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교육 앱 ‘소중한글’ 만든 홍창기 H2K 대표 인터뷰
학습부진과 언어지연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이 있다. 소셜벤처 H2K(에이치투케이)는 아이들이 손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 ‘소중한글’을 개발, 국내 아동의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H2K는 ‘Happiness to Kids’의 줄임말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한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창기(35) H2K 대표는 “기술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지난 2016년 카이스트(KAIST)에서 전산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같은 학교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과정 중이던 김우현(33)씨와 의기투합해 새로운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배운 공학적 지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것.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뜻밖에 좋은 아이템을 발견했어요. 언어치료 교육비가 1년에 500여만원에 달하지만, 교육 효과는 별로라는 얘길 들은 거죠. 아동이 치료실 밖에서도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관련 시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던 중 언어발달 지연과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의 숫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 대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계를 보니 한글을 못 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전체의 20%인 54만명(2015년 기준)에 달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 다문화 아동의 경우 학교 수업 말고는 한글을 접할 기회가 부족해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을 손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앱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듬해인 2017년 6월, 소셜벤처 H2K를 창업하고 앱 개발에 착수했다. 임팩트투자사 소풍(Sopoong)의 시드 투자를 마중물로, 현장의 특수학교 및 초등학교 교사, 언어재활사, 학부모 등을 만났다.
“현장에 가보니 필요성이 확실히 느껴졌어요. 특수학급 교사는 혼자서 학생 여섯 명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데, 학습부진 아동에 특화된 교재가 없어 수업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연간 400만원의 교구구입비가 있어도 살 만한 교재나 교구가 없을 정도로요. 학부모들은 더욱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니, 아이가 집에 있을 동안 거의 내버려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한글날(10월 9일), H2K는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한글 교육 앱 ‘소중한글’을 출시했다. 학습부진 아동이 쉽고 빠르게 한글을 익히도록, 자음, 모음 등을 소리나는 대로 가르치는 ‘소리중심’ 교육법을 적용했다. 한글 교육에서는 생소하지만, 영어 교육에서는 ‘파닉스 교육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법이다. 홍창기 대표는 “소리중심 교육법이 학습부진 아동에게는 타 교육법보다 세 배 이상 교육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동별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학습진도가 평균보다 느리거나, 특정한 모음을 익히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 이용하는 아동의 특성을 파악해서 알맞는 학습법을 짜준다. 홍 대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짜주기 때문에, 일반 아동뿐 아니라 학습부진 아동도 적정 진도로 공부할 수 있다”며 “앞으로 ‘소중한글로 3개월간 공부하면 된다’거나 ‘언어치료실을 통한 언어치료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진단해주는 기능을 추가해 지역의 언어치료실로 연계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중한글 앱은 출시 한 달여 만에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 1600명을 넘겼다. 내년 상반기부터 월 1만원 정도로 오프라인 교육과 연계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런칭할 예정이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H2K는 지난 9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IT 기자재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삼성스마트스쿨’에도 선정됐다. 영리법인이 선정된 것은 프로그램 최초다. 이밖에도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자리를 잡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사업 등으로부터 3억원가량의 지원을 받았다. 앱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합류해 총 구성원 7명으로 조직도 커졌다.
H2K는 앞으로 한글 교육과 관련된 공교육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학습부진 아동뿐 아니라, 국내에 있는 외국인의 한글 교육부터, 한글 교육에 수요가 있는 동남아나, 북미 시장 등 진출도 꿈꾼다. 전 세계 20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 앱 1위를 한 수학교육 앱 ‘토도수학’을 만든 ‘에누마’가 롤모델이라는 홍창기 대표는 “한글 교육으로 학습부진 아동 문제를 해결해 모든 아이가 공평한 교육 기회를 갖게 하고 싶다”며 “멀게는 아이들에게 ‘행복’과 ‘자유’를 선물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교수나 연구원 등 멋진 제안이 들어오지만, 아직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돈도 벌지만, 사회적인 가치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면 더 멋있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hon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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