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가정도 학교도 외면… 거리로 나선 가정밖청소년, 다문화 비율 늘어간다

캄보디아에 살던 두 남매 A(17)와 B(15)는 3년 전 어머니와 함께 갑작스레 짐을 챙겨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말로만 듣던 아버지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반복되는 음주와 폭행으로 매일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어머니와 두 남매는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낯선 외모와 어눌한 언어 표현 등으로 왕따를 당했다. 집에 머물기도, 학교에 나가기도 꺼려졌다. 그렇게 두 남매는 지난해 가을 집을 나왔다. 두 달간 거리를 배회하다가 가정밖청소년 지원단체인 ‘포천하랑센터’를 만났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여성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조선DB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여성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조선DB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가정밖청소년 중에 다문화 청소년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례 보고가 잇따르지만, 이들을 파악하는 정부 통계는 없다. 현재 다문화 청소년과 관련된 공식 통계는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는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와 ‘청소년 통계’뿐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2년 4만7000명이던 다문화 청소년 수는 2021년 16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마저도 가정과 학교에 속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로부터 이탈된 가정밖청소년은 제외된다.

현장 전문가는 다문화 청소년 규모가 늘어난만큼 다문화 가정밖청소년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승호 포천하랑센터장은 “최근 1년 사이 보호자로부터 이탈한 다문화 청소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포천의 경우 경기 파주, 남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의 다문화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센터에 임시로 머무는 친구들만 약 3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밖청소년은 사각지대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지점으로 꼽힌다. 가정밖청소년이 대개 겪는 문제와 언어·문화적 어려움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청소년은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모와의 관계 만족도 및 대화 시간’ 영역에서 어머니와 관계 만족도는 3.75점(5점 만점), 아버지는 3.5점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8년 실태조사 결과(어머니 3.82점, 아버지 3.59점)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또 아버지와 전혀 대화하지 않는 다문화 청소년 비율은 10.5%, 어머니와 대화가 단절된 비율은 11.9%였다. 국내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각각 7.9%, 2.0%으로 다문화 청소년에 비해 매우 높았다.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도 다문화 청소년을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다문화 청소년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40.5%로 전체 취학률에 비해 31.0%p 낮다. 박 센터장은 “다문화 가정밖청소년들은 언어나 문화적 교육을 부모에게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왕따 등 적응 문제로 학습하지 못한다”며 “센터에 보호 중인 초등학교 3학년생의 경우 1학년 정도의 어휘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33개에 이른다. 하지만 가정밖청소년이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센터를 찾아가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 미등록된 경우에는 국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다. 박 센터장은 “센터에 있는 아이들 25명 중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 문제가 없는 아이들은 4명에 불과하다”라며 “국가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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