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2일(목)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⑤ 統一로 맞잡은 손…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때

미래 지도 프로젝트 (5)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통일 진단

남북 관계, 상호 신뢰 쌓기 위해…
선교류 늘리고 경제 지원 늘어나야
탈북자 교육·취업 지원 시급해
사회적기업 경험, 통일 후 자립 도울 것

통일 여론이 뜨겁다. 현 정부는 ‘통일 대박’을 위한 구상 및 정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 55.9%는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고 답할 만큼(2014 통일의식조사·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통일을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 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다섯째 순서로 통일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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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이슈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접촉면이 넓어져야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남북 교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넓은 의미의 통일은 북한을 바로 아는 것”이라면서 “남북 교류를 증대해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5·24 조치의 효과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했지만, 올해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 전후로 남북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오갔기 때문.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정부가 지난 7년간 대북 지원은 물론 문화·예술·체육 교류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라 남북 간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일 문제를 이념 갈등,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합의사항 및 국제규범 이행이 ‘원칙’이라면, 당국 간 대화와 민간 교류는 ‘기본’ 사항”이라면서 “원칙을 강조하기에 앞서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맹이 없는 통일 정책…일관성·구체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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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통일 대박론’을 통해 다가올 통일을 강조하는 점은 높게 평가했지만, 방법의 효율성 측면에선 박한 점수를 줬다. 전우택 연세대 의학교육학과 교수(한반도평화연구원장)는 “대통령 직속으로 만든 통일준비위원회에 정부와 민간 전문가를 절반씩 구성한 점은 매우 바람직하나, 모든 부처가 통일 대박론을 따라 예산을 편성하니 부처 간 갈등이 생기고 연계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도 늘고 있다.

허영철 전 전국하나센터 협회장은 “최근 여가부에서도 다문화 사업 안에 탈북자를 포함시키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면서 “모든 부처가 탈북 사업을 하니 중복성 예산과 업무가 많아 현장 실무자로서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더 구체화된 전략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통일보다 평화가 시급한데 지금의 대결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최종 목표인 통일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통일 관련 이벤트성 행사 및 홍보에 집중되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통일 정책의 지속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동서독은 진보·보수에 관계없이 정권이 바뀌어도 통일 정책을 유지해 20년간 교류가 지속됐고, 통일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통일을 원하는 동독 국민들의 숫자가 배 이상 높을 만큼 서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서 “우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리다 보니 한반도 평화가 삐걱댄다”고 말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활성화를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은 “개성공단과 같은 검증된 모델을 적극 확대해 북한의 교류를 개방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고,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부터 자유·민주주의 등 시민 의식이 강화되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 발전을 서포트하는 것이 오히려 6자 회담 협상보다 빠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북자는 통일 위한 보물…맞춤형 교육·취업 지원 이뤄져야

2만8000명.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 주민 숫자다. 전문가들은 통일을 위해서는 탈북자 대상 교육 및 취업 지원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남한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 2만8000명이 통일 후 2400만 북한 주민들과의 통합을 견인할 브리지가 될 것이란 것. 그러나 이들은 ‘경제적 이유(54.7%)’ ‘편견 및 차별(41.9%)’ ‘직업 능력 부족(28.4%)’ ‘남한 문화 부적응(27%)’ 등의 사유로 남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2014 북한 이탈 주민 실태조사).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탈북자의 정착 실패율이 높아지면 북한 주민들이 ‘통일은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면서 “하나원에서 진행하는 한 달 교육과 정착금 지원만으로는 남한 사회에서 자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맞춤형 취업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북한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하다가 남한에 와서 사업 실패로 자살 시도까지 하던 한 분이, 3개월간 맞춤형 취업 교육을 받고 유소년 축구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모습을 봤다”면서 “탈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상담 및 취업 알선이 가능한 기관 및 전문 컨설턴트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일을 맞이할 미래 세대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은 “통일은 우리가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청소년들이 한다”면서 “동서독의 경우 학생들에게 같은 내용을 교육하니 10~20년 만에 통합이 이뤄진 것처럼, 북한과 남한 모두 배울 수 있는 제3의 통합 교과서를 만들고, 민·관 협력을 통해 통일준비학교를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자립 돕는 사회적기업 늘어

“통일이 되면 여기서 배운 기술로 북에 가서 사회적기업을 하고 싶습니다.” 김민희(가명·51)씨가 남한 땅을 밟은 건 2004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중국 공안에 체포된 그녀는 2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어렵게 남한에 들어왔지만 설상가상으로 사기를 당해 모든 돈을 전부 날렸다. 체념한 김씨에게 탈북자 지인이 소개한 곳이 바로 탈북자 고용 사회적기업 1호 ‘메자닌아이팩’이었다. 포장박스 제조 기업인 메자닌아이팩의 매출액은 50억원. 농협, 녹십자, 축협중앙회 등 거래처만 50여 곳에 달한다. 전체 직원 40명 중 15명이 탈북자다. 이곳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북에서 데려오거나, 국가가 지원하는 월세 임대아파트에서 전세로 옮기는 등 자립에 성공한 사례가 줄을 잇는다. 2008년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8년간 근속해온 김씨는 현재 작업조 팀장으로, 새로 온 탈북자들의 교육 및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월급을 200만원 이상 받아 매년 북에 있는 동생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게 됐고, 내 자동차도 생기고 꿈만 같다”고 했다.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탈북자를 고용해 남한 사회 적응을 돕는 사회적기업이 늘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인증 사회적기업 1299곳을 사회문제 유형별로 새롭게 분류한 결과, 탈북자·다문화 등 사회 통합을 위한 사회적기업은 총 219곳(16.9%)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김선화 서울북부하나센터 사무국장은 “이민자들이 정착할 때 소액 자본으로 창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최근 탈북자들도 통일이 되면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월등히 늘었다”면서 “사회적기업이 통일 이후 탈북자의 창업을 준비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아직 사회적기업이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탈북자들이 사회적기업을 통해 다양한 가치와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움 주신 분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장,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선화 서울북부하나센터 사무국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전우택 연세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허영철 전 전국하나센터협회장(이상 가나다순)

특별취재팀=정유진·김경하·권보람·강미애·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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