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재생에너지 효율 높이는 ‘가상발전소’…선택 아닌 필수”

지난달 20일 만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기술 기반 사회혁신에 관심이 높다”며 “전력망 불안정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식스티헤르츠 제공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은 보통 전력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지만, 반대로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전력 공급은 송전망 시설에 과부하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서 반드시 사전에 예측해야 합니다.”

김종규(38)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발전소는 IT 기술을 이용해 흩어져 있는 전원들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물론 하루 전에 시간대별로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가상발전소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면 발전기를 추가 기동·정지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적으로 전력 계통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운영은 업계의 가장 큰 숙제다. 제주에서는 지난해에만 풍력발전기 작동을 77회나 강제 종료했다.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를 웃돈 탓이다. 지난 2015년 제주 풍력발전기 강제 종료 횟수는 3회에 불과했다. 김종규 대표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마구 늘어서 남아돌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면서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한국의 전력망 주파수는 60헤르츠(Hz)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 60헤르츠를 유지하려면 ‘가상발전소’를 통해 정확하게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식스티헤르츠가 공개한 ‘대한민국 가상발전소’. 실시간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다음 날 발전량 예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식스티헤르츠 제공

김종규 대표는 지난 4월 국내에서 가동 중인 모든 태양광·풍력 발전소 약 8만개와 준공 예정인 5만개의 발전량을 하루 전에 예측해주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를 공개했다. 총 13만개 발전소의 전력 생산 규모만 총 32GW에 이른다. 전국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서비스를 대중들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식스티헤르츠는 공개된 데이터만을 활용해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한국 기상청과 국립해양대기국에서 나오는 정보를 취합해 기상을 예측하고, 세계 각국 연구소가 개발한 발전소 시뮬레이션에 기상 정보를 대입하면 예측 발전량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예측 오차’다. 식스티헤르츠는 한국전력거래소(KPX) 회원으로 등록된 4700여개 발전소를 대상으로 발전량 예측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예측 오차를 연평균 약 2.6%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규 대표는 “가상발전소 규모가 커질수록 발전량 예측 성능도 좋아진다”고 했다.

식스티헤르츠의 주 수익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KPX가 올해 시행한다고 밝힌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제도’다.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하루 전에 미리 예측해 제출하고, 당일 오차율 8% 이내로 이를 이행할 경우 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식스티헤르츠는 이들을 대상으로 발전량 예측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정산금 일부를 배분받는다. 소프트웨어에는 발전기 터빈 종류 등 정보를 추가해 예측률을 높일 예정이다. 현재 대기업, 발전공기업 등 6곳과 기술도입 비밀유지협약(NDA)도 맺었다.

현재 발전 시장은 과거 석탄·원자력 중심의 중앙집중식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 분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원(電源)은 앞으로 더 다양해지고 분산될 겁니다. 큰 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발전소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죠. 개인이나 NGO,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에너지 시장에 쉽게 참여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보 접근성부터 높여야 해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를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김 대표는 올해 중으로 전기차와 가전제품 등을 가상발전소에 포함할 계획이다. 에너지 공급 예측량에 따라 전기차,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 수요도 조절할 수 있게 돼서다. 잉여 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전기차·가전제품을 충전하고, 발전량이 부족할 땐 방전을 유도하는 식이다.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이런 시스템이 통용되고 있어요. 제주도에서도 얼마 전 잉여 전력 발생이 예상되는 시간에 전력 소비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플러스 DR제도’를 도입했어요. 기술을 고도화해 적극적으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겁니다.”

식스티헤르츠는 조만간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와 ‘베트남 재생에너지 자원지도’ 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발전량 예측 서비스가 발달해있지 않은 베트남에 자원지도 서비스를 제공해 재생에너지 사업을 촉진하려는 취지다. 김 대표는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베트남을 시작으로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가 진출한 25개 개발도상국에 재생에너지 자원지도를 개발하고, 현지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적경제를 구축하는 사업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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