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4일(목)

장애 예술인, 작품 발표 한마당… 활동 저변 확대

제 1회 장애 예술인 직업박람회 현장

가위를 든 손이 바삐 움직였다. 하나, 둘, 셋…. 다섯쯤 셌을까. “슥삭슥삭.” 보라색 사다리꼴 모양의 색종이를 덧대니, 호빵맨에게 망토가 생겼다. 도면도 없다. 감(感)에 의존할 뿐이다. 박스나 두꺼운 재활용 종이를 이용해 인형을 만들어내는 이는 종이 공예 아티스트인 박태현(22)씨. 박씨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장애예술인이다. 여덟살 딸아이와 함께 박씨의 작품을 본 남수진(여·36)씨는 “수준급 작품을 보고 놀랐다”면서 “나도 모르게 생겼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했다.

지난 8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예술인 직업박람회’ 전시존 현장. /유어웨이 제공
지난 8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예술인 직업박람회’ 전시존 현장. /유어웨이 제공

지난 8일,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제1회 장애예술인 직업박람회’ 현장. 이 행사는 ㈔복지네트워크협의회 유어웨이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 확대를 위해 마련한 자리다. 장애예술인의 대중과의 접점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문화예술 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약 82%가 ‘창작 작품에 대한 발표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전시존에서는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시각장애)의 악기 사용법 교습, 일러스트 작가인 강주혜(뇌병변 1급)씨의 펜드로잉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이 진행됐다. 강주혜(36)씨는 “내 그림의 감성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날 강씨의 그림 한 점도 판매됐다.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뇌병변과 시각장애를 얻은 강씨, 그녀는 재활로 시작한 펜드로잉으로 일러스트 작가로까지 데뷔한 인물이다. 이 외에도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장애인 합창단 ‘여주와 희망’ 공연 등 다양한 장애예술인들의 활동을 선보이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유어웨이 나솔인 이사장은 “직업박람회를 통해 장애예술인들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기업과 학계, 정부와의 연계를 통해’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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