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더 나은 협력’ 세계관이 필요하다

제 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7>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24년 컬렉티브 임팩트 창출 포럼’ 현장

“사회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발생 속도도 더 빨라졌다. 하나의 기업이나 정부, 개별 비영리 단체의 힘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려워졌기에 ‘이해관계자 간 협력’이 필요하다.”

2011년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가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 아티클에서 소개한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주요 개념이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전문가들은 “이제 사회문제 해결에 몰입하는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 가치 페스타’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2024년 컬렉티브 임팩트 창출 포럼’을 개최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더 나은 협력’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장용석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장용석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포럼은 장용석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세계관’을 설명하며 시작됐다. 장 교수는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을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컬렉티브 임팩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자의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두고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공감대와 각 조직의 역할을 최적화하는 협력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 기업·정부·지자체와 협력해 고령화·지방소멸 문제 해결 나섰다

이어 여러 주체가 기업·정부·지자체 등 다양한 집단과 협력해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한 사례가 소개됐다.

먼저 중장년층의 취·창업을 돕는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의 ‘굿잡5060’ 사례가 있었다. ‘굿잡5060’은 (주)상상우리가 현대자동차, 고용노동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협업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진행한 중장년 일자리 문제 해소 프로젝트다. 고용노동부와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프로젝트 기획과 운영 지원을,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상상우리가 중장년층 교육 및 멘토링을 담당해 중장년층의 취·창업을 도왔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5년간 1001명이 참가했고 이 중 59%의 취업률을 달성했다”며 “중장년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치로 환산하면 높기 때문에 이를 경제 활성화, 사회혁신의 자원으로 사용해 고령화 이슈에 사전적으로 대응했다”며 사업 배경을 역설했다.

서동선 팜앤디협동조합 대표가 '러스틱 타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서동선 팜앤디협동조합 대표가 ‘러스틱 타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가속화되는 지방소멸 시대에 협동조합이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팜앤디협동조합은 전남 곡성과 협력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도시 청년들이 100일 동안 귀촌하는 프로젝트인 ‘청춘작당’을 운영했다. 보통 청년들이 살아보고 지역에 정착하도록 돕는 정책 사업들은 3년 정착률이 1%를 넘지 못하는데, 팜앤디의 청춘작당은 참가자의 약 29%가 남았다.

청년들은 지방에 남았지만, 결국엔 ‘일자리’가 과제로 남았다. 지방에 새로운 산업 구조를 도입해야 했다. 2022년 팜앤디는 전남 곡성군과 함께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워케이션 빌리지’를 구축하는 ‘러스틱 타운’ 사업을 시작했다. 곡성군이 예산을 지원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기업들을 참여시켰고, 지난해 방문한 150곳의 재방문율은 43%에 이른다. 올해 12월에는 곡성군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이 ‘순환근무’ 방식으로 지방에 머무는 ‘유니콘빌리지’가 문을 연다. 기존 워케이션 방식보다 더 지방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동선 팜앤디협동조합 대표는 “지역에 단순히 정착하는 것을 넘어, 청년이 지역과 만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나 지자체가 함께해 지역사회 소멸 문제의 배경을 이해하고 더 큰 단위의 해결책을 조성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돌봄·환경… 더 다양한 의제, 더 다양한 협력

다양한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며, 기업이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

중증질환 전문의약품을 연구·개발·판매하는 한국에자이는 업(業)의 특성을 살려 ‘돌봄사회’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업사회혁신 부서를 통해 협동조합·소셜벤처 등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 아트온어스’와 하남시보건소와 치매 어르신의 미술 치유 활동을 지원하거나, 소셜벤처 ‘잇마플’과 갑상선암 환자를 위해 요오드 제한 식단을 개발한 것이 주요 협력 사례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가 한국에자이의 '돌봄리빙랩'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가 한국에자이의 ‘돌봄리빙랩’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조기용 기자

시민과 전문가가 협업해 대안을 탐색하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을 지원하기도 한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직접 경험하거나 관심을 가진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며 혁신적이면서 근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치매환자, 암 경험자, 뇌전증 환자 등 당사자 중심의 기관과 협력해 리빙랩 방식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내마음은콩팥협동조합, 한국뇌전증협회와 함께 뇌전증 환자가 겪는 생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뇌전증 리빙랩 ‘에필랩’을 진행하고 있다.

S-Oil은 2022년부터 매년 5개의 친환경 관련 사회적 기업을 선발하고 지원하고 있다. 최칠성 S-Oil 책임매니저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프로젝트노아, 코끼리공장 등 사회적 기업의 매출이 101% 상승하고 17억원의 환경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사회공헌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몰입하는 협력 생태계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도 이어졌다. 고대권 이노소셜랩 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경하 더나은미래 편집국장, 남보현 에이치지아이(HGI) 대표, 서종식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정창래 행복ICT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성공적인 협력의 키워드로 ▲언어 ▲신뢰 ▲시간 ▲지속성 ▲상호성 ▲몰입 ▲앵커조직의 기획력 ▲성공경험 등을 선택했다. “협력의 필수조건인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 “비영리, 영리 등 서로 다른 주체의 ‘언어’를 학습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간 접점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문제는 공공, 민간, 시민이 연관된 만큼 ‘상호성’을 고려한 해결에 나서야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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