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통과도 어려워”….학습권 침해받는 장애인 대학생

“먼저 가세요.” 6월 2일 오전 10시,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중앙도서관). 휠체어를 탄 기자의 뒤로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다. 양보를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로욜라 도서관 출입구 폭은 83cm로 휠체어의 폭(68cm)을 고려하면 여유 공간은 고작 15cm에 불과했다. 좁은 입구에 맞도록 휠체어의 각도를 조정할 때 마다 바퀴를 굴리는 손이 계속 문에 부딪혔다. 설상가상으로 휠체어에 걸어놨던 가방까지 문에 걸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출입문을 온전히 빠져나오려면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앞서 서강대는 368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국립특수교육원, 2015)’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 활동보조인과 함께 휠체어를 굴리며 이동체험을 한 기자에게 교정은 험난한 장애물 코스와 같았다. ◇장애인 이동권 제약,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출입 가능한 문의 유효폭은 80cm다. 대부분의 대학이 설계도면상으로는 이 편의증진법을 준수했다. 하지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취재한 결과, 기자재이나 벽의 위치 때문에 실제 출입문의 폭은 그보다 좁은 경우가 허다했다. 서강대 도서관 화장실은 문 뒤에 청소도구함이 있어 최대한 열어도 79cm밖에 되지 않았다. 대형교양강의가 많이 열리는 김대건관 역시 문에 걸린 걸쇠 때문에 실제 폭은 77cm에 불과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지체장애인 박지원(가명·27)씨는 “도서관 출입구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대학 엘리베이터 등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건물 설계가 아직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와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은 서울대학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휠체어를

이효리 결혼식 만든 환경디자이너…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에코웨딩으로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왔어요. 저희는 꽃이든 음식이든 답례품이든 결혼식이 열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식이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라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텐데도 꼭 취지를 지키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기에, 신랑신부가 환경단체에서 일하시는 분인가 보다 했죠. 유선 상담을 끝내고 얼마 뒤 정식으로 상담을 신청하는 카드가 날아왔는데 신부 이름에 ‘이효리’, 신랑 이름에 ‘이상순’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처음엔 누가 장난을 친 줄 알았어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전이었거든요.” 2013년,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인 이효리와, 천재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결혼식. 모두가 주목하는 ‘세기의 커플’답게 암암리에 드레스를 비롯한 온갖 협찬 제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합성섬유 대신 옥수수 원사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호텔 뷔페 대신 동네 맛집 음식으로 하객을 대접하는 조그만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결혼식 기획을 맡았다. 국내 ‘에코웨딩’의 선두주자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37) 대표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하객 의자와 화분 하나까지 모두 제주도 현지에서 공수한 제품으로 꾸며졌다.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결혼식이 치러질 야외공간은 리넨과 면으로 벽을 만들어 둘렀다. 이 가림막 천은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 ‘커튼을 만들고 싶다’는 하객에게 선물로 줬다. 남은 천으로는 에코백을 제작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환경과 마을을 생각하는 기획에 신랑과 신부 모두 적극 동참해주셨어요. 이효리, 이상순씨가 결혼식을 부탁할 때 내건 조건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과 ‘상업적이지 않을 것’ 딱 두 가지뿐이었죠.” 대지를

아이 잃고 시들었던 삶, 나눔으로 다시 피었죠

배우 이광기 인터뷰“2010년 아이티 구호 현장서 지진으로 부모 잃은 아이 만나…’나눔 전도사’ 된 계기였죠”자선경매·콘서트 열어 기부하고 아이티에 아들 이름 딴 학교 설립“나눔이 쉬워지는 세상 됐으면”  배우 이광기(47). 그의 삶은 2009년을 기점으로 나뉜다. 아들 석규군이 신종플루 합병증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전(前)과 후(後) 다. 7년의 세월은 그를 ‘나눔 전도사’로 탈바꿈시켰다. 지난달 24일, 우간다 내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굴루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광기와 마주앉았다. “우리 가족은 시들어가는 꽃이었습니다. 하나가 시들면 주변의 꽃도 함께 지듯이, 석규를 잃고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었죠.” 일곱 살 남자아이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곱슬머리 뒤통수만 봐도 달려가 얼굴을 확인할 만큼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장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이티에 강도 7.0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비규환의 현장에 있을 아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차마 쓸 수 없었던 아들의 보험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매체들은 그의 기부를 연일 보도했고, 한 방송사가 아이티 구호 현장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해왔다. “처음엔 가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석규 또래 아이들이 다친 모습을 보면 그대로 쓰러져버릴 것 같았거든요. 가족들도 여진(餘震) 위험이 있으니 가지 말라며 말렸죠. 그런데 마음이 절 자꾸 그리로 이끌더라고요. 아내에게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정 가야겠으면 그냥 가지 말고 옷이라도 주고 오라’며 석규가 입던 옷을 싸줬습니다. 이민 가방 두 개에 꽉 찬 아이 옷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요.” 아들의 옷을 준비한 것도 모자라 그는 200벌의 티셔츠를 더 제작했다. 석규가 마지막으로

