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청년협동조합-②멋장이들]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에코백으로 만들어요”

“그나마 전북 지역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외부인 유입이 많아 작품 홍보에 유리한 곳이었는데 최근 5년 사이 한옥마을 임대료가 2배 넘게 뛰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전주 한옥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 예술가들은 터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전유진(25)씨는 올해 2월 귀국 후 지역경제의 부흥과 지역 문화의 쇠퇴를 함께 목격했다한옥마을이 전국구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전주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2016 1064만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109만명을 기록했다. 2012 493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것. 관광객 1000만명은 전남 여수, 경기 용인민속촌 등 전국구 관광지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지난 15일 전주 멋장이들 사무실에서 전유진 멋장이들 대표를 만났다. 전 대표가 멋장이들의 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관광객의 증가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입지가 가장 좋은 은행로·태조로 교차로 쪽 33 (10) 짜리 한옥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5000~1억원에 월세 1000만원 정도다. 권리금은 1억원이 기본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2배 넘게 올랐다. 전주의 대표 상권인 전북도청 주변 10평짜리 점포 임대료가 월 700~800만원인 것과 비교해도 한옥마을 임대료는 비싼 편이다.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은 한옥마을 외곽 점포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00~450만원 선이다. 전주 한옥마을에 작업실을 뒀던 예술가들이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으로 밀려나온 이유다. 

전씨는 지역 문화와 예술 활동을 함께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중 지역 작가들이 의뢰한 작품을 제품화하고 있는 사람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군장대학교 패션디자인쥬얼리학과 동문인 최진영, 진명신, 박종임씨다. 전씨는 제품의 질과 디자인이 무척 뛰어났는데, 워낙 소규모로 하다보니 이윤이 적다는 게 아쉬웠다면서규모를 키우고 모바일 및 온라인 시장을 통해 제품을 대중에게 소개하자고 세 사람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전북지역 작가의 작품들을 시계, 쟁반, 장신구, 에코백 등 제품화하여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멋장이들’은 이렇게 시작됐다.

멋장이들이 지역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하여 만든 에코백. 에코백은 가장 잘 팔리는 멋장이들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다. ⓒ박민영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첫 번째로는 예술가들이 작품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두 번째로는 전북의 고유한 문화예술을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전북은 그 어느 곳보다 한국적 색채가 강하지만 유명세를 얻을수록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이 아닌 단순한 관광지로 개성을 잃어가고 있어요. 전북 지역의 색채가 담긴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제품화해서 대중에게 알리면 지역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멋장이들의 핵심 미션은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다. 작품을 만드는 이도, 향유하는 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역 예술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많은 대중에게 소개되기가 어려웠다.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전북에서 열리는 전시회, 사람들은 어디를 많이 갈까요? 그동안 지역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이 많이 일어났지만 찾는 이들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찾은 답이온라인이었습니다.” 

한지로 만든 장신구. ⓒ박민영

멋장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국판소사이어티식스(society6)’. 소사이어티식스는 자신의 작품을 제작 의뢰하면 소사이어티식스가 제작해 판매해주는 사이트다. 예술가가 아니어도 누구든지 제작 의뢰를 할 수 있다.  그는현재 국내에수공예품 온라인 마켓이 있지만, 우리의 모델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대중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면서 국내 모델에 지역 작가 풀(pool)을 더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멋장이들과 협력하는 지역작가들은 모두 10명이다. 특히 심홍재 작가는 서학동예술마을 대표를 맡고 있고, 이승우 작가는 전북예술상 특상 등 화력한 수상 이력이 있는 등 지역 내에서 저명한 예술가다. 멋장이들은 색체와 예술성을 겸비한 작가들을 찾기 위해서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고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제안하거나, 아는 작가의 소개를 받아 계약을 맺기도 한다. 전유진 대표는작품성 뛰어난 지역작가 풀이 멋장이들의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보고 유명 예술가뿐 아니라 실력 있는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전북 지역 대학교의 졸업작품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면서올해 말에도 한 지역 대학과 협력을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쿠션, 파우치 등 멋장이들의 제품들. ⓒ박민영

지난 5월, 멋장이들은 기획재정부와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신협사회공헌재단이 후원하는 ‘2018 청년협동조합 공모전에서 창업지원팀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신협의 도움을 받아 협동조합 등록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파티마신협(전주점)과 함께 다문화 이주 여성들에게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제품화하는 일일 클래스를 열어,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과 재봉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씨는 협동조합 등록이 완료되는 11월 초에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회계, 홍보,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을 맡고 있는 청년팀원 5명과 3명의 디자이너는 협동조합 발기인이다.  

팀원들은 협동조합 등록 전까지 각각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10명의 작가의 작품을 상품화해 한옥마을 수공예품 판매점에 납품하고 있다. 사업 5개월 차인 만큼 매출은 걸음마 수준. 작가들에게 저작권료로 매출의 10% 정도를 주고 8명의 제작비를 제외하면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다. 작은 규모이지만 향후 계획과 사업 모델은 착착 준비해가고 있다.  우선 홈페이지 구성을제품이 아닌작가의 스토리위주로 나열하는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온라인 홈페이지 작업이 끝나면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3분짜리 영상으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제품을 연관시키는 방식이다. () 제작 후() 판매시스템에서선 의뢰 후 제작 및 판시스템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에 16가지의 제품 종류를 5가지로 줄여 공정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한다.  

전유진 대표가 멋장이들의 에코백을 들어 보이는 모습.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전씨는 사람들은 대량생산품이 아닌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독특한 제품을 원한다면서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주문에 맞춰 소량생산해 재고를 남지 않게 하는 등, 사업 자산과 규모가 작은 멋장이들에게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들과 상생하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동조합이 되고 싶어요. 예술과 대중의 연결고리라고 해야 할까요. 협동조합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우리 소셜 미션을 확산하고 싶습니다.”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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