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친선대사 정애리 인터뷰 10년째 활동…
국내외 261명 아동 후원 진심 담긴 모습에 동료 배우 기부도 늘어
“내가 가진 초에 불을 켜서 다른 초에 불을 계속 옮겨보세요. 불을 나눠줘도 내 촛불은 꺼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많은 초에 불이 밝혀지죠. 나눔도 똑같아요.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나눔을 통해 살아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를 살리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나눔을 주고받는 모두가 따뜻해지죠.”
전 세계 수많은 아이를 가슴에 품은 배우가 있다. 2004년부터 10년째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활동해온 배우 정애리(54)씨다. 그녀는 가나, 모잠비크, 콩고,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인도, 미얀마, 르완다 등 전 세계 소외된 땅 곳곳을 누볐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엄마’를 자청했다. 현재까지 그녀가 후원하고 있는 국내외 아동은 총 261명. 월드비전 홍보·친선대사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적어도 제가 만난 아이들만큼은 모두 품고 싶었어요. 월드비전 친선대사로서 어떤 현장을 가더라도 제가 품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2009년 3월 월드비전은 개도국 사업 및 모금 환경을 고려해 아동 후원금을 월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조정했다. 당시 아동 100여명을 후원하던 정씨는 기부금 증액에 흔쾌히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아동 50명을 추가로 후원했다. 부담이 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가만히 내저었다.
“후원금 증액 때문에 일시적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도움이 줄어들까 걱정이 됐어요. 그해 가나에 살고 있는 제 후원 아동인 조슈아가 말라리아로 사망했단 소식을 접했습니다. 조슈아의 아픔을 함께해주지 못한 못난 엄마라서 너무 미안했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찍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아이를 후원할 때란 생각이 들었어요. 덜 먹고 덜 쓰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을 우선순위로 두자고 마음먹었죠.”
오랜 시간 후원을 이어온 만큼 정씨는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2006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만난 윌슨 3형제를 이야기하며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윌슨은 2003년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남동생 둘을 키우는 가장이었어요. 한 명이 다리 쭉 뻗고 눕기도 어려운 작은 움막에서 살고 있었죠. 전기도, 물도, 먹을 것도 없는 환경이었어요. 첫 만남 때 동료 연기자들과 십시일반으로 사온 소와 염소를 선물했는데, 윌슨은 낑낑대며 소를 나무에 매어놓곤 뚜벅뚜벅 저희에게 걸어왔어요. 그러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청하며 고맙다고 말하는데, 13세 가장의 의젓한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어요.”
지난해엔 윌슨 3형제를 한국으로 초대했다. 7년 만의 재회였다. 운전기사가 꿈이던 윌슨은 운전면허증을 따고, 자동차 정비사로 성장하고 있었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신기하고, 대견했어요. 드라마 촬영장에 초대하고, 63빌딩 전망대에도 올랐습니다. 건축가가 꿈인 둘째 티모시가 제일 좋아했어요. 우간다 시골 마을에선 볼 수 없었던 건물이 너무 많았던 거죠. ‘나중에 엄마 집을 제 손으로 꼭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씨의 모습에 동료 연예인들도 마음을 움직였다. 2011년엔 MBC 아침 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 PD, 배우들과 함께 몽골에 다녀왔다. 도시 빈민 문제가 심각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거리의 아동을 만나고, 저소득 가정에 게르(몽골 전통 가옥)를 지어줬다.
“드라마 쫑파티 때 감독, 배우들이 모금함을 돌렸어요. 쫑파티를 회식으로 끝내지 말고, 그 비용을 좋은 일에 쓰자는 취지였습니다. 모인 돈은 몽골 보육원에 기부했습니다. 평소에도 후배 배우들이 ‘후원 아동 결연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기도 하고, 이미 다른 단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모금 방송 촬영 때 주의사항을 묻기도 합니다. 현장에 같이 가서 배우고 싶단 후배도 많고요.”
실제로 아이를 안고 있는 정씨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면 모금 전화가 몇 배로 늘어난다. 이에 모금 방송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월드비전에 비결을 물어오기도 했다고. 정씨에게 ‘정기 후원 3만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는 돈이잖아요. 한 달 동안 지출하는 비용을 통틀어서 아동을 후원하는 3만원보다 더 값진 사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루 폭식하고 열흘 굶으며 살 수 없듯이 아동 후원도 매달 꾸준히 유지돼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망설이지 마시고 한번 시작해보세요. 수치로 가늠할 수 없는 생명을 살리는 또 다른 행복을 느끼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