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000여명, 업사이클링 아트로 ‘환경 예술가’ 되다

사회적기업 위누 ‘아트업 페스티벌’ 예술가·시민 함께하는 사회참여예술 폐플라스틱으로 예술 작품 제작 알록달록한 색깔의 페트병 꽃나무, 버려진 우산살과 천으로 만든 나비와 플라스틱 사슴….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뒤편에 펼쳐진 ‘별천지’를 본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연히 가족 봄 소풍을 나왔다가 페트병으로 만든 정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숲 같기도 하고요. 이번 주말에 집에서 딸아이랑 같이 페트병 꽃이라도 만들어보려고요.”(김은형·39) 사회적 메시지가, 사람들의 참여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DDP에서 열린 제4회 ‘아트업 페스티벌’은 사회참여예술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증명했다. 사회적기업 ‘위누’ 주최로 4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30시간 동안 100여명의 예술가가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드는 축제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첫해 부서진 장난감, 이듬해 폐가전제품과 버려진 천에 이어 올해는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선정했다.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성동 도시관리공단과 RM화성이 페트병 1만 개를, 삼성카드가 폐카드 2만장을 제공했다. ◇예술가, 작업실 밖에서 사회적 역할에 눈뜨다 축제 내내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관객을 이끌었던 비영리단체 ‘친구네옥상’은 아트업 페스티벌을 통해 난생처음 자신들의 작품에 폐자원을 활용했다. 한관희(37) 대표가 기획한 업사이클링 퍼레이드 ‘황금영혼’은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뒤 깨어난 영혼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찾아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거리극이다. 배우들이 쓰는 인형탈을 청소기, 헤어 드라이기, 믹서, 카세트플레이어 등 박살 난 폐가전 제품으로 단 나흘 만에 만들었다. “아트업 페스티벌은 저희에게 작품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까지 생각하게 했어요. 황금영혼이 인간의

베트남 여성문제, 정책 연구로 해결

KWDI 양성평등정책 연구 세미나 “여성 폭력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인식조차 없는 것이 베트남의 문제입니다. ‘다른 문제도 많은데 왜 우리가 여성 폭력 문제에 집중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여·41·베트남 국제기구 직원) 2013년 기준, 베트남에 대한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2억3400만달러(약 2533억원). 같은 중점협력국인 인도네시아(3100만달러), 캄보디아(6000만달러)의 지원금과 비교해도 7배가 넘는다. 정책 연구에 기반한 ODA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가운데,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원장 이명선)이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아태지역 양성평등정책 인프라 강화 사업’의 연구성과 확산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1년부터 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미얀마 4개 협력국에서 양성평등정책을 연구 중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날 베트남 사례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114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24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지 여성의 인권이 열악한 이유로 ‘차별적 문화와 관습'(83.33%)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여성 인권 보장 및 폭력 철폐에 대해서는 ‘법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더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3%에 달했다. 베트남 현지의 여성 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 사업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양성평등정책 공유 워크숍 ‘SSAGE(Set and Share the Agenda for Gender Equality)’는 현지 전문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유엔여성기구(UNW) 베트남 사무소 대표로 SSAGE에 초청된 부 펑 리(Vu Phuong Ly) 선임프로그램담당관은 “지난 2013년 SSAGE에서 성인지 예산 개념을 접한 뒤, 함께 워크숍에 참가했던 르엉 투 히엔(Luong Thu Hien) 호찌민 정치행정아카데미 박사와 워크숍을 진행, 최근 UNW사업에 성인지 예산 도입을 제안해

