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재단, 은둔형 외톨이 지원기관 간담회
“은둔형 청소년은 방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발굴하기부터가 어렵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은둔형 청년과 고립청년을 51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통계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박덕명 사람을세우는사람들 사무국장)
15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 및 청년 지원기관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은둔형 청년과 청소년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재열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 박덕명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사무국장, 오상빈 광주동구상담복지센터장, 이진안 세화종합사회복지관 대리, 이랜드재단 관계자 등 10명이 참석했다.
이재욱 이랜드재단 본부장은 “최근 국내 은둔형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랜드재단은 현장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은둔형 청소년을 신사각지대로 정하고, 현장기관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현장전문가들은 은둔형 청소년 문제를 새로운 사각지대로 정의하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열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는 “은둔형 청소년은 가정 밖을 나오지 않아 발굴이 어렵다”며 “이들을 돕는 활동가도 많지 않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덕명 사람을세우는사람들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은둔형 청소년은 가정 내 폭력 등 부모의 문제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부터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둔형 청소년에 대한 현행 지원 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오상빈 광주동구상담복지센터장은 “현재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은 고립청년과 함께 이뤄지고 있어 세부적인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은둔과 고립은 명확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들은 대부분 당사자가 신청을 해야 지원이 이뤄지지만, 은둔형 청소년들은 사회적 관계 자체를 맺지 않아 직접 신청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원 효과 자체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박덕명 사람을세우는사람들 사무국장은 “대다수의 현장기관은 공모사업을 위해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일시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해 서비스의 지속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은둔형 외톨이 지원 예산을 늘려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관별 솔루션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진안 세화종합사회복지관 대리는 “은둔형 청소년 사례관리를 하면서 정서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현재 정서적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 대상자들의 자조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발굴하기 위한 활동가 양성에 집중하는 기관도 있다.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핵심을 활동가의 부재로 진단하고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재열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를 지속적으로 돕는 활동가 양성이 시급하다”며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활동가 양성 과정을 개설해 2년간 진행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는 “은둔형 청소년은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랜드재단은 현장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에브리즈 플랫폼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