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혁신 지식을 편집하는 사람으로서 누리는 특혜이자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 고충은 ‘읽기’가 직업적 일상이라는 점입니다. 쇼츠와 릴스에 익숙해진 저 역시 묵직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차분히 읽어내는 일이 점점 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읽기를 이어가야 하는 이 직무가 오히려 얼마나 큰 복인지 실감합니다. 일상에서 읽기가 휘발되는 시대에, 업무 때문에라도 읽기를 멀리할 수 없다는 것은 큰 행운이기 때문입니다.
편집 과정에서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저자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짜릿한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가보지 못한 나라의 누군가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할 때, 오래 붙잡고 있던 고민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 흐릿하게만 감지하던 사회 문제를 명료하게 인식하게 될 때 제 사고에 불이 켜지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읽기의 특별함은 바로 이 ‘수고로움’에 있습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자극적인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지만, 산만한 정신을 활자에 고정해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반추하는 과정은 고단합니다. 그러나 이 수고로운 읽기야말로 ‘지식을 통해 나를 읽어내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내가 요즘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무엇을 시도하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은지 읽기를 통해 발견하게 됩니다.
앞으로 <더나은미래> 지면을 통해 제게 ‘정신의 불을 켜준’ 아티클을 한 편씩 소개하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도 ‘지식을 읽고, 지식이 나를 읽어주는 경험’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일독을 권합니다.
서현선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한국어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