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빚진 세대”…20대의 열정, 학교를 짓다

[인터뷰] 조수현 샛별학교 대표 “오늘은 병원 예약할 때 쓰는 표현부터 연습해볼게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열린금호교육문화관의 한 교실. 어르신, 청소년, 외국인이 함께 앉아 수업을 듣는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대학생이다. 이곳은 조수현(22) 대표가 설립한 청년 참여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샛별학교’다. 샛별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 문해교육부터 검정고시 준비까지, 주 6일 수업을 연다. 총 28개 강좌 모두 맞춤형, 전액 무료다. ◇ 독일·미국서 배운 ‘사회적 책임’ 조 대표가 ‘사회’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학교를 자퇴한 그는 국제로타리클럽의 ‘청소년 외교대사 프로그램’에 참가해 독일로 떠났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현지 가정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홍콩 이민자 가정, 환경 운동가 가정…그들과 지내며 난민 차별과 환경 문제를 피부로 느꼈어요. 독일 로타리클럽 어르신들께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다는 걸 깨달았죠.” 이 경험은 그에게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각인시켰다. 이후 미국 국무부 초청 장학생으로 아칸소주에 4개월간 머물면서 그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터널을 처음 본 사람들,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가정도 있었어요. 선진국 안에도 계층 격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배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걸 배웠습니다.” ◇ 검정고시 준비하며 키운 ‘교육봉사’의 꿈 2020년 귀국한 조수현 대표는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사각지대의 현실을 절감했다. “서울 대학에 가려면 검정고시

여성 국회 진출·질병관리청 설립…몽골 변화 촉진하는 ‘한국형 협력’

[인터뷰]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 한국과 몽골이 활발한 인적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혁신을 위한 협력으로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약 10%가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고, 현재 약 5만5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거주 중이다. 2021년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2022년부터는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교류가 더욱 확대됐다. 몽골은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꼽힌다. 인구의 70%가 45세 이하이며, 2023년 경제성장률은 7%를 기록했다. 특히 구리와 석탄, 금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해 세계 10대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몽골 울란바토르 주몽골 한국대사관에서 만난 최진원 한국대사는 “35년간 쌓아온 인적 교류라는 자산을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협력으로 나아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30년 이어진 개발협력…여성 정치참여 확대 두드러졌다 한국은 1995년 코이카(KOICA) 몽골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다양한 개발협력(ODA) 사업을 추진해왔다. 몽골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세 기수 연속 한국의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이 몽골에 제공한 무상원조 규모는 3400만 달러(한화 약 489억원), 유상원조는 6600만 달러(한화 약 950억원)에 달한다. 현재는 코이카뿐 아니라 다양한 기관이 협력에 참여하며 사업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몽골 OD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여성 역량 강화 사업’이 꼽힌다. 최진원 주몽골 한국대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코이카(KOICA)와 UNDP가 공동 추진한 이 사업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몽골은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해 여성 할당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학교가 변하면, 사회도 변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학교, 움직이는 청소년<2> [인터뷰]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 “학교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작은 사회입니다.” 학교 운영 전반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국제 비영리 네트워크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한 연합(The Alliance for Sustainable Schools·이하 TASS)’를 만든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은 “학생이 지속가능성을 ‘배우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일,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주관한 ‘지속가능경제학교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TASS는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금융업계에서 15년을 일하다 ‘환경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2018년 학교 대상 지속가능성 컨설팅 기관인 ‘메타노이아(Metanoia)’를 설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학교마다 겪는 문제도 비슷하고 해법도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학교들끼리 공유하진 않고 있었죠. 그래서 ‘서로 배울 수 있는 실천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2022년 TASS가 탄생했습니다. 현재 20개국 135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각 학교는 2명의 학생 대사를 두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왜 하필 ‘학교’였습니까. “학교는 하나의 작은 사회입니다. 도시나 국가보다 작지만, 오히려 그만큼 지속가능성을 실험하기에 유리한 공간입니다. 이해관계자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미래의 결정권자라는 점입니다. 교육은 느릴 수 있지만 세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아이들이 10년, 20년 뒤 사회를 움직이는 리더가 될 겁니다.”