시각장애인 도서 대출 이젠 좀 쉬워질까

국립장애인도서관 ‘드림’서비스 明暗 낮과 밤 정도만 구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 김헌용(29)씨는 책 한 권을 읽으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느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책이 많다는 시각장애인도서관은 전부 회원으로 가입해서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그래도 없으면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한다. ‘지도 없는 보물찾기’다. 겨우 원하는 책을 찾았다 해도 끝이 아니다. 오·탈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페이지 표기조차 안 된 ‘꽝’ 도서가 버젓이 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이런 책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요즘 점자 책은 거의 안 읽어요. 녹음 도서나 데이지 파일(txt 파일을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게 음성 재생한 파일)을 선호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주로 육성으로 읽은 녹음 도서를 이용하는데, 소장 도서관만 알면 전국 어디에서나 책나래(장애인 도서 대출 택배 서비스)를 통해 테이프나 CD를 대출받을 수 있어요.” ◇드림 서비스, 장서 47만권 목록 제공… 중복 도서 제작도 방지 김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획기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시각장애인용 도서(일명 ‘대체 자료’)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는 허브 ‘드림(DREAM)’이 만들어진 것. 올 1월 국립중앙장애인도서관이 첫선을 보인 드림 서비스는 현재 전국 19개 시각장애인 전용 도서관의 장서 47만권(일반 도서, 시청각 자료 19만건 포함)의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드림 서비스 이전에는 각 도서관끼리 정보 공유가 안 돼 대체 자료를 중복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드림에 검색해

우리나라 헌법에는 ‘아동’이 없다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 인터뷰 GDP 1%도 안되는 쥐꼬리 예산 스위스·일본 등도 아동 권리 헌법에 명시 “헌법 34조 4항은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에 대한 국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 조항뿐만 아니라 헌법 그 어디에서도 아동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동도 국민의 한 사람이자 권리의 주체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아동정책 기본계획 확정안 발표를 앞두고 아동계와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예산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지난 40년간 아동복지 현장에 몸담아 온 강명순(63·오른쪽 사진)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은 헌법 이야기부터 꺼냈다. 스위스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 “아동 및 청소년은 특히 온전하게 보호받고 그 성장발달을 지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혀 아동의 권리를 규정했다. 일본 역시 헌법 제27조 제3항 “아동을 혹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아동권리학회 주관으로 아동 권리 헌법 수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헌법 개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습니다. 당시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회도 국가의 아동 권리 보호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죠.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동에게 선거권이 없기 때문일까요.” 헌법 제34조 제4항은 노인과 청소년에 대한 복지예산 편성의 근거가 된다. 강 이사장은 “아동 예산에 실질적인 확대가 없고,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하위 항목으로만 구성된 것 역시 헌법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조적 허술함뿐만이 아니다. 예산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 아동가족복지수준 비교(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0.45%를 아동 복지에 지출하고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

“재생에너지 60% 늘어나지만 기후변화 막기엔 늦었을 수도”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일, 전 세계 지방정부 지도자 200여명이 모인 ‘2015 이클레이 세계 도시 기후환경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랜더스 교수가 40년 뒤 우리에게 다가올 경제·사회·환경의 미래를 예측했다. ▲경제: 경제 발전 동향은 지난 10~15년의 흐름과 비슷하다. 3차 산업(서비스)이 자리잡은 미국은 2020년대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중국은 향후 40년 사이 5배가량 성장한다. 국가별 특성을 종합했을 때, 전 세계의 경제는 지금보다 약 2배 정도 성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인구: 2040년 지구에는 가장 많은 인류가 살게 된다. 평균수명 연장, 경제 발전 등으로 점점 늘어난 인구는 80억을 정점으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린다. 감소 원인은 저조한 출산율. 선진국 여성의 직업 활동과 빈곤국가 여성의 양육 부담 때문에 전 세계 출산율이 1%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에너지 사용량은 인구 추이와 비슷한 흐름이다. 2040년 1만8040MTOE(석유환산 100만톤)로 절정에 달했다가 차츰 줄어든다. 2050년 재생 에너지 비중은 전체의 6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 앞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90PPM에 달하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은 2도 오른다. 이대로 가다간 건조한 지역은 사막화로, 저지대는 침수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비극적 예측이다. ▲기후 변화: 기후 변화에 따른 재앙은 예상 밖의 문제들을 가져올 전망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기후난민의 입국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 인도, 해수면

