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권리를 보장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는 간담회를 30일 열었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알리는 제도로, 부모의 출생신고가 없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조치다.
이날 간담회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와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소병철 의원, 신현영 의원, 양금희 의원, 최혜영 의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출생등록 관련 부처인 법무부, 법원행정처,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담당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1부에서는 황윤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과장과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지난 3~4월 진행한 ‘아동의 출생신고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아동복지시설과 아동보호기관 309개를 통해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아동복지시설로 입소한 출생 미등록 학생은 146명이다. 발견 당시 아동의 평균 연령은 0.77세(약 9개월생)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출생 미등록 사유로는 아동 유기가 68.8%로 가장 많았고, 부모의 혼인 외 출생이 그 뒤를 이었다. 유기 아동의 출생등록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3.23개월이고, 최대 14개월까지 소요된 아동도 확인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최근 3년간 출생 미등록 아동 178명이 아동학대로 신고됐다. 신고 당시 아동의 평균 나이는 2.4세(약 29개월)로 나타났다. 출생 미등록 사유는 혼인 외 출생이 45.5%로 가장 높았고, 부모의 아동 유기가 10.6%로 드러나 아동복지시설 상황과는 차이를 보였다. 황윤지 과장은 “법률상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지만 해당 부처에서 인지하지 못해 출생신고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또 “출생신고 기간 중에는 아동의 통장 개설이 되지 않아 후원금 결연 등이 불가해 아동의 자립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행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부에서는 부처 관계자들이 출생통보제 도입 관련 부처의 과제추진 이행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에는 김민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사무관, 강상운 법원행정처 가족관계등록과 사무관, 박병은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혁신과 과장,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이 참여했다.
김민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사무관은 “부모뿐만 아니라 국가도 출생신고의 의무를 함께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출생통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출생신고 누락 아동이 발견되면 국가가 신속하게 출생 등록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적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상운 법원행정처 가족관계등록과 사무관은 “올해 안에 출생통보제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공공서비스 개선 방안으로 온라인 출생신고제도 활성화, 선제적·맞춤형 서비스 제공,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제도 시행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과장은 “출생통보제의 실질적인 추진을 위한 예산확보도 할 예정이며, 가족관계등록법 등의 법률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며 “본 간담회가 우리 아이들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상으로 나아갈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