기술과 사회혁신의 만남… 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 왜 시작했나

[인터뷰]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 “기술이 접목되면 사회문제 해결 속도가 4배 빨라집니다.” 육심나 카카오임팩트 사무총장(카카오 ESG 부사장)은 지난 21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진행된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철학이 카카오임팩트 ‘테크포임팩트(Tech for Impact)’ 탄생의 배경이다. 2023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개발자와 사회혁신가가 힘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운영 방식은 두 가지. 대학 교과과정과 연계한 ‘캠퍼스 프로그램’과, 현업 개발자 중심의 ‘랩(Lab)’이다. 캠퍼스 프로그램은 대학과 재단이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현직 기획자, 개발자와 사회혁신가들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 후 학생들이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고 싶을 경우 후속 개발도 지원한다. 랩은 사회혁신가가 문제를 정의하면, ‘모두의 연구소’를 통해 개발자를 모집한다. 평균 12명이 팀을 꾸려 5개월간 매주 평균 약 10시간씩 모여 실제 서비스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한다. ◇ 재난 대피 훈련 앱·돌고래 보호 앱 등 24개 기술 개발   카카오임팩트가 ‘테크포임팩트’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 육심나 사무총장은 “그동안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펠로우십 사업을 운영해 왔다”며 “그러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사회혁신가라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팩트를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죠.” 펠로우십을 통해 수많은 혁신가들을 만났지만, 현장에서는 늘 기술 인력의 부족이 문제였다. 육 사무총장은 “임팩트 생태계에는 기술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래서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에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테크포임팩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모두가 보건 혜택 받는 세상, AI가 앞당긴다”

[인터뷰]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헬스AI 이사장 세계는 고령화, 감염병 확산,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AI)이 의료 혁신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헬스AI(HealthAI)’는 AI 기반 의료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설립된 국제 비영리단체다. 현재 50개국 150여 개 기관이 헬스AI 커뮤니티(CoP)에 참여하고 있으며, AI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국제 기준 수립과 검증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경을 초월한 보건의료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국제기구가 주도한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에는 각국 정부와 민간 비영리 단체가 재원을 투자했고, 제약 회사들도 학계와 협력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협력은 현재 자금 조달을 넘어 다자주의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헬스AI는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비영리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헬스AI 이사장도 이러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11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의료 혁신을 이끌 수 있다”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I가 의료·보건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헬스AI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AI는 선진국과 저소득 국가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선진국에서는 AI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특히 노인 돌봄 서비스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의료

해외봉사단 뒤엔 ‘그들’이 있다…현장을 움직이는 조력자 이야기

[인터뷰] 김혜은·박종용 지구촌나눔운동 필드매니저 3만 명.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코이카(KOICA)가 해외에 파견할 봉사단원의 목표 숫자다. 해외봉사단은 단순한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얼굴이자 ‘민간 외교관’으로 불린다. 정부는 청년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1년 이상의 장기봉사단뿐만 아니라 6개월 이내의 중기·단기 봉사단 파견을 늘리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NGO 중 한 곳인 지구촌나눔운동은 코이카 및 월드프렌즈코리아와 협력해 청년중기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캄보디아, 동티모르, 피지, 르완다 4개국에 청년 55명을 파견한다. 국내 1개월, 국외 4개월을 합쳐 총 5개월간의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교육 개발 분야에 중점을 둔다. 지난해 60명에 이어 올해도 55명의 청년을 각국으로 파견한다. 하지만 봉사단원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봉사 현장을 조율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필드 매니저(이하 FM)’다. 지난 14일, 더나은미래는 지구촌나눔운동의 김혜은 르완다 매니저와 박종용 피지 매니저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혜은(32) 매니저는 지난해 르완다에 FM으로 파견되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반면, 박종용(55) 매니저는 이번이 첫 피지 방문이지만, 봉사단 관리 경력만 15년 차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 르완다에서 평화를 가르치다 르완다 봉사단을 관리하는 김혜은 매니저는 중기봉사가 단기간의 활동이라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994년 대학살로 80~100만 명이 희생된 르완다는 봉사단의 목표가 원조를 넘어 평화의 기반을 다지고 주민 간의 화합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가 ‘평화 마을’ 프로젝트다. 대학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에서, 봉사단은 지역 주민을 위한 직업 멘토링