예술이 어렵다고요? 우리가 문턱 낮추겠습니다

예술가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대표 3인… 순수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다 안테나… 지역 예술가와 주민 소통 ㈜스플… 설치미술을 일상 속으로 에이컴퍼니… 예술가 작품 유통 지원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3249억원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14년 미술시장실태조사). 화랑 4곳 중 1곳(26.2%)이 1년간 단 한 작품도 판매하지 못했다. 경직된 국내 미술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예술과 대중 사이에 교감 기회를 주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예술가들과 함께 풀어가는 나태흠(39) ‘안테나’ 대표, 설치미술을 활용해 공간 디자인 사업을 펼치는 심소라(39) ‘㈜스플’ 대표, 공정유통 시스템 구축으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정지연(38) ‘에이컴퍼니’ 대표가 그들이다.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세 곳 모두 ‘순수예술’을 다루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각 기업이 느끼는 국내 예술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떤 미션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 들려달라. 정지연(이하 정)=국내 미술 전공자 대부분은 입시 미술 강사가 된다. 아르바이트 급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등 별도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재능을 취미로 삼는 경우도 많다. 작가층은 점점 좁아지고 미술관들도 해외 작품 대관전을 주로 하게 됐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미술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한 결과, 2011년 작품 유통과 예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http://www.acompany.asia) ‘를 만들게 됐다. 심소라(이하 심)=나 역시 설치미술 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하며 후배들이 다른 일로 돈 벌어 작품 만들고, 또다시 돈을 들여 작품을 폐기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어떻게 하면 작품

농가 위해서, 혼자 먹기 외로워서… 우리는 ‘밥 일’을 시작했다

바른 식문화 위해 뛰는 청년 4인 아토피 경험… 10년간 자취 생활하며 먹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 가져 산나물·고춧가루 등 농가서 직접 공수 가격보다 정직한 먹거리 우선시 ‘밥 일’ 하는 청년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추·산나물 등 할머니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1년에 20여t 이상 유통 중인 김가영(29) 경북청송산나물밥집 ‘소녀방앗간’ 이사, 일주일에 300개가 넘는 밥 모임을 연결하는 박인(29) 소셜 다이닝 ‘집밥’ 대표, 지난 3년간 500명이 넘는 청춘들에게 ‘슬로푸드’를 전파한 장시내(24) ‘슬로푸드청년네트워크’ 대표, 숙성 식초·유기농 치즈와 요거트 등 시판 제품과는 질이 다른 식품으로 연매출 3억원을 거둔 한민성(33) ‘둘러앉은 밥상(이하 둘밥)’ 대표책임사원(이상 ‘가나다’ 순)이 ‘더나은미래’를 찾았다. 자칭 ‘밥 일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밥 잘 먹는 법’은 무엇일까. 사회=어떻게 ‘밥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한민성(이하 한)=2007년 자전거 여행을 하던 중 강원도 화천에서 애호박 농부 아저씨의 트럭을 얻어 탔다. 한 달간 아저씨 댁에서 일손을 거들며 숙식을 해결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0개들이 애호박 한 박스의 납품가는 2500원인데 서울에서는 1000원 정도였다.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 과다한 유통마진이 끼어있던 거다. 이 불합리한 구조를 풀고자 3년 후 농산물 유통기업 둘밥을 창업했다. 장시내(이하 장)=어렸을 때 아토피를 앓았는데, 어머니가 유기농 재료로 직접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으며 건강이 좋아졌다. 이를 계기로 중학생 때부터 요리를 배웠는데, 재료들이 내가 먹고 자랐던 것과 다르더라. 제대로 된 식재료를 찾던 중 슬로푸드를 알게 됐고, 열아홉 살 때 남양주에 있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

