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목)

[지속 가능한 개발, 변화의 현장⑥] 아프리카 차드 희망학교 지원 사업

척박한 땅에 심은 교육의 씨앗… 지역경제 꽃피웠다
교육 무시했던 주민들 인식 개선·계몽으로 배움의 중요성 깨달아
“간호사·화가 되고 싶다” 꿈없던 아이들 목표 생겨
학교에 사람 모이자 마을 활기 되찾고 지역경제도 살아나

“열두 살 때까지 학교 구경도 못했어요. 학교 때문에 이사 가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밥 짓고, 빨래하고, 물 길어오고…. 하루를 그냥 흘려보냈어요.”

3년 전까지 “꿈을 가져본 적 없다”던 켄소(15·여)양은 현재 ‘간호사’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2010년, 아프리카 차드(Chad) 파샤 아테레 지역에 ‘요나스쿨’이라는 초등학교가 생기면서부터다.

“늦은 나이라 어린 동생들과 같이 배우지만 상관없어요. 학교 와서 연필을 처음 잡으면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어요.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히센(18·남)군이 늦게라도 소질을 발견한 이유는 2012년 차드 은자메나시 도고레 지역에 ‘리앤차드스쿨’이 생겼기 때문이다. 두 학교는 모두 굿네이버스 차드가 지은 아프리카 ‘희망학교’다. 각각 탤런트 고(故) 박용하, 가수 이승철의 기부로 마련됐다. 초등학교는 6칸 교실, 유치원, 교무실, 보건소, 우물 등으로 구성됐다. 박근선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장은 “밭일을 하거나, 양을 치던 아이들이 희망학교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차드의‘요나스쿨’은 건축 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세밀히 소통하며 인식개선에 힘쓴 결과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프리카 차드의‘요나스쿨’은 건축 단계에서부터 주민들과 세밀히 소통하며 인식개선에 힘쓴 결과 아이들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를 뿌리다.

중앙아프리카 중북부에 위치한 차드(Chad)는 척박한 땅이다. 사하라사막이 국토의 북쪽을 덮고 있고, 사헬가뭄이 수십 년간 지속됐다. 교육 환경도 나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6개국(중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말라위, 니제르, 탄자니아, 차드) 중 초등학교 중도탈락률(72%)이 가장 높다. 베라모토(60) 은자메나시 장학사는 “차드는 학교 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교사의 자질도 떨어진다”고 했다. 2007년 부임한 박근선 지부장은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수준이 낮아 힘들었다”며 “아이들 교육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봤다”고 말했다. 지역개발프로그램(CDP)의 일환으로 ‘희망학교’를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학교만 ‘뚝딱’ 지어서 전달하지 않았다. 건축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운영에도 직접 참여하게 했다. 박 지부장은 “주민들은 대부분 교육이 중요한지조차 모른다”며 “그런 상태에서 학교를 세워봤자 지속 가능한 교육은 힘들다”고 했다. 인식개선과 계몽이 1년 가까이 이뤄졌다. 요나스쿨 설립과정에 참여한 압둘카디르(48) 파샤 아테레 마을개발위원장은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굿네이버스에서 처음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지속되는 훈련을 통해 차츰 생각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해야 미래가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우리 모두 나서서 해야 한다’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직접 벽돌을 찍고, 자갈이나 흙을 준비하는 등 학교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자원봉사단을 구축해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현재 리앤차드 스쿨에서 수위를 맡고 있는 미셸(50)씨는 “우리 마을에 학교가 생겨, 내 남은 삶을 아이들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학교 운영도 주민들의 몫이다. 박 지부장은 “지역 희망학교에 굿네이버스 이름으로 계약된 직원은 아무도 없다”면서 “지역사회의 학교위원회와 마을개발위원회가 학비를 받아 공동으로 관리·운영한다”고 했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직접 뽑은 학교위원 15인이 교사 선출이나 개보수 등을 도맡는 것. 연간 학비는 1인당 1만세파(2만원) 정도인데, 결연아동일 경우 굿네이버스가 70%를 지원한다.

◇학교 하나가 지역사회를 들썩이게 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들은 물론, 지역사회도 변했다. 파샤 아테레는 ‘희망학교’로 단숨에 지역개발사업의 모범 사례가 됐다. 박 지부장은 “이 지역에서 하루에 50명 이상 발견되던 질병환자가 요나스쿨이 생긴 이후 한 달 8명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통계도 있다”며 “학교를 중심으로 한 예방교육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차드 정부의 열렬한 지지도 받았다. ‘리앤차드스쿨’ 오픈식에 참가한 차드의 교육부 장관이 “향후 세워지는 학교가 본떠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교육부 정식학교 인가는 물론, 교사나 의료 인력을 지원받기도 했다. SBS는 2011년 리앤차드 스쿨 관련 촬영을 진행한 이후, 아예 ‘희망TV SBS 아프리카 희망학교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국제개발 NGO 7곳과 5년간 아프리카 전역에 희망학교 100곳을 건립하겠다는 취지다.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마을을 떠났던 하산(12)군은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산군은 “배울 길이 없어 다른 지역에 갔는데 학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고 했다. 7년 전 공부를 위해 홀로 은자메나시로 보내졌던 아바카르(14)군도 지난해 10월 귀향했다. 이웃 마을로부터의 전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압둘카디르 위원장은 “학교가 생긴 후 학교 인근에만 스무 채가 넘는 집이 더 생겼다”고 했다. 개교 당시 200여명에 불과했던 요나스쿨의 학생 수는 현재 758명에 이른다.

요나스쿨의 학생식당은 지역민의 결혼이나 잔치 등에 쓰이는 등 마을회관 역할도 한다. 사람이 생기니 경제적 기회도 늘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간식을 팔던 제네바(25·여)씨는 “‘빠꾸스(아프리카 오이)’를 팔아 두시간 만에 500세파(1000원) 정도 벌어간다”며 “집에 있을 때는 무료했는데 여기 와서 아이들도 만나고 용돈벌이도 하니까 즐겁다”고 했다. 요나스쿨 근처에 사는 우스만(35)씨는 “운전기사를 그만두고 소일거리만 해왔는데, 학교가 생기고 공동작업이 많아졌다”고 한다. 우스만씨는 현재 농사일과 요나스쿨에서 트랙터 운전을 병행하고 있다. 박 지부장은 “리앤차드스쿨에서는 여름방학 때 학교 공간을 임대해준 사례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학교와 관련된 고용이 늘고, 자체적인 조합도 만들어지는 등 점점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희망학교’ 첫 삽을 뜨다

5일 아침, 알리가르가 마을에 주민 400여명이 모였다. 이날은 차드의 세 번째 희망학교인 ‘리앤차드 스쿨2’의 시삽식이 열리는 날이다. 마을에 도착하니, 산처럼 쌓여 있는 붉은색 벽돌이 눈에 들어왔다. 파링가(45) 알리가르가 마을개발위원회 위원장은 “2만개가 넘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주민 100여명이 4개 조로 나눠 만들었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움막이 세워져 있다. 학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임시로 공부하는 곳이다. 이 역시 마을 스스로 나선 것. 주민들은 힘을 모아 움막을 짓고, 돈을 모아 교사를 고용했다. 이용하는 학생은 400명이 넘는다. 마을 촌장이 신호를 하자, 참가자들은 삽에 담은 흙을 뿌린 후 벽돌을 쌓았다. 참가자 손에 삽이 건네질 때마다 벽돌도 높아졌다. 아이들과 지역사회가 갖는 희망도 함께 높아져 가고 있었다.

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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