‘우리 마을 병원’ 만들어 왕진하는 동네 주치의 추혜인 [2025 포스코청암상]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자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 인터뷰 처음부터 의사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겨울,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던 중 한 피해자가 남긴 말을 듣고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료해 줄 의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의료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실한 것이라면,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 끝에 이듬해 의과대학으로 다시 입학했다. 그리고 수년 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병원’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22일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공동 수상한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 원장이다. 추 원장은 의대 진학 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며 “여성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운영하는 ‘의료협동조합’을 세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의료협동조합’은 일반적인 병원과 다르게 “개인 의사가 아닌 시민과 의료인이 협동해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으로, 조합원의 출자금을 통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추 원장은 여성운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함께 2012년 살림의원을 만들었다. ◇ 시민과 함께 만든 병원에서 ‘의료의 기본’을 지키다 살림의원의 시작은 단순한 개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자를 위한 의료’가 사라진 현실에 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고 30초 만에 진료를 끝내도, 15분 동안 꼼꼼하게 상담을 해도 진찰료는 똑같다. 그러다 보니 의료기관들은 진료보다는 검사와 처치를 늘려야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추 원장은 이 구조를

빈곤의 현장에서 답을 찾다…이철용의 25년 동행기[2025 포스코청암상]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수상자 이철용 사단법인 캠프 대표 인터뷰 필리핀 마닐라의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폐기물 더미 사이를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닌다. 폐품을 주워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곳에서, 한 남자가 발걸음을 멈췄다. “저 아이들도 꿈을 꿀 수 있을까?” 이 작은 물음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바로 지난 22일 ‘2025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공동수상자로 발표된 이철용 사단법인 캠프 대표다. 25년 동안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빈민 등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온 그는 IMF 이후 교회를 떠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마주했다. ◇ 외국인 근로자에서 장애인, 빈민까지…‘현장에서 찾은 해답’ 이 대표의 활동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거리로 내몰린 외국인 근로자들을 돕는 일에서 시작됐다. 당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국제전화 요금은 큰 부담이었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이 서로 영상편지를 촬영해 서버에 올릴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인터넷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의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거리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를 우연히 지켜보며, 이들 또한 이동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한국 최초의 장애인 인터넷 신문 ‘위드뉴스(With News)’를 창간해, 장애인 이동권과 차별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2007년, 그는 필리핀을 방문하던 중 마닐라의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쓰레기 더미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 그는 국제개발협력 NGO ‘사단법인 캠프’를 설립했다. 그는 필리핀 최대 빈민 연합 단체인 ZOTO(Zone One Tondo

“모두의 일상에 지구를 지키는 일이 하나씩 생기도록” [한국 WWF 사무총장 인터뷰]

[인터뷰] 박민혜 한국 WWF 사무총장 “생물다양성 보전에 우리 기업이 동참할 방법은 없을까요?” 박민혜 한국 WWF(이하 WWF) 사무총장(46)이 최근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지난해 1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그는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서 기후변화, 식량 안보 등 다양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WWF가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WWF 한국 본부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 사무총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물었다. 박 사무총장은 2015년 본부 설립 초기부터 함께한 ‘최장수 멤버’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팀장과 파트너십&프로그램 국장을 거쳐 내부 승진으로 사무총장이 된 첫 사례다. 그는 WWF의 여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 해양 쓰레기와 싸우는 주민들, 연대도에서 23톤 수거 2024년은 박 사무총장이 ‘시민 참여’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해였다. 경남 통영 연대도에서 진행된 ‘주민 자율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팀을 구성해 해안가에서 월 1회 이상 수거를 진행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수거한 쓰레기만 23톤, 2023년의 18톤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박 사무총장은 해당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해양 생물이 해양쓰레기의 8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거나 얽히면서 질식사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해양쓰레기가 어구를 훼손하면서 어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2021년 어촌어항공단과 협력해 추진해온 ‘해양 침적쓰레기 수거 사업’의 연장선에 있다. 매년 해양 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위주로 1년에 한 번, 약 2주 동안 진행된다. 지금까지 연평도와 제주도, 강원도 양양 등에서 진행했으며, 지난해에는 부산