실버영화관, ‘설 자리’ 잃은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선물하다

허리우드 클래식-실버영화관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실버영화관’ …평일·주말 상관없이 어르신들로 인산인해…자막 크기 1.5배 키우고 티켓 값도 저렴 직원·자원봉사자들도 70~80代로 구성…노인들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 생태계 바꿔 올해 1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 5134만여 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총 650만명. 전체 인구의 10%를 훌쩍 넘겼다. 반면, 노인 빈곤율은 48%로, 대표적 고령국가인 일본(19.4%), 독일(10.5%)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2012년). 고령자가 경제,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제한적이다. 취업한 노인의 52.9%가 ‘농·어·축산업’ 26.1%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2011년, 복지부). 국가예산에 기댄 공공형 저임금 노인 일자리가 아닌, 민간영역의 새로운 일터는 없을까. 국내 최초의 고령자 전용 영화관이자 사회적기업 타이틀을 가진 ‘허리우드클래식-실버영화관(이하 실버영화관)’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누적 관객 100만명을 돌파할 예정인 이곳을 직접 찾았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26일 목요일 11시. 서울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위치한 실버영화관 앞은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300석짜리 상영관을 꽉 채우는 것도 모자라 보조석도 종종 등장하고, 서서 보는 관객까지 있을 정도다. 황일랑(72)·박달성(70) 부부 역시 실버영화관으로 오랜만에 데이트를 즐기러 나왔다. “5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여기서 영화를 보고 있어요. 개봉작을 보러 가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갈 때도 있지만 실버영화관은 특별하거든. 우리 같은 노인들 배려를 참 많이 해줘요. 자원봉사자들이 손전등으로 자리 안내도 해주고, 영화 제목도 알려주니 참 좋죠.” 2009년 1월, 김은주(41) 추억을파는극장 대표가 멀티플렉스에 밀려 폐관 위기에 놓였던 ‘허리우드 영화관’을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했을 당시,

진짜 자유학기제 만들기 위해 진정성과 전문성 갖춘 청년들이 뭉쳤다

사회적협동조합 씨드콥 조합원 5인, 자유학기제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 자유학기제, 진로 찾기 수단 아니야… 제대로 준비 안되면 사교육만 키울 것 2013년 시작된 자유학기제가 올해 전국 중학교 70%까지 확대 실시된다. 청년 교육 활동가들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뭉쳤다. ‘씨드콥’은 12개 청년 교육 조직이 모여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방과 후 학교 등 비교과 영역의 교육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씨드콥 출범에 참여한 강성태 공부의신 대표, 백혜리 씨드콥 커뮤니케이션 이사, 이승환 대한민국 대학생 교육기부단 대표, 이태양 극단 더더더 대표, 임종규 어썸스쿨 운영이사(이상 ‘가나다’순)가 ‘더나은미래’를 찾아 자유학기제의 오늘과 내일, 그 안에서 제3섹터(비영리 민간 주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어떻게 청소년 교육에 발을 담그게 됐나. 임종규(이하 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지원을 받아 창업에 뛰어들었다. ‘접는 물병’을 개발해 1300만원의 수익을 내고 고스란히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미국에서 경험한 교육 방식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직접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3년 어썸스쿨을 공동 설립했다. 이태양(이하 태)=대학에서 연극과 교육을 전공했다. 교생실습 중 학생들에게 진행한 놀이 연극 프로그램을 ‘최게바라 워크숍’이라는 세 시간짜리 커리큘럼으로 발전시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토요학교 워크숍, 한·중·일 청소년 교육 관광 포럼 등을 통해 창의력 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이승환(이하 이)=2012년 한국과학창의재단 등과 손잡고 교육 봉사 단체인 대학생교육기부단을 만들었다. ‘교육 기부가 단순한 봉사로 끝나지 않고 그 다음 모델로 나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초 청년 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인 씨드콥의

기부 바통터치·한 평 공간체험… 모금 마케팅이 변한다

나눔·감동 두 마리 토끼 잡는 기부 캠페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 쌀 30㎏ 못 들면 기부 후 참가자 지목… 릴레이 형식이라 확산 효과 커 “아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무거운 걸….” 폐질환으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이정자(69·경기 수원시) 할머니가 한가득 쌀을 지고 온 동사무소 관계자를 보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김종호(64) 할아버지는 “얼마 전 옆방에 살던 양반이 쓰러졌는데, 이 쌀 한 포대(10㎏)면 우리 둘이서 보름은 먹을 수 있겠다”며 “겨울에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특히 더 힘든데, 봉사자들이 이렇게 찾아와 쌀까지 주니 참 고맙다”고 했다.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평동주민센터로 낯선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사회적기업 ‘나눔스토어’의 기부 캠페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를 통해 모인 쌀 2000㎏을 인근 쪽방 주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라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릴레이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한 것으로, 참가자가 쌀 3포대(30㎏)를 들지 못하면 쪽방촌에 쌀을 기부한 뒤 다음 참가자 두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3일 시작돼 현재(2월 13일 기준)까지 230여명이 참가해 1만360㎏을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쌀은 수원을 시작으로 부산(3360㎏)과 인천(2000㎏), 서울(3000㎏) 등에 전달됐다. 릴레이로 진행되는 라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캠페인 참가자는 기부자이자 펀드레이저(fund raiser·모금가)다. 쌀가마 5포대를 짊어졌던 이재준 수원제2부시장은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과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을 다음 도전자로 지목하고, 전달식에도 직접 참여해 일손을 보탰다. 자발성이 높은 만큼 확산 효과도 크다. 라이스 버킷 챌린지 물결을 본 김병기

