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7일(목)

노래하고 춤추다 보니… 학교 가기 즐거워져요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

학교 폭력 예방 목적으로 아이들이 직접 제작해… 플래시몹·캠페인송 공유

인터넷에 동영상 올려 선정되면 피자 후원

17일 서울광장에서 3000여명 플래시몹 연출

미상_그래픽_교실에서찾은희망_슬레이트_2012“처음에는 피자에만 관심이 있었다.”

캠페인 참여를 이끈 건 담임교사였다. 아이들은 “피자 열판을 준다”는 말에 겨우 움직였다. 하지만 플래시몹(특정한 날짜·시각에 정해진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동시에 하는 것, 이번 캠페인에서는 ‘군무(群舞)’를 의미) 동작을 연습하면서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하트 대형으로 춤을 추자”는 의견도 아이들이 먼저 냈다. 재밌는 동작이 많아 웃음이 늘고, 모두 함께 참여하니 대화가 늘었다. 플래시몹은 금세 학급 공통의 화제가 됐다. ‘밝아도 너무 밝은 반’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다른 반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캠페인은 학교 전체로 퍼져 나갔다. 체육대회 때는 전교생이 함께 플래시몹을 펼쳤다. 왕따 문제는 자연히 풀렸다. 월드비전에서 진행하는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에 참여한 경기 하남시 신평중학교 이야기다. 캠페인 물꼬를 튼 유주현 교사(신평중 3학년 5반)는 “함께 동영상을 만들면서 학급 분위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찾은 희망’ 캠페인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학교 폭력 예방활동이다. 월드비전의 ‘아동권리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나섰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동의 권리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3년 시작된 것으로, 월드비전의 지부가 설치된 전국 12개 지역에서 매년 200여명의 아동이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이 대상인데, 원하는 학생에 한해 고교생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거쳐간 아동 수는 2000여명. 아동권리에 대한 교육이나 리더십 훈련, 아동이 살기 좋은 지역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 모니터링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정책제안 등이 주된 활동 영역이다.

(위) 신평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친구들 간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하트 대형을 만들었다. / (아래) 직접 캠페인송 녹음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학생들.
(위) 신평중학교 3학년 5반 학생들이 친구들 간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하트 대형을 만들었다. / (아래) 직접 캠페인송 녹음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학생들.

올해 초 전국에서 모인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 회의에서, 이들이 정한 주제는 ‘학교 폭력 예방’. 신재권 월드비전 국내사업팀장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인데,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곳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 스스로가 학교를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보자고 나서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올 2월 캠페인 기획을 시작으로, 직접 행복한 학교의 염원을 담은 가사를 만들고, 노래를 녹음하고, 학교 폭력을 예방하자는 의미를 담은 율동도 만들었다. 작곡가 윤일상씨는 캠페인송으로 사용할 곡을 재능 기부하며 이들을 도왔다.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로 활동 중인 박은미(17·북평여고2)양은 “캠페인송을 만드는 팀, 플래시몹을 짜는 팀, 홍보 영상을 만드는 팀 등으로 나눠 캠페인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우리가 스스로 진행했다”고 했다.

지난 10월 초부터 온라인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동참을 유도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아동권리위원회가 제작한 캠페인송과 플래시몹 동영상을 보고 동작을 연습한 후, 이를 개성 있는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고, 그 사이트 주소와 활동소감을 월드비전 ‘교실에서 찾은 희망’ 사이트(www.worldvision.or.kr)에 올리면 참여가 끝난다. 매주 플래시몹과 캠페인송 제작팀 총 40팀을 선정해 피자를 선물하기도 한다. ‘도미노피자’는 온라인 캠페인 기간(10월 8일~11월 30일) 총 1150판의 피자를 후원한다.

현재까지 온라인을 통해 올라온 동영상 건수는 모두 70여건. 캠페인 개시 4주 만에 얻은 결과다. 홍윤경 월드비전 송파복지관 복지사업팀장은 “지난 10월 28일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송파’라는 주제로 아동권리축제를 개최했는데, 행사 마지막 부분에 모두가 플래시몹을 촬영했다”며 “지나가던 지역 주민들이 멈춰서 함께 따라 하기도 하는 등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신재권 팀장은 “강서교육청에서는 장학사나 장학감 선생님들이 플래시몹 연습을 하고 있고, 가정이나 지역단체, 교회 등에서도 일반 시민의 참여가 늘고 있다”면서 “보통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캠페인을 통해 가정과 지역사회의 조그만 관심이 더해진다면 작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는 17일에는 ‘교실에서 찾는 희망’ 전국 연대 캠페인도 열릴 계획이다. 서울광장에 모인 3000여명이 대규모 플래시몹을 연출할 예정이다. 고유희 월드비전 국내사업팀 과장은 “참여가 저조할까 봐 걱정했는데, 너무 많은 분이 참가를 원해 깜짝 놀랐다”면서 “몇 명의 아동이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3000명을 움직이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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