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교사 워크숍에 특강을 다녀왔습니다. 탄소중립 시범학교,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 탄소제로실천 선도학교의 담당 선생님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페트병 라벨을 제거하고, 재활용에 관련된 문제를 푸는 영상을 보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각 학교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워크숍을 주관한 장학사는 탄소중립 시범학교와 생태전환교육 연구학교, 그리고 탄소제로실천 선도학교의 다른 점을 설명했습니다. 프로그램마다 목적과 성격은 달랐지만 결국은 지향점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이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이 현장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많은 사람이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넷제로(Net-Zero), 탄소저감(Carbon Negative), 기후긍정(Climate Postive)의 차이점을 정확히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전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 등의 뜻도 잘 알지 못합니다.
환경이나 재활용 관련 개념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지고 복잡해졌을까요? 기점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입니다. 이때부터 우리가 기존 방식대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방식으로는 지구생태계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존 생산 방식의 평가, 소비 방식에 대한 제재 그리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의 발생량을 측정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방법론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직면한 인류는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의 단계에 대해서 지금까지 없었지만 다음세대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제도들을 만드는 중입니다.
재활용 방식도 분리배출과 정부보조금 등의 방식을 벗어나 미래 산업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설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으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량은 탄소배출권 형태로 자본시장과 연결되며, 순환자원 또는 PCR(Post-Consumer Recycled,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대상물만을 재활용품으로 인정하는 개념)은 공급망을 재설계하는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즉 과거 분리배출의 재활용 개념이 자본시장과 연결된 재활용 산업으로 확장 중입니다. 재활용의 개념은 산업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되면서 복잡해졌습니다. 이제 재활용은 경제와 구분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워크숍 특강에서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의 재활용은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재활용과 정의도 다르고 방법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과거의 분리배출 방식의 재활용만을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재활용 방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 재활용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깨닫고 정의하며, 그에 맞춰서 행동을 찾아가도록 영감을 주는 교육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활용은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문명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순환경제에 대해 충분히 상상하고 적응하는 데 교육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