[Cover story] 고양이 역장 ‘다행이’ 이야기

이렇게 사랑하다 보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다행이 오른쪽 앞발 다친 상태로 구조돼 재래 품종에 장애까지 있어 입양 가기 정말 어려웠는데… 김 역장이 선뜻 받아줘 김행균 역장 선로 위 아이 구하고 다리 잃어… 보육원 아이들 태우고 해돋이 보러가는 희망열차 운영, 대합실에 나눔의 쌀독도 만들어 고양이와 역장님 SNS 통해 이야기 퍼져나가자… 주말이면 다행이 찾는 팬들로 북적 훈훈한 ‘러브스토리’에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사회문제도 조금씩 변화하길 기대합니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려는 분들께…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다행이를 키우며 조그만 행복을 얻었다는 겁니다. 다행이와 놀다보면 안 좋은 일도 금방 잊게 되고, 한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역곡역장 다행이입니다.” 지하철 1호선, 하루 6만5000여명이 드나드는 경기도 부천 역곡역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양이 역장 ‘다행이’가 있다. 역무실 출입구는 다행이 캐릭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역장실 입구에도 다행이 그림이 붙어있다. 부역장 책상 옆의 난로 위는 요새 다행이가 가장 즐겨 찾는 집무 공간이다. 주 업무는 10시간 이상 수면, 팬들이 선물한 간식 먹기, 사회복무요원 형들에게 재롱떨기.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김행균(54) 역장의 옆을 지키는 일이다. 2003년 영등포역 선로에서 어린아이를 구하고 왼쪽 다리와 오른쪽 발등을 잃은 김 역장은 “이 개구쟁이 때문에 정신이 없다”면서도 책상 위로 펄쩍 뛰어오른 다행이를 익숙하게 쓰다듬었다.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고양이 집사’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고양이, 다행이 2014년 1월 천안의 한 동네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④ 죽은 아들 위해… 학교폭력과 싸운 20년, 돌아보니 이 일이 날 살렸다

[숨은 영웅을 찾아서] (4)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아들 위해 시작, 청소년보호법·학교폭력예방법 제정 힘써 1년에 걸려오는 상담 전화만 8000건…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이유 피해 학생에 아들 이름 딴 장학금 지원 “폭력 없는 초등학교 운영해 보고 싶어” “1995년 6월 8일 새벽, 출장 중 무심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대현이가 죽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올해 20주년을 맞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의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종기(68) 명예이사장은 시계태엽을 뒤로 감듯 천천히 날짜를 되짚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 2001년 전국 39개교 대상 학교폭력 실태조사,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 그가 설립한 청예단은 지난 20년간 쉴 새 없이 학교폭력과 싸워왔다. 정부의 무관심, 교육 현장의 외면에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그의 두 어깨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신원그룹 기조실장까지 그야말로 성공한 샐러리맨이었다.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에 뛰어들게 됐나. “대현이가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기 방 창문으로 몸을 던진 그때, 나는 중국 출장 중이었다. 대현이의 죽음 후 아내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가족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뿐이었다. 대현이 방의 모든 물건 태우고, 속초 앞바다에 가서 아들의 유골을 뿌렸다. 한 달 반쯤 지났을 때 대현이를 괴롭히던 다섯 명이 친구 두 명을 또 때렸다는 이야기를 딸아이한테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