비영리는 ‘마케팅 DNA’ 이식 중

NGO가 달라졌다홍보·광고 분야 전문 인력 유입, 데이터 기반 최신 전략 내세워이벤트, 콘텐츠 영역도 세분화… 후원자 이탈률 10%p 이상 낮춰   “모 비영리단체의 30주년 기념행사였습니다. 야외였는데 조명 설치를 안 한 탓에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추는 해프닝이 벌어졌죠. 정당 대표급의 VIP 인사가 초청됐지만 별다른 의전도 없어 식사 대기시간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결과요? 비용만 많이 들었을 뿐, 대표의 네트워크를 확인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옛날에는 간사들이 직접 국수 말아 대접하는 걸 ‘진정성’ 있게 봐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행사를 방문한 이들의 체험과 전시 요소 하나하나가 조직의 ‘전문성’과 직결되죠.” 김홍구 대표는 7년간 아름다운가게에 재직하며 바자회만 1500번을 개최한 비영리 행사의 달인이다. 이후 환경운동연합 후원개발팀장, 하이서울페스티벌 기획팀장을 거친 김 대표는 2013년, 비영리단체를 위한 이벤트회사 ‘홍구기획’을 세웠다. 홍구기획이 협업한 ‘에코브릿지페스티벌(2015)’은 식기 대여 시스템을 도입해 쓰레기를 전년 대비 80% 이상 줄였다. 서울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 장애인체육대회 ‘모두놀이 마주하다 (2015)’는 고려대 체육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지체장애인 당사자의 체육 활동을 늘릴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비영리 행사 기획과 실무 노하우를 담아 지난달 ‘세상을 선하게 바꾸는 이벤트’도 출간했다. 바야흐로 ‘비영리 마케팅 전성시대’다. 행사기획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 콘텐츠·활동가 교육에서도 ‘마케팅 전략’이 두각을 나타내는가 하면 영리기업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인스파이어디’ ‘펍23’… 전문성 갖춘 인력 유입 활발 “엄마야, 주사다!!! 하지만 이 주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주사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언니, 오빠들의 도움으로 어린이 6백만 명이

국경·나이 뛰어넘어… 인터넷으로 교육 민주화 나선 남자

‘유다시티’ 설립 제바스티안 스런 구글 부회장 자리 내려놓고온라인 교육 사이트 설립 사이트 내 강좌는 무료가 기본수강생 대부분 24~50세    “구글X에서 나는 학습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를 보며, 아내는 ‘당신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글X를 떠나 만든 회사(유다시티)는 다르다. 우리는 인류를 위해,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고자 한다.” 제바스티안 스런(49·Sebastian Th run)은 구글의 비밀 연구 조직 ‘구글X’의 초대 소장을 맡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과학자로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는 2011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교편을 잡고 있던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강의를 온라인에 무료로 개설한 것. 자원봉사자 2000명이 42개 언어로 번역에 나섰고, 195개국 16만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었다. 학생 한 명에게 소요된 비용은 60센트(약 710원).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상위 400여명은 스탠퍼드 외부에서 온라인으로만 공부한 학생들이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듬해 최초의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 e, 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 사이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그가 구글의 부회장 자리까지 내려놓고 선택한 유다시티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지난달 중순, 서울디지털포럼(SDF)에 연사로 나선 제바스티안 스런을 만났다. ―’기계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 서기 위해 구글을 떠나 유다시티를 설립했다’고 했다. 두 조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구글X에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이끌며 인공지능을 이전보다 40%가량 향상시켰다. 큰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기계뿐만 아니라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새로운 경제에 기여한 이들은

