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기후대응 역행?… 美 바이든 정부, 올상반기만 석유시추 2100건 승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현지 시각)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있는 해양경비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00건이 넘는 석유시추를 신규 승인하면서 핵심 과제로 내세운 기후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 AP통신 등 외신은 미국 내무부가 올해 상반기에만 2500건의 석유시추를 승인했고, 이 중 2100건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졌다고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뉴멕시코 주와 와이오밍 주에서 가장 많은 승인이 이뤄졌고 몬태나, 콜로라도, 유타 주에서도 수백 건의 석유시추가 허가됐다. 또 4700건이 승인 대기 상태로 연말까지 6000건의 석유시추가 이뤄질 것으로 AP는 전망했다. 이는 화석연료 기업을 지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어느 해보다도 높은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때부터 미국에서 새로운 석유 시추를 금지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러한 공약의 실행 의지로 석유 시추에 반대해온 뎁 할랜드를 내무장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적인 석유 시추 승인이 이뤄지면서 바이든 정부가 기후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추진된 알래스카주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에 대한 시추와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 추가 건설 사업 등 두 건의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 외에 뚜렷한 기후 변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더 타임스는 “공화당의 노골적인 반대와 화석연료 업계의 압박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역시 화석연료 감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푸드 앤 워터 와치(Food&Water Watch)’의 미치 존스 정책 이사는 “바이든 정부가 석유시추 중단을 이행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화석 연료 개발의 증가로 더 빠른 기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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