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아버지와 함께 사는 12살 소년 재훈이 2007년 12월 18일. 당시 8살 소년 재훈(가명)이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건강했던 아빠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 평소 재훈이를 끔찍이 아꼈던 아빠는 병원에 누워 꼼짝할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됐다. 심장마비로 뇌에 오랫동안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결국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재훈이네 가족의 시간은 아빠와 함께 멈춰버렸다. 재훈이네 가족은 엄마 없이 아빠, 할머니 이렇게 두 명뿐이다. 엄마는 이혼 후 연락이 끊겼고, 재훈이는 아빠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비록 엄마의 빈자리가 있긴 했지만, 세 식구는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지내왔다. 그러나 아빠의 심장 마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그날의 사고로 할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빠의 병간호에 매달리게 됐고, 정부보조금은 아빠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보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데, 아빠의 요양병원 입원비로 매달 지출되는 90만원을 빼면,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을 여유도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재훈이는 검도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학원비는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동사무소에서 연결해 준 아파트 지하 방이 재훈이와 할머니를 지켜줄 유일한 보금자리다. 할머니는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거의 매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나이의 손자와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재훈이 할머니의 어깨는 늘 무겁다. 할머니는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모가 못다 준 사랑을 재훈이에게 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