[더나은선택] 당신은 어떤 맥주를 마시겠습니까

1년에 148.7병.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2013)한 20세 이상 한국인의 맥주 소비량이다. 가구당 한 달 평균 술값은 1만2000원 선(통계청, 2015)으로 200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여름, 우리는 어떤 맥주를 마시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윤리적 소비를 위한 비교분석 시리즈,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까칠한 기자들의 ‘공공(公公)연한 수다’ 3편의 주인공은 맥주다. 분석 대상은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2위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다. 편집자  정유진 부편집장: 오비맥주는 글로벌 주류회사 AB인베브가 주식의 100%를 가진 비상장회사라 재무제표 외에는 어떤 정보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데다가 이천·청원·광주에 제조 공장도 있는데 기본적인 환경 및 지배구조 정보를 하나도 볼 수 없으니…. 소비자들이 오비맥주 제품을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김경하 수석기자: 오비맥주가 주주인 AB인베브에 3700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배당금을 받지 않은 걸 감안해도, 너무 많지 않나. 지난해 당기순이익(253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바깥 사람’이 배당금 가져가는 건 좋다 치자. 세금은 꼬박꼬박 잘 냈으면 좋겠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당시 대주주였던 외국계 사모펀드가 7100억원 배당을 받고, 유령법인을 이용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 1500억원을 추징당한 전력이 있어서일까. 괜히 유심히 보게 된다. 하이트진로는 주총 시즌마다 사외이사를 ‘내부 사람’으로 채워 논란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조판제 일렉코어 대표이사 역시 하이트진로 전무 출신이다. 투명 경영을 위한 사외이사 제도의 가치가 흐려지는 대목이다. 바깥 사람이든, 안 사람이든 앉은 자리에서 할 역할은 제대로 하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는 우리가 영수증은 대행사가 ‘꿀꺽’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한 것은 우리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대행사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팬들에게 남은 것은 실질기부자라는 것을 증명조차 할 수 없는 종이 한 장뿐이다.” 지난 3월, 걸그룹 A의 팬클럽은 스타의 생일을 맞아 기부 선물을 하기로 결정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팬마음(fanmaum.com)’이라는 회사를 통해 온라인 모금 프로젝트를 개설했다. 팬마음은 ‘국내 최초의 연예인 서포트 모금 서비스’를 표방하는 회사다. 팬클럽에서 스타를 위한 프로젝트를 개설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모인 ‘마음(유료로 구매하거나 광고 시청 등 이벤트에 참여하면 받을 수 있는 포인트)’을 팬클럽이 원하는 NGO에 기부금 형태로 전달해준다. A팬클럽이 3월 개설한 프로젝트에는 한 달간 144명의 팬이 참여해 200만원 상당의 포인트가 모였다. 모금 기간이 종료된 뒤 팬마음은 “TV 2대(120만원)와 기부금(80만원)을 팬클럽이 지정한 장애인복지전문 NGO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들의 뿌듯함은 곧 당황스러움으로 바뀌었다. 기부금 영수증이 엉뚱한 회사의 이름으로 발급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기부 프로젝트를 개설한 A팬클럽의 김지수(가명·25)씨는 “기부 증서를 받으려고NGO에 전화를 걸었는데 ‘요청하신 기부금 영수증도 같이 드릴까요?’라고 해서, 그제야 팬마음이 우리 모르게 기부금 영수증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금까지 팬마음을 통해 진행한 기부는 총 400만원. 해당 기부금에 대한 영수증은 모두 팬마음의 모회사인 ‘㈜스펙업애드’ 앞으로 발급됐다. 스펙업애드는 온라인 취업 정보 카페 ‘스펙업’을 운영하는 회사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팬들의 기부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지자 팬마음 측은 법률사무소 연우, 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서를 받아