댜니엘 노박. /사회적가치연구원
‘공정하고 포용적 전환’의 열쇠, 세계경제포럼이 사회적 기업가에 주목하는 이유

[인터뷰]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 빈곤, 성별 격차, 환경 문제 등 복합적인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2022년 OECD는 사회적 경제 체계를 구축하라는 권고를 내놨고, 2023년 유엔은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채택하며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약 1000만 개의 사회적 기업이 매년 2조 달러(한화 약 2850조 원)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약 2억 개의 일자리는 전 세계 노동력의 6%를 차지한다. 특히 사회적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 운영하고 있어 성별 격차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활동을 넘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슈왑재단(Schwab Foundation for Social Entrepreneurship)은 1998년 설립 이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며 사회적 기업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재단은 매년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of the Year)’를 선정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은 사회적 기업가들은 전 세계 8억9100만 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더나은미래는 다니엘 노박(Daniel Nowack)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사회혁신국장에게 사회적 기업가가 지금의 글로벌 환경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니엘 국장이 이끄는 사회혁신 기업 리더십 협의회(Corporate Leadership Council on Social Innovation)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포용의 공간, 도서관의 역할을 다시 묻다

[인터뷰] 김병수 미션잇 대표·문기원 도서문화재단 씨앗 매니저 전 세계 ‘포용적 도서관’ 사례를 조명한 책 발간 도서관은 흔히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공간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도서관이 가진 가능성은 그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 누구나 조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공 공간이자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허브의 역할, 그리고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장소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현장을 만나보기 위해,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티티섬’에서 김병수 미션잇 대표와 문기원 도서문화재단 씨앗 매니저를 만났다. 인터뷰 당일이 휴관일이라 한층 고요했지만, 이곳의 특별한 장소인 ‘청소년 전용 구역’까지 둘러볼 기회도 얻었다. 티티섬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콘텐츠 놀이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곳의 책들은 무겁거나 근엄하지 않았다. 책들은 아이들이 붙인 포스트잇 메시지와 함께 춤과 노래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작업실, 기대어 누울 수 있는 소파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내 문구들은 마치 말을 걸듯 친근했고, 이 모든 요소 덕분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낯선 어린이와도 금방 친구가 되던 유년기의 놀이터를 떠올리게 했다. 단지 놀이의 재료가 흙보다 훨씬 다양할 뿐이었다. 티티섬을 운영하는 ‘도서문화재단 씨앗’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도서관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 재단이다. 청소년 중심의 공공 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 어린이와 청소년이 창작 작업을 할 수 있는 도서관 ‘제3의 시간’ 등

패트릭 브리오 수석은 인터뷰에서 "임팩트 투자는 유망한 사회적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며 보조금과 함께 지원할 때 더욱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패트릭 브리오 RPA 수석
‘공정한 세상’을 위한 자선, ‘임팩트 투자’로 실행한다

[인터뷰] 패트릭 브리오(Patrick Briaud)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 수석 및 임팩트 투자 책임 임팩트 투자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긍정적 영향을 함께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7년 록펠러 재단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제는 전 세계 임팩트 투자 규모가 1조5710억 달러(약 21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확장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임팩트 투자는 300% 넘게 성장했으며, 일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투자 자금의 25%를 임팩트 투자가 차지하기도 한다.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저(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이하 RPA)는 전략적 자선 활동과 임팩트 투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사업 운영처럼 자선 활동 또한 전문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던 존 D. 록펠러의 뜻을 이어 현재 개인과 가족, 재단, 기업의 연간 기부금 5억 달러(한화 약 6975억) 이상을 조언하고 관리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오는 22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개최하는 ‘2024 사회적기업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RPA의 패트릭 브리오(Patrick Briaud) 수석을 사전 인터뷰했다. 패트릭 브리오 수석은 현재 RPA에서 임팩트 투자 책임을 맡고 있다. ―RPA는 왜 임팩트 투자에 주목했나. “RPA의 미션은 ‘공정한 세상을 위한 자선 활동 가속화(Accelerate Philanthropy in Pursuit of a Just World)’이다. RPA는 임팩트 투자 지원팀을 따로 운영하며 임팩트 투자를 보조금과 함께 사회 복지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보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초기 단계의 유망한 사회적 기업들이 위험을 줄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보조금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