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글로벌 금융권, 기후위기 대응 약속에도 화석연료 퇴출 정책 없어”

전 세계 금융권의 기후위기 대응 약속이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 기관 150개 중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 퇴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2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글로벌 환경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Reclaim Finance)’가 발표한 데이터를 인용해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한 글로벌 금융업계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자할 길을 열어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클레임파이낸스는 은행, 보험사, 자산 투자사 등 150개 글로벌 금융기관의 화석 연료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리클레임파이낸스는 최근 온라인 페이지 ‘석유·가스 정책 추적기(OGPT)’를 통해 이들 기관의 화석 연료 대응 정책 실현 여부를 공개했다. OGPT에 따르면 150개 금융 기관 중 66곳만이 석유·가스 사업에 자금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단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절반이 넘는 84곳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들 150개 기관의 운용 자산 규모는 70조 달러(약 8경4966조원)에 달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마크 카니 UN 기후특사. /조선DB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 회장을 맡고 있는 마크 카니 UN 기후특사. /조선DB

세계 금융권은 지난해 4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을 설립한 바 있다. GFANZ에 속한 450여 곳의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자산은 130조 달러(약 15경4115조원)다. GFANZ 소속 기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기술 투자와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GFANZ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감축 목표나 수치 등을 제시하고 있진 않다. OGPT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84개 기관 중 GFANZ에 속한 기관도 20곳에 달했다.

리클레임파이낸스는 “금융기관들이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신규 유전·가스전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완전히 중단한 금융기관은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관들은 오일샌드, 셰일가스, 셰일오일 등 비전통적인 석유 부문에 대한 1~2가지 제한 정책만 두고 있었다. 비전통적인 석유란 비용과 기술 등의 문제로 생산하기 어려웠으나 신기술 출현으로사용이 가능해진 석유 자원을 의미한다.

또 북극에서의 원유 시추를 제한한 54개 정책 중 46개는 북극의 환경보전을 위해 설립된 정부 간 협의기구인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에서 세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인 것으로 판단했다.

루시에 팡손 리클레임파이낸스 이사는 “GFANZ를 통해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석유나 가스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며 “더 명확한 감축 목표와 제한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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