[공익, 직업의 세계] 韓 전자정부 체계를 개도국에… “UN의 일원으로서 자부심 느껴”②

공익, 직업의 세계 ② 유엔거버넌스센터 한국 직원 3인 “세계 각국의 장차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국제기구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죠.”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유엔(UN) 산하기관은 어디일까? ‘유엔거버넌스센터(UN Project Office on Governance·UNPOG)’는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전 세계 유엔 회원국에 전파하기 위해 2006년 처음 설립됐다. UNPOG의 한국인 직원 김진아(32) 홍보팀장, 서예진(29) 운영지원팀장, 윤창록(38) 역량개발팀장을 만났다.     이미지 크게보기지난해 11월 피지에서 개최된 ‘남태평양 SIDS(군소도서개발도상국) 전자정부 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여한 윤창록 팀장과 서예진 팀장(가운데). / UNPOG 제공―각자 맡은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윤창록 역량개발팀장(이하 윤): UNP OG의 주 업무는 전자정부 정책 및 전략을 교육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것이다. 각 국가의 행정 시스템은 공무원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서로 필요한 사람을 연결시켜주기도한다. 일명 ‘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다. 김진아 홍보팀장(이하 김): 홍보팀 업무는 민간 기업 홍보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출판해 홍보하기도 한다. 외부 조직과의 소통도 홍보팀에서 담당한다. 서예진 운영지원팀장(이하 서): 유엔 산하 기구는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뉴욕 본부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때 UNP OG와 뉴욕본부 간 사업 이행에 필요한 각종 협의를 담당한다. ―업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윤: ‘유엔에 들어가려면 5개 국어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스페인어 실력을 열심히 쌓았다. 하지만 막상 입사해보니 영어가 가장 중요했다. 미국 대학원에서 공공행정학까지 공부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난이도다. 우리끼리는 ‘유엔 영어’라고 하는데, 어휘가

‘나눔 후 더 커진 삶’…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인터뷰

FNC 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 작곡가 시절부터 아동 결연 시작… 현재는 73명 후원 중 소속 연예인·연습생 스케줄에 정기적 봉사활동 포함은 필수 사재 8억 들여 공익재단 설립 “학교 100개 세우기가 목표”   “친한 작곡가 형이 ‘너는 언제 밥벌이를 할래?’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돈을 제대로 못 벌었거든요. ‘어떻게 안 돼도 이렇게까지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무엇이됐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더라고요. 나눔도 그랬던 것 같아요. 돈은 없었지만, 기타 하나 들고 소년원 친구들을 섬기기 시작했죠.”    1999년 가수로 데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조성모와 정재욱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홀로 10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보내야 했다. 한성호(43·사진) FNC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이야기다. 밴드 ‘더 넛츠(The Nuts)’의 대표곡 ‘잔소리’를 계기로 돌연 스타 작곡가가 된 그는 2006년 연예기획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보이밴드 ‘FT아일랜드’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CNBLUE(씨엔블루), AOA 등 대형 아이돌을 차례로 선보이고 국민MC 유재석까지 한식구로 들였다. 지난해 한 대표는 가족과 함께 사재 8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 ‘러브FNC’를 설립했다. 무명 가수가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가 되기까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에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한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중을 위한 연예인, 나눔에 눈뜨다 2000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앨범에 실패하고 실용음악학원 강사 자리를 전전할 때다. 깊은 신앙을 갖고 있던 어머니를 보며

웹툰 ‘단지’ 시즌2 시작… 이번 시즌엔 독자들도 함께 화내주길

웹툰 작가 ‘단지’ 인터뷰 “내 기억에 엄마는 항상 우는 나를 나무랐고, 오빠는 나를 조롱했다. 그것이 여러 번, 오랜 기간 반복됐다. (중략) 가끔 어깨를 크게 들썩일 때가 있었는데 아무도 ‘괜찮으냐’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 감정이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웹툰 ‘단지’ 1부 13화 中) 엄마, 아빠, 오빠, 동생과 다르게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단 모습. 웹툰 속 소녀 ‘단지’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마치 혼자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넘어져서 다친 동생을 달랬을 뿐인데 엄마는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단지를 욕하고, 오빠가 단지에게 폭력을 휘둘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서른한 살이 된 단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세상에 선보인다. 웹툰 작가 단지(필명∙31)의 경험을 담은 동명의 자전 웹툰 ‘단지’는 2015년 7월 연재를 시작해 연재가 종료된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조회 수 1만2000건을 돌파했다. 지난달 6일, 단지가 시즌2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간 이메일과 SNS를 통해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 500여 건을 만화로 재탄생시킨 것. 그녀는 왜 다시 펜을 잡았을까. 역삼동 레진엔터테인먼트 본사에서 단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단지’를 시작하게 됐나. “원래 회사원의 일상을 담은 시트콤 형태의 웹툰을 연재할 생각이었다. 기획을 들고 당시 담당자를 찾아갔는데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지 않아?’ 하더라. 그 질문이 계기가 됐다. ‘단지’는 늘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이야기다. 우연히 친구들에게 제 어린

