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월)
“국내 금융기관 67%, 실효성 없는 탈석탄 선언”

국내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탈(脫)석탄을 선언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4일 기후솔루션은 국내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목표와 실행 상황 등을 분석한 ‘국내 100대 금융기관 기후변화 정책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100개 중 탈석탄 선언을 한 기관은 70개다. 이 중 67개 기관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 정책을 수립했다. 기후솔루션은 “전 세계 기후대응 기조에 따라 사실상 신규 석탄발전 사업이 전무해 실효성 없는 정책만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00대 금융기관 기후변화 정책 평가 보고서' /기후솔루션 제공
국내 100대 금융기관 기후변화 정책 평가 보고서. /기후솔루션 제공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탈석탄 정책 기준인 ‘글로벌 탈석탄 리스트’는 ▲석탄 산업의 범위 ▲석탄 기업의 범위 ▲투자 배제 범위 등 세 가지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환경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가 제시한 기준이다.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한 곳은 SC제일은행, 삼성화재, 미래에셋증권 등 3곳에 불과했다. 또 이들은 석탄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금융 제공에 배제하고 있었다.

금융기관 자산 포트폴리오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을 세운 곳도 100개 중 16곳에 불과했다. 이 중 구체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제시한 곳은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산하 금융기관 11곳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38.6%, KB금융그룹은 33.3%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탠다드차티드 그룹은 발전, 철강 등 특정 산업에 대한 탄소집약도 감축 목표만 제시하고 있다.

공적 금융기관의 탈석탄 정책은 민간 영역보다 더욱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포트폴리오상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구체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수립한 공적 금융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반면, 글로벌 공적 금융기관들은 선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유럽 주요국, 미국, 캐나다 등 34개국과 5개 금융기구는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 금융을 중단하겠고 선언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운용공사(APG)와 영국의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지난해 석탄발전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주식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APG는 석유와 가스 생산 업체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의 기후변화 정책은 낙제점 수준”이라면서 “2022년에는 한국 금융기관들도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정책, 나아가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기후변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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