, 드라마, 음악, 세계 정치와 종교, 지역별 문화와 철학 등 30여 개의 커리큘럼이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시간표를 짜서 들으면 된다.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커리큘럼도 없고, 시험을 치거나 성적을 매기는 일도 없다. 모든 것이 ‘자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