IBM이 만든 혁신학교 ‘피테크’… 일·학습 병행하며 역량 쌓아

“P-TECH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학위를 주며 그들을 직업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미국의 모든 학생이 이와 같은 기회를 갖길 바란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극찬한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는 2011년 컴퓨터 전문기업 IBM이 만든 혁신학교다. 미국 최초의 6년제 학교로 고등학교와 전문대 과정(9학년~14학년)을 통합했다. P-TECH에 입학한 학생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을 함께 받으면서, 기업이 제공하는 인턴십과 현장 체험 등 실전 역량도 쌓을 수 있다. 교육비가 무료인 공립학교로 만들기 위해, 뉴욕시와 교육청, 뉴욕공립학교, 뉴욕시립대 등 다양한 기관이 IBM을 중심으로 손을 맞잡았다. 브루클린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미국 전역에 27개의 P-TECH가 설립됐으며, 2017년까지 100개로 늘어날 계획이다. 신지현 IBM 사회공헌팀 차장은 “올해 가을부터 200개 기업이 새롭게 파트너로 합류, 기존에 제공하던 컴퓨터공학·전기기계공학 학위뿐만 아니라 건강(헬스)·에너지 기술 등 다방면에서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SR을 통한 글로벌 기업의 교육 혁신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현재 아시아·유럽·아프리카의 400개 초·중·고등학교를 ‘쇼케이스 스쿨’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서류와 면접 등을 거쳐 선정된 학교에 동영상 교재 제작·온라인 강의 등을 할 수 있는 IT 프로그램 ‘오피스 믹스(Office Mix)’를 지원한다. MS는 교사와 함께 학교가 직면한 과제와 비전을 공유하고, 컨설팅을 실시한다. 매년 혁신 교사(MI E·Microsoft Innovative Educators)를 선정해 전 세계 교사들이 자신의 교수법과 교실 혁신 사례를 나눌 수 있도록 커뮤니티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발된 MIE만 3700여명에 달한다. 서은아 MS 공공사업부 부장은 “미국 워싱턴의 타코마 공립고등학교는

[더나은선택] 당신은 어떤 우유를 마시겠습니까

    더나은 선택… ①우유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그룹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직후 미국 판매량은 한 달 새 반 토막 났지만, 우리나라는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제2의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을 순 없을까. 업계 1·2위 기업의 책임경영·윤리경영 정보를 비교해보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까칠한 기자들의 ‘공공(公公)연한 수다’ 1편을 시작한다. 편집자 오민아 기자= 과징금이 너무 적어서일까? 아쉽지만 ‘공정한’ 우유 찾기는 실패한 것 같다. 지난달 매일유업 김정석 전 부회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세금 탈루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을 통해 벌금 1억원으로 감형됐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오너 리스크 때문이다.       정유진 부편집장= 두 기업 지배구조를 보니 답이 딱 나온 것 같다. 상법상 2조원 이상 회사는 감사위원회를 두고, 사외이사도 과반 이상 둬야 한다. 매일유업은 의무가 아닌데도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외이사도 9명 중 5명(55.6%)나 되고. 그만큼 견제 장치를 강화했다는 얘기다. 반면 남양유업은 사외이사 비율도 25%고, 감사위원회 없이 상근감사를 임명한 상태다. 지배구조 견제가 제대로 돼야 ‘갑(甲)질 논란’ 등이 사전에 예방될 수있다.       권보람 기자= 직원, 협력사한테 잘해야 소비자한테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여성 직원 비율은 매일이 더 적은데, 임금 격차는 남양이 크다. 매일은 2009년 업계 최초로 가족친화기업 인증도 받았다. 여성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