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올해 사회공헌 트렌드는 ‘상생’과 ‘콜라보레이션’

[2014년 기업 사회공헌 전망] – 기업·비영리 단체의 동반성장
주요 그룹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보다 ‘동반성장’ 언급 많아져
보여주기식 봉사 줄고 수혜자 중심 프로그램 늘어
– 다양해진 참여 방식
고객이 올린 사연 심사해 지원하는 아모레퍼시픽
임직원의 성과금 10% NGO에 기부하는 삼성그룹

2014년 정부의 국정 목표가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재설정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3조원이 넘어설 정도로 양적·질적으로 확대되어온 국내 기업들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의 향방이 주목받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 ‘성장’과 ‘상생’의 기로에 선 기업들의 책임 경영은 지속될 수 있을까. ‘더나은미래’가 2014년 달라질 CSR 트렌드를 짚어봤다.

미상_그래픽_기업사회공헌_상생과콜라보레이션_2014

◇10대 그룹 신년사, ‘기업의 사회적책임’에서 ‘동반성장’으로 압축

지난 2일 주요 그룹 총수들이 발표한 신년사에는 유독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저성장, 불확실성, 경기 침체, 투자 위축’ 등 2014년 찾아올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았고, 이러한 위기를 ‘혁신, 신성장 동력, 글로벌 경영’을 통해 도약하자는 문구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지난해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은 올해 자취를 감췄다. 2013년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더 무거워지게 된다”면서 “사회공헌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협력 회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늘리자”는 문구를 등장시켰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동반성장’을 강조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역시 ‘중소기업 및 지역 상권과의 동반성장’으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현대차그룹, LG그룹, 두산그룹, 한진그룹 신년사에도 ‘동반성장’과 ‘상생’이 강조되는 모습이었다.

한편, 총수의 부재 속에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언급함과 동시에 ‘CSV(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을 소개하면서 “진정성 있는 CSV 정신을 기반으로 성공적인 CSV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허영인 SPC그룹 회장,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이 신년사에서 CSV를 언급했다. 올해 대기업들이 주목하는 키워드가 ‘동반성장’과 ‘공유가치창출’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일방적 지원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갑을(甲乙) 관계 뒤바뀐다?

“이젠 기업 자원봉사도 줄 서야 합니다. 비영리단체나 복지기관에 임직원 봉사를 신청하면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1년 단위로 봉사 프로그램을 계약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5년 넘게 자원봉사를 전담해온 한 CSR 담당자의 말이다. 기업과 비영리 단체 간 갑을(甲乙) 문화가 동등한 파트너 관계로 재정비되는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 및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1~2년 전부터 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임직원 수에 비례하는 별도의 기획료를 받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수혜자와 기업을 위한 맞춤형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려면 인적·시간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직원 한 명당 평균 100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비영리 단체에 내는 것이 관례다. 만약 프로그램이 기획된 상태에서 기업이 참여를 갑자기 취소할 경우, 최소 3만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한다. 박윤애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장은 “3년 전만 해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한 단체에 별도의 컨설팅 비용을 내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고, 그러한 개념을 이해하는 CSR 담당자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최근 달라졌다”면서 “영리와 비영리가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며 시너지를 내는 사례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여주기식’ 공급자 중심의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다. 지난해 연말 아주복지재단은 7년 넘게 봉사하고 있는 비닐하우스촌을 방문해 마을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한 뒤,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 계획을 결정했다. 제약회사 한국아스텔라스는 구룡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김치 레시피를 받아서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마을 축제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수혜자 중심의 CSR은 향후 기업의 고객만족경영, 윤리경영, 책임경영을 가속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직원·고객 등 ‘참여형 사회공헌’ 뜬다

임직원, 고객, NGO, 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시키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CSR’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 내외부 이해 관계자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 과정에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회공헌팀은 마케팅·IT·디자인 등 타 부서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공동 실행하고,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임직원 자원봉사 및 기부로 보충하며,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해당 프로그램에 기부를 유도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11월 고객이 직접 제안하고 실행하는 사회공헌 포털 ‘열린나눔’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고객들로부터 180여건의 아동·청소년을 위한 나눔 아이디어를 제안받아 2만여명의 삼성카드 고객 및 SNS 사용자와 전문 심사위원의 투표를 거쳤다. 이를 통해 구세군 서울후생원 입소 아동을 위한 공부방 인테리어 사업이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월 사회공헌 홈페이지를 개설해 고객들이 올린 사연을 심사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고, KB국민은행도 지난 2일 고객들이 사연을 보고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사회공헌 포털을 오픈했다.

임직원들의 참여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GS칼텍스, LG전자처럼 사회공헌 프로그램 명칭을 직원 공모를 통해 결정하고, 포스코 1%나눔재단·시그나사회공헌재단처럼 임직원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지난달 23일 삼성그룹은 ‘임직원 성과급 기부’를 결정했다.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그중 10%를 임직원 명의로 NGO 및 봉사단체에 기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각 계열사를 통해 지역사회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기룡 플랜엠 대표는 “CSR의 중요한 요소가 ‘공감대 형성’인 만큼 기업만 나서선 한계가 있고, 고객과 임직원들이 참여해야 사회공헌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면서 “2014년에는 이러한 ‘참여형 사회공헌’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문상호 기자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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