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2회 난민법률지원 사례보고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난민인권센터와 법무법인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 등 13개 로펌 조직이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다.
2019년 이후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보고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이 수행한 주요 사례를 공유했다. 그동안의 협력 사업 성과를 돌아보고, 현장의 지원 사례를 기록해 앞으로 난민 법률지원 방안을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갈 방향을 논의했다.
주최 측은 “우리나라 난민법 제12조에서는 ‘난민신청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지만, 과도한 비용 부담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난민이 변호사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사건에서 의미 있는 법적 결정이나 판결은 이후 사건의 판단, 난민 심사, 난민 정책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난민에 대한 법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해 증거 대라’…엄격한 잣대 요구받는 난민
1부에서는 난민인정을 위해 조력한 개별 사례를 다뤘다. 김광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이집트 출신 난민신청자에 대한 소송 지원 사례를 발표했다. 이집트 국적 청년 A씨는 정치활동가로서 현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다 시위 중 일어난 사망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2017년 12월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하지만 2019년 1월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았고, 그해 4월 법원에 난민불인정결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A씨 진술의 신빙성, 이집트 형사 판결문의 진위 여부, A씨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주목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리인 측은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A씨 사진, 관련 외신 기사 등을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해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증명했다. 또한 판결문 원본을 제출하고 현지 대한민국 대사관으로부터 해당 판결문이 진본임을 확인받았다. 마지막으로 A씨가 방송에 출연해 이집트 정부와 사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영상, 우리나라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인 영상 등을 제시하며 A씨가 귀국할 경우 이집트 정부에 의해 체포·구금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2년의 재판 끝에 A씨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안에서는 객관적인 증거물이 많았던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미처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난민사건 판결문에서 ‘난민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체적 진술의 신빙성에 의해 합리적인 경우에는 그 증명이 된 것’이라고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법원은 객관적 증거의 부재를 이유로 난민 인정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송윤정 사단법인 정 변호사는 짐바브웨 공무원 출신 난민신청자의 소송지원 사례를, 홍석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난민 신청자에 대한 형사사건 조력 사례를 공유했다.
난민 보호는 인권 국가의 역할
2부에서는 난민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한 소송의 추진 경과와 의의 등을 이야기했다.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난민신청자 강제퇴거명령과 구금에 대한 소송 사례를, 이근옥 사단법인 선 변호사는 출국의사가 없는 난민신청자가 ‘자진출국서약서’에 사인하게 한 후, 출국명령을 내린 사건 등을 소개했다.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난민인정자는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없다’는 행정청에 대한 소송 사례를 공유했다. 난민법 제31조에서는 ‘난민인정자는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2020년 6월 기준 일부 주민센터와 구청에서는 외국인은 대상이 아니라는 국토교통부의 지침을 근거로, 신청서 수리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은 법원에 ‘전세임대주택신청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난민에게도 국민과 동일하게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권 변호사는 “이 사건은 관할관청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으나, (결과가) 원고의 전세임대주택 신청권에 한정된다”면서 “이후 다른 사안에서 난민 인정자의 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박해로 인해 사랑하는 조국을 등지고 공포에 떠는 사람을 포용하는 것은 인권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행사가 법률가들이 난민 문제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동인 공익위원회, 법무법인 대륙아주, 법무법인 디라이트, 법무법인 바른과 공익사단법인 정, 법무법인 원과 사단법인 선, 법무법인 율촌과 사단법인 온율, 법무법인 지평과 사단법인 두루, 법무법인 화우와 화우공익재단과 함께 난민법률지원단을 구성했다. 난민인권센터가 상담을 통해 발견한 사건을 법률단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난민제도 개선과 관련된 기획소송 등을 수행해 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